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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린사람

 홀린사람

 

 

-기형도-


사회자가 외쳤다

여기 일생 동안 이웃을 위해 산 분이 계시다

이웃의 슬픔은 이분의 슬픔이었고

이분의 슬픔은 이글거리는 빛이었다

사회자는 하늘을 걸고 맹세했다

이분은 자신을 위해 푸성귀 하나 심지 않았다

눈물 한 방울도 자신을 위해 흘리지 않았다

사회자는 흐느꼈다

보라, 이분은 당신들을 위해 청춘을 버렸다

당신들을 위해 죽을 수도 있다

그분은 일어서서 흐느끼는 사회자를 제지했다

군중들은 일제히 그분에게 박수를 쳤다

사내들은 울먹였고 감동한 여인들은 실신했다

그때 누군가가 그분에게 물었다, 당신은 신인가

그분은 목소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당신은 유령인가, 목소리가 물었다

저 미치광이를 끌어내, 사회자가 소리쳤다

사내들은 달려갔고 분노한 여인들은 날뛰었다

그분은 성난 사회자를 제지했다

군중들은 일제히 그분에게 박수를 쳤다

사내들은 울먹였고 감동한 여인들은 실신했다

그분의 답변은 군중들의 아우성 때문에 들리지 않았다




홀린사람 사이에 나도 함께 홀려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아니 그렇다.

 

 

어느 순간 나는 군중들의 아우성 가운데 살아가면서 내 생각을 잃어버린 것 같다.

생각해보면 생각을 하려고 하지도 않은게 애초부터 생각따위는 없었던 것 같다.

 

자책은 하지말자고 생각했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내겐 지금 '허무의 불'이 필요한 때다.

 

 

하아...약을 하루 안 먹었다고 계속 토할 것 같은 이 시츄에이션은 모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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