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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12/04
- 엠피삼돌이와 나(17)
사실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나는 출근길에 버스와 지하철을 탈 때마다 숨이 막힌다.
버스는 참치 통조림, 나는 참치 살코기가 되어 지하철역에 도착할 때까지 나를 비롯한 참치 살코기들은 창밖 가로수에 나뭇잎이 얼마나 남았나 쳐다볼 겨를조차 없다. 팔과 다리는 경직되고 옆 사람들과 손이라도 닿으면, 서로 흠칫 놀라 몸을 더욱 움츠린다.
캔뚜껑(버스 뒷문)이 열리자 마자, 사람들을 게워내는 버스. 사람들은 마치 버스의 토사물처럼 줄줄줄 밀려나와 다시 줄줄줄 지하철의 입속으로 꾸역꾸역 들어간다.
지하철은 생닭유통터널.
출근길 지하철은 지하 터널로 빠르게 운송되는 미래의 생닭유통시스템을 연상시키는데, (미래에는 아마 신선한 생닭 및 각종 생선/주스/유제품을 위해 지하 터널을 이용해 아주 신속/정확하게 배달할 것 같다는 망상을 한 적이 있다) 지금은 그 터널을 생닭 대신 직장인(노동자겠지)들이 이용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그렇게 소음도 굉장하고 공기도 탁하고 몸이 꽉 눌려버린, 좁아터진 공간에 서서
책도 읽을 수 없고 창밖도 볼 수 없고(5호선은 특히) .... 우울한 30분을 견디는 동안
내가 의지할 것은 ㅡ mp삼돌이다.
그래, 디지털보다는 아날로그가 좋아!라고 하던 나는,
얼리어답터는 안 되겠다고, 쓰던 cdp 고쳐 쓰겠다고 하면서
이 친구를 안 사려고 버텨봤으나.......... 결국 사버렸다;
그리고 내 손에 들어온 뒤로 왜 이제 만났냐는 듯 아주 한몸이 되어 다니고 있다;;
난 이 조그만 기계 안에서 재생되는 음악 파일에 위로를 받고, 감정을 맡긴다. 이 음악 파일은 기계의 힘을 빌려 돌아가고, 음악을 만든 사람보다 기계를 만든 회사가 훨씬 돈 많이 버는 세상이 되었다.
메마른 도시공간에서 늘 허덕이며 늙어가던 나는, 어릴 때 듣던 음악에 다시 열여섯 살이 된 것 같았다가도 저 조그만 기계ㅡ엠피삼돌이를 보면 기분이 묘해진다.
너무 콱 꼬집어 내 필요를 채우는 저 물건,
내가 저 물건에 의존하지 않고 살 방법은 없었을까ㅡ
내가 사는 곳이
도시가 아니었다면, 아니 도시에 조금만 더 여유가 있었다면
이 도시에 광고판, 광고글, 자동차, 시계, 바쁜 걸음, 아스팔트, 온갖 빌딩빌딩빌딩만 있는 게 아니었다면, 나무도 좀 더 많고, 하늘도 좀 더 넓고, 밤하늘 별의 반짝임도 좀 더 분명하다면
언제든 사람들과 편하게 얼굴을 마주하고 조금만 더 서로의 온기를 느낄 수 있다면
나는 저깟 기계에 이렇게 의존하지 않을 수도 있을거다.라는, 그런, 생각.
댓글 목록
당신의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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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엠피삼이 있으면 책을 더 안 읽게 되어서 좋진 않아-그래도 루냐가 보내준 음악들은 엄청! 잘 듣고 있다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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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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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은 책과, 버스는 엠피삼과!! 나의 공식입니다;;부가 정보
루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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냐옹/냐옹이 소개해준 미스터 칠드런도 잘 듣고 있어 =)(미스터 칠드런.. 이름에서부터 피터팬 증후군 냄새가 나..
가사를 몬 알아들으니 정말 그런지는 알 길 없지만)
카스테라/저도 그렇지만;; 출근길은 절대 예외라는 거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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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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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에 대한 반사적 반감일지도 모른다는. 나도 아날로그가 좋지만 가끔- 무의식적으로 반 디지털 / 반 빠름(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겠구나) 인간이되려고 노력하고 있는 걸까봐 무척 조심하고 있어. 즐기렴. 음악을. mp3 을 즐기진 말고부가 정보
루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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륜/ 륜이랑 루냐는 참 닮은 이름이지 =) 반가워, 륜!기계에 대한 반사적 반감일 수도 있고,
성북동 비둘기가 연탄의 온기에 얼굴을 부비는 느낌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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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G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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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요즘 mp3p에 존 바에즈 음악을 넣고 이동할 때 듣고 있어요. 그래서 요즘 mp3p는 저의 좋은 친구죠. 그리고 카스테라 님의 공식은 저의 공식이기도 하네요. ^^덧글: 블로그 만들었어요. 놀러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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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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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GonG/그렇구나. 존 바에즈 음악도 들어보고 싶다. 저는 요즘 Bend Folds Five.(홈페이지도 좋지만, 놀러가기엔 조금 불편했는데, 흣, 잘 됐다. 지금 놀러갈게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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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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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공님;; 댓글이 안 달리던데ㅡ (저만 그런 거?)부가 정보
nav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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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그런거; 우공님 블로그에 답글이 안달려;부가 정보
uG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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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글 아래에 있는 <댓글>이라는 버튼을 누르면 댓글을 달 수 있습니다. 아직 기술이 미숙해서요^^부가 정보
루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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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공, 아직 안 되는 것 같지만, 기다릴게요 =)부가 정보
ses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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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히힉-엠피삼돌이는 비싸다고만 생각해왔기 때문에 루냐님의 엠피삼돌이 구입이 아니었다면 저는 애인과의 일백일 기념선물을 그것으로 생각지도 못했을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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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n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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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안녕하세요 히힉-진보네에서도 처박혀 있기를 좋아하고, 정체성은 또 피키가 아닌 루냐.예요ㅋ
(지킬과 하이드.였는데 뭔가 정체를 들킨 느낌)
여기서도 보니까 신기하고 방가하군요 ^ㅡ^)ノ"
아, 그 녀석이 100일 기념선물이었군요! 캬~
(나도 저런 애인 한 명만 .... 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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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s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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큭- 너무 빠른 리액션 ㅋㅋ지킬과 하이드를 보고도 그냥 지나칠 수 없던터라. 지킬은 이글루스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블로거이고 하이드는 이글루스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블로그랍니다 호호. 그나저나 피키 피키 하면 핑킹가위가 생각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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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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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호, 그렇군요!! (또 빠른 리액션;;)그 두 분의 관계가 궁금해지는데요. (눈빛 반짝)
모르는 분들이라면 괜히 만나게 해주고 싶다는;;; (오버하지 말자)
원래는 <메종 드 히미코>의 피키피키 피-키입니다만, 핑킹핑킹 피잉킹~도 역시 맘에 드는군요.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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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일없는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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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켜진 일을 하다 재미가 없어 블로그쪽으로 눈길을 ㅋㄷ'지킬'의 '하이드'예요 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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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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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너무 늦은 리액션)오호 그렇군요. =)
(뜬금없는 얘기 하나)
저는 오래전부터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가 몹시 보고싶었어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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