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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ars and The end.

오늘. 드디어. 절대 끝나지 않을 것 같던 과제 하나가 끝이 났다. 끝을 내고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갑자기 울컥하고는 눈물이 쏟아져 같이 오던 친구와 선배는 내가 심히 부끄러웠을 것 같다. 종잡을 수 없는 AB형을 탓하며 헤어지는 내내 울지 않게 달래주는 친구들에게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그랬다. 본인도 종잡을 수 없는 성격과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야 고치고 바꾸려고 해도 바꿔지지 않는 걸 어쩌겠냐. 사람을 자주 만나지 않아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 예전엔 누르면 울 것 같은 표정은 지어도 울지는 않았는데, 요즘엔 마음이 참 약해졌는가 보다. 일만 생기면 눈물이 주르륵 흘러서 주위 사람들에게도 참 민망하다. 아마, 맘 놓고 크게 울어보지 못해서 찔끔찔끔 생기는 눈물인가 싶다. 때로는 술의 힘을 빌어서 크게 울어보고도 싶었는데, 요즘에야 몸이 많이 약해져서 술도 제대로 마시지 못한다. 몸은 이제 회복하면 되고, 술은 앞으로 마셔주면 되고, 사람도 서서히 만나가도록 노력하면 된다. 흘린 눈물이야 닦으면 되고, 흘렸던 눈물이 지난 날 내 삶에 대한 반성과 최선을 다했음에 대한 증거라고 생각하고 부끄러워하지 않으면 된다. 충분히 가능하다. 그런데도 마음 한편에선 허전하고 또 다른 눈물이 쏟아져 나오려는 건 왜일까. 놓친 기회야 다음번에 확실히 잡으면 되고, 다시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면 된다. 당분간 과제를 하나 끝냈으니 기간 동안 못했던 것들도 하고, 하고 싶어서 발을 동동 구르던 것들도 보면 된다. 그럼에도 자꾸 울고 싶어지는 건 지금 내게 당위만이 남고 성과가 남지 않은 듯한 일상때문에. 그런 삶이 싫어서 다른 길로 도망치듯 빠져나왔는데, 정체된 삶이 또다시 반복될 것 같아 싫다. 어느 시인이 말했다. 구르지 않는 돌에는 이끼가 낀다. 라고. 나는 생각했다. 이끼가 낀 돌에는 이슬이 맺힌다고. 이슬을 떨구고 다시 구르기를 시도하기까지 몸은 당연히 무겁겠지. 하지만 무거운 몸을 이끌고 구르기를 시도하다보면 돌에 낀 이끼가 닳고 또 다른 돌의 모습을 찾을 거라고. 난 언제 다시 구르는 돌이 될 수 있을까. 될 수 있기는 한걸까? 책상정리를 다시 해야겠다. 06년 다시 시작될 나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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