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2012삼일절마라톤소감

'앰블란스의 호위를 받으며 유유자적 가는 화성인' , 이것이 이번 마라톤의 컨셉^^

 

2012 0301 강원일보사 주최로 삼일절 마라톤대회가 열렸다.

날씨가 매우 화창했다. 멀리서 벗이 7명이 왔으니 한 10km 정도 걸어나 볼까? 하면서 일단 강원도청앞으로 갔다. 날씨가 화창한데 의외로 사람들이 적었다. 마라톤복을 입고 몸을 풀고 있는 사람들을 보니 갑자기 한번 뛰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즉석에서 하프 등록을 했다.

선거철이라고 볼펜도 준다.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 자본주의사회에서 선거로 권력을 독차지 해 본 놈만이 이렇게 말할 수 있으리라! 선거폭력을 신화화하려는 엄청난 음모다. 여기에 반하여 나는 이렇게 말한다 "민주주의의 꽃은 혁명이다"

출발신호가 울리고 약 5km를 뛰었는데도 벌써 모든 사람들이 나를 앞지르기 시작한다. 오늘은 선수들만 왔나? 10km 반환점에 접어들면 확연히 알 수 있다. 하프를 뛰는 사람이 몇명이 되는 지를...... 아풀사 내 뒤로 한 명도 없는 것이었다. 이런 일은 정말 처음이었다. 더군다나 31마라톤 대회에서는 그나마 꼴지는 아니었는데......

그런데 어디선가 앰블란스 (인성병원 앰블란스였다)가 천천히 내 뒤를 밟는 것이었다. 아! 벌써부터 나를 호위하면 안되는데 하면서 나는 뛰다가 교통정리차 나와있는 경찰아저씨에게 "저 뒤에 앰블란스 보고 그냥 가도 된다고 이야기해줘요"하면서 전해달라고 했다. 그러나, 앰블란스는 기어코 따라오는 것이었다. 이제는 날씨를 느껴볼 수도 없고 주의를 쳐다볼 틈도 없이 달려야 했다. 오르막이 보이면 더 달렸다. 그런데 희한한 일은 내가 그렇게 달려도 앞서간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그것도 한 명도 안보이는 것이다.

결국 앰블란스가 뒤를 따르는 나의 독주가 시작되었다. 길 가의 아주머니 아저씨들을 보기가 민망했으나 이제 체념을 하곤 그러려니 하시겠지 하면서 천천히 달렸다.  

점차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앰블란스가 나를 얼마나 호위해주는가?를 알게 되었다. 결국 하프지점까지 가자 이제 사람들이 반환하여 돌아오고 있다. 사람들은 반환점을 지나 우르르 몰려나오는데 나는 혼자서 앰블란스를 뒤로 하고 뛰어가고 있으니, 모든 사람들이 나와 인사를 할 밖에...... 나도 그 인사를 일일히 받아주었다. 백발이 성성한 수염있는 할아버지도 나에게 화이팅! 하고 지나가셨다. 우리학교 백오리 동호회원들이 모두 나를 본 것은 물론이고 나중에 만나서 이야기 중에 나왔지만 멀리서 온 벗 4명도 나를 봤다고 한다.

'앰블란스의 호위를 받으며 유유자적 가는 화성인' 그게 나의 컨셉이었다.

이제 막 반환점을 돌아서 소양강을 따라서 뛰어갈 때는 행복했다. 나름대로 호위군도 있고 맨 늦게 가도 두렵지 않았다. 그런데, 도심지로 들어오자 경찰아저씨가 나를 불러서 인도로 가라고 하신다. 그러더니 앰블란스를 제지하여 더이상 따라오지 않게 하는것 같았다. 이제 나는 혼자가 되었고 그 딱딱한 보도블럭을 뛰려니 잘 뛰어지지가 않는다. 그래서 다시 나와 도로에 빨간 꼬깔이 있는 노선으로 달려보지만 여전히 속도는 나지 않는다. 다리는 괜찮은데 왠일인지 머리가 아프다. 내가 오랫동안 운동을 안했다는 증거군...... 그렇군 거의 한달을 일에 빠져서 몸무게도 엄청 늘어났구 말이야......

정말 간신히 최종목적지에 다다르니 아무도 없다. 마지막 초를 재는 사람도 없다. "저 들어왔는데요" "벌써 끝났어요 기록은 안나와요" 참으로 드라이한 말들이 오갔다. "메달은 주나요?" "아 메달? 저쪽에 가봐요"  "거기서도 별 감흥이 없다." 역시 꼴찌에게 주는 갈채는 없어졌다. 나는 그저 유유히 행사장을 빠져나올 뿐이었다.

이제 예전에 안하던 일을 해야한다 사진찍기이다. 지난 해부터 마라톤을 언제 마감하게 될 지 몰라서 일단 사진을 열심히 찍어둔다. 물론 스마트폰에 좋은 사진기가 있기도 하지만 말이다. 사진을 찍는데도 엄청난 코메디를 연발했다. 행사장에서 한참 내려와서 지나가는 젊은이들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어떤 이는 사진을 정말 각도를 맞추어 잘 찍는다. 어떤이는 카메라를 내려 꽂아서 찍으니 잘 안나온다. 아 각도의 차이가 이렇게 나다니.. 나는 어느새 카메라로 사진찍기 실험을 하고 있었다. 지나가던 사람들을 불러세우면서 열씸히 이 일을 하고 있는데, 종이를 줍던 두 아저씨가 나에게 다가온다. 멋있게 찍어주겠다는 것이다. 나는 카메라 (아니 핸폰)를 맡겼고 아저씨는 신이 나셔서 찍다가는 흥이 더 나셔서 전봇대에 걸린 태극기 (오늘이 31절이 아닌가?)를 뽑아서 내 오른손에 안겨주면서 들고 흔들으라고 했다. 가만히 보니 아저씨가 막걸리 한잔 걸친 상태셨다. 그래도 나는 아저씨를 따라 태극기를 흔들었고, 아저씨는 마음껏 사진을 찍어주었따.

이제 벗들을 만나러 갈 차례다. 벗들은 나의 늦장을 이미 잘 알기에 벌써 닭갈비집에 들어가 있다. 나도 그것을 알기에 맘편하게 갔다. 한 형이 앰블란스로 호위한 이야기를 하시며 도지사보다 더 훌륭한 호위를 받았다고 부러워 하셨다. '그럼 마라톤에는 운동 그 자체만이 아닌 얼마나 많은 이벤트가 있는데......'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 문득 같이 오신 여성동지를 위한 한 이벤트가 떠올라 모두를 끌고 공지천과 소양강이 만나는 곳으로 갔다. MBC빌딩이 있는 근처이다. 강둑위에서 막걸리 한잔 하고 밤하늘의 별 한번 쳐다보고 밤하늘의 달도 한번 쳐다보면서 한참을 노닐다 집으로 왔다.

행복한 하루였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