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1'에 해당되는 글 85건
조낸 행복한 인생이다.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서 블로깅이나 와우를 하고
손에서 1m 거리안에 있는 책들을 꺼내 중간중간 읽어주고
키보드에 얹혀있는 손 바로 옆에는 냥들의 귀여운 자태.
청소도 안하고 밥도 잘 안하고,
설겆이는 김상이 직접 하시오, 라고 개토가 먹은 밥그릇을 남겨두는
굉장한 인생이다.
인생의 황금기랄까.
이런 인생을 꿈꾸어 왔던 거잖아...
아마도 1월안에 이 행복은 끝이 날 것으로 보인다.
더 많이 즐겨야지...
만렙 찍어야지...
허거....글쓰고 나서 오늘 포스트한 글 수를 확인했는데, 7개다.......................
일곱개.
뭐 대단한 내용은 없으나 대략 1시간에 한번꼴로 올리고도 더 한 셈이다.
아주 신이 났구만...
신기섭 기자님과 인연이 있어,
그분이 번역하신 <탈근대군주론>을 지금으로부터 꼭 1년하고 이틀전에 선물받았다.
워낙에 책읽기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책선물, 게다가 역자의 선물이라니,
정말 기쁘기 그지 없었다.
책받은 자의 예의로, 감사의 덧글한번 남겼을 법도 한데,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아직 한번도 인사를 드리지 않았다.
이 자리를 빌어 꾸벅~ (쉽게 넘어가려는...못보실지도 모르는데...)
흠...어떻게 말을 시작해야할까.
탈근대군주론, 이 책은 굉장하다.
우선은 어렵다.
거의 두페이지에 한명씩(혹은 더많이) 새로운 이론가와 실천의 예제들이 등장한다.
그 이름들에 익숙하지 않다면 아마도 책을 펼치는 순간 압도당할 가능성이 있다.
나는 이 책을 쓴 저자보다도, 번역한 분께 정말 굉장하다는 평을 하고 싶다.
번역에 있어 인용문이야 말로 난감의 절정이 아닐까?
인용된 책들의 맥락을 이해하지 못한채로는 번역을 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울테니
인용된 책이나 사건들에 대해 느꼈을 역자의 부담이 내게도 전달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재밌다.
나는 이 책을 이론서라기보다는 소설책같다는 느낌으로 읽었다.
등장인물이 굉장히 많은 소설이랄까.
중간중간 거부감이 생겼던 부분도 있었지만, 꾹참고 읽으면 저자의 의도가 명확해진다.
책의 마지막장을 덮고 내가 머릿속에 그린 그림은
'고통받는 사람들의 거대하고 즐거운 연대체' 이다.
사람들이 하나하나 눈에 보인다.
그들은 고통이 무엇인지 알기 때문에 타인의 고통에 민감하고
고통받지 않기 위해 연대하므로 서로를 지배하거나 서로에게 폭력적이지 않게
전체를 지배할 수 있다.
그 거대한 연대체를 만들어가는데 필요한 건 그것이 필요하다는 믿음과 가능하다는 확신.
그런 믿음과 확신의 근거를 보여주기 위해 쓰여진 책이다.
이렇게 한 줄로 줄여놓으면 뻔하고 진부해보이는 문장일 뿐이지만
책을 읽으면 더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진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좀 더 쉽게 쓸 수는 없을까 아쉽다.
이런 책을 읽으면 굉장히 재미있기는 하지만, 조금은 죄책감이 느껴지게 된다.
고등학교만 나온 내 동생이나(아, 동생, 미안, 지금은 전문대생이다),
사회운동에 대해서는 개토가 한때 하던 멋진 것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우리 엄마,
아는척 하고 싶어하시고 나때문에 (말없이)민노당에 투표하시곤
민노당이 제일 낫지? 하시는 우리 아빠가(나름 비밀투표하신다)
읽을 수 있는 재미있는 사회주의 서적이 나왔으면 좋겠다.
있는데 내가 모르는건가?

그려지고 있는 과정에 있는 개토는 개토인가 개토가 아닌가
현실세계에서 개토를 그리고 있는 개토와
종이/컴퓨터 속에서 개토를 그리고 있는 개토와
종이/컴퓨터 속에 그려지고 있는 개토 중 누가 진짜 개토일까?
혹은, 종이에 그려진 개토를 컴퓨터에 복사한 뒤에도 그 개토는 같은 개토인가?
혹은 누가 더 진짜 개토인가?
야옹.
여차 저차 하여
안팎으로 대대적인 변화를 줄 마음으로
블로그 이름도 바꾸고 블로그 이미지도 바꾸고 설명글도 바꾸고
기타 등등 바꾸려고 했는데,
스캐너가 고장났다.
사실 스캐너는 고장난지 이주일이 넘었다.
언제 산건지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대략 6살은 넘은 것 같은데
스캐너 나이 6살이면 늙은건가?
고치는 비용보다 사는게 쌀거라는 조언을 AS센터 아저씨한테 듣기는 했는데,
잠시 인터넷을 뒤져보니 무난한 스캐너 하나 사려면 10만원쯤 필요한 것 같다.
현 시점의 개토에게는 10만원이 무지 무지 큰 돈이다.
다음주부터 잘 하면 돈을 벌지도 모르지만, 아직 확정된 것도 아니고...
흠......
일단 디카로 어떻게든 개겨보고...
하나의 불안을 가라앉히기 위하여
한없이 다른 불안들을 무릅쓰기까지 하려는 것이 나의 운명이다.
루이 알튀세, 미래는 오래 지속된다 첫 페이지 마지막 문장
진정으로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삶에서 단지 하나의 인위적 존재였고, 아무것도 아닌 존재였으며, 또 내가 그들을 유혹함으로써 사랑하고자 했고 또 동시에 그들의 사랑을 받고자 한 사람들, 그들로부터 차용한 인위적 수단과 사기라는 우회적 방법을 통해서만 사랑을 하고 사랑을 받을 수 있는 하나의 죽은 자였다.
그리하여 나는 사실 자신의 근육을 움직이고 사용하는 데 의식적으로 능숙할 뿐만 아니라, 특히 무의식적으로 그리고 극단적으로 다른 사람들, 즉 내가 그들의 사랑을 받고자 하는 그 사람들을 유혹하고 조종하는 데 능숙한 한 존재에 불과했던 것이다. 나는 그러한 조작된 사랑을 통해 그들로부터 내 존재에 대한 확인을 기대했던 것이다. 내가 시도한 유혹이 실패했을 때에만 내 의식 속으로 파고드는 그 막연한 불안 속에서 내가 끊임없이 그리고 끔찍하게 회의를 품게 되는 그러한 존재에 대한 확인을.
루이 알튀세, 미래는 오래 지속된다 105p
문제는 무엇인가
그들이 나를 인정하는가
내가 그들을 인정하는가
너는 아주 넓은 의미에서 좌파인가
좌파가 아니라면 이곳에 있을 수 없는 건가
명확하게 적으로 판명되지는 않지만 거북한 '너'라는 존재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
나는 그들의 저항을 지지하지만, 나 스스로가 그들의 적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어
나는 좌파이고 동시에 좌파가 아니며
아나키스트이기 때문에 아나키스트가 아니다.
그들은 결코 나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고
나역시 결코 그들중 하나가 될 수 없을 것인데
몇년이라는 시간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시간은 숫자일 뿐이다.
좌파라고 스스로를 이름짓는 사람들이 누구보다 텍스트에 빠져있다는 것은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다.
진보블로그에 올라온 글들만 봐도 그들이 얼마나 텍스트를 맹신하는가 혹은
남들이 다 읽은 텍스트를 읽지 못할까봐 안달인가, 혹은 텍스트에서 답을 발견하게 되지 않을까
에 대해 강박증적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사실 그들이 은밀하게 '텍스트의 즐거움'을 즐기고 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순수한' 텍스트의 즐거움은 우파의 것이어서
(그들은 세상의 모든 것을 두가지로 나눌 수 있다. 옳은 것과 옳지않은 것, 좌파와 우파)
그들은 모든 텍스트에서 '좌파적 상상력'이라는 불가능한 장치로
(좌파적 상상력이란 불가능하다. 좌파적인 것은 언제나 정치적인 것이어서
그 어떤 상상도 좌파적 강령에 의거하므로 그것든 결코 상상력일 수가 없다.)
텍스트에서 도덕적 근거들을 걸러내려는 시도를 한다.
그러나 마르크스가 여송연을 피웠듯이,
그들은 그런 텍스트의 여과과정에서 나오는 불순물들을
오히려 즐기고 있으며
어쩌면 그들 대다수는 민중들보다 더 많이 즐길 기회를 가지고 있다.
한편, 과연 '순수한' 텍스트의 즐거움은 우파의 것인가?
결코 그럴 수는 없다.
좌파가 '중성적인 것'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우파의 손에 들어가버렸을 뿐이다.
[즐거움은 오성과 감성의 논리에 종속되지 않는다. 그것은 표류이자 동시에 혁명적이며 비사회적인 그 무엇으로 어떤 집단이나 심적 상태, 개인어가 감당할 수 없는 것이다. 중성적인 그 무엇? 텍스트의 즐거움이 파렴치한 것으로 간주된다는 것은 명백하다. - 바르트, 텍스트의 즐거움 중 우파 중에서 -]
최근 좌파들은 그 즐거움의 거대한 힘을 발견하고
그 즐거움을 자기식대로 해석해서 권력을 가지기 위한 도구로 사용해보려 애쓰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나는 말하고 싶다.
그런 일은 불가능하다고.
문학적인 어떤 텍스트도 정치적일 수 없다.
정치적이게 되는 순간 문학적일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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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를 하여도 12시간 내에는 갈 것 같은데요.;;
나비님 말씀에 한표 ^^;
왜 궁금한지가... 정말 궁금하여요. ㅜ.ㅜ
예, 저도 궁금하네요. 왜 궁금한지가??
12시간 참아볼까나
navi / 흠...과연 그럴까요?
에밀리오 / 흠...과연....?
리, 아침 / 대략 결과가 나오면 따로 이유를 써드리기로 약속하죠.
지각생 / 그냥 투표해주시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