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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은,

매력적인 공간이다.

매력적인 공간분할.

 

상명대 간판들 사이의 프레임으로는 구름이 흘렀고,

어느 반지하 식당주방 문 사이로는 신문을 읽는 아르바이트 학생의 여유가 담겼고,

동덕여대 건물의 사각유리문으로, 내가 걷는 속도와 똑같이 한 남자가 걸어나왔고, 그가 바깥으로 나옴과 동시에 안쪽 복도에 환하게 불이 켜졌다.

 

프레임에 담기는 그런 이야기들은, 소소하나 나를 자극한다.

 

'불란서 안경원'이나 '식빵 굽는 시간'의 한 장면이 떠오르는 듯도 해.

조경란은 왜 사람들을 담아두었을까.

 

사무실에 혼자 담겨 있는 시간 동안 나는 프레임을 떠올렸고,

그 프레임에 구름을 흘려보냈다.

 

 



1.

나는 그다지 이성적인 사람이 못 되고, 이성적인 사람이 되기를 지향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때로 이성적인 사람 흉내를 내곤 하는데,

특히 사람들과 같이 일할 때 그런다. 안 그러면 누군가는 힘들어지기 때문에.

 

그 누군가가 나일 수도 있고, 나일 경우가 많다.

 

2.

하루 네 시간 이상 일을 하면 힘들다. 헷.

우리 모두 네 시간만 일하고 살 수 없나요?

네 시간이 적당한 것 같아.

 

3.

평일이나 주말 구분 않고 자주자주 쉰다.

그러니까, 주말이나 휴일에 일할 때도 많은 셈이다.

일과 휴식이 구분되지 않은 편이라 집에 있다 해서 딱히 쉰다고 하기도 그렇다.

쉬다가도 일하고 일하다가도 쉬고 때론 쉬는 것 같은데 일하고 있기도 하고 그런다.

난 이번주는 쉬는 날 없이 일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데,

우연찮게 이번주가 꽤나 놀기 좋은 주라는 걸 알아버렸다.

그러니까, 토일월 - 금토일, 이런 식으로 말이다.

쉴새없이 핥아대는 취한 강아지 같은 그 녀석도 쉬는 날 없이 일해서 더 감이 떨어지는 것 같다.

나는 그렇다 쳐도, 넌 왜 노동절에도 일하고 어린이날에도 일하고 토요일에도 일하고 일요일에도 일하냐?

불쌍한 녀석.

 

4.

그는 위협이 되는 안경테나 가방을 끼고 다니는데,

망치 같은 외모에 비해 꽤 귀여운 구석이 있다.

게다가 어투가 딱 삼류 번역소설 같아서 매력적이다.

오랜만에 그걸 읽어버렸더니 내 말투도 따라간다.

 

난 사실 그의 표현을 잘 이해한다.

분명히, 그렇다.

 

5.

손가락은 베어 있고, 팔은 긁혀 있고, 무릎은 멍들어 있다.

이게 어찌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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