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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폐인기

싸이질을 하다가 블로그로 이사온지 한 3개월이 된 것 같다.

처음 시작할 때에는 뭐가 뭔지도 잘 모르게 시작해서는 자꾸 싸이와 비교했다.

메뉴 및에 방문자의 수가 1000명이 넘었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며

나는 순간 싸이에서처럼 누가 내 블로그에 방문을 했는지

기록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을 보면

지금도 약간 그러한 것 같다.

 

싸이에 익숙해진 나는 공짜로 얻은 도토리로 꾸미는 '만들어진 스킨'에

좀 더 새로운 것, 좀 더 깜찍한 것을 취사선택하는 재미에 길들여졌던 것 같다.

물론 바쁜 일상 속에서 만나기 힘든, 연락이 끊겼던 친구들과

다시 만나 일상을 나누고 이야기하는 재미에 더 끌렸던 것도 같다.

 

(싸이가 지닌 자본주의적 속성을 제외하고는)

지극히 내 개인적인 일상과 사생활들이 점차로 공개되는 폐해도 물론 있었지만,

초기 단계만 해도 그것은 기꺼이 밝히는 내 일상과 사생활로 가득했다.

일상과 일상을 나누는 것은, 대상과의 친밀감과 신뢰성을 기본으로 했던 것이었으니까.

자주 함께 하지 못했던 주변인들과 내 생각과 감정, 그리고 하루 일과를

공유하는 것은 또 다른 면으로는 나에게 사람과 대화하는 것과 같은 기쁨을

안겨주었다.

 

물론 그것은 정말로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은 아니었다.

일상과 생각들을 공유했던 것은 상당히 유의미했지만,

인터넷이 지닌 속성 상 간략성과 빠른 의사소통은 동시에

개인과 개인을 오프에서만 만족시킬 뿐 온라인에서의 만남을 단절시키는

지경까지 이르렀던 것이다.

 

싸이를 그만두고 블로그에 이사오면서 덕분에 난 싸이를 통해 연락하던 사람들과

인터넷에서 만나는 일은 그만두었다.

대개 내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 동기,동창들이다.

대신 나에게 연락처가 남아있는 친구에 한해서 생각날 때마다 전화하고 만나는

횟수가 늘어나긴 했다.

예전엔 "방명록에 글 남겨~"라고 했던 것이 이제는 "생각나면 전화해서 목소리나 듣자"라고

바뀌게 된 것이다.

여전히 면대면으로 만나지는 못하고 기계를 통해 목소리만 전해듣는 수준이긴 하지만

좋아진 것인가?란 생각을 하곤 한다.

 

블로그에 접속하면서 메뉴를 새로 다시 정리했는데,

개편된 블로그의 기능에 박수를 아끼지 않으며!!

나는 이제 '만들어진 스킨'보다는 내가 직접 '만들어가는 스킨'에

쏠쏠한 재미를 느끼고 있음을 발견했다.

 

그리고 글을 쓰는 대상이 바뀌었음도 발견했다.

이 생각은 방문자 숫자 중에 절반은 내가 들어왔다고 쳐도 나머지 절반은 누굴까라는

생각에서부터 비롯되었다.

 

난 여전히 내 개인적 일상과 감정과 생각들을 나의 블로그에 옮겨 적지만

다른 면으로는 내 개인적 친분이 아니라

비슷한 사고와 가치관을 지녔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무차별 대상을 향한 글쓰기를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하나 더 있었다.

 

그리고 이것은 상대적으로 내 블로그의 글을 읽는 누군가 역시

비슷한 사고와 가치관을 지닌,

동시에 익명성을 지닌 누군가의 생각과 감정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개인의 생활이 공개되고,

또 다른 한편으로 좁은 바닥이라는 특성상

생활이 공개되면 누구인게 바로 드러나는^^;;; 블로그에 빠져드는 내 생활.

 

이게 과연 좋은걸까?란 생각이 들긴 하는데...

 

 

뭐...아직까지는 무한정 빠져들만 한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서 밥먹고 공부하고, 저녁먹고 공부하는 일상에

블로그하는 시간 하나 정도는 끼어들어도 좋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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