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맨드라미꽃

[예전에 쓴 글임]

 

                                                                                  맨드라미꽃

 

내가 일하는 곳 5층엔 옥상이 있다. 옥상에 화분을 갔다놓고 맨드라미 꽃씨를 길가에서 받아다가 뿌렸다. 언젠가 강원도에 계시는 한 분이 맨드라미꽃으로 떡을 해먹는다는 말을 듣고는 한번 맨드라미떡을 해먹고 싶어서 몇년째 꽃씨를 뿌리는데, 떡은 한번도 못해먹고 꽃씨만 받아두었다가 다음 해에 뿌리곤 한다. 

 

올해에는 꽃씨를 비교적 소복히 뿌렸는데도 처음에는 맨드라미가 세포기만 크게 웃자라서 저는 나머지 꽃씨는 다 봄에 왔던 비바람에 날라갔나? 했더니, 좀 있으니, 화분 가득이 빽빽하게 조그만 맨드라미들이 낑겨서 나오기 시작했다.

 

매우 웃자란 세포기의 맨드라미의 그늘에서 가느당당하게 낑겨있는 작은 맨드라미풀이 가엽고 처량했다. 세포기는 벌써 진분홍 꽃까지 피웠는데, 말라깽이 가느당당한 나머지 풀들은 그저 살아갈수나 있을 지 생존이 염려스러운 놈들이다. 마치 인간세상의 생산관계를 보듯이, 소외하는 자와 소외당하는 자들이 있는 인간사회를 보는 것 같아서 기분이 별로다.

 

오늘 내일사이에 빨리 작은 맨드라미 포기들을 학교 운동장근처의 너른 들판에 옮겨심어서 해방시켜주어야겠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