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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여행]평양발 기차가 출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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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털리면 큰일” 경찰에 9차례 출동 요청

[사면초가 국정교과서]교육부 ‘비밀 TF’ 직원, 야당이 지난 25일 사무실 찾아갔을 때… “여기 털리면 큰일” 경찰에 9차례 출동 요청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입력 : 2015-10-28 23:00:38수정 : 2015-10-29 01:41:51

 

ㆍ녹취록 공개…8번째 통화 때 ‘교육부 직원’이라 밝혀

지난 25일 야당 의원들과 취재진이 교육부 ‘국정교과서 비밀 TF’가 상주하는 서울 대학로 국립국제교육원에 도착했을 때 TF 직원들이 경찰에 긴급 출동을 요청하며 “여기 털리면 큰일 난다”고 말한 녹취록이 공개됐다. TF 직원들은 2시간10분 동안 9차례 신고하면서 처음에는 신분을 밝히지 않다가 8차 신고 때 ‘교육부 직원’임을 밝혔다.

28일 공개된 경찰 긴급범죄신고센터의 25일자 ‘신고접수 녹취록’을 보면, TF 직원 5명으로부터 25일 오후 8시17분부터 10시28분까지 총 9차례 신고가 접수됐다. 오후 8시17분은 야당 의원들과 취재진이 국정교과서 비밀 TF가 있다는 제보를 받고 국립국제교육원에 도착한 지 10여분쯤 지난 시점이다.
 

경찰이 25일 교육부의 ‘국정교과서 비밀 TF’가 있는 서울 대학로 국립국제교육원 건물 앞을 막고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 이석우 기자



녹취록에는 TF 직원들이 크게 당황한 흔적이 드러난다. 이들은 최초 신고(오후 8시17분) 당시 국제교육원의 명칭과 주소를 제대로 말하지 못하고 ‘국제회관 기숙사’라고 했다. 이들은 5차 신고 때까지는 ‘국제교육원 직원’이라고 했다가 8차 신고(8시47분) 때 비로소 ‘교육부 직원’임을 밝혔다.

이들의 통화 내용은 “비밀 TF가 아니다”라는 교육부의 해명에 비춰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들이 많다. 이들은 이미 4차 신고 이전에 건물 밖에 국회의원과 기자들이 있는 사실을 알았음에도 “언제쯤 도착하느냐”(6·7차)고 수차례 경찰 출동을 재촉했다. 경찰이 도착한 뒤에도 “여기 우리 정부 일하는 데다. 지금 여기 이거 털리면 큰일 난다. 교육부 작업실이다”라며 “이거 동원 안 하면 나중에 문책당한다”고 말했다. ‘감금됐다’는 여당의 주장이 무색해지고, 뭔가 급박하게 숨기려 한 정황으로 보인다. TF 직원들은 8차 신고 때 “20명이 있는데 (경찰이) 2명밖에 안 와서 지금 감당이 안된다”면서 마치 국회의원·취재진과 경비를 서는 경찰들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지기라도 한 것처럼 말했다. 당시 국회의원들은 몇몇 TF 직원들의 이름을 불렀을 뿐 진입을 시도하다 몸싸움이 벌어지진 않았다.
 

25일 교육부의 '국정교과서 비밀 TF' 사무실이 있는 서울 대학로 방송통신대학 옆 국립국제교육원 건물에 한국사 교과서 관련 서류들이 붙어 있다. | 이석우 기자

 
교육부는 “직원들은 신원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낮도 아닌 일요일 밤에 20여명 이상 몰려와 강제로 사무실 안으로 들어오려 하고 카메라를 비추는 데서 심각한 위협감과 공포를 느꼈다”며 “정부문서가 부당하게 탈취당해서는 안된다는 사명감과 절박감에 경찰에 다급하게 신변 보호를 요청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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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발전소 놓고 주민충돌, 긴장 고조되는 영덕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5/10/29 09:28
  • 수정일
    2015/10/29 09:28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10만인리포트-영덕대게를 부탁해요!⑨] 영덕 5일장 민심 르포

김종술 기자 쪽지보내기 | 15.10.28 20:21

 

'대게의 고장' 영덕에 대게가 사라진다면? 정부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으로 영덕에 핵발전소 2~4기가 신설되면 방사능 오염과 온배수 배출로 서식환경이 악화되고, 상표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 주민들은 11월 11일을 목표로 주민투표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과 녹색당은 '영덕대게를 부탁해요!'라는 제목으로 '탈핵 응원글 보내기' 공동 캠페인을 진행한다. 또 영덕 핵발전소 계획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나아가 우리나라 핵발전 사업의 거짓과 진실을 알리고 대안도 제시하는 현장-기획 기사도 내보낸다. [편집자말]
▲ 오징어, 도루묵, 아귀 등 생선을 파는 좌판에 손임이 밀리면서 활기를 띠고있다. ⓒ 김종술


"야~ 야~ 야~ 내 나이가 어때서~"

지난 25일 경북 영덕 '영해 관광시장'에서 열리는 5일장 앞에 서니 가수 오승근의 뽕짝이 흘러나왔다. 흥겨운 노랫소리는 시끌벅적한 시장 속으로 파고들었다. 여기저기 어물전에서 흥정이 벌어지고 살아서 팔딱거리는 생선들이 팔려나갔다.

"오징어가 10마리에 만원. 떨이요, 떨이!"
"이만 원어치나 샀는데..."   

할아버지의 하소연에 상인은 덤으로 몇 마리의 생선을 담아줬다.

여기까지만 보면 여느 5일장과 크게 다를 게 없다. 그런데 오는 11월 11일 영덕 핵발전소 유치를 묻는 찬반 주민투표를 앞두고 날 선 악다구니와 신경전이 벌어졌다. 

노란 조끼를 입고서 옷가게 아저씨랑 장난을 치던 손보경(7, 남)이가 쪼르륵 엄마에게로 달려간다. '영덕핵발전소반대범군민연대(아래: 대책위)'는 이날 노란 조끼를 입고 장마당을 돌면서 캠페인을 벌이고 있었다. 

"핵발전소는 경기 살린다" vs "서민은 똥물도 없다"

 

▲ 문어와 오징어를 선주지만 지금은 노점에서 오징어를 팔고 있다는 주민의 좌판 ⓒ 김종술


이를 안 옷가게 상인(포항 거주)은 "관광객이 많아서 늦은 시간까지 북적대기는 하지만, 경기가 안 좋아서 물건이 잘 팔리지는 않는다"며 "(핵발전소) 들어오면 돈이 풀리고 경기가 좋아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말이 화근이었다.  

"안 된다!"
"(핵발전소가) 들어오면 물고기도 안 잡히고, 누가 사 먹어요."

여기저기서 한마디씩 끼어들었다.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이 와중에 '주민투표는 필요 없다'는 붉은 어깨띠를 두르고 유인물을 나눠주던 핵발전소 유치 찬성 측 주민 10여 명이 마른오징어를 팔던 상인과 만나면서 큰소리가 터졌다. 

"영덕 주민들 죽일 일 있나, 말도 안 된다." 
"넌, 전기 안 써?"
"그렇게 좋으면 아저씨 집에 세워라."
"영덕 대게 다 팔아먹는다, (보상금) 위에서 다 먹고 서민은 똥물도 없다."

"서울에 보낼 전기 때문에 왜 우리가 피해를"

 

▲ '주민투표는 필요없다'는 어깨띠를 두룬 핵발전소 유치 추진 주민들이 시장을 찾았다. ⓒ 김종술


붉은 어깨띠를 두른 주민들이 유인물을 손에 쥔 채 바쁜 걸음으로 빠져나갔지만, 분이 덜 풀린 오징어가게 상인은 "일본에서 (원전사고) 터져서 생태도 못 먹는데... 높은 놈들만 챙기지"라며 쏘아붙였다. 옆에서 무, 깨, 쌀, 감 등 농산물을 팔던 상인도 거들었다. 

"맞다, 맞다, 반대해야 한다. 포항에서 영덕까지 공장 하나도 없는 청정지역이다. 서울로 가져갈 전기인데 왜 우리가 피해를 봐야 하나, 공기 좋은 곳에서 건강하게 살아야지, 돈 몇 푼에 아프면 다 끝이다. 근데 니는 와 아까부터 적고 지랄이고?" 

험악한 말이 기자한테 쏟아졌다. 취재차 왔다는 설명을 듣고 나서야 얼굴이 펴졌다. 원전 유치를 놓고 오랫동안 찬반이 지속되면서 짜증이 날만도 했다. 장에 나오려고 아침 5시부터 짐 챙기느라 늦어서 아침도 못 먹었다고 한다. 오전 11시가 다 되었는데 5만 원 정도밖에 못 팔았다고 했다. 기자에게 화냈던 게 미안했는지 단감 한 개를 깎아서 내민다. 아삭아삭 달짝지근하다. 

"이래 보여도 집에 큰 배가 있다. 문어와 오징어를 잡았는데 문어는 씨가 마르고 오징어만 잡는다. 지금은 잘 잡히지 않아서 (신랑) 아저씨랑 나랑 둘이서 배 타고 고기 잡아서 직접 말린다. 외가집도 부산 기장인데 멸치도 잘 안 잡혀서 걱정이다. 지금도 이런데 (핵발전소가) 들어오면 고기 씨가 마른다. 그나마 젊은 사람들도 다 떠나가는데, 우린 다 죽는다."  

시장통에서는 가끔 투표를 독려하는 대책위의 방송차량 소리가 울려 퍼졌다.

"신규 원전 결사반대, 핵발전소 원전 투표는 군민들의 당연한 권리입니다. 핵발전소 막아내고, 투표하여 청정 영덕 지켜내자. 아자!"

"원전은 경제 유발 효과 높다"

 

▲ ‘영덕핵발전소반대범군민연대 회원들이 오일장을 찾아 11월 11일 주민투표를 톡려하고 있다. ⓒ 김종술


어물전에서 만났던 찬성 측 주민들을 시장 입구에서 다시 만났다. 핵발전소를 유치하자는 선전전을 끝내고 돌아가는 중이란다. 무리 중에 있던 이완선 전 군의원에게 찬성 이유를 물었다. 

"60년대, 70년대만 하더라도 영덕의 인구가 13만 명 정도로 큰 도시였다. 지금은 4~5만 정도로 줄어들었는데 (산업)기반이 없기 때문이다. 공업단지 유치도 안 된다. 원전은 대체로 위험하지 않다. 경제 유발효과도 높다. 농사만 지어서는 살 수 없다. 

원전이 있는 영광이나 울산에도 사람이 산다. 거기도 인구가 준다고는 하지만 여기처럼 급격하게 줄지는 않는다. 우리도 청정지역에서 살고 싶다. 그러나 젊은 세대가 없다. 원전 유치로 인구가 만 명에서, 만오천 명이 늘어날 것으로 본다. 지난 2005년에는 핵발전소를 반대했지만, 여전히 인구는 줄어들고 경제는 무너져 내린다. 제발 영덕의 문제는 영덕이 해결하도록 외부세력은 빠져야 한다." 

시장을 빠져나오는데 시장 입구에서 판소리가 울려 퍼진다. "정이 넘치는 5일장! 신명 나는 영해관광시장!" 공동 마케팅 장터 한마당에 한복을 입은 명창들의 공연이 펼쳐졌다. 흥에 겨워서였을까? 주민들이 우르르 몰려갔다. 

군민 4만 명중 399명의 의견만 듣고...

 

▲ 청정 영덕군은 대개와 송이 생산량이 전국 1위로 관광객이 한해 천만 명이 찾는다고 한다. ⓒ 김종술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 센터에서 정보공개를 통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영덕군은 지난 2010년 12월 31일 한수원에 핵발전소 유치신청서를 제출했다. 당시 4만 군민 중 399명이 주민의견동의서를 제출했다. 영덕군은 유치신청서 제출 4일 전에 주민설명회를 개최했는데, 이 설명회에서는 3개 마을 185명의 주민만 참가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영덕군은 2010년 이후 핵발전소의 위험과 그로 인한 영향 등에 관한 주민공청회는 단 한 차례도 진행하지 않았다. 대책위에 따르면 "영덕 핵발전소 건설에 대한 여론이 점점 커지면서 최근 이희진 영덕 군수가 농협 임직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영덕 군민 60% 이상이 핵발전소 건설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단다. 

대게의 고장 영덕군은 송이 생산량도 전국 1위라고 한다. 한해에 무려 300억 원을 벌어들인단다. 핵발전소는 지역 경제를 살리는 약일까 독일까? 대한민국 특산물이기도 한 '명품 대게'와 송이 생산과는 무관한 일일까? 

핵발전소 찬성과 반대 측은 5일 장터에서 장바닥 민심을 잡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투표하자'와 '투표하지 말자'로 의견이 엇갈렸다. 오승근의 노랫가락이 끝난 시장통을 빠져나온 도로변에도 '주민분열 주장하는 찬반투표 중단하라'는 찬성 측 현수막과 '11월 11일은 주민투표를 하는 날입니다'란 반대 현수막이 번갈아 걸려있다. 

 

▲ ‘영덕핵발전소반대범군민연대는 24일 영덕읍 시내에서 핵발전소 반대 집회를 했다. ⓒ 김종술


영덕 군민들을 상대로 핵발전소 유치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일인 오는 11월 11일~12일이 주목된다. 


○ 편집ㅣ박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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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새 바람 낙엽…산 소리 들으면 자연 건강 보인다

산새 바람 낙엽…산 소리 들으면 자연 건강 보인다

김정수 2015. 10. 28
조회수 66 추천수 0
 

인터뷰/ 국내 첫 소리경관생태학자 주우영 박사
청진기로 환자 상태 알 수 있듯 눈보다 더 깊고 종합적 진단
소백산과 점봉산이 소리경관 최고…정상이나 산록보다 계곡

 

so2.jpg» 자연에 청진기를 대듯 주우영 박사가 26일 국립생태원에서 자연의 소리를 녹음해 세심하게 듣고 있다. 사진=김정수 기자

 
기침을 하는 환자를 맞은 의사는 으레 환자의 가슴에 청진기를 들이댄다. 가슴속에서 들리는 소리가 환자의 상태를 말해주기 때문이다.

 

충남 서천군에 있는 국립생태원 미래기획연구실 선임연구원 주우영(41) 박사는 종종 자연 속에 들어가 녹음기 단추를 누르고 조용히 눈을 감는다. 그에게 소리는 자연을 이해하는 열쇠다.

 

건강한 자연은 풍부하고 다양한 소리를 낸다. 건강하지 않은 자연은 인간이 만들어낸 소리에 묻혀 제대로 들리지도 않는 소리를 내거나, 미국 생물학자 레이철 카슨이 디디티(DDT) 살충제에 의한 환경오염을 파헤친 환경 분야 고전 <침묵의 봄>에서 묘사했던 것처럼 아예 침묵하기도 한다.
 

주 박사는 2009년 미국 미시간주립대 생물학과에서 소리경관생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소리경관생태학은 그가 박사 학위를 받은 해 미국에서 처음 경관생태학회 프로그램의 한 순서로 관련 세미나가 열렸을 정도로 막 탄생한 학문이다.

 

돌고래나 새들이 내는 소리와 행동 특성 분석을 주로 하는 연구는 과거에도 있었다. 이렇게 각각의 생물종에 초점을 맞춘 기존 ‘생물음향학’과 달리 소리경관생태학은 생태계나 경관에서 발생하는 모든 소리를 기록·구분하고 그 소리 요소들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려 한다는 점에서 다르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한국 사람으로서 소리경관생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사람은 그가 처음이고 아직 유일하다.
 

좋은 소리경관이란 어떤 것일까? 그는 “소리를 생물이 내는 바이오폰(생물 소리), 인간이 내는 교통 소음과 같은 앤스로폰(인위적 소리), 물 흐르는 소리와 바람소리 같은 지오폰(물리적 소리)으로 구분할 때, 다양한 자연의 소리가 인위적 소리에 의해 간섭받지 않고 잘 유지되는 경관”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기준을 바탕으로 그는 우리나라 육지에서 가장 소리경관이 우수한 곳으로 소백산과 점봉산을 꼽았다. 설악산과 지리산 등 자연환경 면에서 더 뛰어난 곳도 있지만, 이런 곳들은 상대적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접근하면서 내는 인위적인 소음에 의해 소리경관적 가치가 떨어진다고 본 것이다.
 

정보의 80%를 눈을 통해 받아들인다고 할 정도로 사람은 시각에 절대적으로 의존한다. 자연이나 주변 환경을 볼 때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소리경관생태학에서는 청각으로도 충분히 자연을 잘 이해할 수 있고, 오히려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눈이 닿을 수 없는 자연 깊은 곳의 상태도 소리경관을 통해 종합적으로 읽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00013902_R_0.JPG» 소리경관이 국내에서 가장 좋은 곳의 하나로 평가된 점봉산.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와 인적이 드문 숲에서 나는 다양한 소리가 어울어진다. 사진=박승화 기자 
 

주 박사는 2012년부터 3년 동안 산지보전협회 산지연구센터에서 정책연구팀장으로 일하면서 소백산과 점봉산의 소리경관생태를 연구했다. 산림청 지원으로 이뤄진 이 연구에는 일반인들의 소리경관에 대한 인식과 평가도 포함돼 있었다.

 

주 박사가 산림 경관을 계곡부와 산록부, 산 정상부 등 3곳으로 구분해 사진으로 기록한 뒤 일반인들에게 보여줬을 때 가장 선호도가 높은 곳은 예상대로 전망이 좋은 산 정상부였다. 하지만 각 부분의 특성이 녹음된 소리를 들려주면서 경관 사진을 보여주자 계곡부의 선호도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산 정상은 사실 바람소리도 세고 헬리콥터 소리도 가끔 들리는 등 시끄러운 반면 계곡은 물소리가 소리경관의 다양성을 더해줘서 사람들이 더 선호하게 됐다”는 얘기다.
 

“숲 안으로 들어오니까 소리가 달라진 것이 느껴지죠?” 26일 충남 서천 국립생태원 연구동 뒤편 숲 속에 난 ‘제인 구달의 길’을 걷던 그가 길 옆 숲에 녹음기를 설치한 뒤 귀에 헤드폰을 끼고는 눈을 감는다. 그를 따라서 눈을 감자 새로운 귀가 열린 느낌이었다.

 

박새 울음과 귀뚜라미나 여치 같은 곤충이 뛰어다니는 소리에서부터 바람에 서로 부딛쳐 사각대는 나뭇잎 소리, 막 가지에서 떨어진 낙엽이 먼저 떨어진 낙엽들 위에 바스락거리며 내려앉는 소리에 이르기까지 숲길을 걸을 때 미처 깨닫지 못했던 온갖 소리들이 귓속으로 빨려들었다.

 

so1.jpg» 주우영 박사는 "눈을 감으면 귀가 열린다."라고 말한다. 소리경관은 시각경관에 더해 소중한 생태자원이 될 전망이다. 사진=김정수 기자
 

소리경관의 관점에서 생각하면 자연 훼손은 산업혁명 이후 크게 늘어난 인공음이 자연의 소리인 생물음을 가리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소백산, 점봉산과 같은 깊은 산 속에 들어가서 녹음을 해보면 거기서도 비행기나 헬리콥더 날아가는 소리 같은 것이 계속 자연의 소리를 방해하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인간이 기계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자연의 고유한 소리를 듣기는 점점 어렵게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런 인공음은 인간에게는 대부분 불쾌감을 주는 소음으로 끝날 수 있지만, 새와 같은 야생생물들에게는 번식에 지장을 줘서 생존까지 어렵게 할 수 있는 치명적인 위협일 수 있다.
 

“미국에서는 2006년부터 소리경관을 국립공원의 중요한 자원으로 규정하고, 그 자원들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모니터링하며 관리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 국립공원은 땅에서는 잘 통제가 되지만 공중으로 지나가는 것은 통제가 안돼 비행기 소음에 심한데요. 그런 것들이 소리 자원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나타내는 지도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있는 거죠.”

 

이런 노력이 쌓여 소리경관적 가치가 정말 뛰어난 국립공원 위로는 항공기가 지나가지 않도록 하거나 통과하는 횟수를 줄이는 것으로 이어질 수도 있으리라는 것이 그의 전망이다.
 

그는 “언제 어느 국립공원에 가면 꽃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잘 아는 사람들도 소리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며 “국립공원에서 소리경관에 좀더 관심을 갖는다면 국립공원 홈페이지에서 경관만 보여줄 것이 아니라 특징적인 소리도 들려주고, 언제 어디서 이런 소리를 들을 수 있는지 알려주는 식으로 소리경관을 생태관광 자원화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소리경관과 자원을 잘 관리하고 보전하는 것이 생태계 보전의 핵심일 수 있다”며 “이를 위해 우리나라의 소중한 소리 자원들을 찾아내 기록하고, 시간대별로 계절별로 다양하게 변화하는 그런 정보들을 지수화하고 지표화해 객관적으로 제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서천/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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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역사 쿠데타? 실패한 대통령의 길

 
 
 
대통령의 시정연설과 황우여 경질론… 45년 전의 역사가 오버랩 된다.
 
임두만 | 2015-10-28 09:20:20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27일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한 대통령은 중고교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에서 후퇴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따라서 국민여론수렴 기간이 끝나는 11월 2일을 넘긴 11월 5일, 교육부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행정고시를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국민들의 반대여론이 아무리 강해도 정부의 방침을 그대로 밀고 가겠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국회 시정연설 방송화면 캡쳐 © 임두만

이 와중에 주무부처 장관인 황우여 교육 부총리에 대한 경질론이 여권에서 세를 얻으며 황 부총리의 경질은 시간문제가 되었다. 경질론의 주된 이유는 25일 발각된 교육부 국정화 TF사태가 핵심이다. 겉으로야 여론대응 잘못이지만 실상은 ‘비밀 장소를 들키면서 비밀리에 일을 해내지 못한 문책’이다. 그리고 이 여론 조성을 위해 홍위병을 내세우는 것도 불사한다.

친박 김태흠 의원의 황우여 경질 주장, 황우여와 김태흠의 정치적 무게로 볼 때 진영이나 유승민을 몰아낼 때보다 더 저급하다. 그럼에도 이 저격에 대해 김무성이 화답했다.

김무성은 27일 김태흠의 황우여 경질론에 대해 “그런 주장이 나올 만 하지 않느냐”고 사실상 경질을 촉구했다. 따라서 이제 황우여의 경질은 시간문제가 되었다. 앞서 유일호나 유기준의 경질은 총선출마를 준비하라는 배려였으나 ‘문책경질’이 분명하게 된 황우여는 사실상 공천도 힘들어 보여 교과서 정국의 최대 희생자가 될 전망이다.

황우여가 누군가? 법조인으로 부장판사를 역임한 뒤 감사위원으로 재직하면서 이회창에게 픽업되어 정치인이 된 황우여는 비례 포함 5선의 현역 의원이다. 이 과정에서 새누리당 원내대표, 당대표 권한대행, 당 비상대책위원, 박근혜 후보 공동선대위위원장, 새누리당 대표최고위원 등을 지내면서 박근혜 당선에 1등 공신으로 친박계 구심점 역할을 했다. 그리고 이의 공로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된 사람이다.

김태흠 정도가 감히 넘불 수 없는 무게의 사람이다. 그런데 일개 초선 김태흠이 직접 저격에 나섰으며 김무성이 거들었다. 박근혜의 사람쓰고 바리기에 철저하게 황우여가 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보면서 박근혜의 부친 박정희가 사람을 쓰고 버린 사례 두 가지만 소개한다.

1. 장도영

장면 정부 육군 참모총장으로서 5.16의 주역으로 등장, 군사혁명위원회 의장, 계엄사령관 등 자격으로 윤보선 대통령의 하야까지 끌어내는데 앞장 선 사람이다. 그러나 곧바로 실질적 쿠데타 주역인 박정희에 의해 반혁명분자로 몰려 체포되어 고초를 치렀다. 즉 박정희식 토사구팽에 당한 대표적 인물이다. 장면 전 총리는 회고록 “한 알의 밀이 죽지 않고는”에서 당시 장도영의 행적을 이렇게 회고했다.

▲장도영과 박정희… 유튜브 캡쳐

[1961년 5월 9일, 군부의 쿠데타 첩보를 입수한 뒤 이를 확인하기 위하여 당시 육군 참모총장이던 장도영을 집무실로 불렀다. 당시 입수한 정보는 박정희 소장을 주동으로 한 일부 군인들이 쿠데타 모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어서 “이것이 어떻게 된 일인가?”라고 물었다.

내 말을 들은 장도영은 “천만의 말씀이십니다. 그런 일이 있겠습니까?”라고 대답했다. 이에 “참모 총장이 먼저 알아서 나에게 보고해야 될 성질의 사건을 반대로 내가 참모 총장에게 지시하고 있으니 책임지고 내사해 보시오.”라고 지시했다. 이러한 내 말에도 장 총장의 “알아는 보겠습니다만, 그럴 리가 없습니다” 라는 대답이 반복될 뿐이었다.]

이런 장도영은 그로부터 일주일 후 박정희 주도 군사 쿠데타가 성공하자 그 세력에 편승했으며 군부의 일사분란한 충성이 필요했던 박정희는 그를 앞세워서 윤보선 대통령 하야를 끌어냈다. 이후 군사혁명위원회 의장, 계엄사령관,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내각수반, 국방부장관으로 추대했다. 하지만 쿠대타가 성공의 길로 들어서자 장도영은 박정희에게 바로 배신당한다.

‘혁명위원회’가 국가의 모든 실권을 장악한 그해 6월 장도영은 계엄사령관과 혁명위원회 의장에서 해임되고 8월 22일 중장으로 예편되었다. 이후 박정희의 중앙정보부에 의해 ‘반혁명’ 혐의로 기소되었으며 1963년 3월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으나, 5월 형집행면제로 풀려났다. 그리고 그해 곧바로 미국으로 떠났다. 겉으론 도피출국이었으나 내부적으로는 추방이었다.

이후 장도영은 미국에서 1968년부터 위스콘신대학교 교수를 지냈으며 1993년 퇴임했다. 그리고 말년에는 알츠하이머와 파킨슨병으로 고초를 겪다가 2012년 미국의 한 요양원에서 90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이런 과정에서 장도영은 2001년에 발간된 ‘회고록’에서 “당시 쿠데타 음모를 하루 전에야 알았고, 쿠데타 세력에 대해 방첩대를 동원해 조사를 실시했으나 거짓보고로 실패했고 쿠데다 동조 세력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2. 송요찬

강준만의 현대사 산책에 따르면 이승만 정부의 말기인 1959년 6월 육군참모총장에 임명된 송요찬은 4.19 직전인 1960년 3월 서울지역 계엄사령관으로서 3·15 부정 선거에 항의한 시민 학생시위대의 시위 저지에 군대를 동원하려 했다. 즉 시위 사태가 확산되어 4.19혁명으로 이어지면서 이의 진압을 위해 학생시위대를 향해 발포 명령을 내리려 했다는 것이다.

▲송요찬과 박정희… 자료사진

강준만의 현대사 산책은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4월 20일 송요찬은 경무대를 방문 이승만과 독대한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군대를 동원, 시위대에 발포하는 것을 상의한다. 총장 집무실로 돌아 온 송요찬, 유혈진압을 시도하려 했으나 좌절했다. 당시 군부 실력자인 최경록 장군이 발포명령을 반대하여 실행하지 못했다. 4.19는 성공했으며 이승만은 하야했다.

송요찬은 4.19 이후 민간정부가 들어서면 체포될 위험에 처할 것으로 인식, 1960년 5월 총모총장직과 서울지구 계엄사령관 직을 사퇴하고 군복을 벗은 뒤, 미국으로 떠났다. 그리고 1년 후인 1961년 5월 16일 박정희는 군사 쿠데타를 감행했다.

미국에서 5·16 군사쿠데타 소식을 들은 그는 6월 귀국 후 쿠데타 세력에 합류했다. 그리고 곧바로 국가재건최고회의 국방위원장, 7월 외무부장관을 거쳐 내각수반이 된다. 이후 내각 수반으로서 최고회의의 모든 지시를 수행했다. 장도영을 반혁명분자로 숙청한 박정희가 군부의 지지를 얻기 위해 장도영 대타로 필요했던 인물이 송요찬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그가 내각 수반 겸 경제기획원 장관을 지낼 당시 사전 창당을 진행하던 공화당 세력이 저지른 4대 의혹사건 중 하나인 증권파동이 발생했으며 이 때문에 최고회의와 갈등했다. 이후 최고회의의 모든 직위를 사퇴한 뒤 동아일보에 박정희의 대통령 출마를 반대하고 최고회의 의장 사퇴를 촉구하는 글을 발표하여 구속되었다.

다시 2015년, 박근혜 대통령은 27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일부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로 역사 왜곡이나 미화가 있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지만 그런 교과서가 나오는 것은 저부터 절대로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집필되지도 않은 교과서, 일어나지도 않을 일을 두고 더 이상 왜곡과 혼란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물러설 뜻이 없음이 명백하다.

더 나아가 그는 “제가 추진하는 ‘비정상의 정상화’는 사회 곳곳의 관행화 된 잘못과 폐습을 바로잡아 ‘기본이 바로 선 대한민국’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라며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역사교육 정상화도 미래의 주역인 우리 아이들이 우리 역사를 올바르게 인식하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긍심을 갖고 자라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비정상의 정상화… 보는 관점에 따라 정상도 비정상으로 보이는 것이 역사다. 따라서 그가 바로잡겠다고 하는 비정상은 다른 사람에겐 정상일 수 있다. 때문에 역사교과서야말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여러 권을 발간 취사선택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는 “확고한 국가관을 가지고 주도적 역할을 하기 위해서도 역사교육을 정상화시키는 것은 당연한 과제이자 우리세대의 사명”이라면서 “역사를 바로잡는 것은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없고 되어서도 안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무엇이 잘못되었으며 무엇을 바로잡아야 되는지에 대한 기준은 오로지 자신들 정파가 정하겠다는 오만이다.

그 오만이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통해 분열된 국론을 통합하고 우리 아이들에게 대한민국의 자부심과 정통성을 심어줄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이를 위해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든 주역들도 필요하다면 홍위병을 이용 저격하고 버린다.

이런 대통령에 대해 그를 대통령으로 만드는데 혁혁한 공훈을 세운 김종인은 “판단 미스였다. 국민들에게 미안하다”고 고백했다. 이상돈은 “국민들에게 석고대죄를 하자”고 제안했으며 유승민은 “국가 운영에 전혀 도움이 안 되고 대통령에게도 마이너스”라고 말했다.

▲ 황우여 교욱부총리가 새누리당  대표일 당시 경기 회성갑 보궐선거 공천을 받은 서청원 당시 후보… 이때만 해도 황우여는 친박계의 실질적 리더로 감히 김태흠 등이 넘볼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당시 뉴스화면 캡쳐

그래도 이들은 갈 것이다. 실패하는 길임을 알면서도 일시적 성공이 성공인 것으로 착각, 국정화를 밀어붙일 것이다. 성공한 역사 쿠데타가 아니라 실패한 대통령의 길로 이끄는 실패한 역사 쿠데타임을 모르기 때문이다. 수많은 반혁명분자를 만들고 숙청하면서 쿠데타를 ‘혁명'으로 치환했으나 한 세기가 가기 전에 ‘군사반란’이었음은 부인할 수 진실이 되었다.

그래서 이를 다시 되돌리려고 역사 쿠데타를 하는 대통령… 퇴임 후 그는 역대 가장 실패한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다. 오늘 그의 국회연설과 새누리당 김무성의 발언을 들으며 그들이 자신들의 선친인 ‘다까기 마사오’와 ‘가네다 류슈’의 길로 가는 것 같아 장래가 안쓰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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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북한의 2015 신년사 통일정책분석

<김정은 제1위원장의 대남, 통일정책> 
 
 
 
곽동기 우리사회연구소 상임연구원 
기사입력: 2015/10/27 [19:12]  최종편집: ⓒ 자주시보
 
 
 

<김정은 제1위원장의 대남, 통일정책>

 

8.25 공동보도문이 채택되고 10월 20일, 이산가족 상봉이 성사되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을 향해 돌이킬 수 없는 핵포기를 종용하는 한미공동성명을 발표하였다. 남북관계가 그야말로 격동상태를 지나고 있다.

 

현 상황에서 북한의 구상과 향후 대응을 살펴보려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남북관계에 대해 어떤 구상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당면 시기 김정은 제1위원장의 통일, 대남정책을 구체적으로 알아보려면 김정은 제1위원장의 신년사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김정은 제1위원장의 구상은 북한의 통일정책에 대한 분석이 뒷받침될 때 그 맥락을 더욱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북한은 그들의 통일정책을 이른바 ‘조국통일 3대 헌장’으로 정리하고 있다. <통일연구원>에 따르면 북한은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에서 천명된 ‘조국통일 3대 원칙’, △1980년 10월 6차 노동당대회에서 제시된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립방안’, △1993년 4월 최고인민회의 제9기 5차 회의에서 제시된 ‘전민족대단결 10대 강령’을 이른바 ‘조국통일 3대 헌장’으로 일컫고 있다.

 

<통일연구원>에 따르면 ‘조국통일 3대 헌장’은 1997년부터 공식화된 북한의 대표적 통일정책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사회연구소>는 <김정은 제1위원장의 대남, 통일정책>을 다음의 기획으로 연재하고자 한다.

 

1. 북한의 2015 신년사 통일정책 분석 
2. 북한의 조국통일 3대 원칙 분석 
3. 북한의 전민족대단결 10대 강령 분석 
4. 북한의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립방안 분석 

 

 

<1. 북한의 2015 신년사 통일정책 분석>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2015년 신년사에서 “조국해방 일흔돐이 되는 올해에 온 민족이 힘을 합쳐 자주통일의 대통로를 열어나가자!”라는 구호를 제시하였다. 7천만 민족이 모두 나서서 외세를 배격하고 남북해외가 주인이 되는 통일대로를 열자는 것으로 보인다.

 

 

 

통일은 미룰 수 없는 과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지금의 남북관계를 조속히 풀어야 할 중대한 과제로 상정하였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우리 민족이 외세에 의하여 분렬된 때로부터 70년세월이 흘렀습니다.”라며 분단의 원인을 외세로 규정하였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세기를 이어오는 민족분렬의 비극을 이제 더이상 참을수도 허용할수도 없습니다.”라며 통일을 강렬하게 지향하고 있음을 가감 없이 드러내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우리는 비록 정세가 복잡하고 장애와 난관이 가로놓여있어도 위대한 수령님과 장군님의 필생의 념원이며 민족최대의 숙원인 조국통일을 기어이 이룩하고 이 땅우에 존엄높고 부흥하는 통일강국을 일떠세워야 합니다.”라며 장애와 난관이 있더라도 통일을 추진할 것임을 피력하였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통일을 전략적으로 중시하고 있으며 북한의 미래를 뛰어넘어 우리민족 전체의 부흥의 열쇠도 통일에서 찾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한 입장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은 “조국해방 일흔돐이 되는 올해에 온 민족이 힘을 합쳐 자주통일의 대통로를 열어나가자!”라는 구호를 제시하였다고 볼 수 있다.

 

 

통일의 전제조건은 긴장완화

 

그러나 최근 남북관계는 오히려 악화되었다. 이에 대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신년사에서 “조선반도에서 전쟁위험을 제거하고 긴장을 완화하며 평화적환경을 마련하여야 합니다.”라며 통일의 전제조건으로 한반도 긴장완화를 짚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한미연합군의 전쟁연습을 “스스로 화를 불러오는 위험천만한 행위”고 규정하고 “우리는 나라의 자주권과 존엄을 침해하는 그 어떤 도발과 전쟁책동에도 단호히 대응할것이며 징벌을 가할것입니다.”라고 하여 부당한 행동에는 군사적 대응까지 열어두겠다고 공언하였다. 그러면서 김정은 제1위원장은 “남조선당국은 외세와 함께 벌리는 무모한 군사연습을 비롯한 모든 전쟁책동을 그만두어야 하며 조선반도의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적환경을 마련하는 길로 발길을 돌려야 합니다.”라며 전쟁분위기를 조성하지 말고 평화구축에 나설 것을 재차 촉구하였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미국에 대해서도 “우리 민족을 둘로 갈라놓고 장장 70년간 민족분렬의 고통을 들씌워온 기본장본인인 미국은 시대착오적인 대조선적대시정책과 무분별한 침략책동에 매달리지 말고 대담하게 정책전환을 하여야 할것입니다.”라며 대북정책 전환을 요구하였다.

 

 

남북관계 개선의 기준은 민족공동의 이익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북과 남은 자기의 사상과 제도를 절대시하면서 체제대결을 추구하지 말며 우리 민족끼리리념에 따라 민족의 대단합,대단결을 이룩하여 조국통일문제를 민족공동의 리익에 맞게 순조롭게 풀어나가야 합니다.”라며 민족공동의 이익을 관계개선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듯하다. 여기서 언급된 ‘민족공동의 이익’은 북측당국만의 이익도 아니고 남측기업만의 이익도 아닌, 7천만 민족 모두의 이익을 뜻한다고 보아야 해석에 무리가 없다.

 

이와 동시에 김정은 제1위원장은 “자기의 사상과 제도를 상대방에게 강요하려 하여서는 언제 가도 조국통일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수 없으며 대결과 전쟁밖에 가져올것이 없습니다.”라며 보수진영의 흡수통일 추구와 체제모독을 강하게 반대하였다. 한쪽의 체제를 다른 한 편에게 강요하는 행위는 북한의 ‘조국통일 3대 원칙’인 ‘자주’의 원칙에도 맞지 않고 ‘평화통일’의 원칙에도 맞지 않으며 ‘민족대단결’의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북과 남은 이미 합의한대로 조국통일문제를 사상과 제도를 초월하여 민족공동의 리익에 맞게 풀어나가야 합니다.”라며 흡수통일을 반대하였다. 아울러 상대방 체제를 모독하는 행위와 “여기저기 찾아다니며 동족을 모해하는 불순한 청탁놀음”을 반대하였다.

 

지금까지도 그러하였지만, 북한은 앞으로도 북한체제를 비난하는 대북전단살포와 이른바 ‘북한인권’ 시비, 그리고 유엔 등 국제사회에 대북제재를 요청하는 박근혜 정부의 해외청원외교를 강하게 반대할 것이라 볼 수 있다.

 

 

관계개선의 방법은 소통과 교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북남사이의 대화와 협상,교류와 접촉을 활발히 하여 끊어진 민족적뉴대와 혈맥을 잇고 북남관계에서의 대전환,대변혁을 가져와야 합니다.”라며 남북관계 개선의 방법으로 대화와 협상, 교류와 접촉을 짚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먼저 정부간 대화를 늘리기 위한 방편으로 “북과 남은 더이상 무의미한 언쟁과 별치않은 문제로 시간과 정력을 헛되이 하지 말아야 하며 북남관계의 력사를 새롭게 써나가야 합니다.”라며 박근혜 정부에 관계개선을 촉구하였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북과 남은 이미 통일의 길에서 7.4공동성명과 력사적인 6.15공동선언,10.4선언과 같은 통일헌장,통일대강을 마련하여 민족의 통일의지와 기개를 온 세상에 과시하였습니다.”라며 사실상 7.4남북공동성명과 6.15 공동선언, 그리고 10.4 선언에 입각해 남북관계를 개선할 것을 제의하였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정부간 회담의 경로로 “우리는 남조선당국이 진실로 대화를 통하여 북남관계를 개선하려는 립장이라면 중단된 고위급접촉도 재개할수 있고 부문별회담도 할수 있다고 봅니다.”라고 하여 한국정부의 입장변화를 첫 번째로 요구하였고 그 경우 고위급접촉과 부문별회담도 가능하다고 하였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그리고 분위기와 환경이 마련되는데 따라 최고위급회담도 못할 리유가 없습니다.”라고 하여 고위급 접촉과 부문별 회담이 잘 이루어진다는 전제조건 하에 남북정상회담까지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곧 박근혜 정부가 진실로 남북관계를 개선하려는 입장에 선다면 정상회담까지도 열어놓겠다는 적극적 입장으로 해석된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민간진영의 교류와 접촉을 늘리기 위한 방편으로 “전체 조선민족은 나라의 통일을 이룩하기 위한 거족적운동에 한사람같이 떨쳐나서 올해를 자주통일의 대통로를 열어놓는 일대 전환의 해로 빛내여야 합니다.”라며 모든 민족이 한사람같이 나설 것을 언급하였다.

 

 

8.25 합의에서 나타난 북한의 통일정책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2015년 신년사에서 밝힌 조국통일에 대한 입장은 최근 남북간 고위급접촉을 통해 합의를 이루었던 8.25 남북공동보도문과 최근 정세에도 이어진다고 볼 수 있다. 

 

 

지금 남북관계는 8월의 군사적 대결상태를 뚫고 고위급접촉으로 8.25 합의를 낳았으며 이산가족 상봉을 성사시켰다. 박근혜 정부의 대북대결 입장이 완고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한사회의 각계각층은 연이어 박근혜 정부에 다양한 민간교류를 신청하고 있다. 8.25합의의 약속이 조금씩 미뤄지고 있지만 합의가 지켜진다면 남북당국간 회담도 이어질 것이라 전망할 수 있다.

 

8.25 합의는 제1항에서 “남과 북은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당국회담을 서울 또는 평양에서 빠른 시일 내에 개최하며 앞으로 여러 분야의 대화와 협상을 진행해 나가기로 하였다.”라고 되어 있다.

이는 김정은 제1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밝혔던 “우리는 앞으로도 대화와 협상을 실질적으로 진척시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것입니다.”라는 부분과 닿는 맥락이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남북관계 개선이 어렵다고 해서 박근혜 정부가 퇴임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지만 않을 것이며, 박근혜 정부가 관계개선에 나설 때까지 가만히 앉아 있지도 않을 것임을 밝혔다.

 

이 대목에서 주목되는 표현이 “실질적으로 진척”이다. 단순히 남북이 그 동안 만나지 못했으니 별다른 성과가 없더라도 일단 만나서 ‘반갑습니다’를 한 번 부르고 헤어지는 것은 “실질적 진척”이 아니다. “실질적 진척”은 통일을 앞당기는 것이다. 신년사의 내용에 따른다면 이는 곧 전쟁위험이 해소되는 상황에서 민족공동 이익을 기준으로 한 소통과 교류의 전면화를 뜻한다고 분석된다.

 

8.25합의는 제2항에서 4항에 이르기까지, 휴전선의 군사적 긴장을 해소하기 위해 북측은 한국군의 부상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였고, 남측은 이에 대해 대북확성기 방송을 중지하였으며, 이에 따라 (북측 보도문에 따른다면) 북한은 대북확성기 중단과 동시에 준전시상태를 해제하였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이미 “우리는 나라의 자주권과 존엄을 침해하는 그 어떤 도발과 전쟁책동에도 단호히 대응할것이며 징벌을 가할것입니다.”라고 밝혔다. 북한은 8월 4일의 지뢰폭발사건과 8월 20일의 휴전선 포격사건을 전면 부인하였다. 최근 유엔사는 북한의 8월 20일 휴전선 포격설에 대해 증거를 찾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는 곧 북한이 8월의 군사적 충돌을 “자주권과 존엄을 침해하는 도발과 전쟁책동”으로 보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북한이 8월 21일에 남북 고위급 접촉을 제안하고 8.25 합의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부분은 신년사에서 “우리는 앞으로도 대화와 협상을 실질적으로 진척시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것입니다.”라는 입장이 이어진 것이라 볼 수 있다.

 

8.25 합의는 5항에서 이산가족 상봉을 “앞으로 계속하기로” 합의하였다. 아울러 제6항에서는 “남과 북은 다양한 분야에서 민간 교류를 활성화하기로 하였다.”고 합의하였다. 이산가족 상봉과 앞으로 진행될 8.25 합의 이행의 남북고위급회담에서도 남북관계 개선의 수많은 사업과 논의들, 현안들을 대하는 북한의 기본입장은 신년사에 따른다면 민족공동의 이익을 첫머리로 내세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김정은 제1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밝혔던 “북남사이의 대화와 협상,교류와 접촉을 활발히 하여 끊어진 민족적뉴대와 혈맥을 잇고 북남관계에서의 대전환,대변혁을 가져와야 합니다.”라는 입장의 연장으로 볼 수 있다. 아울러 김정은 제1위원장은 “전체 조선민족은 나라의 통일을 이룩하기 위한 거족적운동에 한사람같이 떨쳐나서 올해를 자주통일의 대통로를 열어놓는 일대 전환의 해로 빛내여야 합니다.”라며 민간진영의 활발한 교류와 접촉을 언급하였다.

 

그동안 남북해외의 7천만 겨레는 민간차원의 교류를 열렬히 희망해왔다. 이산가족은 상봉을 고대하고, 남북경제협력 기업들은 개성공단을 비롯한 각종 경제협력 사업에 적극 나서고자 하였으며, 남북교류협력단체들은 교류협력을 갈망했다. 남북관계 개선을 앉아서 기다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만들어나간다는 것은 우리 겨레의 기본입장이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통일구상이 이번 8.25 합의와 다르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정부의 임기 내에 남북관계 개선은 힘들다’라는 자조적인 시각도 있다. 그러나 북한의 신년사를 통해 볼 때, 김정은 제1위원장은 남북관계 개선에 매우 적극적이고 이러한 입장이 8.25 합의에도 반영되어 있는 바, 지금까지의 남북관계는 비록 힘들었지만 남북관계 발전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며 이에 대한 기대를 벌써 접는 것도 아직은 섣부르다고 볼 수 있다. 남측에서 화해협력을 말하면 북측도 적극 호응할 태세라고 볼 수 있다. 

 

70년 분단역사는 곧 70년의 통일운동 역사와 닿아 있다. 통일은 외세를 반대해 우리민족의 권리를 되찾는 과정이다. 그러하기에 통일은 하루 이틀 해봤는데 잘 안되었다고 해서 손을 놓을 성질의 것이 아니다. 통일운동은 외세에 맞서 우리민족의 힘을 기르고 민족의 권리를 되찾겠다는 의지를 함께하는 운동이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이것을 단순한 정서의 교감으로만 가질 것이 아니라 “거족적운동”으로 보는 듯하다. 지금 남북이 8.25 합의를 힘들게 얻었는데, 온 민족이 떨쳐나서 다양한 민간교류를 신청하고 교류실현을 위해 적극적으로 싸우면, 그만큼 통일의 “대통로”는 더 빨리, 더 활짝 열린다는 것이 북한의 인식으로 보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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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신의주특구 산업구역 남측에도 개방


북중, 신의주특구 개발 합의..개발총계획도 입수
김치관 기자  |  ckkim@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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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10.27  15:2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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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중국이 최근 ‘신의주 국제경제지대’(특구) 개발에 합의하면서 산업구역 한 곳을 남측에 떼어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그러나 한국 정부와 기업은 5.24조치로 인해 대북 투자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중앙일보>는 26일 “북한의 대외경제성과 중국 랴오닝(遼寧)성 정부가 최근 신의주 특별행정구(특구)의 본격적인 개발에 합의했다고 정부 고위 당국자가 25일 밝혔다”면서 “북한은 향후 5년 내 특구의 기본 인프라 건설을 마치고 10년 내에 특구를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기초건설에 1000억 달러(약 112조원), 총 투자 규모는 4000억 달러(약 451조원)에 이를 것으로 정부는 추정하고 있다”고 단독보도했다.

북 “한국 참여 결정하면 산업구역 할당해 줄 수 있다”

   
▲ 지난 22일 북중 간에 신의주국제경제지대 돈존개발 계약이 체결됐다. <통일뉴스>가 입수한 ‘신의주국제경제지대 개발총계획도’. [자료사진 - 통일뉴스]

정통한 한 대북 소식통은 27일 “류윈산 중국 공산당 상무위원 방북 후 지난 22일 북한 대외경제성과 중국 랴오닝성 정부가 신의주특구의 공동개발에 서명했다”며 “한국이 참여를 결정하면 산업구역을 할당해 줄 수 있다는 입장을 북측이 밝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통일뉴스>가 입수한 ‘신의주국제경제지대 개발총계획도’ 상에는 기존 산업구역 한 곳과 신규 산업구역 두 곳, 그리고 산업예비지 두 곳이 표기돼 있다. 북측은 신규 산업구역 중에서 한 곳을 남측이 원한다면 제공할 용의가 있다는 것.

신의주특구는 2002년 행정특구로 개발돼 화교 출신 네덜란드 사업가 양빈(楊斌)이 행정장관을 맡게 됐지만 중국 정부가 양빈을 탈세혐의로 체포해 무산됐고, 2012년 장성택이 북중 간 핵심사업으로 재추진하려 했지만 처형당하면서 역시 무산됐다. 당시에도 북측은 중국은 물론 한국의 참여를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통일부를 비롯한 정부 당국자들은 “아는 바 없고, 확인된 바 없다”고 부인했다. 남북간 경제협력을 전면 금지하고 있는 5.24조치가 엄존하고 있는 조건에서는 북측이 손짓을 해도 남측 정부나 기업이 선뜻 나설 형편도 못 된다.

북중간 전격 계약이 체결된 배경에 대해 이 소식통은 “납치문제를 앞세우고 있는 아베 일본 총리가 북한과의 협상을 진전시켜 방북하고, 원산을 거점으로 대북투자에 나설 구상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일본의 대북 진출에는 당연히 미국의 암묵적 동의 내지는 지원이 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전했다.

나아가 “북한은 이번에 방북한 류윈산 중국공산당 상무위원에게 일본을 압박카드로 꺼내들어 본격적인 대북투자를 요구했고, 중국 측이 이에 호응한 것으로 안다”며 “북한이 당창건 70주년 기념행사 때 인공위성 발사를 자제하고 류윈산 상무위원이 열병식 주석단에 등장한 것을 주목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류윈산 상무위원의 방북 이후 북중관계가 진전되기 위해서는 고위급 인사들의 교류와 대규모 경제협력 프로젝트가 뒤따라야 하고, 결국 북중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카지노.골프장 대신 대규모 ‘신의주 운하’ 등장

   
▲ <통일뉴스>가 입수한 ‘신의주국제경제지대 개발총계획도’ 중 일부. 신의주 운하와 남신의주 운하물길이 교차하고 있다. 공원과 산업구역, 산업예비지도 보인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이번에 입수된 신의주특구 개발총계획도에 따르면 임도관광개발구와 유초도 사이에 압록강 물을 끌어들여 ‘신의주 운하’가 건설돼 신의주 북서지역과 남동지역을 갈라 놓는다. 이에 따라 운하를 건너는 10개의 다리가 건설된다. 신압록강대교 위쪽 류초도와 신의주를 잇는 ‘류초1다리’와 ‘류초2다리’도 새로 건설된다.

또한 평원선 철길을 따라 신의주 운하와 십자형으로 교차하는 ‘남신의주 운하 물길’이 배치돼 있다. 신의주를 사실상 운하의 도시로 건설하겠다는 것으로, 이는 이전의 신의주특구 개발계획과 확연히 달라진 대목이다.

또한 기존의 카지노와 골프장 등 관광위락시설이 사라지고 공원과 녹화구역이 자리잡고 발전소 1곳과 변전소 10여곳, 이동통신기지국 6개 등이 들어선다.

카지노와 골프장 등 관광위락시설이 대폭 삭제된 것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청당정풍(淸黨整風)에 나서고 있는 사정과도 연관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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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년만의 가뭄, 황당무계한 '4대강 활용론'

 
[김종술, 금강에 산다] 4대강 '보'는 구세주가 아니다

김종술 기자 쪽지보내기 | 15.10.27 21:13

▲ 충남 서부지역의 가뭄으로 보령호의 식수가 부족해서 금강에서 관을 묻어 가져가겠다고 한다. 지난 23일 찾아간 부여대교 아래에는 찬바람이 부는 가을인데도 녹조가 심각했다. ⓒ 김종술


백제보 하류. 녹조 낀 강변에 6개의 릴낚싯대가 가지런히 세워져 있다. 그중 하나의 대 끝이 휘청거리며 딸랑딸랑 방울이 울렸다. 낚시꾼은 재빠르게 대를 젖혀 릴을 감았다. 초릿대가 활처럼 휘면서 힘겨루기를 하던 물고기가 강변 20m 부근에서 공중부양을 하듯 뛰어오르더니 맥없이 빈 바늘만 올라왔다. 

이곳 백제보는 4대강에서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고, 큰빗이끼벌레가 창궐해도 이명박 정권의 토목사업에 대해 토를 달지 않았던 '조중동'이 최근 들어 침이 마르게 칭찬한 곳이다. 충남 서부 지역의 긴급 가뭄에 따른 용수를 식수로 끌어가겠다는 42년 만의 가뭄 종결지다. 낚시꾼의 이야기부터 마저 전하고 '4대강 활용론'의 황당무계함을 이야기하겠다.

녹조의 강에서 낚시하는 법

 

▲ 4대강 준공과 동시에 백제보 인근에서 시작된 물고기 떼죽음은 10일간 60만 마리 이상의 어류들이 죽어갔다. 사진은 2012년 10월 22일 부여대교 아래. ⓒ 김종술


허탈해진 낚시꾼은 담배 한 개비를 물고 주먹만한 떡밥을 달아서 힘껏 날렸다. 그동안 수없이 보았던 낚시꾼들의 떡밥보다 2~3배는 커 보였다.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녹조가 바닥에 가라앉았는지 청태가 낀 바늘이 올라와요. 떡밥을 크게 달아야 떨어진 주변에 골고루 퍼지죠. 그래야 물고기가 잡힐 확률이 높아요."
"아하! 그럼 떡밥이 크면 던지면서 떨어지지 않나요?"
"떡밥을 집에서 개와요. 전날 밤에 떡밥을 이겨서 냉동 시켜 아이스박스에 가져오면 하루 정도는 사용할 수 있어요."


강바닥의 청태를 고려해서 떡밥을 크게 달아 던진다는 것이 '녹조강' 낚시꾼의 비법이었다. 11월을 코앞에 둔 차가운 날씨가 이어지지만 녹조는 계속 피어나고 있다. 충남 부여군 백제교 인근에서는 4대강 사업으로 보 공사가 끝난 지난 2012년 10월 금강 물고기 떼죽음이 10여 일간 지속됐다. 당시 60만 마리 이상이 폐사했다. 

[거짓과 진실 1] 4대강 사업이 아닌 하굿둑의 물

 

▲ 보령호 ⓒ 김종술


최근 이곳이 보령댐 단수 조치로 불편을 겪는 도민들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충남 서부지역 식수 공급원인 보령댐 저수율이 20%에 불과해서 보령시, 서산시, 태안군이 단수를 시행하고 있다. 정부는 하루 11만5천 톤씩 금강 백제보 물을 보령댐 상류로 끌어들이기 위해 625억 원의 예산을 긴급 투입한다고 밝혔다. 

몇몇 언론은 22조 원이라는 막대한 세금을 들였지만 무용지물이었던 '4대강의 보가 구세주처럼 등장했다'고 떠들고 있다. 하지만 이것부터가 거짓이다. 보령댐으로 물을 공급하겠다는 곳은 백제보 하류 6.6km 지점으로 과거에 만든 하굿둑이 담수하는 물이다. 그런데도 언론은 앞다투어 4대강 사업으로 가뭄에 수혜를 입은 것처럼 현혹하고 있다. 

이곳은 비교적 맑은 물이 공급되는 청양의 지천과 부여군 은산천 인근이다. 그렇지만 4대강 사업 이후 금강 상류의 세종보, 공주보, 백제보의 나빠진 용수 영향을 받아서인지 맨눈으로 보기에도 수질의 상태는 좋아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4대강 사업만 끝나면 물 걱정, 홍수 걱정이 없다고 했다. 그런 정부가 가뭄의 해결책으로 4대강 보가 아닌, 한참 떨어진 하류에서 취수해 가면서도 4대강 보를 들먹이고 있다. 거짓말이 또 다른 거짓말을 낳은 셈이다.

게다가 정부는 재난 상황에 따른 긴급용수 공급이라는 목적으로 예비타당성 조사와 환경영향 평가 등의 절차는 무시했다. 국토부가 승인하고 수자원공사가 시공사를 선정해 2월 말까지는 공사를 끝내겠다고 한다. 4대강 사업의 공사 속도보다 더 빠르게 진행하겠다는 뜻이다.

[거짓과 진실 2] 4급수 썩은 물을 보령댐에 공급하겠다? 

 

▲ 지난 8월 충남 부여군 부여대교 인근의 녹조 상태. ⓒ 김종술


하지만 이런 땜질식 처방은 4대강 사업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금강은 4대강 사업 이후 급격하게 수질 변화를 겪는 곳이다. 최근까지 대청댐에서 식수로 사용하는 용수 중 일부를 하천유지용수로 내려보내면서 현재 대청댐 식수까지 부족해졌다. 그런데도 이 지경이다.
 

▲ 2014년 을 통해 보도된 내용 중, 환경과학원이 조사한 보 건설 전후 수질 상태. ⓒ 김종술

 

▲ 2014년 을 통해 보도된 내용 중 한 장면. 질산성 질소 오염 수준에 관해 '상수원수로 이용불가'라는 수자원공사의 보고서 자료. ⓒ 김종술

 

▲ 2014년 SBS 방송을 통해 보도된 내용 중, 암모니아가 기준 이상으로 높다고 충남연구원에 조사한 자료이다. ⓒ 김종술


2013년 충남도는 백제보 인근에서 물을 충남 서부로 공급하려는 계획을 세운 적이 있다. 그러나 수질 악화 문제로 무산됐다. 지난 2014년 <SBS스페셜> 영상을 보면 수자원공사와 충남연구원 등은 '질산성 질소와 암모니아가 기준 이상으로 높아서 식수로 사용할 수 없다'는 보고서를 썼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금강의 수질 상태가 심각해지고 있다. 식수 공급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던 수자원공사와 충남연구원은 입을 다물고 있다. 수자원공사는 서둘러 공사를 끝내겠다고 한다. 불과 2년 전에 쓴 보고서는 휴짓조각이 됐다.  

이런 사실도 있다. 전북 익산시는 금강에서 공용용수와 농업용수를 가져간다. 지난달 16일부터 25일까지 휴일을 제외한 8일간 금강 물 10톤을 섞어 정수 처리해 식수로 공급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익산시는 시민들의 질타를 받고 있다. 최근 익산시의회는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보령댐에 보내겠다는 물과 익산시가 받아쓰는 물은 '도찐개찐' 크게 다르지 않다.

[거짓과 진실 3] 금강물은 식수로 적합한가

 

▲ 부여대교에서 보령호로 끌어다 식수로 사용하겠다는 물. 부여대교 상류 2km 지점 우안에서 환경부가 정한 수질등급별 수생생물 중 '4급수'로 표기된 '붉은깔따구'와 '실지렁이'가 발견되었다. ⓒ 김종술


'고인 물은 썩는다'는 말은 진리였다. 2~3급수에 산다는 태형동물인 이끼벌레까지도 금강 본류에서 자취를 감췄다. 간혹 발견되는 장소는 비교적 맑은 물이 유입되는 지류와 만나는 곳이다. 국내 유일 태형동물 전공자인 우석대 서지은 교수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했던 마지막 말이 떠오른다. 

"이끼벌레가 집단으로 서식하다 한꺼번에 사라지면 수질이 급격하게 나빠진 것으로 판단해도 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환경부의 수질등급별 수생생물 '수질등급 판정 기준표'에는 1급수부터 4급수까지 표기되어 있다. 

 

▲ 환경부가 정한 수질등급 판정기준표. '빨간색' 4급수는 공업용수 2급이다. 농업용수 사용이 가능하며 '수돗물로 사용할 수 없고 오랫동안 접촉하면 피부병을 일으킬 수 있는 물'로 표기되어 있다. ⓒ 김종술


1급수는 오염되지 않아서 간단한 정수과정을 통해 음료수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물로 가재·무늬강도래·물날도래·줄새우·플라다니아 등이 산다. 2급수는 수돗물로 사용하거나 수영할 수 있는 물로 꼬마줄물방개·다슬기·물장군·소금쟁이·장구벌레 등이 서식한다. 3급수는 수돗물로 적합하지 않으며 공업용수로 사용하는 물이고 거머리·달팽이·말조개·우렁이 잠자리 유충이 산다. 4급수는 수돗물로 사용할 수 없으며 오랫동안 접촉하면 피부병을 일으킬 수 있는 물이고 깔따구·실지렁이·나방애벌레·거머리 등이 서식한다. 

그럼 금강은 어떤 상태인가? 지난 6월 <오마이뉴스>는 20여 명의 대규모 인원이 투입된 가운데 금강 탐사를 했다. 배를 타고 강의 중간에서 퍼 올린 퇴적토는 생물이 살 수 없는 시꺼먼 펄이었다. 그 속에서 깔따구와 실지렁이를 확인했다. 4급수에서 사는 생물은 백제보, 공주보, 세종보 등 전 구간에서 발견됐다.

지난 8월 조류전문가인 다카하시 토루(高橋 撤) 구마모토 환경보건대학 교수, 박호동 신슈대학 교수는 금강 녹조 물에서 현미경을 통해 독성물질인 남조류 마이크로시스틴이 찾아내기도 했다. 당시 다카하시 교수는 "오늘 한 번 조사로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밀 조사에 따른 데이터가 필요하다, 일본의 이사하라 간척지는 8년간 같은 장소를 조사를 하면서 농작물에서 독성물질을 검출했다"는 충격적인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정부 기관인 환경부에서 정한 4급수 지표종인 깔따구와 실지렁이가 확인된 금강은 독성 물질까지 함유했다는 녹조투성이 물이다. 정부는 가뭄을 틈타 전 국민을 상대로 마루타 시험을 하겠다고 나선 걸까.  

[거짓과 진실 4] 물이 부족한 진짜 이유

 

▲ 환경부 2013년 상수도 통계로 충남 서부지역 유수율 현황 ⓒ 김종술


물이 부족한 원인은 가뭄인가, 누수인가? 사실 지금의 단수 조치는 가뭄이라는 '천재'가 아니라 '인재'에 가깝다. 환경부의 상수도 통계에 따르면 전국 평균의 유수율(공급량 중 요금을 징수한 수량의 비율)은 84.2%에 불과하다. 노후 관로로 인해 충남의 유수율은 더 심각한 수준이다. 유수율이 77.9%로 제한급수가 이루어지는 보령시는 56.5%, 서산시 81.5%, 태안군 64.7%, 홍성군 63.2%, 부여군 50.7% 등이다. 공급 과정에서 손실되는 양을 보면, 노후관로만 정비해도 현재의 단수 문제를 해결하고도 남는다고 할 수 있다. 

이런데도 정부는 줄줄 새어나가는 수도관망의 개선은 거론하지 않고 있다. 새로운 도수관로 건설과 댐 건설부터 주장한다. 정부는 지방상수도 관리를 지방사무로 분류해 상수 관망 개보수는 지자체로 떠넘기고 있다. 지자체장은 재정 부족을 핑계로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국토교통부는 댐 건설, 도수관로 건설 등을 위해 조직과 예산을 늘리려 하고 환경부는 급수율을 높인다며 수도관 신설 예산 타령으로 가뭄 장사에 혈안이다. 

환경부 자료에 의하면 2002년 369곳에 이르던 상수원은 2013년 309곳으로 20%가 줄었다. 충남의 취수원도 1999년 48개(대청댐, 보령댐 제외)에 달했는데 2013년엔 12개로 줄었다. 75%가 폐쇄된 것이다. 광역 상수도의 물을 팔아먹으려는 수자원공사와 상수원 보호구역을 해제해 주민에게 선심을 쓰고 싶었던 정부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수자원공사가 용수를 폐쇄하는데 앞장서고 생활용수 공급과 관리 책임이 있는 환경부가 눈감아 주면서 짜고 치는 고스톱에 국민들만 놀아난 꼴이다. 

하루살이 같은 땜질식 처방보다는 중·장기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4대강 사업으로 썩은 물을 살리는 것도 병행해야 한다. 그러려면 수문을 열어야 한다. 산소 제로 지대로 변한 강바닥의 썩은 퇴적토를 쓸어내리기 위해서라도 수문을 개방해 강의 숨통부터 터줘야 한다. 우리에겐 '많은 물'이 아니라 '먹을 물'이 필요하다. 

산과 들, 강변에 낙엽이 지고 있다. 오늘도 혼자 금강을 걸으며 아름다움에 젖고 싶다. 하지만 찬바람이 불어도 녹조가 사라지지 않는 강, 실지렁이와 깔따구가 점령한 강바닥의 펄. 그리고 허무맹랑한 4대강 사업의 그늘을 덮으려고 썩은 물을 식수라고 우기는 언론들을 생각하면 씁쓸하다.


○ 편집ㅣ김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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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선 지구 생존은 '기후변화 산수'에 달렸다

 
조홍섭 2015. 10. 26
조회수 2538 추천수 0
 

<마션>의 마크 와트니처럼 지구 위기의 진단과 해결책은 산수로 계산 가능

파리 기후변화 당사국총회 앞두고 개도국까지 저탄소 경제 대열에 나서는데

05414017_R_0.jpg» 영화 <마션>은 지구가 인류에게 공짜로 제공해 주는 물, 공기, 식량 등 생태계 서비스가 전혀 없는 곳에서 생존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실감나게 보여준다. 홀로 남겨진 화성인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은 끊임없이 생존을 위해 무엇이 얼마나 필요하고 어떻게 조달할지를 계산해야 했다. 사진=20세기폭스코리아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 <마션>에서 화성에 홀로 남겨진 우주비행사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의 생존 비결은 불굴의 의지, 뜨거운 동료애, 그리고 첨단과학에 앞서 산수의 힘이다. 앤디 위어의 원작 소설을 보면, 기지에 돌아온 와트니는 상처를 처치한 뒤 바로 계산에 들어간다.
 

1425일 뒤에 다음 화성 착륙선이 오는데 식량, 물, 공기가 그때까지 버틸지 따져본다. 기지에는 6명의 식량이 50일분 비축돼 있는데 혼자이니 300일, 식사량을 4분의 1 줄이면 400일을 버틴다는 식이다.

 

부족한 식량을 감자로 메우려면 기지 안에 얼마나 넓은 감자밭을 조성할지 또 계산한다. “내 목숨은 산수에 달렸다. 더하기 빼기를 착각하거나 덧셈을 틀리기만 해도 끝이다”라고 하면서.

 

Bill Anders-NASA-Apollo8-Dec24-Earthrise.jpg» 미국 달탐사선 아폴로 8호가 달 표면에서 촬영한 지구의 모습. 우주 공간에 떠있는 우주선처럼 보인다. 사진=Bill Anders,NASA
 

세계적 경제 호황기였던 1960년대부터 한정된 지구가 무한정 성장할 수 있는지 걱정하던 이들은 ‘우주선 지구’라는 표현을 썼다. 지구는 우주에 떠 있는 한 척의 우주선이고 우리는 모두 그것을 조종하는 우주인이란 관점이다.

 

지구 차원의 환경재앙인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있는 요즘 이 비유가 새삼 다가온다. 화성에서 생존전략을 짜는 마크 와트니와 우리는 크게 다를 바 없다.
 

유엔과 기후변화 전문가들은 재앙이 언제 어떤 형태로 올 것이며, 이를 막기 위해 언제까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상세한 수치로 내놓고 있다. ‘기후변화 산수’는 요컨대 이렇다.

 

금세기 말까지 지구의 평균기온을 산업화 이전보다 2도 상승 이하로 억제해야 한다. 이대로라면 4도 오르는데, 그것이 초래할 위험은 매일 전 세계에서 비행기 1만대가 추락하는 정도이다.

 

2도 상승을 달성하려면 대기 속에 배출된 이산화탄소 양을 3000기가 톤(1기가 톤은 10억 톤)으로 억제해야 하는데, 이미 2000기가 톤을 배출했으니 남은 것은 1000기가 톤이다. 이를 위해선 알려진 화석연료 자원의 4분의 3은 땅속에 그대로 둬야 하고 2050년까지는 세계가 탄소 제로 경제로 전환해야 한다.

 

White House Photo by Pete Souza_Obama_COP15_Jiabao.jpg» 2009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제15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양자협의를 하고 있다. 이 총회는 새로운 기후체제에 합의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실패로 끝났다. 양대국이 전형적으로 바뀐 올해 파리 총회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사진=Pete Souza, 미국 백악관
 

2020년 이후 적용될 새로운 기후체제를 수립하기 위해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는 이 1000기가톤의 배출량을 각국에 어떻게 공평하게 나눌까를 논의하는 자리다. 이미 우리나라를 포함한 149개국이 협상테이블 위에 2020년 이후 어떻게 감축할 것인지를 담은 ‘기여방안’(INDC)를 제출해 놓고 있다.

온실가스 최대 배출국인 중국과 미국이 이제까지와 달리 적극적인 감축의사를 밝히는 등 실패로 끝난 2009년 코펜하겐 총회 때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각국의 기여방안을 봐도 새로운 기후체제 수립을 계기로 저탄소 경제로 체질을 개선하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1위 배출국인 중국은 2030년부터 배출량이 감소세로 접어들도록 에너지 소비의 20%를 비화석에너지로 충당하고 탄소집약도(국내총생산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를 65% 줄이기로 했다. 저탄소 경제로 방향을 돌리겠다는 것이다.

 

2030년까지 확보할 재생에너지 발전용량만 봐도 풍력 2억킬로와트, 태양광 1억킬로와트에 이른다. 우리나라의 현재 발전용량이 각각 55만킬로와트, 155만킬로와트인 것과 비교해도 얼마나 야심적인지 알 수 있다.

 

05314257_R_0.jpg» 중국은 2030년까지 1억킬로와트 용량의 태양광 발전소를 지을 예정이다. 사진은 저장성 통샹 지역의 태양광 발전소. 사진=로이터 연합


배출량 2위인 미국은 2025년까지 26~28% 감축 계획을, 28개국이 합쳐 세계 3번째 배출국인 유럽연합은 2030년까지 40% 감축을 약속했다. 전기 없는 인구가 3억에 이르는 인도는 환경이 아직 경제 다음이지만 2030년까지 전기의 40%를 재생에너지로 만들고 탄소집약도를 35% 낮추겠다고 밝혔다.
 

브라질은 개도국 가운데는 유일하게 배출전망치(BAU) 대비 감축이 아닌 2025년까지 2005년 대비 37%를 줄이는 절대 감축안을 내놓았다.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배출전망치 대비 37%를 줄이는 방안을 제출했다. 절대량을 줄이는 게 아니라 증가추세를 누그러뜨리겠다는 것이다. 브라질이나 한국이나 선진국과 개도국의 ‘가교’ 노릇을 자임하지만 자세는 사뭇 다르다.
 

세계 5위 배출국인 일본은 선진국 가운데 가장 소극적이다. 2030년까지 2013년 대비 26%를 줄이겠다는 건데, 2013년은 역사상 2번째로 높은 배출량을 기록한 해였다.

 

일본 그린피스는 이 감축안에 대해 “세계가 재생에너지 미래를 향해 빠르게 나아가는데 아베 정권은 멈춰 서 있다. 에너지 정책의 실패로 온실가스 대량 방출, 에너지 불안, 20세기형 화석연료 의존에 고착될 것이다”고 비판했다. 아베를 박근혜로 바꾸면 우리나라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얘기다.

 

각국의 감축계획을 보면, 대다수 선진국과 개도국이 다음 10년 동안 돈과 일자리가 저탄소 경제에서 나올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기후변화 원인 제공과는 거리가 먼 에디오피아도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 없이 경제규모를 2배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내놓았을 정도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원자력과 석탄을 중심으로 한 화석연료 경제를 고집하면서 그런 대세를 거스르는 독특한 나라이다.

문제는 감축계획을 모두 합쳐도 2도 목표 달성을 위한 감축량의 절반에 지나지 않으며 3도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란 점이다. 약속을 다 지켜도 환경재앙이 불가피하다.

 

martian-gallery9-gallery-image.jpg» 영화 <마션>에서 마크 와트니가 이륙 우주선까지 이동한 로버. 한정된 발전용량에 생존 필수품을 적재하기 위해 대대적인 감량이 필요했다. 사진=20세기폭스 코리아
 

화성인 마크 와트니는 구조대와 만나기 위해 로버를 타고 이륙용 우주선까지 3200㎞를 이동한다. 그는 모든 준비물을 점검한 뒤 부족한 동력을 얻기 위해 로버에서 불필요한 의자를 뜯어내고 에너지 낭비 장치를 고친다. 심지어 이륙용 우주선에선 무게를 줄이기 위해 우주선 앞부분을 아예 떼어내고 천막으로 대체하기도 한다.

 

살아나려면 몸집을 가볍게 해야 한다. 위기에 처한 우주인이 기억할 교훈인데, 지구의 우주인들이 이를 실천할 수 있을까.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겸 논설위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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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에서 미군패배와 한반도 운명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5/10/27 12:50
  • 수정일
    2015/10/27 12:50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시리아에서 미군패배와 한반도 운명
 
 
 
이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5/10/27 [11:55]  최종편집: ⓒ 자주시보
 
 

 

▲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승리를 확신한 듯 21일 전격적으로 러시아를 방문하여 푸틴과 뜨거운 악수를 나누었다. 알 아사드는 벌서 시리아 내전 마무리 단계인 선거에 대해서도 언급하기 시작했다.     © 자주시보

 

정치포털 서프라이즈 국제방에 ‘오마니나’라는 번역가가 국제정세분석가 ‘田中 宇(다나카 사카이)’라는 일본 언론인의 글을 계속 번역해서 올리는데 수년전에 예측했던 색다르고 냉철한 판단이 지금에 와서 사실로 하나 둘 증명되고 있다.

 

“미국을 배신하고 중국과 연합한 영국”-2013年10月22日, 田中 宇(다나카 사카이), 번 역: 오마니나

“적과 아군이 뒤바뀌고 있는 중동” - 2013年12月16日, 田中 宇(다나카 사카이), 번 역 오마니나

 

2년여 전에 쓴 이런 제목의 기사만 봐도 그것을 잘 알 수 있다. 이미 영국은 유럽에서 선참으로 중국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에 가입함으로써 미국 달러 패권에 심대한 타격을 가했다. 그리고 미국이 키우고 육성해온 IS를 미국과 그 연합세력이 인류 공동의 적으로 선포하고 공격하는 것도 모자라 러시아와 이란까지 나서서 공격하고 있는 현 상황을 그저 바라보고만 있다. 중동에서 적과 아군이 완전히 뒤바뀌고 있는 것이다.

 

물론 미국은 온건파 반군에 대한 지원은 계속 하고 있고 그 온건파 반군에게 넘긴 수백대의 도요타 트럭과 무기 등이 그대로 IS로 넘어가고 있는 등 실질적으로는 IS를 여전히 지원하고 있는 모습도 보여주고 있지만 내놓고는 이라크와 시리아의 IS에 대한 공중폭격을 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이렇듯 예리하고 정확한 중동정세 전망을 밝혀온 다나카 사카이가 이번엔 푸틴의 러시아군이 시리아 내전에서 IS와 반군을 격퇴하고 승리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어 주목된다.
  
그는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모스크바로 날아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환한 미소로 악수를 나누며 거니는 사진을 공개했는데 이는 승리를 확신하지 못하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후 드미트리 사블린 러시아 상원 의원이 리아노보스티에 전한 소식에 따르면 바샤르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국민들의 지지에 확신이 있기 때문에 필요할 경우 조기선거를 추진할 방침이고 한다. 아사드 대통령은 군사적 승리만이 아니라 정치적 승리에 대한 확신도 가지고 있는 것이다.

 

▲ 1500km 떨어진 카스피해에서 이란과 이라크 영공을 지나 시리아 반군 거점을 정밀하격한 러시아군 순항미사일 발사 장면, 첨단 무기가 미군만의 전유물이 아님을 보여주었다.     © 자주시보



승리의 요인

 

22일 다나카 사카이는 “승리가 보이는 러시아의 시리아 진출과 한국”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미국 내부의 분열 때문에 이런 전에 없는 이상한 중동정세가 형성되고 있다고 분석하였다.

 

[시리아 러시아 이란이 ISIS와 누스라를 정리하면, 중동의 정치 정세는 크게 달라지고, 중동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이 크게 저하된다. 원래 러시아를 시리아로 불러들인 것은 켈리 국무장관을 몇 번이나 러시아에 파견해 푸틴을 설득시킨 오바마 대통령이다. 미국 핵심부에서 국방성(군산 복합체)는 비밀리에 ISIS를 지원해 왔지만, 오바마가 그에 맞서 은밀하게 푸틴과 이란을 선동(분노하게 만들어 부추키는 것을 포함)해왔다. 미국은 전체적으로 러시아가 중동 정치에서의 주도력을 쥐는 것을 용인하는 경향을 더해 가고 있다. 이러한 전환은 국제 정치의 전체에 장기적으로 커다란 영향을 미쳐, 미국 패권의 몰락과 다극화를 가속시킨다.]-22일 “승리가 보이는 러시아의 시리아 진출과 한국” 중에서, 다나카 사카이, 번역 오마니나

 

다나카 사카이는 자세한 근거까지 들어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무기판매로 막대한 이득을 얻는 미 군산복합체는 중동에서 계속 전쟁을 하고 싶어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중동 전선에서 하루 빨리 빠져나오고 싶어서 러시아를 끌어들였다고 지적하고 있다. 즉, 미국의 내분이 중동에서의 미군의 패권 추락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바마와 같은 민주당 정권이라고 해도 미 군산복합체 지배세력들의 자금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음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한국전, 베트남전 등 세계적인 전쟁을 시작하고 확대한 세력도 미국 민주당이었다. 오히려 공화당 정권이 전쟁을 마무리짓는 경우도 많았다. 따라서 오바마의 행동이 겉으로는 미 군산복합체 지배세력과 차이가 있을 수는 있어도 내용적으로는 협의 속에서 나온 것일 가능성이 높다.

결국 미국 내분의 문제라기보다는 미 정부의 재정이 더는 세계 1극 군사패권을 유지할 수 없는 한계에 이르렀기 때문에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사실 미국이 비우량주택담보대출 파문으로 심각한 경제위기에 빠지자 막대한 달러를 찍어 내어 겨우겨우 버텨가는 중인데다가 중동에서 사용한 전비 때문에 천문학적인 재정적자에 시달리다 못해 미군 규모를 축소하고 첨단무기 개발을 포기하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에서도 너무 많은 달러발행으로 이제 금리를 인상하지 않으면 달러패권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달러금리 인상을 못 박아 강조해왔지만 미국 경제가 나아지지 않고 있어 아직까지 올리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내년 초에는 꼭 올리겠다는 입장이다.


결국 미국의 국력이 바닥을 드러내면서 중동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 IS거점에 수호이 24 전폭기가 포탄을 무더기로 쏟아붓고 있다.     © 자주시보
▲ 수호이24전폭기의 맹폭     © 자주시보



향후 전망

 

이번 시리아 내전의 개입으로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인기가 거의 90%까지 육박해 올라오고 있다고 한다. 미국의 대 러시아 봉쇄가 무색하다. 혹자는 러시아가 많은 전비를 사용하여 미국처럼 경제위기에 빠질 것을 우려하지만 오히려 사용한 전비보다 이번 공습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러시아의 순항미사일, 수호이 전투기 등의 판매가 대폭 늘어나 그것을 만회하고도 남을 가능성이 높다.


다나카 사카이는 시리아에서 IS가 밀려나면 결국 이라크 집중될 것인데 그에 대비해서 이라크 정부가 미군이 아닌 러시아군에게 IS격퇴를 요청하고 있다며 러시아군의 국제적 영향력이 갈수록 높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제는 중국이 급성장하고 있고 군사력에 있어서는 러시아가 미국을 압도하고 있다. 그렇다고 유럽이 과거처럼 혈맹국으로 미국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것도 아니다. 유럽도 경제위기 때문에 돈많은 중국이나 자원많은 러시아로 자꾸 기울어가고 있다.

 

이렇게 위기에 몰린 미국이 놓칠 수 없는 마지막 보루 태평양을 지키기 위해 군사력과 경제력을 총집중시키고 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도 그 일환이며 미 태평양함대를 대대적으로 강화하는 것도 바로 그 이유 때문으로 보인다. 
미군 태평양 무력 확대만으로도 양이 차지 않아 일본을 재무장시키고 한미일과 호주, 필리핀 등의 군사적 협조체제까지 강화해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반도 주변에 유례없는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북의 대응이 심상치 않다. 이번 당창건 70돌 기념열병식에서 공개한 무시무시한 화성 14호 대륙간탄도미사일은 미국은 물론 중국, 러시아에서도 공개한 적이 없는 최첨단 미사일이었다.

 

www.jajusibo.com/sub_read.html?uid=23969

 

이제 세계의 이목은 한반도로 집중되고 있다. 한반도에서 북미대결전은 세계사적 흐름을 완전히 뒤바꿀 수 있는 세기의 대결전이다. 여기서 누가 대결전에 종지부를 찍고 승리하느냐에 따라 세계의 선도국이 갈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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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화와 ‘金田龍周(가네다 류슈)’ 그리고 역사

 
전쟁의 기술, 야당은 지금이 동숭동에서 나올 시기다
 
임두만 | 2015-10-27 10:27:33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뉴스타파>는 2015년 10월 25일 오후 9시 “정부, 국정화 TF팀 비밀 운영…청와대에 일일보고”라는 제목의 특종기사를 보도했다. 이어서 자정 무렵 “국정화 비밀 TF팀 컴퓨터에 ‘BH’ 글자 선명”이라는 제목의 후속 기사를 3분 7초짜리 동영상과 함께 올렸다. 첨부된 동영상은 정부가 극구 부인하지만 야당 의원들이 주장하는 교육부의 ‘중고교 역사교과서 추진 테스크포스(TF)’임을 부정할 수 없는 증거다.

▲뉴스타파의 보도화면

당시 동영상은 새정치민주연합 도종환, 정의당 정진후 의원 등 야당의 교문위 소속 의원들이 교육부의 비밀 TF라고 의심되는 건물 안으로 진입, 현장확인을 하겠다면서 문을 열라고 요구했지만 교육부 측은 경찰을 동원, 입구를 봉쇄하면서 야당 의원들 출입을 막는 모습이 찍혔다. 그리고 이 같은 대치상황은 결국 출동한 경찰에 의해 건물이 봉쇄되는 과정도 담겼다.

이후 이 사건은 여야 간, 여당과 교육부 간 팽팽한 진실게임 양상이 되면서 서로가 쌍방을 극단의 언어를 사용 비난하는 과정에 이르면서 26일 하루 종인 정국의 핵으로 작용했다.

▲도종환 의원 등 국회 교문위 의원들이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사건은 메이져 방송에서 철저히 외면 받고 있다. 25일 밤 야당 의원들이 밤샘농성을 하고 있는데 공중파 3사나 보도전문채널, 종편 4사 어디에서도 카메라가 등장하거나, 이를 속보로라도 방송한 매체는 없었다. 인터넷 매체인 오마이뉴스의 오마이TV가 자사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중계했을 뿐이다. 그리고 이 사건은 정부에 불리한 사건은 무조건 외면하고 보는 방송 언론의 현실을 웅변적으로 증명한다. 이 같은 열악한 야당의 언론환경 때문에 이런 현장에도 야당 국회의원이 뉴스타파라는 독립언론사 카메라를 동원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시시비비에 대해 공정하게 대해야 할 경찰이 야당의원들의 문을 열라는 요구는 막은 채 교육부의 요구대로 건물 정문을 봉쇄하고 외부인의 출입을 금지시키면서 안에서 증거를 인멸할 수 있도록 하는 모습도 비쳐진다. 교육부가 떳떳한 공무집행이면 문을 걸어 잠그고 경찰을 불러서 출입을 막게 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말로는 정당한 업무라고 하면서 정당한 업무인 것은 보여주지 않은 채 스스로 걸어 잠근 문을 두고 ‘감금’이란 적반하장을 말해도 이를 쌍방주장을 ‘균일하게’ 써주는 ‘기계적 중립’이 저널리즘에 충실한 양 포장하고 있다.

따라서 이 상황은 지난 2012년 12월11~13일 서울 강남의 한 오피스텔 방문을 두고 안과 밖이 대치하면서 결국은 ‘국정원 여직원 감금사건’이 되어버린 것과 유사하다.

당시는 대통령 선거를 1주일 앞두고 있는 대선막판… 여야는 사활을 걸고 표몰이에 열중이었다. 이 와중에 국가정보원 등 정부기관이 공권력을 동원, 인터넷 댓글공작을 하면서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았다. 그리고 급기야 야당은 그 현장으로 의심되는 오피스텔을 알아내고 그곳을 방문, 문을 열라고 요구했으나 국정원 직원으로 추정되는 사람은 문을 걸어 잠근 채, 열어주지 않았다. 이에 야당은 불법 선거운동 현장이라며 경찰에 신고, 강제 개문을 요구했다. 하지만 경찰은 안에서 불응한다는 이유로 강제 개문을 시도하지 않았다. 결국 야당 측은 문을 열 때까지 철수하지 않겠다며 문밖 농성에 들어갔으며 이런 대치상태는 이틀 동안 이어졌다.

▲당시 MBC뉴스 화면자료

국정원 측과 여당은 야당이 불법과는 전혀 상과없는 직원의 집을 막고 나올 수 없도록 한다면서 강제감금으로 몰고 갔다. 그리고 안에 있는 사람이 여성임을 말하면서 ‘여성이 무서워서 문을 열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 사건은 대선이 끝난 뒤 ‘국정원 여직원 감금사건’이 되어 검찰이 수사에 나섰으며 검찰은 강기정 의원 등 야당 의원 4명을 약식기소하고 수사를 종결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서 국정원의 대선개입은 사실로 드러났다. 국정원만이 아니라 군 정보사 등도 댓글공작 부대를 운영했음이 드러났다. 이후 당시 국정원장이던 원세훈씨와 군관계자 등은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1,2심에서 유죄를 받았으며 대법원에서도 국정원법 위반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한다는 일부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럼에도 당시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보도한 언론, 수사한 검찰 등은 공명정대와는 거리가 멀었다. 언론은 양비론과 함께 검찰발표를 위주로 한 경마 중계식 보도 수준을 넘지 못했다. 검찰은 당시 채동욱 총장이 특별수사팀을 꾸리고 의지를 보였으나 뜬금없는 ‘혼외자’ 의혹이 터지면서 낙마했고, 수사팀장인 윤석렬 전 여주지청장 이하 수사팀은 한직 발령 등의 정치보복으로 고초를 겪었다. 때문에 무성한 의혹만 쏟아 낸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은 유야무야 되었다. 그리고 얼마 전 당시 불법의 핵심인사로 지목된 ‘좌익효수’라는 이름을 쓴 국정원 직원은 원대복귀 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사건의 종결이 현 권력층이 원하는 대로 된 것이다.

이를 보면서 우리는 1974년 8월 9일 대통령직을 사퇴한 미국의 닉슨 대통령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닉슨의 사퇴를 이끌어 낸 혁혁한 전과를 올린 워싱턴포스트의 젊은 기자 밥 우드워드와 그의 동료 칼 번스타인이라는 언론인, 콕스 특별검사와 그를 해임하라는 닉슨의 요구를 거부하고 스스로 사임한 엘리엇 리처드슨 법무장관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닉슨의 도청 사실을 폭로한 워터게이트 보도의 주역인 칼 번스타인(왼쪽)과 밥 우드워드(오른쪽)

닉슨의 낙마를 가져 온 워터게이트 사건은 원싱턴 DC 워터게이트 호텔 경비원이 발견한 테이프 하나 때문에 시작되었다. 이 호텔 경비원은 묶인 테이프가 이상한 것을 보고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당시 호텔 내에서 민주당 대선본부 불법침입이 의심되는 5명을 한다.

체포된 이들은 자신들이 설치한 도청기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서 재설치를 위해 침입했다가 발각된 것이다. 도청기 재설치 도중 기 도청된 테이프를 화수하여 잠시 방치한 실수였다. 하지만 더 치명적인 실수는 그 중 1명이 자신들에게 일을 지시한 백악관 담당자 연락처를 기록해둔 수첩을 지닌 채로 경찰에 체포되었다는 것이다.

FBI는 수사에 들어갔으며, 사건 내용이 보도되자 닉슨 대통령 측의 지글러 보도담당관은 “3류 절도에 불과하다.”라고 주장, 백악관과는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건은 백악관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FBI는 수사에 박차를 가했으며 닉슨 캠프가 깊숙이 가담한 정황을 계속 밝혀나갔다. 그러나 백악관은 CIA를 통해 FBI를 견제하면서 사건을 축소하거나 덮으려고 갖은 노력을 했다. 그때 워싱턴포스트의 젊은 기자 밥 우드워드는 동료 칼 번스타인과 함께 독자적으로 조사를 시작해, 사건에 관련된 여러 가지 사실을 심층적으로 취재 신문에 발표했다. 여론은 일파만파로 커졌으며 닉슨과 캠프는 궁지에 빠졌다. 그리고 끝내 공작의 실체가 모두 폭로되면서 닉슨의 사임까지 이르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미 도청은 성공했으며, 그로 인해 민주당 맥거번 대선후보 측의 모든 전략은 닉슨 측의 대항 전략에 요긴하게 쓰였다. 그런데 다 끝난 일이 관계자의 아주 작은 실수 하나로 발각되었다. 하지만 발각된 뒤 이를 덮으려는 무리한 시도는 닉슨과 그 캠프, 그리고 백악관과 행정부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주었다. 대선 상대였던 조지 맥거번이 여러 모로 닉슨의 상대가 되지 못하여 닉슨이 일방적 승리를 거둔 선거가 1972년 미국 대선이다.

미국 대선 역사상 최대의 표차라고 말할 수 있는 선거가 당시 선거였다. 재선을 노리는 현역 대통령 닉슨의 인기는 식을 줄 몰랐고, 맥거번은 급집 좌파로 몰리면서 자신이 주지사를 지낸 매샤추세츠주와 수도 워싱턴에서만 이기고 나머지 49개 주를 모조리 잃었다. 득표율을 38%였으나 선거인단은 단 17명만 확보했다. 반면 닉슨은 520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한 완승을 거뒀다. 이처럼 완승을 거둔 닉슨은 재선 대통령이며 모든 정보와 권력을 통제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하지만 이 사건의 실체를 끈질기게 추적한 한 저널리스트의 저널리즘 정신, 사건의 실세를 밝히라는 요구에 의해 임명된 특별검사의 책임완수, 그를 해임하라면 대통령의 명령을 거부한 법무부 장관 등의 ‘자기 신념’은 거짓을 감추려는 닉슨을 좌에서 내렸다.

2015년 대한민국, 현직 저널리스트는 사직한 지 이틀 만에 청와대 대변인이란 직을 받았다. 그는 이제 권력자의 입을 자처하면서 언론을 쥐락펴락할 것이다. 앞서 거론했으나 경찰은 건물봉쇄가 임무인양 그 일에만 충실하다. 그리고 교육부 작원들은 자신들이 부른 경찰이 막고 있는 건물 안에서 ‘감금’운운하며 의혹을 제기하는 야당의 현역 의원들을 범죄자로 몰아가고 있다.

▲경찰이 봉쇄한 건물…

이상돈 교수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들 TF요원들의 작전은 이미 성공한 작전으로 본다고 말했다. 여론수렴기간이 끝나는 11월 2일은 근무일수로 사흘여 남았으므로 이미 그 조직 요원들은 임무를 완수하고도 남을 시간이란 것이다. 앞서 거론한 국정원 댓글 공작원도 대선 일주일을 앞두고 발각되었다. 이미 공작은 끝난 상태였으며 그들의 공작은 앞서 수개월 동안 진행되었었다. 따라서 저들은 문을 열고 나와도 목적한 일은 완수했으므로 교육부의 행정고시는 절차대로 시행될 것이다. 즉 야당이 막아낼 수 없는 말이다.

그러나 도청을 알아내지도 막아내지도 못하고 완패했던 맥거번이 닉슨을 낙마시킨 것이 아니라 한 저널리스트의 집념과 특별검사의 신념이 닉슨을 끝내 견디지 못하게 했다.

마찬가지다. 야당은 막아내지 못하고 주류언론은 애써 외면하지만 독립언론 뉴스타파 소속 저널리스트들은 집념과 신념으로 사건의 실체를 쫓았다. 그 연장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부친의 일본식 이름이 ‘가네다 류슈’라는 것까지 밝혀냈다. 그 ‘가내다 류슈’가 ‘숙적 미영(美英)’을 쳐부수기 위해 반도의 젊은이들이 나서야 한다고 선동하는 광고를 낸 사실도 밝혀냈다.

부친에겐 숙적이었던 미국이 아들 김무성에겐 “미국은 유일하고도 대체 불가한 동맹국”이다. 아버지는 일본 천황이 神이었고 아들 김무성에겐 미국이 ‘은인의 나라’다. 부친 가네다 류슈는 숙적 미영을 쳐부시기 위해 일본에 비행기를 사서 보내자고 하고 행동했으며, 아들 김무성은 미국에서 “F-22기 전투기를 얼마든지 사겠다”고 호언, 비행기 고객을 자임했다. 그가 지금 교과서를 국가가 만들어야 된다고 앙앙블락이다. 따라서 그의 내면은 그냥 밖으로 보인다.

이런 자들이 권력을 갖고 있으니 이 전쟁을 지금 이긴다고 이긴 것이 아니고 힘에서 밀렸다고 진 것이 아니다. 이 전쟁인 이미 이겨 있으며 질 수 없는 전쟁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폭스 같은 특별검사이지만 나타나지 않는다고 실망할 필요도 없다. TF요원 21명 중에나 그 주변 누구라도 내부고발자가 다시 나타나 폭스가 나타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을 만들지도 모른다.

거짓은 수명이 짧다. 오죽하면 2년짜리 교과서를 만들려고 이처럼 국론을 분열 시키는가?라는 전직 국사편찬위원장 말이 나왔겠는가? 지금 졌다고 진 것이 아니므로, 이제 야당은 동숭동에서 나와도 된다. 더 있다가 덤테기를 써서 총선이란 큰 게임을 망치면 아니함만 못하다.


[진실의길. 기고 글&기사제보 dolce42@naver.com]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28&table=c_flower911&uid=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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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작전’ 펴듯 국정화 공작…“사실상 청와대가 진두지휘”

[국정교과서 ‘비밀 TF’ 파문] 
이용욱 기자 woody@kyunghyang.com, 심혜리 기자 grace@kyunghyang.com
입력 : 2015-10-26 23:05:38수정 : 2015-10-27 00:04:40
교육부의 ‘국정교과서 비밀 태스크포스(TF)’ 파문이 정국을 뒤흔들고 있다. 여권발 ‘역사 비틀기’ 논란 한가운데 정부 내 공조직과 별개 ‘비밀 조직’ 변수가 돌출한 것이다. 야당은 정부·여당이 ‘군사작전’하듯 치밀하게 추진한 국정화 증거이자 ‘밀실정치공작팀’이라고 총공세를 폈다. 특히 일일점검회의 등 청와대와의 관련성도 드러나고 있다. 인사발령도 내지 않은 비선조직 운영을 두고 ‘위법’ 의혹도 제기된다.

◆ 청 “TF 존재 알았다” 뒤늦게 시인

‘국정교과서 비밀 태스크포스(TF)’ 조직 발각과 함께 청와대와의 연계성을 드러내는 증거들도 속속 돌출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교육부에 지침을 내린 적이 없다’(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고 했던 청와대 해명이 거짓임을 보여주는 정황증거일 수 있기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도종환 의원이 공개한 ‘TF 구성 운영계획(안)’은 TF 소관업무에 ‘BH(청와대) 일일점검회의 지원’이라고 적시했다. 일부 언론이 촬영한 TF 컴퓨터 화면에는 ‘09-BH’ 폴더가 발견됐다.

 

“청와대서 일일 점검 회의 지원”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정의당 정진후(오른쪽), 새정치민주연합 유은혜 의원 등이 26일 서울 종로구 국제교육원 앞에서 교육부의 ‘국정교과서 비밀 태스크포스(TF)’ 운영 실태를 설명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소속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26일 “국립국제교육원에 있는 TF 비밀 사무실에서 교육부 및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대책회의를 가졌다는 제보를 확인 중에 있다”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날 오후 새정치연합을 찾아와 해명하면서 청와대와의 일일점검회의에 대해 “(청와대에) 가서 보고하기도 하고 내부 전산망으로 보고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야권은 청와대가 TF와 정보를 주고받는 수준을 넘어, 사실상 국정화를 진두지휘했다면서 공세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청와대는 논란이 커지자 뒤늦게 “TF 존재를 알고 있었다”고 시인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TF에 대해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에 “그런 게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교육부에서 일상적 활동이라고 밝히고 있고 우리도 그렇게 안다”고 했다. ‘TF=비밀조직’이라는 주장엔 “누가 비밀이라고 하느냐. 교육부에서도 어젯밤 반박자료가 나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TF 존재는 인정하되 “일상적 활동을 했다”고 강변함으로써 파문을 차단하려는 것이다. 

◆ 행정예고 보름 전에 TF 사무실 입주

‘국정교과서 비밀 태스크포스(TF)’ 존재와 함께 정부의 대국회·대국민 위증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정부가 여론수렴을 위한 행정예고 이전부터 비밀 TF를 꾸려 국정화를 준비한 정황이 드러나면서다.

새정치민주연합이 26일 비밀 TF 사무실이 입주한 국립국제교육원에 확인한 결과 지난 추석(9월27일) 직후부터 TF가 사무실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정부가 지난 12일 ‘2017학년도 중·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국정 전환’을 행정예고하기 보름 전이다. 특히 교육부가 이 건물 사용의견을 통보한 시점이 “추석 전”이라고 교육원 측이 증언함에 따라 TF는 훨씬 일찍 구성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행정절차법 시행령 위반이라고 야당은 주장한다. 시행령 24조 4항을 보면 행정기관은 행정절차에 돌입하기 전 ‘행정예고 결과 제출된 의견을 검토해 반영 여부를 결정하고, 처리 결과 및 이유를 의견 제출자에게 통지해야 한다’고 돼 있다. 교육부는 “해당 근무인력은 별도 TF가 아니라 업무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역사교육지원팀’에 보강한 인력”이라며 “직원 보강은 (9월 말이 아닌) 10월5일부터 순차적으로 실시됐다”고 해명했다.

새정치연합은 지난 8일 국정감사에서 “국정화 추진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힌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위증으로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 직제도 안 바꾸고 공무원 21명 동원

교육부는 비밀리에 운영한 ‘국정교과서 비밀 태스크포스(TF)’를 직제에 반영하지 않았고, 파견 공무원 21명에 대해선 공식 인사발령을 내지도 않았다.

‘행정기관 조직과 정원에 관한 통칙’(대통령령) 17조 3항에 따르면 ‘중앙행정기관이 한시 조직을 설치할 때는 관련서류를 행정자치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하고, 장관은 타당성 여부를 검토해 직제에 반영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돼 있다. 야당은 교육부가 관련 규정을 위반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 공무원이 인사발령을 받지 않고 다른 곳에서 일하면 국가공무원법 제56조(성실 의무)와 제58조(직장이탈 금지) 위반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 야당 주장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단순 업무지원 성격이라 인사발령이나 직제구성이 필요하지 않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은 “TF 인원 21명 중 (교육부) 역사교육지원팀은 5명에 불과하다”며 “인력보강이 아니라 교육부와 국사편찬위원회에 국정교과서 전담국을 각각 1개씩 확대·설치하려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야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정부가 하는 모든 일을 국민에게 알리는 투명한 정부를 만들겠다”는 대선 공약과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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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통곡의 바다'..짧은 만남 뒤 기약없는 이별

(추가) 2차 작별상봉 끝나..6박7일간 남 643명·북 329명 상봉
금강산=공동취재단/이승현 기자  |  shlee@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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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10.26  12:3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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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약없는 이별에 남으로 돌아가는 어머니나 남아있는 북의 아들 모두 억장이 무너진다. 저 유리창이 분계선이로구나. [사진-사진공동취재단]

26일 오전 9시(현지시간, 서울시간 9시30분) 금강산호텔에서 진행된 남북 이산가족 2차 상봉 마지막 날 작별상봉 행사가 오전 11시 끝났다.

금강산호텔 상봉장은 이날 찰나와도 같은 짧은 만남 뒤에 찾아온 기약없는 이별에, 참을 수 없는 가족들의 울음으로 거대한 통곡의 바다였다.

이날 날씨는 아주 맑아서 멀리 금강산이 또렷하게 보였으며, 새 소리, 개 짖는 소리 등이 호텔까지 들렸다.

아침 6시 30분이 넘어 남측 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외금강호텔 1층 식당에는 약 100 여명의 가족들이 자리를 채웠으나 작별상봉을 앞두고 입맛을 잃은 듯 가족들이 떠난 자리엔 많은 음식들이 남겨졌다.

호텔 안에서 일하던 한 북측 접대원은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여러 번 치렀는데 점점 연세가 많아지는 것이 느껴진다. 돌아가시기 전에 어서 이런 행사가 많이 열려야 하는데...”라고 말했다.

작별상봉 중 리충복 북측 상봉단장이 김선향 남측 방문단장과 함께 테이블을 돌면서 가족들의 사연을 듣고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리 단장은 북측 여동생 한영원(여, 66)씨를 만나러 온 한영진(남, 70)씨에게 “마음에 맺힌 한이 한결 풀렸죠”라며 묻고는 “사실 다니면서 형제들이 식사도 같이 하고 대사 있을 때 모여야 하는데, 그런 날 오겠죠”라고 말했다.

영진씨가 “아쉽습니다. 무슨 말 했는지 모르겠고...”라고 하자 리 단장은 “마음 후련하게 해서 돌아가십시오. 또 만난다는 희망갖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십시오”라고 덕담을 했다.

작별상봉을 마친 남측 이산가족 90명과 동반가족 164명 등 254명의 2차 방문단은 곧바로 여장을 꾸려 오후 1시에 금강산을 출발, 고성 CIQ을 거쳐 오후 5시 20분(서울시간)께 속초 한화리조트에 도착한 뒤 해산할 예정이다.

2차 방문단은 지난 24일부터 26일까지 2박3일동안 단체상봉 2차례, 공동중식과 환영만찬 각 1차례, 개별상봉과 작별상봉을 포함 총 6차례에 걸쳐 각 2시간씩 12시간의 상봉행사를 가졌다.

이로써 제20차 이산가족상봉행사는 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 2박3일 동안 북측 방문단 141명을 남측 상봉단 389명이 만나고 23일 하루 쉰뒤 24일부터 26일까지 남측 방문단 254명이 북측 상봉단 188명을 만나고 최종 마무리됐다.

입고 왔던 코트 건네주며 “부자지간의 정이다”

   
▲ 이석주 할아버지 가족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작별상봉에 참석하기 위해 전날 공동 중식과 단체상봉에 나오지 않고 쉬었던 최고령 이석주(98) 할아버지는 북의 아들 동욱(70)씨에게 “코트 주고 싶어”라며 자신이 입고 있던 코트를 힘겹게 벗어서 아들에게 입혔다.

아버지는 코트 안쪽에 두르고 있던 체크무늬 목도리도 아들에게 건네주었다.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딸 경숙(57)씨가 “아버지 옷 주니까 좋아?”라고 묻자 아버지는 환하게 웃으면서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부자지간의 정이다”라고 말했다.

모든 걸 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을 알아서 일까? 상봉 전 아들과 큰손자 몫으로 양복과 와이셔츠, 넥타이 일습을 자신의 체형에 맞추어 준비 해온 아버지가 마지막 작별의 순간에 벗어준 코트도 아들에게 딱 맞았다.

아들이 “아버지 130세까지 살아야지, 나는 100살까지 살게”라고 말하자 아버지는 “말은 고맙지만 그렇게까지 될지 모르겠다. 하하하”라며 웃음을 짓는다.

“자식들이 봉양 잘하면 130세까지 충분히 살아”라며 재차 말하고 곁에 있던 딸이 “아버지가 자꾸 죽는다고 소리하면 오빠가 속상해 해”라고 하자 아버지는 “으응(끄덕) 오래오래 살아야지”라고 대답했다.

딸 경숙씨는 전날 하루 종일 의사가 바로 옆에 붙어 있어야 할 정도로 기력이 떨어졌던 아버지가 “아들을 만났는데 세월이 흘러서 많이 다르다고 느끼신 것 같다. 그래서 시간이 흘러서 그런 거라고 제가 이해를 시켰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네 말이 맞다”며 금방 이해하셨다고...

헤어지는 순간 북의 형 동욱씨는 남의 동생 동진씨에게 큰 소리로 "동생아 아버지 잘 모시고, 어버지! 부디 부디 건강하세요. 130살까지 사세요"라고 말하며 끝내 동생을 껴안고 계속 울었다. 손자 용진씨도 "통일되면 다시 만납시다"라며 고모와 얼싸안고 울기 시작했다.

치매 노모 작별상봉에서 북측 아들 알아봐

치매를 앓고 있는 김월순(93) 할머니는 함경남도 갑산에서 피난 내려오면서 손을 놓친 큰 아들 주재은(72)씨를 65년만에 만났지만 온전히 알아보지 못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전날 아들 재은씨가 선물로 드린 갈색 꽃무늬 스카프를 목에 걸고 상봉장에 나온 김 할머니는 재은씨가 자신의 부부증명사진을 꺼내 보여주자 “(아버지랑) 똑 닮았구나. 마누라는 어디 있니”라고 대답하며, 중간 중간 정신이 돌아온 모습을 보였다.

이때부터 아들은 눈물을 글썽거리며 “어머니, 헤어진지 70년 만이에요. 벌써 강산이 바뀌었어요”라고 말했다.

동행한 남측 딸 혜경(62)씨가 사진을 보며 “(72살에 돌아가신 아버지와) 정말 똑같지 엄마?”라고 묻자 치매에 걸린 어머니는 “바꿔나도 모르겠네”라고 똑바로 말했다.

북측 손녀 영란(46)씨가 “통일되면 우리 집에 와서 살아요. 할머니. 우리는 할머니 고향에서 살아요”라고 말하자 할머니는 손녀를 바라보면서 ‘고향에서 왔냐’고 묻고는 “기가 막히는 구나...”라고 대꾸했다.

어머니는 정신이 들었는지 자신의 왼쪽 손가락에 끼고 있던 반지 2개 중 붉은색 알이 박힌 금반지 하나를 꺼내 며느리에게 주려고 끼고 있던 것이라며 아들에게 주었으나 아들이 극구 안 받으려고 하자 “안 필요해도 내가 주고 싶어. 갖다 버리더라도 갖고 가라”고 기어코 아들 손에 반지를 쥐어주었다.

아들에게 계속 “이이는 누구야”라고 묻던 전날과 달리 김 할머니는 작별상봉장에서 아들의 얼굴을 쓰다듬고 볼에 뽀뽀를 하기도 했다. 또 “내가 죽어도 소원이 없어”라며, “고마운 세상이야, 우리 재은이를 만나고...”라고 말했다.

어머니를 팔로 껴안아 어깨에 손을 얹고 있던 아들 재은씨는 이 소리를 듣더니 이내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눈물이 그렁그렁해졌다.

아들은 자기 이름을 말해 준 어머니가 고다웠는지 “우리 어머니 이제 정상이시네”라고 말했다.

김 할머니가 다시 남측에서부터 동행해 온 재은씨의 동생 재희(71)씨에게 “얘가 아들이야?”라고 묻자 재희씨가 “어머니가 놓고 온 아들이야. 상병이 이모가 키워서 대학도 보내고 장가도 보냈다잖아요”라고 알려주었다. 여동생의 이름이 나오자 김 할머니는 “상병이는 살았어”라고 물었고 재은씨가 “죽었어요”라고 대답하자 “상병이는 죽었어...”라고 눈물을 흘렸다.

헤어지야 하는 순간 형 재은씨는 동생을 껴안으며 "건강하게 살아라"는 한마디를 하고 동생을 부둥켜 안았다. 동생 재희씨는 한참을 껴앉고 있다가 "형, 마지막이 아니야. 이제부터 시작이야, 형이 어머니 모셔야 해"라고 울면서 말했다.

동생이 울면서 "형, 왜 내가 어머니를 모셔. 장남이 형이 모셔야지. 나 이제 안모실거야"라면서 투정부리듯 작별의 아쉬움을 표시하자 형은 계속 "알았다"며 동생의 어깨를 토닥이면서 달랬다.

재희씨는 휠체어로 어머니를 모셔다 드리는 작별의 순간 엘리베이터 앞에서 어머니가 "같이 안가?라고 묻자 "통일되면 만납시다. 어머니"라고 눈물을 뚝 떨구었다.

동생은 작별의 순간을 멈추기라고 하겠다는 듯 어머니를 부둥켜 안고 "핏덩이 버리고 왔다고 그렇게 얘기를 했잖아...엄마"라며 오열했고 치매 걸린 할머니는 멍한 표정으로 "나 데리고 집에 갈거지"라고 말했다.

‘납북 아니야’ 부인..‘이렇게 아들 하고 만나려고 오래 살았구나’

   
▲ 이복순 할머니는 43년만에 만난 아들 정건목씨와 다시 헤어져야 한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오대양호 선원으로 조업하다 북으로 간 정건목(64)씨는 작별상봉장에서 어머니 이복순(88) 할머니와 정매(66), 정향(54) 두 누이를 만나서는 착잡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도착하자마자 울기 시작하는 정매 누이의 안경을 살짝 들고 손수건으로 닦아 주었다. 휠체어로 이동하는 어머니가 조금 늦게 도착하자 며느리 박미옥(58)씨가 옆으로 다가가 끌어안고 볼에 볼을 대고 석별의 정을 나누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건목씨의 눈가에 눈물이 가득하더니 어머니가 울음을 터뜨리자 두 손으로 가슴을 치며 큰 목소리로 “아들이 이렇게 건강해요”라고 외쳤다.

정매, 정향씨는 기자들과 만나 오빠가 ‘납북’이라는 표현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며 “이거 아니야”라고 부인하고 있고 올케도 자신들을 찍는 카메라을 싫어한다고 전하면서 “잠깐 왔다 가는데 괜히 싫어하는 일 하기도 싫고 해서...”라고 말을 흐렸다.

건목씨는 부모형제의 정확한 생일과 주소를 다 적어갔으며, 예전에 살던 그집에 그대로 살고 있는데 주소를 그대로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동생 정향씨는 상봉장에 들어서면서 “(전날) 서로 어릴 때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어머니께서 어제 ‘이렇게 아들 만나려고 오래 살았구나’하셨다. 이제 곧 작별 상봉이라는 것을 알고 계시고 많이 아쉬워하신다”고 말했다.

이복순 할머니는 이날 너무 울어서 의료진이 건강상태를 점검하기도 했다.

“엄마에게 전하라. 내가 미안하다고..꼭”

아버지를 기다리는 북측 딸도 작별이 믿어지지 않아 상봉장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북측 양강도 북측 혜산 출신으로 1.4후퇴 때 피난 내려오면서 데리고 나오지 못한 두 살배기 작은 딸 동선(66)씨를 만나러 온 최형진(95) 할아버지. 늙은 아버지의 눈에도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딸이 평안북도 선천에 살고 있는 듯 부녀는 한반도 지도를 그려놓고 평양, 서울, 할아버지가 살고 있는 부산의 위치를 표시하고는 기후며, 사는 형편이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북의 외손자 전봉준(43)씨는 옆에서 말없이 외할아버지에게 물도 따르고 사과도 깎아 냈다.

최형진 할아버지는 갑자기 메모지를 꺼내더니 “어머니한테 내가 왔다 가고 또 미안하다고...꼬”하고 쓰더니 멈추었다. 그리고는 소리도 없이 흐느끼며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꼭’이라고 쓰려다 못 쓴 것 같다.

할아버지는 딸에게 메모지를 잘 챙기라고 당부하고는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다가도 다시 눈물을 흘리기를 반복했다. 딸이 사과를 깍아 아버지에게 드렸으나 아버지는 먹을 수가 없었다.

“굳세어라 딸아”

북의 딸을 만나 꿈같은 2박3일을 보낸 아버지는 딸을 염려해 기운을 내기도 했다.

석병준(94) 할아버지는 손수건만 만지작거리며 계속 울고 있는 북의 딸 보나(75)씨에게 “하여간 건강하거라”며 기운을 북돋웠다.

딸이 울면서 “아버지 사과드세요”라고 말하자 아버지는 “울지 말라. 절대 울지 말라”고 거듭 당부했다.

아버지를 모시고 온 남쪽 이복동생 순용(여, 49)씨가 “아버지, 백수하시면 또 언니 만날 수 있어요”라고 하자 아버지는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면서 “가능해!, 난 가능해!”라고 큰 소리를 쳤다.

보나씨가 웃으면서 “하룻밤 자고 내일 고모한테 가서 (우리 만난 거)전달할게요”라고 말하고 순용씨는 “저희도 부산 가서 작은 아버지한테 소식 전할게요. 작은 아버지가 여기 오고 싶어 하셨는데 오시기 전에 몸이 편찮으셨어요”라고 말했다.

꽃신 신은 두 딸이 아버지께 바친 '고향의 봄'

   
▲ 구상연 할아버지가 65년 동안 잊지 않고 꽃신을 사다 준 북의 두 딸. 두살, 여섯살 어린 자식들이 벌써 주름이 자글자글한 할머니가 되어버리다니 세월이 야속하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전날 개별상봉때 딸들에게 꽃신을 전한 최고령 구상연(98) 할아버지 가족이 모여 있는 테이블에서는 아버지를 모시고 온 남쪽 어린 동생 형서(남, 42), 강서(남, 40)씨가 북의 나이 많은 누이 송옥(71), 선옥(68)씨와 이야기 꽃을 피웠다.

형서: (큰 누이에게) “누나 혈압 조심해야 해”

송옥: 우리는 무상으로 치료받아. 돈 안내도 돼. 근심 걱정없다.

형서: 제가 아버지 혈압도 관리해 드리고 건강 챙겨드리는데, 누님도 남쪽에 계셨으면 제가 다 해드렸을 텐데.

송옥: 우리는 무상치료야. 돈 없어도 치료도 받고 약도 받아.

송옥: (본인 귀를 만지며) 나 아버지 닮았어. 귀 넓은 거 보라. 아버지 귀랑 비슷하지 않나.

형서: 큰 누나가 아버지 귀를 닮아서 오래 사실 거 같아.

형서: (두 누님의 생일을 적어가면서) 오늘이 동생(강서) 생일이야.

북의 두 자매는 아버지 앞에서 똑 같은 모양의 율동에 맞춰 ‘고향의 봄’을 불러드렸다.

그리고 두 딸은 아버지에게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건강하게 사세요”라는 축원과 함께 큰절을 올렸다. 남에서 온 형서·강서 형제도 말로만 듣다 이번에 처음 본 북의 누이들에게 큰절을 하고 포옹을 했다.

아버지는 65년 전에 딸들에게 신발을 못 사주었던게 한이 되어서 전날 개별상봉 때 전한 꽃신외에 검은색 신발을 쇼핑백에 하나씩 담아 딸들에게 쥐어 보냈다.

큰딸 송옥씨는 선물을 받은 뒤에 “첫째도 건강, 둘째도 건강, 셋째도 건강. 첫째도 조국통일, 둘째도 조국통일, 셋째도 조국통일이다. 반드시 통일되니까 건강하시라요”라고 말했다.

송옥씨는 남의 동생들에게 “늙으신 부모 잘 모셔라”고 신신당부를 하고 다시 한번 아버지에게 ‘고향의 봄’ 노래를 불러 드렸다.

“차라리 안 만나는게 더 좋았을 걸”

작별상봉을 10분 남기고 남편 전규명(86)할아버지는 끝내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할아버지는 부인 한음전(87) 할머니의 손을 꼭 잡으며 “고마워. 걱정하지 마. 이젠 다신 못 봐”라고 말했다.

할머니는 “살아있는 거 알았으니 원 없어. 생일날 미역국 계속 떠놓을게. 걱정말고 잘 가슈”라고 말하면서도 손수건으로 계속 눈물을 닦았다.

휠체어가 떨어질 때까지 손을 꼭 잡고 있던 할머니는 헤어지는 순간 동행한 아들 완석(65)씨에게 “복도까지 아버지 모셔다 드리라”고 했다. 할머니는 휠체어에 앉은 채 몸을 돌려 남편의 뒷 모습을 보려다 바닥으로 넘어졌고 주변에서 부축해 일으키려 하자 “영감 갔어?”라고 물었다.

남편이 버스가 아닌 구급차에 누워 있는 모습을 본 할머니는 휠체어에서 “일으켜 달라”고 한 뒤 누워있는 남편에게 다가가 손을 잡고 울었고 할아버지는 한손으로 다시 못볼 아내의 머리를 쓰다듬고 한손으로는 완석씨의 손을 꼭 잡았다.

할아버지는 할머니에게 “울지마”라며, “차라리 안 만나는 게 더 좋았던 게 아닌가 싶어. 만나질 않았으면 이렇게 금방 헤어지지 않는 건데”라고 말했다.

   
▲ “차라리 안 만나는 게 더 좋았던 게 아닌가 싶어. 만나질 않았으면 이렇게 금방 헤어지지 않는 건데” 상봉후 생기는 이 깊은 회환은 어찌 하나. [사진-사진공동취재단]
   
▲ 김진향 남측 방문단장과 리충복 북측 상봉단장이 북의 아들 한송일씨를 만나러 온 이금석 할머니와 자식들에게 건강과 장수를 축원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 이제 헤어지면 언제 다시 만나냐. [사진-사진공동취재단]
   
▲ [사진-사진공동취재단]
   
▲ [사진-사진공동취재단]
   
▲ [사진-사진공동취재단]
   
▲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추가4,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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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들이여, 침묵에서 깨어나라… 대선부정의혹 거론한 동아투위 성명서

언론인들이여, 침묵에서 깨어나라… 대선부정의혹 거론한 동아투위 성명서
 
이완규  | 등록:2015-10-26 12:13:04 | 최종:2015-10-26 12:17:25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이 기사는 미디어오늘 기사(바로가기) 에서 발췌했습니다.

지난 24일 자유언론실천선언 41주년을 기념해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동아투위)가 성명서를 발표했다.

‘언론인들이여, 이제 그만 깨어나라’라는 성명서에서는 “패배주의와 무기력을 떨치고 자유언론을 살리기 위한 과감한 싸움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의 성명서 전문이다.

<언론인들이여, 이제 그만 깨어나라- ‘자유언론실천선언’ 41주년을 맞아>

지금 한국사회는 그야말로 총체적 파탄의 위기에 빠져 있다. 가장 큰 원인이 박근혜 정권의 독선과 패악, 무능과 반역사적 행태, 주권자들을 한갓 ‘신민(臣民)’으로 얕잡아 보는 오만함에 있음은 물론이다.

최근 벌어지는 일들만 보아도 박 정권의 본질과 실체가 여실히 드러난다.

2천만 노동자를 ‘쉬운 해고’의 희생자로 만들어 재벌과 대자본가들이 갈수록 ‘풍요’를 노래하도록 해주려는 ‘노동개혁’이라는 이름의 ‘노동 재앙’, ‘1970년대 박정희의 한국적 파시즘과 민주·민생·평화 파괴를 합리화하고 친일반민족행위자들의 죄악상을 지우거나 미화하려는 역사 쿠데타가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국가 자체는 물론이고 민족공동체가 돌이킬 수 없는 파국 앞에서 신음하고 있는데 오늘 언론인들은 과연 무엇을 하고 있는가?

원래 극우보수적인 매체들은 언급할 가치도 없지만, 1987년 6월항쟁 이래 자유언론 실천과 공정방송 구현에 앞장섰던 선배들의 투쟁을 익히 알고 있을 언론노동자들이 굴종과 침묵을 계속하고 있는 현상은 아무리 선의로 본다 한들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청와대의 하수인인 ‘낙하산 사장들’이 인사권과 편집·보도·제작권을 좌지우지하는 체제 속에서 아무리 진실을 보도하고 성실한 논평을 하려고 해도 벽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는 암담한 처지를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41년 전의 ‘자유언론실천선언’이 명백히 주장했듯이 “본질적으로 자유언론은 바로 우리 언론 종사자들 자신의 실천 과제일 뿐 당국에서 허용받거나 국민대중이 찾아다 쥐어주는 것이 아니다.”

현재 대중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이른바 ‘공영방송’은 완전히 박근혜의 친위대가 장악하고 있다.

한국방송의 이사장은 친일파의 후손이자 극우적 역사관을 가진 인물이고, 문화방송을 감독·관리하는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은 제일야당 대표를 비롯해서 국민 대다수를 공산주의자 또는 좌파로 몰아붙이는 ‘사상적 테러리스트’이다.

두 방송의 경영진은 오직 ‘정권 안보’에 전념하면서 자유언론이나 공정방송과는 정반대 길을 가고 있다.

우리는 ‘진보’를 표방하는 언론에 대해서도 심각한 우려를 품고 있다. 박근혜 정권을 비판하는 데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기는 하지만, 아주 중대한 사건들에 대해서는 ‘침묵의 카르텔’로 일관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경우를 하나만 들어보기로 하자. 2012년 12월의 18대 대통령선거 투개표 과정에서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부정이 저질러졌다는 사실에 관해 2013년 1월 4일 2천여명의 시민이 선거무효소송을 제기했을 때 그 사실을 보도한 언론은 거의 없었다.

그리고 지난 10월 13일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 강동원이 대정부질의를 통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자료를 바탕으로 투개표 조작을 폭로하면서 “공직선거법상 180일 이내에 대선무효소송 재판이 이뤄져야 하는데 1015일 째 심리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는데도 ‘진보언론’은 그 사실을 묵살해버렸다.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 그렇게 중대한 발언을 한 것이 단 한 줄짜리 기사도 되지 않는단 말인가?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강동원을 ‘터무니 없는 거짓말쟁이’라고 공격하자 일부 ‘진보언론’은 마지못해 한 귀퉁이에 그 사건을 보도했다.

박근혜가 국정원이나 다른 정부 기관들의 부정행위에만 힘입어 대통령이 된 것이 아니라 원천적인 투개표 부정이 더 결정적인 요인이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 속보와 심층보도를 신속히 내보내야 하지 않는가?

언론인들이여, 이제 기나긴 굴종과 침묵에서 하루 빨리 깨어나라. 낙하산 사장들의 지배체제가 워낙 완강해서 아무리 저항해도 소용없다는 패배주의와 무기력을 떨치고 동지애로 뭉쳐 국민대중과 함께 자유언론을 살리기 위한 과감한 싸움에 나서야 한다.

박근혜 정권은 몰락의 날을 향해 제종장치도 없이 비탈길을 내려가는 자전거나 다름없다. 언론노동자들이 민주화운동의 최전선에 나서지 않는 한 그 ‘자전거’는 미친 듯이 질주하면서 민중의 생존권을 유린하고 삶의 터전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릴 것이다.

우리 동아투위 구성원들은 언론 동지들이 장엄한 투쟁에 나선다면 자유언론의 깃발을 함께 들고 나갈 것을 엄숙히 다짐한다.

2015년 10월 23일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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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만날 수 있겠지”..“통일이 돼야지”


2차 상봉 다섯 번째 단체상봉 마쳐..작별상봉만 남아
금강산=공동취재단/이승현 기자  |  shlee@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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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10.25  18:4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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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산가족 2차 상봉 행사 이틀째인 25일 개별상봉과 공동중식 행사에 이어 오후 4시(현지시간, 서울시간 4시30분)부터 금강산호텔 2층 연회장에서 단체상봉이 진행되었다.[사진-사진공동취재단]

남북 이산가족 2차 상봉 행사 이틀째인 25일 개별상봉과 공동중식 행사에 이어 오후 4시(현지시간, 서울시간 4시30분)부터 금강산호텔 2층 연회장에서 단체상봉이 진행되었다.

예정돼 있는 총 여섯 번의 상봉행사 중 다섯 번 째이며, 남북 이산가족은 마지막 사흘째인 26일 오전 9시에 열리는 작별상봉만 남겨두고 있다.

금강산호텔 2층 연회장에는 북측 상봉 가족들이 먼저 들어와 앉아 있었고 10여분 뒤 남측 방문단 가족들이 입장했다. 앞서 몇 차례의 상봉이 있어서인지 한결 자유로운 분위기였다.

모든 테이브엔 ‘금강산관광기념’이라고 적힌 쇼핑백이 5개씩 놓여 있었고, 쇼핑백에는 물과 캔커피, 귤향사이다 각 1병씩, 그리고 과자 2~3가지가 들어 있었다.

이날 공동 중식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던 최고령 이석주(98) 할아버지는 단체상봉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으며, 건강악화로 귀환 시까지 취재거부를 공식 요청했다. 아들 동진(61)씨는 “아프신 건 아니고 여전히 피곤하시다”며, “내일 작별상봉에 나오기 위해서 이번에도 쉬시는 게 낫다”고 설명했다.

동생 동진씨는 북의 형 동욱(70)씨와 마주 앉아 두손을 꼭 잡고 “내가 오래오래 잘 모시고 있을테니 걱정마세요. 내일 볼 수 있을 겁니다”라고 말했고 이에 동욱씨는 “니가 어찌됐든 그쪽에서는 장손이니까 잘 모시고 잘 이끌고...난 여기서 잘 지내니까”라고 대답했다. 동생은 “가슴에 새겨서 더 잘 모실게요”라고 형을 위로했다.

형은 돌아가신 어머니(이석주 부인, 94년 사망)의 사진을 꺼내 동생에게 건네면서 “그러니까 너한텐 큰 어머니다”라고 말했다.

남측 이승국(96)할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온 북측 처남댁 김정옥(86) 할머니도 건강악화를 이유로 단체 상봉에 참석하지 못했다.

아버지를 모시고 온 딸 충옥(61)씨는 아내를 그리워하며 아버지가 쓴 시를 북측 조카인 임동빈(54)씨에게 전달하고는 “외숙모(김정옥)는 어때요? 허리가 많이 아프세요? 그래도 외숙모가 아들이 제일 효자라고...”라며 김 할머니의 건강상태를 걱정했다.

오대양호 선원 출신의 정건목(64)씨는 어머니 이복순(88) 할머니가 상봉장에 들어올 때까지 자리에서 일어서서 앉을 줄을 모르다가 정매(66), 정향(54) 누이가 먼저 들어오자 “어머니는 왜 따로 오시느냐”고 물었다.

휠체어를 타고 다른 경로로 입장한 어머니가 “오늘이 마지막이라 아쉽지”라고 묻자 아들은 오히려 어머니의 건강을 챙기며 “피곤하지 않아요? 물 좋고 공기 좋은 금강산인데 앓지 말아요”한다. 정매씨는 천정만 바라보다 한숨을 쉬며 “오늘이 지나고 내일 아침이면 작별인데 그런 거 생각하면 걱정이 태산같다”고 말했다.

정향씨는 “오빠가 싫어해서 언니와 엄마가 방송 나오기 싫어한다”고 말했다.

지난 1972년 오대양호 선원으로 납북된 자신의 신원에 부담을 느낀 건목씨가 개별상봉 때 가족들에게 특별히 당부한 것으로 보인다.

얼굴 생김이 유난히 닮았던 어머니 이금석(93) 할머니와 북의 아들 한송일(74)씨는 흐르는 상봉시간이 아쉽기만 했다.

어제에 이어서 오늘도 세 번째 만나지만 아들은 계속 어머니의 손을 잡고 쓰다듬고 캐러멜을 하나씩 까서는 서로 먹여주었다.

어머니가 자신이 차고 있던 팔찌를 벗어서 아들의 팔에 끼워주려고 하자 아들은 기어코 다시 벗어서 어머니의 팔목에 끼워주었다.

북측 며느리 리미렬(70)씨가 선물을 내밀자 남측 시누이 경자(72)씨는 선선히 받으며 “잘 먹겠습니다”라고 말했다.

65년 만에 북의 부인 한음전(87) 할머니를 만나러 온 전규명(86) 할아버지는 테이블에 있던 과자봉지에서 웨하스 모양의 ‘우유백합과자’를 뜯어 부인에게 건네자 한 할머니는 과자를 두 개로 나누어 반쪽은 자신이 먹고 나머지 반쪽은 남편 입에 넣어주기도 했다.

특별히 대화가 많지 않고 행동 하나하나가 느릿하지만 상봉기간 내내 꼭 붙어앉는 모습이었다.

조순전(83) 할머니는 세 쌍둥이처럼 닮은 북의 여동생들 서분(79), 성녀(76), 귀녀(75)씨와 또 한 번 유쾌한 만남을 가졌다.

조 할머니는 테이블에서 동생들에게 “이거 먹어라”며 사탕을 던지고 이를 받아든 동생들이 모두 “언니 까주라”고 말하는 와중에 막내 귀녀씨가 사탕을 까서 큰 언니 입에 넣어주었다.

조 할머니가 사이다를 컵에 부어 귀녀씨에게 건네자 그걸 한 모금 마신 귀녀씨가 얼굴을 잔뜩 찌푸리면서 “톡 쏘네”라고 하자 또 한 번 박장대소를 하며 흥겨운 기운이 넘쳤다.

동행한 외조카 형만(57)씨는 들고 간 캠코더로 이 장면을 모두 찍고 있었다.

할머니는 동생들에게 “또 만나겠지? 또 만날 수 있겠지”라고 말했고 동생들은 “통일이 돼야지”라고 대답했다.

(추가-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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