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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7/01/29
    스물여섯, 독립은 시작됐다(16)
    루냐
  2. 2007/01/24
    1월 27일과 28일(6)
    루냐
  3. 2007/01/24
    함부로 대하지 말아요(5)
    루냐
  4. 2007/01/20
    책 분실(4)
    루냐
  5. 2007/01/20
    화들짝했던 순간(4)
    루냐
  6. 2007/01/17
    Q&A
    루냐
  7. 2007/01/17
    슬프지만 현실(2)
    루냐
  8. 2007/01/15
    온몸으로 저항하는 코스프레를 보여주세요!(4)
    루냐
  9. 2007/01/12
    야간비행(3)
    루냐
  10. 2007/01/11
    .... 미안해(5)
    루냐

스물여섯, 독립은 시작됐다

오전부터 슬슬 머리 왼쪽 뒷편에서 신호를 보낸다. 머리 왼쪽 뒷편이란 내 몸의 일부를 인식한 적이 별로 없지만, 이 녀석이 신호를 보내자 그제서야 내 몸에 그런 일부가 있다는 걸 느낀다. 

그런데 오늘은 마음속에서도 무언가 불편한 녀석이 나에게 신호를 보낸다.

*   *   *

어젯밤부터 엄마가 독립하는 나를 보며 이래저래 안타깝고 섭섭한 마음을 표현하자 나는 조금 심란해졌다. 출근길에 자취방에 갖다놓을 후라이팬이며 세탁망 등등을 한보따리 둘러매고 나왔다. 조금 복잡한 지하철에서 문쪽으로 다가가던 도중 역시 민폐를 끼쳤다. 아마도 옆에 있던 아저씨의 등을 후라이팬 손잡이로 찔렀던 것 같기도 하고... -_-; 열차 문이 열렸고, 긴가민가 하면서 돌아봤더니 아저씨의 험악한 표정이 내 모든 감정을 한 번 더 뒤숭숭하게 만든다.

[에이 이게 뭐야 아침부터 민폐나 끼치고]

얼렁뚱땅 우당탕탕 어리버리 실수쟁이지만 민폐를 끼칠 때마다 내가 조금 싫어진다.

오늘은 어제부터 심란했던 마음 때문에 스스로 [괜찮다]며 다독이지도 못했다.



목이 잠기고, 기침도 나고, 열도 오르는 것 같다. 걸어다니자면 바닥 위에서 내가 0.5cm 동동 떠다니는 느낌이다. 달뜬 얼굴에 생각도 동동 뜬다. 아파서 괴로울 정도는 아니지만 뭔가 비정상이 된 느낌은 확실하다. 작업 중인 두 책의 필진과 관계자들로부터 오늘도 슬금 시달리고 나니 팔다리에 힘이 빠진다. 너무 긴장해버렸다. 쓸데없이.

 

오늘 내가 왜 이럴까- 아픈 건 아픈 거고 내면의 문제가 면역력을 떨어뜨렸다고 생각했다.

내 면역력은 어디로 갔을까.

 

아무래도 내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건, 이번에도 엄마다.

엄마는 걱정이 끊이질 않아 계속해서 챙겨주느라 바쁜데, 나는 그것 때문에 마음이 점점 무거워진다. 그래 어여 여길 떠나자. 마음을 먹고, 내일까지는 짐을 다 옮겨야겠다고 다짐한다. 

엄마가 어제 이사하는 집이 궁금하다며 당장 가보면 안 되겠냐고 말했는데, 어쩐지 집을 알려주면 시간 날 때마다(시간을 만들어서라도) 찾아올 것 같아 솔직히 조금 부담스럽기도 하다. 역시 난 정말 나쁜 딸년이었어.

 

엄마가 뭐라 하든, 마음에 담아두지 않는 것이 좋겠다. 당분간 나무처럼 광합성만 해야겠다. 흔들리지 않을테야. (루냐는 당분간 나무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똑같은 일상이겠지만, 나에게는 나름 진정한 여행이기도 한 자취 생활. 가정사에 시달리기 싫어서 10년 전부터 꿈꿔온 독립. 산전수전 아직 덜 겪어봐서 엄마 그늘에서 나오려고 내맘대로 시작해버린 독립. 젊어서 고생 사서 한다는 속담을 나도 한번 지켜보자고 시작한 독립. 머리가 나빠 수족이 고생해도 내 머리 써가며 살아보자고 시작한 독립. 이제서야 나는 비행연습을 시작하는 아기 새의 기분을 알 것 같다.

루냐는 이제 나무이자 아기 새이기도 하지만, 이제 2만원으로 월급날을 기다려야 하는 거지루냐가 되기도 했다. 마음만큼은 초라해지지 말아야지. 앞으로 1년 동안 나와 함께할 그 공간을 다른 무엇이 아닌 루냐 공기로 채울테야. 음후후.  

 

+) 인쇄 걸어 놓고 시작한 포스팅, 시간 가는 줄 모른다. 400페이지는 언제 다 인쇄됐다냐. 켁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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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7일과 28일

27일 | M 선배 결혼식, 대추리 가기

28일 | 월세 계약, 독립 만쉐이

 

+) 흐아, 바쁘네;; 그래도 이런 일들로 바쁜 거라면, 기꺼이! 응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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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부로 대하지 말아요

안산/안양 쪽에는 공장이 많고 그곳에서 고된 일을 하는 이주 노동자들도 많다. 

그래서인지 가끔 4호선을 타면  이주 노동자들을 심심찮게 본다.

일요일 저녁, 나는 지하철 4호선을 탔고 내 앞에는 이주 노동자 청년이 곤히 잠들어 있었다.

 



그렇지만 졸고 있는 청년의 몸이 빈자리 쪽으로 많이 기울어져 있어 앉기가 어려웠다. [많이 피곤한가보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어떤 아저씨가 그 자리에 앉으려고 하면서 그 청년을 '굳이' 깨운다. [어이 자네 머리 좀 치워봐!] 청년이 잠에서 헤어나오지 못하자 그는 또 청년의 머리를 '굳이' 손가락으로 밀며 코끼리 같은 자기의 몸을 빈 공간에 쑤셔 박는다. 도톰한 겨울 코트로 감싼 아저씨의 두꺼운 어깨는 쿠션 같다. 청년의 고개는 또다시 갸웃 기울어 아저씨의 어깨에 닿는다.

 

아저씨는 매우 언짢은 표정으로 자기 손가락 하나를 꼿꼿이 세워 청년의 머리를 받쳐보더니 [자네, 어디까지 가나?] 하고는 더 열심히 청년의 머리를 반대편으로  민다. 단지 난감해서도 아니고, 자기 몸에 청년의 머리가 닿는 자체가 기분 나쁜 듯한 태도이다. 그러고는 동행하는 자기 친구와 함께 지하철에서 신나게 떠든다.

 

지켜보던 내 미간에 자꾸 주름이 잡힌다. 청년 옆에 차라리 내가 앉을걸, 하는 생각도 든다.

굳이 저럴 필요 있을까, 아가씨가 앉아서 청년처럼 졸았으면 가만히 있었을까, 또는 그 청년이 선진국형 인간(백인?)이었다면?

 

[함부로 대하지 말아요!!!]

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주먹만 불끈할 뿐. 결국 한 번 노려보고 돌아서버렸다.

처음에 내 머릿속엔 아저씨에 대한 분노뿐이었는데, 조금 있으니 다른 생각이 밀려왔다.

[루냐 너도 잘한 거 별로 없어]라는 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몇달 전에 알게 된 방글라데시 친구에게 잘해주지 못한 일이 생각난 것이다. 마음이 저렸다.

나를 좋아해주고 친하게 지내고 싶어하는 그 친구를 나는 좀 부담스러워했다. 그래서 그가 자주 문자를 보내오고 전화할 때도 시큰둥하지 않았던가. 처음에 내가 그에게 보였던 친절함은 결국 가식이 아니었을까. 나는 '의식'이 있으니 그들에게 '이렇게 대해야 한다'라는 생각이, 내게 진실한 마음을 갖기도 전에 과장된 친절이나 행동을 하게 하고, 그가 나에 대해 괜한 기대를 갖게 한 건 아닌지. 그래서 결국 그 친구에게 상처를 준 건 아닌지.

휴. 생각이 번질수록 생각도 글도 마무리가 안 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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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분실

정혜신 <삼색공감>

로젠버그 <비폭력 대화>

 

한 달 사이에 잃어버린 책들.

사 놓고 몇 페이지 보지도 못한 채 버스에 놓고 내렸다.

 

지갑과 그 안에 든 사진 다음으로 쓰린 건 아마

책이 아닐까 싶다. (진짜로.. )

 

아직 읽어보지도 못했는데.

쓰읍 ㅡ 쩝.

 

누군가 주워서 헌책방에 팔기 전에

꼭 한 번만 잘 읽고

좋아했으면 좋겠다.

 

그럼 좀 위로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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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들짝했던 순간

화요일마다 민예총 문예 아카데미 <미학과 페미니즘>을 듣고 있다. 미학과 페미니즘의 불온한 동거에 찌릿찌릿 안테나를 세우고 수업을 들은 지 2주째. 미학은 미학이고 페미니즘은 페미니즘이다ㅡ는 아니었고 뭐 이렇게 새로운 개념이 많고 이름들이며 배경이 많으냐!하면서 내 무식을 비웃고 있었다. 매주 두 시간씩 수업을 듣는 것은 막막하고도 신기한 느낌이다. 뭐랄까, 섬을 만들려고 바다에 돌맹이를 하나씩 던지는 기분?

 

좌우지간- 하려던 말은 그게 아니고.

빠르고 높게 질주하는 선생님 말씀 따라 새로운 개념들 되는 대로 삼키다 보니 한 시간이 지났다. 허이쿠야, 드디어 쉬는 시간. 좁은 강의실을 나오려고 자리에서 일어서는데, 빨간 코트의 아가씨가 조심조심 선생님 앞으로 걸어가 도너츠를 수줍게 내민다. '착한 아가씨네'하면서 강의실 밖 정수기 앞에 섰는데,  어느새 오른편에서 아까 그 아가씨가 통화를 하고 있다.

 

"어, 어, 그래.. 전화 받기 괜찮니?"

"어, 어, 어, 음... 그냥 끊을까? 다음에 통화할래? 그냥 문자 보낼 걸.. 괜찮아? 아아. 으응."

 

뚝. 전화를 끊었다.

 

"아휴 바보 그냥 문자나 보낼 걸.."

하면서 머리를 콩콩 쥐어박는다.

 

허허ㅡ 어디서 많이 보던 모습일세;;

그런데 이 '화들짝' 부끄러운 느낌은 뭐냐. (모른 척하기는!) 

 

 



+) 다른 사람들이 저를 볼 때 느낀다는 그 '답답함'을 좀 더 확실히 이해하겠더군요. 음음;;

++) 그나저나 혹시라도 그 아가씨가 이 글을 보고 자기 이야기를 하는 건줄 알면 어쩌나 살짝 걱정;;;  

+++) 0시 포스팅. 앗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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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A

친구가 물었다.

"너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뭐야?"

나,

"지금"

 

또 친구가 물었다.

"너를 계속해서 고민하게 하는 것은 뭐인 것 같아?"

나,

"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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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지만 현실

 

그래도 어떤 일이든지 끝이 있게 마련이니 너무 힘들어 하지 말자.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준대잖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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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으로 저항하는 코스프레를 보여주세요!

돕헤드님의 [복면을 하고 FTA반대 집회에 간다] 에 관련된 글.

내일, 참석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습니다. (시작부터 변명입니다?)

좋아하는 사람 만나기 전날, 무엇을 입을까를 고민하는 마음으로(그렇다고 실제로 좋아하는 사람을 만난다고 그런 고민을 하진 않지만) 온몸으로 저항의 의지를 보여주는 코스프레나 복면을 하고, 한 사람의 의지를 보여주고 싶습니다.

못 나가서 아쉽고, 이럴 때마다 회사를 나가버리고 싶기도 하지만...

마음으로 응원을 보냅니다.

코끼리 같은 사회 앞에 개인은 개미 한 마리 같은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승리를 승리라 생각하지 않고,

멀리 내다보며 하루하루 투쟁을!

+) 말만 잘하는구나. 그래도 언젠가 현실로 옮길 씨앗을 잘 살리고, 키워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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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비행

오늘은 야근이다.

하루종일 고개를 푹 숙이고, 나는 왜 이럴까 나는 왜 이럴까... (요즘 자책하는 이유는 단순히 일 때문만은 아니다) 구겨져 있었지만, 내 기분이야 어찌되었든 일을 해야 한다. 평일 저녁마다 약속과 강의가 있어서 야근을 안 했으니 뭐 오늘 하루쯤 괜찮다지만, 나는 요즘 내 그림자에게서라도 위로받고 싶은 마음이다. (사랑하는 사람들, 당신들께는 언제나 감사하고 있어요..)

그래서 6시 30분, 저녁을 먹는다는 핑계로 회사 밖으로 나갔다.

길 건너 샌드위치 가게에서 '에잇!'하고 호사스럽게 칠천 원이나 써버린다. (보통 혼자 먹으면 그렇게 안 먹죠.) 코코아와 감자샌드위치를 시켰다. 그런데 테이크 아웃도 아닌데 일회용컵에 담아주다니! 이런 이걸 무를 수도 없고... -_- 마음이 불편했다. 역시 컵을 들고 나왔어야 했나.

긴 코트에 목도리를 둘둘 감고 있지만 구두 신은 발이 시렵다. 그래도 걷는다.

내 맘대로 이 저녁 산책에 마음에 드는 단어를 갖다 붙여본다. '야간비행'이라고.

마포경찰서 뒷동네는 좁고 어두운 골목골목에 다세대 주택들이 밀집해 있어서 미로 같다. 집 안에서 저녁 준비하는 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허름한 슈퍼에서 계산하는 기계소리도 들린다. 셔터를 내리는 부동산 아저씨를 지나쳐 돌고 돌아 발에 감각이 없어질 때쯤 다시 회사로 향한다.

사실 독립할 집을 구하려고 전에 갔던 부동산에 들를 셈이었지만, 어둡기도 하고 애초에 들어갔던 방향이 달라 찾지 못했다. 다음에 와야지. 괜찮아 괜찮아.

걸으면서 내내 생각했다. 집도 서울이고, 모아놓은 돈도 없고, 엄마도 잘해주시는데 왜 난 굳이 독립을 하려 할까. 생각을 조근조근 씹다가 집이 서울인 것과 엄마가 잘해주시는 게 독립을 망설이는 데 이유가 될 수 없는 거 아니냐고 자답한다. 그냥 나는 조금 무서울 뿐이다. 혼자서 이 길들을 지나 불 꺼진 집으로 들어가는 상상을 해본다. 팍팍한 생활고에 시달릴 수도 있겠지. 나는 잘할 수 있을까.

잘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니 고개가 점점 더 푹 숙여진다. 나는 또 어느새 땅만 보고 걷고 있다.

신호등을 기다리며, 다시 생각을 고쳐본다.

'잘 살지 않아도 좋아. 어떻게든 살아보자.'

다시 내 자리에 앉아 원고를 본다. (원고를 보다가 이 글을 쓴다;)

한 바퀴 걷고 오니 찬바람을 맞았는데도 기분이 한결 상쾌해졌다.

머리도 쌩쌩 돌아가고 원고도 쑉쑉 들어오는 '느낌(일 뿐)'이다. 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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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안해

자주 연락 못 해서 미안해

건강할 거라 믿어서 미안해

멀다고 자주 못 가서 미안해

너의 웃음에 마음 놓아서 미안해

더 많이 사랑해주고 손 잡아주지 못해서 미안해

 

미안해, 지영아.

: 조용히 세상을 떠나버린 친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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