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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맹씨 이야기1-쪼맹씨의 잠버릇

우리집 개 이름은 쪼맹이이다. 이 개가 우리와 함께 살기 시작한 때에 개그 프로그램 중,

'쪼매난 이쁜이'가 한참 유행이었는데, 거기에서 따온 이름이었다.

 

쪼맹이가 어렸을 때에는 세상에 그렇게 이쁠 수가 없었다.

이리와보라면 덜덜덜 떨면서 한발씩 뒤뚱거리며 오는데,

세상에나...눈에는 한가득 불쌍한 듯이 측은한 눈빛을 발산하는 것이 아닌가.

 

<쪼맹씨 어렸을 적...아, 저 우수에 찬 눈빛과 각도!!!>

 

 

그러나 이 녀석은 점점 자라면서 무대포가 되어갔다.

식구들 중에는 내가 제일 만만한지, 자기에게 무언가 아쉬운 것이 있을때면

내 옆에와서 캉캉 짖는다.

배고프다며 캉, 밖에 나가자며 캉, 물 먹고 싶다며 캉

예전에는 내가 말을 잘 들어주고, 누군가 쪼맹씨에게 소리를 지르면 혼내지 못하게

감싸주니까 그런가보다하면서 해달라는데로 잘 해줬는데...

요즘에는 무언가 요구하는 목소리가 앙칼진 것이 듣고 있자면 기가 막힐 정도다.

우씨...내가 개 먹을 물까지 떠다 바쳐줘야하나...

 

 

줄곧 풀어놓고 키우는 편인데, 저녁만 되면 이 녀석은 제 집을 놔두고 내 이불 옆자리로 온다.

그것도 내가 따뜻하게 데워놓은 자리를 골라 파고들면서 나를 옆으로 밀쳐내곤 한다.

한참 자다가 추워서 일어나보면 어김없이 쪼맹씨가 정 중앙에 베개로 머리를 받치고는

곱게 대자로 누워 자고 있다. 정말 가관이다.

 

쪼맹씨는 가끔 꿈을 꾸는 모양이다. 코도 골고, 잠꼬대도 한다.

한참 자다가 소리에 깜짝 놀라서 일어나보면 쪼맹씨가 잠꼬대하느라고 괴상한 울음소리를

내고 있는 중이다. 웃긴다.

 

<가녀린 팔떨림...공중에 팔을 휘저으며 잠을 자고 있는 쪼맹씨>


 

사실은 이렇게 자고 있는 중이다.

 

 

<대자로 뻗어 자고 있는 쪼맹씨>



 

이렇게 자고 있는 쪼맹씨를 건드리는 일은 상상도 할 수 없다.

예전에 뭣 모르고 건드렸다가 물려서 손에 멍이 든 일이 한 두번이 아니라서

그 다음부터는 그냥 조용히 밀어내든가, 아니면 이불로 돌돌말아 저 구석에

던져버린다.

 

엊그제는 드디어!!! 어머니가 쪼맹씨의 간악한 잠버릇을 알게 되셨다.

다른 식구들에게는 그런일이 없었는데,

아침에 나를 깨우러 방에 들어오신 어머니가 내가 잠결에 쪼맹씨를 건드렸다가

무차별 공격을 받는 모습을 목격하신 것이다.

그 순간 어머니는 소리를 지르며, 쪼맹씨를 나무라셨다. 호호...

 

난 너무 억울해하면서 이전에 물린 자국들을 보여주고는 이렇게 말했다.

"엄마, 쟤 누구닮아서 저렇게 못됐지?"

사실...개가 닮아봤자 누구를 닮겠는가. 그냥 살다보니 생활습관이 비슷해진건가??

그런데 이 시덥잖은 질문에 어머니의 답은 명쾌하다.

"너"

 

 

후후...이런 쪼맹씨가 지금 컴퓨터 책상 아래에 앉아 놀아달라고 나를 쳐다보고 있다.

우린 유유상종이니까...아...놀아줘야하나...

 

 

 

p.s) 다음에 시간나면, 쪼맹씨 술먹은 이야기랑, 약먹이는 방법, 싸우고 온 이야기 등등을

적어놔야겠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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