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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다시 영화광.

기억하기로, 수줍은 말투가 인상적이면서 영화에 대한 애정을 감추지 않았던, 한상준 선생의 번역서가 나왔다.

 

 

김영진의 은근한 책광고 : http://film2.co.kr/column/roughcut/roughcut_final.asp?mkey=167



트뤼포도 지독한 영화광으로 알려져 있지만, 나는 지독한 영화광의 800페이지로 요약된 삶을 번역해 낸 또다른 지독한 영화광을 떠올리며 웃었다.

그가 아니었다면 이런 방대한 작업을 또 누가 할 수 있었을까.

 

내가 비브르 사 비를 좋아하게 된 데에는 한상준 선생의 수업이 한몫 했다. 그는 영화에 대한 애정을 한껏 안은 채로 수업했고, 수도 없이 본 그 영화에 대해 여전히 아련하다는 듯한 표정과 말투로 학생들의 동의를 구할 땐, 저 지칠 줄 모르는 애정이 철없어 보여 참 많이도 웃었더랬다.

전혀 생각해 보지 못 했던, 지금 들으면 그건 과도한 해석이라고 놀릴지도 모를, 그런 영화읽기가 참 많이 즐거웠는데.

 

선생님은 여전히, 때로 동네 치킨집에서 홀로 맥주를 마시며, 외로움을 달래며, 영화를 꿈꾸고 있는 것일까?

 

"영화라는 것도 결국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일종의 시체애호증처럼 필름이 마모될 때까지 우리는 스크린 속 꿈의 실체를 거듭 음미하고자 영화관을 찾는다. 비디오와 DVD로 매체가 호환되는 현대에 그런 영화광의 매혹은 점점 과거의 것이 돼가고 있지만 유한한 실제 삶과 달리 실제 삶을 모방한 이미지는 불멸의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영화를 사랑하는 것이라는 트뤼포의 영화적 스승이기도 한 평론가 앙드레 바쟁의 명제는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영화는 현실에서 되살릴 수 없는 일종의 시체와 같은 것이지만 동시에 영원히 마모되지 않는 불멸성의 화신이기도 한 것이다."

 

그러하기에 영화에 대한 내 감정도 양가적이다. 도대체 내가 뭘 할 수 있을지 고민스러운 요즘 같은 때 더더욱 그 간극은 멀어졌다 좁혀지기를 반복한다.

 

시원한 골방에 처박혀 지나간 대학시절을 추억하며 한상준 선생의 땀이 고스란히 배어있을 800페이지를 천천히 음미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하다..... 라고 쓰면서도 아아아... 정말이지, --;;;;;; 당장 끝내야 할 리포트와 녹취 작업과 가슴에 묻어둔 프로젝트와 포항건설노동자들과 깨진 빼트의 카메라와 찢어진 안프로의 뒤통수와 종로구청 앞에서 노숙 중인 장애인 활동가들과 여전히 싸우고 있는 하이텍 노동자들과 9월에 있을 한미fta 3차 본협상과 한미정상회담과 광우병 쇠고기 수입 재개와 국정홍보처의 횡포와.. 강제철거를 코앞에 둔 평택 상황과.. 냉방병과 더위 먹은 나의 삐리리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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