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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청동 다녀옴.

경찰이 행한 '진압작전'이라는 이름의 강제철거가 끝나고,

현장으로 들어가기 위해 기다리는 기자들만 남았을 때.

 

mbc 라디오 방송에서 나온, 앳되어 보이는 한 기자가

카메라 기자들 앞에서 귀엽고 낭랑한 목소리로 자기자랑을 하고 있었다.

 

저, 여기서 다 땄어요!

서장님도 인터뷰 안 해 주려고 하는데 떼써서 했어요!

서장님이 저보고 떼쟁이래요~

 

...

 

역겨웠다.

 

가뜩이나 경찰서장에게 '감사합니다'고 허리 숙여 절하는 주공 관계자를

눈앞에서 목격하고 분개하고 있었는데.

 

30명에 이르는 철거민들이 경찰특공대 진압봉에 두드려 맞고 떠나간 자리,

살 곳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공권력에 의해 힘없이 떨려나간 그 자리에서,

어떻게 하하호호 웃을 수 있단 말인가.

 

최루액 탄 물대포를 맞고, 눈 주변이 시뻘개져 있던 그들의 얼굴을 보기는 했던가.

 

나풀거리는 치맛자락만큼이나 상큼한 미소는,

일요일 오후 놀이공원에서나 행복하게 흘리란 말이다.

 

...

 

발목까지 시큰거려 절뚝이며 현장을 나서는데,

주인 잃은 어린 코카 스패니얼 한 마리가

겁먹은 맑은 눈을 하고서 길목을 배회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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