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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12/05
    복지까지 민영화?
    TPR
  2. 2014/12/05
    집단해고가 던진 숙제
    TPR

복지까지 민영화?

지난 11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하 서비스법)이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합의로 국회 기획재정위 경제재정소위에 상정되었다. 이 법안은 2012년 이명박 정부 당시 ‘서비스산업 선진화’라는 이름으로 사회공공서비스 영역을 민영화하기 위한 입법과제로 출발했다가 여론의 반대에 밀려 폐기됐는데, 19대 국회 들어 다시 부활한 것이다. '민영화 만능법'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서비스법에 대해 국회 차원의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이를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의 움직임도 보다 거세지고 있다.

서비스법은 박근혜 정부가 관철하려는 경제활성화 1호 법안이다. 돈만 가져다 준다면 다 허용할 수 있다는 논리가 곧 경제활성화로 풀이되는 게 이 정부의 기조다 보니 1호란 의미도 예사롭지 않다. 실제로 박근혜 대통령은 모든 규제를 풀어 서비스업을 성장시켜야 일자리가 늘어난다고 몇 차례나 강조했고, 최경환 부총리도 틈만 나면 규제를 풀어 서비스산업을 키우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문제는 서비스법이 정하는 대상의 범위가 매우 포괄적이라는 데 있다. 이 법의 2조는 이를 ‘농림어업이나 제조업 등 재화를 생산하는 산업을 제외한 경제활동에 관계되는 산업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산업’으로 정의하고 있다. 의료나 교육, 철도와 같은 공공재는 물론 유통, 금융, 문화예술등의 분야까지 오로지 이윤 축적을 위한 시장으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이미 대통령의 입에서 규제 ‘기요틴’(단두대)이라는 말까지 나온 마당에서는 인간의 존엄을 최소한으로 보장하려는 공공복지도 그 살벌한 심판대에 올려질 게 뻔하다.

서비스법에 따라 구성될 ‘서비스산업선진화위원회’의 속내를 봐도 이 같은 문제는 더욱 심각하게 드러난다. 기획재정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고 위원 역시 해당 부처의 장관이 추천하는 민간위원을 기획재정부 장관이 위촉하는 형식이다 보니, 비판적 의견이 자리할 데가 없다. 사실상 기획재정부 독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야말로 막강한 권한을 쥔 위원회가 민영화를 위한 정책을 일사천리로 진행하겠다는 말이다. 결과적으로 환자 치료보다 영리 추구에 혈안이 될 의료민영화, 해외교육기관 유치를 허용하는 사교육 편중, 공익적 통제를 벗어난 철도와 해양운송, 카지노 같은 사행산업 육성 등 서비스법이 양산할 사회적 위험은 우리의 상상 이상일 게 분명하다.

먼저 박근혜 정부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윤보다는 생명, 효율보다는 안전을 일깨워 준 세월호 참사의 교훈을 벌써 잊었단 말인가. 공공 복지의 울타리마저 민영화하려는 데 이르러서는 도대체 이 정부가 지닌 탐욕의 끝이 어디까지인지 섬뜩하기만 할 뿐이다.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책임도 매우 엄중하다. 의료계등 직능단체의 반발로 표류해 온 이 법안에 왜 날개를 달아줘야 하나. 일단 상정해놓고 논의는 하되 나중에 폐기시키겠다는 항간의 말은 무책임하기까지 하다. 담배세 인상 반대도 처음에는 큰소리치더니 결국 힘이 없다며 새누리당의 안을 그대로 받아버린 게 엊그제다. 다시는 우리 사회를 세월호 이전의 위험한 질주로 떠밀어서는 안된다. 이 책임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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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해고가 던진 숙제

비인격적인 모멸감에 시달리다 분신해 숨진 경비노동자 이만수(53)씨가 일했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 입주민들이 끝내 경비 78명을 전원 집단해고했다. 지난 3일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만장일치로 경비용역업체 변경을 결정함으로써 단 한 명의 경비노동자도 고용승계되지 않아 자동해고된 것이나 다름없다. ‘비인격적 대우→분신→집단해고’로 이어진 일련의 과정은 충격과 함께 우리 사회에 적지 않은 숙제를 던져주고 있다.

특히 우리 사회 부유층에 만연해있는 낙후되고 야만적인 ‘노동관’이 문제다. 모든 것을 상품화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인간의 노동력마저 사고 판다. 그러나 사용자는 노동시장에서 ‘노동력’을 산 것이지 그들의 ‘인격’까지 구매한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남 압구정동으로 상징되는 부유층은 경비노동자들을 하인 부리듯 했고, 일상적인 폭언과 인격모독을 자행했다. 심지어는 동물에게 먹이 주듯 음식물을 던지기도 했다니 그 속에 베인 전근대적이고 야만적인 노동관이 경악스러울 뿐이다. 욕설과 강제노동이 난무하던 80년대의 산업현장이 재현된 듯하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절대적인 ‘갑을’ 관계다. 1년마다 계약갱신을 통해 경비노동자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경비노동자들의 입장에서 고용은 목숨과도 같은 문제다. 사용자인 입주자대표회의는 분신사망에 이르게 한 인격모독과 열악한 처우의 해결 대신 계약갱신 즉 집단해고를 택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행위에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는 점이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실제 사용자임과 동시에 경비노동자들의 임금을 지급하는 고용주이기도 하다. 중간에 경비용역업체가 있을 뿐이다. 경비용역업체와의 계약을 통해 노동력을 공급받음으로써 이들은 노동력 사용에 대해 어떤 책임도, 의무도 없으며 나아가서는 최소한의 도덕적 양심도 필요가 없게 된다. 입주자대표회의는 계약을 갱신한 것일 뿐, 집단해고 자행에서 자유롭다. 비정규직 문제, 그중에서도 간접고용형태가 낳은 살풍경이다.

경비노동자 분신과 집단해고는 낡고 병든 시스템, 노동체제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인격이나 도덕성, 선의(善意)에 호소하는 것으로 해결될 수 없는 체제의 문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정상적 노사관계’가 형성되어야 한다.

정상적인 자본주의 사회라면 응당 뒤따라야할 것이 바로 노동조합이다. 노동조합 조직률이 10%에 불과한 한국사회에서 노조는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가 자기방어를 할 수 있는 기본장치이며, 헌법에도 명시되어 있는 권리다. 노동자 스스로가 적극 나서 해결해야할 과제다.

또한 정상적인 정치가 올바른 노사관계 형성을 적극 뒷받침해야한다. 여전히 경비노동자직은최저임금도 못받는 최악의 일자리이며, 간접고용으로 인해 정상적인 노사관계 형성도 매우 어렵다. 입주자대표회의는 계약시 최저낙찰제를 통해 경비용역업체를 선정하며, 난립된 용역업체들은 경비노동자들의 임금과 근로조건을 갉아먹는 악순환 고리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근로조건이 유지·개선될 수 있도록 ‘표준낙찰제’로 바꾸고, 입주자대표회의에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지우는 방안을 마련해야한다. 경비노동자 분신과 집단해고는 ‘노동’과 ‘정치’를 근본 과제로 남겨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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