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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월악산

엄마는 1099나 되는 월악산 정상에 올랐던 적이 있다. 그것도 한 겨울에 흰 운동화만 신고 말이다.

 

어렷을적에 나는 산에 오르는 것을 무척 좋아했다. 어느 한 겨울에 방학이라 충주에 내려온 나는 충주에 있는 친구들과 산에 가기로 했는데, 날씨가 너무 춥고 눈이 와서 그런지 모두들 안가겠다고 하면서 나오질 않았다. 나는 그래도 산에 꼭 가야겠다는 성미에 급기야 엄마에게 같이 가자고 졸랐던 것이다. 이렇게 해서 엄마와 나는 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눈이 온 산인데도 무슨 생각으로 운동화를 신고 올랐을까? 아니 그 당시에는 등산화 하나 없어서 그냥 운동화를 신고 갈 수 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마애불까지만 가기로 했지만, 엄마는 내가 언제 또 와보겠냐?면서 딸덕에 산에도 오르게 되었다고 하시며 기어이 정상을 향해 한발을 내딛었던 것 같다. 그때 사진기도 하나 없이 올라갔다 내려왔던 것이 좀 아쉽다..

 

간신히 정상까지 올랐으나 내려가는 것은 더 문제였다. 응달에 눈이 쌓여서 운동화로는 도저히 미끄러워서 내려갈 수 없었던 것이다.

 

그때 엄마가 하신 것은 그냥 눈위에 주저앉아서 눈을 타고 내려가는 것이었다. 나도 그렇게 따라할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두 모녀는 월악산 눈쌓인 계곡을 그대로 주저앉아 엉덩이를 땅에 붙이고 미끄러지면서 내려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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