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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떻게 맞서 싸워야 하는가?

우리는 어떻게 맞서 싸워야 하는가?

                           - 파견법 개악 저지 총파업에 힘차게 결합하자!!


최바울(노동해방학생연대 회원)


  우리는 앞에서의 발제를 통해 가당찮은 ‘귀족 노동자’ 공세를 통해 자본과 정권이 획책하는 바가 무엇인가를 분명하게 살펴보았다. 다시 한 번 정리하자면, 자본과 정권은 ‘귀족 노동자’ 이데올로기를 통해 노동자 계급을 완전하게 분열시킴으로써 궁극적으로는 그들을 개별화된 원자로 해체시키려 하였다. 노동자 계급은 계급으로서 단결하지 않으면 무력하고 연약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그들 역시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최근 들어 왜 그토록 많은 돈과 열정을 쏟아 부으면서까지 ‘귀족 노동자’ 이데올로기를 유포시키는 데 열을 올렸는가? 역사가 수차례 증명했듯이 본래 이데올로기 공세는 본격적인 공격이 시작되기 이전, 사전 정지(整地) 작업의 의미를 갖는다. 다시 말해 ‘귀족 노동자’ 이데올로기의 유포는 지난 구조조정 투쟁의 승리 이후 자신감을 획득한 자본가 계급이 무언가 새로운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지표이다. 우리는 이 새로운 공격이 무엇으로 드러났는지 아주 똑똑히 알고 있는 바, 그것은 다름 아닌 파견법 개악4)이다.

  지난한 수작을 통해 노동 운동을 사회적으로 고립시키는 데 성공한 자본과 정권은, 결국 파견법 개악이라는 무시무시한 카드를 빼어들었다. 파견법 개악이 현실화 된다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물론이고 그들이 주장했던 ‘귀족 노동자’들 역시도 노예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언제나 해고할 수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넘쳐나는데, 툭하면 머리띠 두르고 데모질이나 해대는 정규직 노동자들을 굳이 고용할 필요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조직 노동자들이 피로써 쟁취해 온 제반 권리 모두가 유실될 것임을 의미한다. 노무현 정권이 지겹도록 지껄여댔던 ‘선진적 노사관계’란 결국 모든 노동자들을 자유롭게 착취할 수 있는 ‘선진적 착취질서’였던 것이다.


  “국민과 함께 하는” 민주노총은 어떻게 싸움을 준비하고 있는가?


  정권과 자본은 비정규법 개악안을 관철시키는 데 있어 한 치의 머뭇거림도 없었다. 그 동안 끊임없이 눈웃음을 보내왔던 민주노총의 ‘국민과 함께 하는’ 지도부는 물론이고 어용 한국노총조차 파견법 개악에 있어서는 협상의 파트너가 아니었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자본은 본래 자신이 필요할 때에만 민주주의, 대화, 타협 등을 필요로 할 뿐이다. 자신이 아쉬운 것이 하나도 없을 때에는, 고상한 척 자신을 꾸며왔던 갖가지 민주주의의 장식품들을 집어 치우고 자신의 본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그들의 본모습은 착취욕으로 가득 찬 흡혈귀에 다름 아닌 바, 노동자 계급이 만만히 보이자 아무런 ‘사전 협의’도 없이 파견법 개악안을 단독 입법 예고해 버린 것이다.

  어쨌든 이 같은 상황은 어용 한국노총은 물론이고 “국민과 함께 하는” 민주노총 지도부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아마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아니, 우리 ‘국민과 함께 하는’ 노동운동가들의 황금률이 무엇이던가.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는다’ 아니던가. 함께 이야기를 나눠서 자본의 경쟁력도 키우고 노동자의 권익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봤어야지, 이렇게 일방적으로(!) 파견법을 개악해 버리다니, 신의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나쁜 놈들 같으니라구! 그 동안 우리가 얼마나 노력해왔는가! ‘귀족 노동자’라 하길래 사회 공헌 기금도 만들어왔다는 점을 잊어버린 것인가?!”

  이것은 조금도 과장이 아니다. 2004년 임단투를 살펴본다면, 특히 이수호 위원장이 지금과 같은 짧은 스포츠 머리를 하게 된 과정을 살펴본다면 말이다. 민주노총이 정부와 자본에게 끊임없이 요구했던 것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직권중재5) 남발마라.”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다음과 같았다. “정부가 직권중재를 때려 버리면 조합원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사태를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할 수 없게 되어 버린다. 민주노총의 투쟁은 우리 지도부가 적정한 선에서 마무리할 테니 정부는 괜히 분란을 일으키지 말라. 우리를 대등한 협상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함께 대화로 풀자.”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이건 결코 픽션이 아니다. 실제로 정부의 몇 차례 직권중재와 이에 따른 이수호 위원장의 삭발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부르주아 언론조차 향후 노사정위 재편을 앞둔 밀고 당기기로 평가하고 있다. 정부는 민주노총을 압박하면서 지도부가 하루 빨리 조합원에 대한 확실한 ‘지도력’(?)을 확보하기를 요구하며, 민주노총 지도부는 지도부대로 투쟁 분위기를 형성하면서 자신의 값어치를 높이려 한다는 것이다.


  다시 주제로 돌아가자. 본래는 9월 노사정위 참가를 두고 저울질까지 했던 민주노총 지도부는, 현재 정권의 ‘일방적인’ 파견법 개악에 맞닥뜨리게 되자 “더 이상 사회적 대화는 없다”며 총파업 계획을 입안해 놓고 있다. 지난 10월 25일부터 11월 6일까지 진행된 총파업 투표를 바탕으로 11월 14일 노동자대회 이후 전면적인 총파업을 단행한다는 것이다. 현재 총파업 찬반 투표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민주노총 조합비 납부자 59만 명 중 30만 명 이상이 참여해서 가결 요건을 갖췄으며, 연일 대공장에서 파업 가결 소식이 전해 들려오고 있다. 파견법 개악안이 비정규직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정규직 노동자들을 향해서도 겨누어진 칼이라는 사실이 조합원 대중들의 분노를 불러일으키면서 총파업을 위한 투쟁 동력의 형성이 현실화 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마냥 벅차오르는 감정만을 가지고 있을 일은 아니다. 위에서 지적했듯이 현재 민주노총의 “국민과 함께 하는” 지도부가 정권의 ‘일방적인’ 파견법 개악에 극렬하게 반발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것이 ‘쌍방향적’이 될 때에는 거꾸로 충분히 협조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의미하기도 때문이다. 또한 민주노총지도부는 파업 찬반 투표 이후 ‘파견법 개악안이 국회 상임위에 상정될 시’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히고 있는데, 이것은 국회 상임위 상정이 연기될 경우 총파업 역시 흐지부지될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실제로 파견법 개악 저지 총파업이 공무원 노조의 총파업과 실질적으로 결합될 가능성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자본과 정권은 여권 일각을 통해 파견법 개정 연기론을 흘리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여러 조건들과 ‘사회적 합의주의’의 질긴 역사를 따져 본다면, 되풀이 하지만 마냥 설레어 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투쟁해 나가야 하는가? 전국노동자투쟁위원회와 함께 하자!


  지금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자본과 정권의 가공할 만한 도발에 맞서, 한치의 물러섬도 없는 비타협적인 투쟁을 전개해 나가는 것에 있다. 노동자 계급 자체를 영구히 해체하려는 저들의 시도에 정규직-비정규직, 여성-남성, 이주-내국인, 장애-비장애 노동자의 완전한 단결로 맞서야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파견법의 개악을 저지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파견법 자체를 아예 철폐하는 데로까지 전진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것은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특히 현재의 민주노총 지도부와 같이 투쟁보다는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는 기풍이 계급 내부에 만연한 상황에서 비타협적 투쟁은 누구에 의해서 선도될 것인가?

  여기 전국노동자투쟁위원회(이하 전노투)라는 단체를 소개한다. 위에서 밝혔듯이 현재의 민주노총 지도부는 정권의 ‘일방적’ 공격이 시작되기 이전, 9월 노사정위 참가 여부를 두고 고심하고 있었다. 여러 곳에서 이야기 되었지만, 사실 노동자 계급에게 노사정위는 악몽과도 같은 이름이다. 그것은 역사적으로 노동자의 생존권과 몇몇 노동관료들의 지위를 맞바꾸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때문에 민주노총이 노사정위 복귀를 생각한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노동자들은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전노투는 지난 7월 24일 ‘민주노조 운동 위기! 노사정담합 분쇄를 위한 전국노동자 토론회’ 이후 “사회적 합의주의·노사정답합 분쇄!”를 기치로 건설되었다. 전노투는 자신의 제안서에서 “경기침체를 노동자의 책임으로 돌리며 사회적 합의를 통해 민주노조 운동을 포섭하려는 자본과 정권의 전략이 ‘사회적 합의주의’로 등장”하고 있는 데 반해, 현재의 “민주노총 지도부의 기본 입장은 사회적 교섭 전략”에 머무르고 있기에 “전노투는 이름과 형식만 바뀐 노사정위원회를 중심으로 하는 사회적 합의주의에 반대하는 전국의 동지들과 함께 현장으로부터 반격을 조직”해 나갈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것은 분명 의미있는 흐름이다. 전노투의 건설은, 비록 현저히 퇴조하였다 하더라도 여전히 남한 노동운동에 건강한 전통이 살아 숨쉬고 있음을 입증하는 것임이 분명하다. 전노투는 현재 현장 조직, 정치 신문, 학생 단체 등을 망라하여 30여 개에 가까운 단체가 결합하고 있으며, 현장을 기반으로 한 각 지역에서 ‘사회적 합의주의 분쇄!’를 힘차게 선동하고 있다. 또한 전노투는 전태일 열사 정신계승 2004 전국노동자대회 전야제 때 ‘사회적 합의주의 분쇄! 총파업 투쟁! 열사정신 계승!’의 기치로 독자 집회를 기획하고 있다.

  전노투 활동의 성패는 곧 남한 민주노조 운동이 이대로 체제 내화되어 몰락해 가는가, 아니면 이전의 계급적 연대성, 전투성을 복원하고 노동해방 사회 건설의 주된 동력이 될 수 있는가의 문제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6) 현재 노동해방학생연대는 전노투의 일원으로서 이 투쟁을 더욱 계급적으로 밀어올리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아울러 ‘비정규직 철폐! 노동탄압 분쇄! 사회적합의주의 분쇄!’라는 멋들어진 기치를 휘날리고 있는 “다시 싸움을” 역시 전노투와 함께 투쟁해 나갈 것을 제안 드리는 바이다.


  투쟁 없이 쟁취 없다! 투쟁으로 쟁취하자!


  혁명 시인 김남주는 자신의 시 어디에선가 “가진 놈들은 자신의 손아귀에 쥔 것을 놓지 않는다 / 배때기에 칼이 들어가기 전에는”이라고 쓴 적이 있다. 백 번 천 번 옳은 말이다. 노동자를 더욱 착취함으로써만 자신의 이윤을 증식할 수 있는 자본가들과 ‘대화와 타협’으로 노동자의 권익을 향상시켜 나가겠다는 생각은 봄날 개꿈에 불과하다. 노동자 계급은 자본에 맞서 비타협적으로 투쟁할 때만이 자신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다.

  칼은 자본가 놈들이 빼어들었다. 노동자 계급은 가만히 앉아서 자본이 자신의 몸뚱어리를 마음껏 난도질 하도록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된다. 칼에는 총으로! 총에는 대포로! 전국노동자투쟁위원회로 집결된 전국의 노동자 동지들과 함께 파견법 개악 저지 총파업과 공무원 노조 총파업을 적극 엄호하여 노동해방의 빛나는 전망을 밝혀 나가자!!





4) 파견법 개악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무엇보다도 파견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고 기존에는 몇 개의 업종에서만 가능하던 파견을 5개 업종을 제외한 모든 업종에서 가능하게 한 것이 눈에 띈다. 한 마디로, 지금보다도 비정규직을 훨씬 더 늘려보겠다는 수작이다. 그래놓고도 이 법안과 함께 이른바 ‘비정규직 보호법안’이라는 것을 내놓았으니, 참으로 이들은 인간이 지닐 수 있는 뻔뻔함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를 여실히 증명해 주고 있다 하겠다. 저들의 어이없는 ‘보호’ 놀음에 대해 다음과 같이 대꾸해 줄 필요가 있다 : “지랄하고 자빠졌네.”



5) 직권중재란, 노조가 파업을 하게 되면 정부가 개입하여 파업을 중단시키고 노사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을 말한다. 직권중재를 내리면 그 기간에는 어떠한 파업도 불법이 되어 버린다. 자본가나 정권이나 그놈이 그놈일진대, 도대체 무엇을 조율하고 있겠는가? 철폐되어야 할 악법 가운데 하나이다.



6) 여기에 두 가지만 덧붙이자. 첫째, 이를 위해서 전노투는 즉자적인 ‘전투성’을 넘어서야 한다. 전노투에 결합하는 모든 동지들은 노동조합 안에서의 활동에만 머무를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정치적 지향성을 명백히 하고 투쟁해 나가야 한다. “모든 계급투쟁은 정치투쟁”인 바, 분명한 정치적 목적 없이 행해지는 투쟁이란 언제나 방어적이고 수세적인 투쟁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둘째, 현 정세에서 ‘사회적 합의주의 분쇄!’는 몇몇 민주노총 지도부를 끌어내리는 것만을 뜻할 수는 없다. 현재 노동자들의 의식 역시 자본의 이데올로기에 강고하게 포섭되어 있는 바, 이것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정규직 노동자들의 태도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진정으로 사회적 합의주의를 분쇄하기 위해서는 노동자 대중의 의식을 계급적으로 각성시켜야 하며, 이것은 노동해방 정치를 폭넓게 알려내는 것으로써만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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