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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사.

명부전에 들어서면,

 


부리부리한 사내가 주먹을 꼭 쥐고 노려보고 있다.

 

나 : 쟨 뭐 하는 거야?

엄마 : 죄짓고 오는 사람들한테 '우이씨' 하는 거야.



 

바라다 본 하늘은 참 예뻤고..

 

 

사리탑 앞에 타고 있는 양초에는 사람들의 소원이 애달펐으며,

 


 

제 지낸 물건들을 태운다는 소각터는 대숲 앞에 있어 신산스러움이 더했다.

 

p.s

금산사에는 아주 커다란 금불상이 있다. (대장전도 아니고 미륵전도 아니고 어딘지 기억은 안 난다.) 공양미 시주하고 삼배를 한 후 나가려는데 거기 일하시는 분이 '보살님'하고 엄마를 부르더니 '지하로 들어가 보세요.'하고 작은 나무문을 하나 열어주었다. 낮은 계단을 세 계단쯤 내려서더니 엄마는 쪼그리고 앉아서 '잘 안 보이겠지만 손 넣어서 만져봐. 부처님 서 계신 연화대라는 건데, 인도에서 보면 사람들이 불상 앞에 엎드려서 이마 대고 기도하잖아. 너도 이마 대 봐.' 그런다. 엉겁결에 연화대 끄트머리에 이마를 댔더니만, 엄마는 연화대와 내 머리를 함께 쓰다듬으며, '부처님.. 우리 혜리 안 아프게 해 주세요.. 건강하게 해 주세요..' 연신 되뇌였다.

 

어딘지도 모르고 뭔지도 모르고 그냥 엄마 따라서 들르는 곳마다 천원씩 시주하고 삼배를 했다. 나는 그저 신기하고 재밌어서 한 거지만, 엄마는 빌고 또 빌었다. '부처님 바쁘겠다' 하고 새초롬만 떨지 말고 나도 뭔가 좀 빌어볼 걸 그랬다. 우주평화 같은 거. 그냥 다 안 아팠으면 좋겠다고.. 안 미안하고..


 

돌아오는 길에 들렀던 영광 법성포.

조그만 포구 안쪽에 외롭게 버려져 있던 낡은 농구대.

배터진 조기를 연신 매달아 대고 있던 총각이 종종 농구를 하는 걸까.

 

이쁘게 생긴 조기는 다 안에 있구요,

이건 배터지거나 망가진 거라서 말려서 나중에 고추장 굴비 할 거예요..

 

별로 농구할 것 같지 않은 총각의 굴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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