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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피삼돌이와 나

사실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나는 출근길에 버스와 지하철을 탈 때마다 숨이 막힌다.

 

버스는 참치 통조림, 나는 참치 살코기가 되어 지하철역에 도착할 때까지 나를 비롯한 참치 살코기들은 창밖 가로수에 나뭇잎이 얼마나 남았나 쳐다볼 겨를조차 없다. 팔과 다리는 경직되고 옆 사람들과 손이라도 닿으면, 서로 흠칫 놀라 몸을 더욱 움츠린다.

캔뚜껑(버스 뒷문)이 열리자 마자, 사람들을 게워내는 버스. 사람들은 마치 버스의 토사물처럼 줄줄줄 밀려나와 다시 줄줄줄 지하철의 입속으로 꾸역꾸역 들어간다.

 

지하철은 생닭유통터널.

출근길 지하철은 지하 터널로 빠르게 운송되는 미래의 생닭유통시스템을 연상시키는데, (미래에는 아마 신선한 생닭 및 각종 생선/주스/유제품을 위해 지하 터널을 이용해 아주 신속/정확하게 배달할 것 같다는 망상을 한 적이 있다) 지금은 그 터널을 생닭 대신 직장인(노동자겠지)들이 이용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그렇게 소음도 굉장하고 공기도 탁하고 몸이 꽉 눌려버린, 좁아터진 공간에 서서

책도 읽을 수 없고 창밖도 볼 수 없고(5호선은 특히) .... 우울한 30분을 견디는 동안 

내가 의지할 것은 ㅡ mp삼돌이다.

 

그래, 디지털보다는 아날로그가 좋아!라고 하던 나는,

얼리어답터는 안 되겠다고, 쓰던 cdp 고쳐 쓰겠다고 하면서

이 친구를 안 사려고 버텨봤으나.......... 결국 사버렸다;

그리고 내 손에 들어온 뒤로 왜 이제 만났냐는 듯 아주 한몸이 되어 다니고 있다;;

 

난 이 조그만 기계 안에서 재생되는 음악 파일에 위로를 받고, 감정을 맡긴다. 이 음악 파일은 기계의 힘을 빌려 돌아가고, 음악을 만든 사람보다 기계를 만든 회사가 훨씬 돈 많이 버는 세상이 되었다.

 

메마른 도시공간에서 늘 허덕이며 늙어가던 나는, 어릴 때 듣던 음악에 다시 열여섯 살이 된 것 같았다가도 저 조그만 기계ㅡ엠피삼돌이를 보면 기분이 묘해진다.

 

너무 콱 꼬집어 내 필요를 채우는 저 물건,

내가 저 물건에 의존하지 않고 살 방법은 없었을까ㅡ

 

 

내가 사는 곳이

도시가 아니었다면, 아니 도시에 조금만 더 여유가 있었다면

이 도시에 광고판, 광고글, 자동차, 시계, 바쁜 걸음, 아스팔트, 온갖 빌딩빌딩빌딩만 있는 게 아니었다면, 나무도 좀 더 많고, 하늘도 좀 더 넓고, 밤하늘 별의 반짝임도 좀 더 분명하다면

언제든 사람들과 편하게 얼굴을 마주하고 조금만 더 서로의 온기를 느낄 수 있다면

나는 저깟 기계에 이렇게 의존하지 않을 수도 있을거다.라는, 그런,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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