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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마차 -김철수

역마차    -김철수

 

 

설움 많은 밤이 오면은

우리 모두들 역마차를 타자

 

반기어주는 이 없는 폐도(廢都) 여기 별없는 거리 자꾸 그리운 합창이

듣고파 내 오늘도 또 한 잔 소주에 잠겨 이리 비틀거리는 사내이구나

 

흔들려 부딪치는 어깨 위에 저 난간한 골들이 형제요 동포이라는 나의 외로움

속에서는 우리 좀더 정다운 나그네여서 따뜻한 마을을 찾아 가는 것이냐

 

이제는 통곡조차 잊어버린 사람들...

열리는 아침을 믿어 가는 길인가

 

그러면 믿븐* 사람이여 어디 있는가 높은 곳에 기다리는 공화국의 문이여 어디

있는가 절름거리는 궤짝 위의 차거운 꿈에서도 역마야 너와 나와는 원수이지

말자

 

미친 채찍이 바람을 찢고 창살 없는 얼굴에 빗발은 감기는데 낙엽도 시월도 휘파람

없이 이대도록 흔들지며 폐도의 밤을 간다.

 

 

 ([신천지] 1948.2)

 

*믿븐: 믿음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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