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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론 1-1. 과반학생회, 그리고 단대 학생회/총학생회

보론 1-1. 과반학생회, 그리고 단대 학생회/총학생회


발제 : 고난


 위기? 위기!


  흔히 학생회, 또는 학생운동의 위기라고 말한다. 물론 과반 학생회에도 이 말은 적용된다. 매년 과반 학생회는 건설되지만, 학생회 사업을 만들고 이끌어나갈 주체들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고, 학생회 활동을 통한 인자 재생산은 너무나 힘들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자신들을 자본주의적 인간으로 만드는 것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반 학생회는 여러 가지 점에서 단대 학생회/총학생회와 차이점을 보인다. (이는 단순히, 과반 ‘학생회’에서만 희망을 발견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각 과반의 상황에 따라, 활동가들은 학회나 소모임을 통해서 자신의 정치를 말할 수도 있다.) 이 글에서는 과반 학생회의 틀거리가 남아있는 고대 상황에서, 과반학생회와 단대 학생회/총학생회와의 질적인 차이를 확인함으로써 그것의 유의미성을 찾아보도록 하겠다.


 모여라! 모여라! 과반 동산으로.


  과 학생회와 단대/총학을 비교해봤을 때 가장 명확한 차이점은 바로 구성원들 간의 친밀성이다. 물론 학부제가 시행됨으로써 그 긴밀성은 많이 약해졌고, 많은 과반 학생회가 무너지기도 했다. 그래도 여전히 많은 과반에서는 학생회를 꾸리고 그것을 통해 대중 사업을 벌이고 있다. 대부분 학생들은 대학생활을 과반(혹은 과방)에 기반해 시작하며, 과내의 학회나 소모임이나 동아리에 가입하며 ‘재미있는’ 나날을 보낸다. 이를 가장 단적으로 드러내는 예가 FM(개인적으로 필자는 옳지 못한 방식이라 생각하지만)이다. 대다수의 신입생은 자신이 무슨 과반이며, 앞으로 이 과반 구성원인 선배, 동기들과 잘 지내보겠다고 소리지르는 과정을 거친다. 이러한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사업들을 벌이는 과반학생회를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점은 과반학생회가 공동체적 속성이 강하다는 것이다. 얼마 후면 치러질 과반별 학생회장 선거에서 대다수 선본은 ‘과반 문화의 복원’ 이나, ‘새로운 관계맺음을 위해’ 등을 모토로 내세우며 공동체로의 유대감을 견결하게 하는 데 힘을 쏟을 것이다. 신입생, 동기들과 함께 선본을 뛰면서, 활동가들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정치에 대해 풀어나가면서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공동체적 유대감과 신뢰감을 기반으로 했을 때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는 것이다.


 흩어지는 걸까?


  반면, 단대/총학 선거의 경우 그들에게는 뭉쳐져 있는 공동체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흩어져 있는 학생 대중이 존재할 뿐이다. 총학에 비해 단대의 경우 그것이 덜 하긴 하지만 같은 공간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기 힘든 단위가 단대부터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은 애초에 단일한 정치적 입장을 가지고 선본을 꾸리며 그것을 토대로 활동을 해나간다. 이러한 활동을 벌여나가는 데 있어, 같은 공동체에 기반하고 있는 사람들로서의 인간관계를 통하거나, ‘공동체’를 어떻게 운영해 나갈까라는 생각보다는 자신들의 정치를 어떻게 대중들에게 알려 나갈 것인가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시작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선거에서 자신들의 정치를 명확히 학생들에게 알려내고, 그것에 동의하면 자신들을 뽑을 것을 설득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은 게 사실이다. 각 선본들은 자신의 정치를 선명하게 드러내기보다는 ‘학생들의 복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라는 내용으로 표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학생들은 당황하고, 그들이 선본을 꾸렸던 정치적 의도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비약일지 모르겠지만 이것은 오로지 수권만을 목적하는 부정직한 태도일 수 있으며, 말 그대로 학생대중을 수동화/대상화 하는 것일 수 있다.


 그래. 그래 그게 좋겠다.!


  우리는 위의 두 가지 사항을 살펴보면서, 다음과 같은 점을 지적할 수 있다. 공동체적 속성이 강한 과반 학생회를 이끌어가는 데에 가담하는 학생들의 층은 다양하다. 아무런 정치적 고민도 없이 생활의 걱정도 없이 마치 고등학교 때 반장, 부반장을 하듯 조합적인 사업에만 매달리는 이도 있을 것이고, 현실 사회의 문제점을 학생 사회에 투영해 상이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학생들에게 알려 나가는 노력을 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단순히 조합 사업만을 위한 틀로서 학생회를 사고하지 않는다면, 우리 모두는 자신의 정치를 학생회를 잡기 위해 숨기는 일 없이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하며, 이는 어떤 학생회의 경우에라도 마찬가지이다. 덧붙이자면, 같은 공간에서 함께 숨쉬고 얘기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은 과반 학생회의 경우와 그렇지 못한 단대/총학은 자신의 정치를 풀어내는 방식이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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