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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탈근대군주론 (3) 2007/01/05
  2. 이것은 초코가 아니다 (3) 2007/01/05
  3. 이것은 개토가 아니다 (1) 2007/01/05
  4. 나는 개토가 아니다 (2) 2007/01/05
  5. 스캐너 고장 2007/01/05
  6. 조금 지쳐서... (1) 2007/01/03
  7. 그녀 2007/01/03
  8. 그래... 2007/01/03
  9. 나는 왜 진보블로그에 남아있는가? (3) 2007/01/03
  10. 좌파 (3) 2007/01/03

용기

from 우울 2007/01/03 13:25

용기를 얻기 위해 바르트를 읽다.

 

글쓰기를 통해 내가 설 자리는 어디일까?

 

결국은 어떤 나를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이고

남들이 보기에는 우스웠을지 모르나 나 자신에게는 굉장한 싸움이었다.

그 싸움은 너무나 지지부진 하여 나는 그 싸움의 중간에 끼어 아무것도 하지 못한채

몇년씩이나 넋놓고 있어야 했다.

나는 차라리 몇번씩이나 나를 없애버리고 싶었다.

 

93년 이후에 10년이 넘게 스스로 확신해 왔던 많은 것들을 외면해야 한다.

손에 닿고 만질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사는 것.

그들과 함께 살고 노래하고 밥을 먹고 만져주고 울고 싸우는 것.

나는 그것이 가장 올바른 삶이라는 것을 알지만

 

 

내게는 이 삶이다.

나는 막연하지만 확실하게, 두가지 삶을 동시에 살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나는 모든 가치관과 도덕이 처음부터 없었던 곳으로 간다.

 

나는 이제 누구를 위해서도 살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제 나 외에는 아무도 없는 허공에서 춤을 추기 위해 한 발을 내딛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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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03 13:25 2007/01/03 13:25

활기

from 책에 대해 2007/01/03 12:46

내가 만약 즐거움에 따라 텍스트를 평가하기로 한다면, 이 책은 좋고 저 책은 나쁘다라는 말은 할 수 없다. 거기에는 수상자 목록도 <비평>도 존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비평은 항상 전략적인 목적, 사회적인 효용성, 또 대개는 상상적인 포장만을 연루시키기 때문이다. 나는 텍스트가 이것은 지나치고 저것은 충분치 않다는 식의, 그런 규범적인 술어의 유희에 가담할 만큼 완벽해질 수 있다고는 측정할 수도, 상상할 수도 없다. 텍스트(이것은 노래를 부르는 목소리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는 내게 있어 전혀 형용사적인 것이 아닌 바로 이거야! 혹은 내게는 바로 이거야! 라는 판단만을 나타내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내게는>이라는 말은, 주관적인 것도 실존적인 것도 아닌 니체적인 것이다(...[결국 그것은 항상 똑같은 질문이다. 이 내게는이란 것이 과연 무엇일까라는...?] )

 

텍스트의 활기는(그것 없이는 요컨대 텍스트가 존재하지 않을), 그 즐김에의 의지일 것이다.

텍스트가 요구를 초과하고, 옹알이를 극복하며, 이데올로기와 상상계가 물밀듯이 들이닥치는 언어의 문들인 형용사들의 사슬을 쳐부수고 넘쳐흐르는 바로 거기에서.

 

바르트, 텍스트의 즐거움 중 '활기' 중(볼딕은 저자)

 

 

 

누구나 뭔가를 좋아하거나 사랑할 때, 그렇게 말한다. 내게는 이라고.

보르헤스는 [불한당들의 세계사]를 S.D에게 헌정하며,

 

.... 나는 여하튼 잃고 있지 않은 내 자신의 핵 - 언어로 다루어질 수 없고, 꿈과 교환될 수 없고,

그리고 시간과, 환희와, 불행에 범접당하지 않은 가슴 깊은 곳 - 을 그녀에게 바친다.

 

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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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03 12:46 2007/01/03 12:46

옹알이

from 책에 대해 2007/01/03 12:37

그러므로 모든 작가는 이렇게 말하리라. 미치광이는 될 수 없으며, 감히 건강하다고 말하지는 못하며, 그래서 신경증에 걸린 것이라고.

당신이 쓰고 있는 텍스트는 그것이 나를 욕망하고 잇다는 증거를 보여주어야 한다. 그 증거는 존재한다. 그것은 글쓰기이다. 글쓰기는 언어즐김의 학문이며, 그것의 카마수트라이다(이 학문에는 다만 글쓰기라는 개론서만이 존재한다).

 

바르트, 텍스트의 즐거움 중 '옹알이'  중

 

 

 

 

바르트의 글 속에 새로운 것은 하나도 없다.

그러나 그는 모든 것을 새롭게 자극하여,

나는 그의 글쓰기를 통해 아주 천천히 오르가즘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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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03 12:37 2007/01/03 12:37

긍정

from 책에 대해 2007/01/03 12:29

텍스트의 즐거움

 

내 삶의 유일한 열정은 공포였다 - 홉스

 

긍정(Affirmation)

텍스트의 즐거움, 그것은 베이컨의 가상장치처럼 결코 변명하지 않으며, 결코 설명하지 않는 것 이라고 말할 수 있으리라. 그것은 결코 아무것도 부정하지 않는다. [나는 내 시선을 돌릴 것이다. 이것이 이제부터는 내 유일한 부정이 될 것이다.]

 

바르트, 텍스트의 즐거움 맨 첫페이지(볼딕은 저자에 의한 것)

 

 

 

 

훗, 웃음이 나왔다. 97년에 샀던 이 책에,

며칠전 내가 이를 앙다물고 썼던 문장이 그대로 들어있다.

 

정치적이거나, 문학적이거나 둘 중 하나만 가능하다.

아무것도 부정하지 않는 나는 문학적 시선을 견지하는 수밖에.

 

진보블로그에서의 내 정체성은 그런 의미에서 매우 아이러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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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03 12:29 2007/01/03 12:29

글쓰기

from 책에 대해 2007/01/03 12:14

글쓰기란 반대로 언어행위를 넘어서 뿌리내리고 있다. 글쓰기는 하나의 선(line)이 아니라 씨앗처럼 전개되는 것이다. 글쓰기는 본질을 나타내며, 몰래 위협받고 있다. 글쓰기는 반(anti) 의사소통적이며 내성적이다. ...... 글쓰기 안에는 언어행위에 낯선 '상황'이 있다. 글쓰기에는 이미 더 이상 언어행위의 시선이 아닌 의도의 시선이 있다. 이 시선은 물론 언어행위에 대한 하나의 열정일 수 있다. 문학적 글쓰기에서처럼 말이다. 이시선은 또한 처벌의 위협일 수도 있다. 정치적 글쓰기에서처럼 말이다.....

 

바르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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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03 12:14 2007/01/03 12:14

12월

from 우울 2007/01/03 11:51

지난 12월은 복잡한 시기였다.

 

나는 나자신을 꼬깃꼬깃 접어 두꺼운 백과사전밑에 쑤셔넣고

납작해지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모든 일이 팝콘 터지듯이 연속적이거나 혹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다.

 

12월이 되자,

오랫동안 만나지 않았던 보고싶던 친구가 백과사전안으로 손을 넣어 내 팔을 잡아끌었고

블로그에서는 몇몇 사람들이 내게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나는 잘 보이지도 않을만큼 납작했는데도.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수준의 사회생활을 허용해주는 합격통지서가 날아왔다.

 

12월은,

내 납작해진 두 어깨에 따듯한 두 손을 얹어 더운 공기로 어깨를 부풀리고는

등을 살짝 밀었다.

 

자, 이제 나가야 할 시간이야.

 

어깨에 넣어진 바람이 너무 가벼워서

나는 날아갈까봐 나를 꼭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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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03 11:51 2007/01/03 11:51

1월 3일 수요일 흐림

from 우울 2007/01/03 11:23

꿈에 초코를 데리고 공산당 대회에 갔는데,

나를 빼고는 모두가 서로를 알고 있었다.

 

다들 친철했지만

나는 조금 불편했다.

 

대회시작이 많이 늦어져 다과를 하는 도중에

나와 친한 친구가 하나 와서

같이 이야기를 나누는데

 

갑자기 초코가 없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야말로 가슴이 덜컥 내려앉아서

울어버리면 초코를 못찾을것 같아서

울지않고 가슴을 여미고 바람을 바로 맞으며 온 도시를 다 헤매고 돌아다녔다.

초코야, 초코야, 백번 쯤 불렀을 때

초코가 어떤 골목에서 나타났다.

 

평소처럼 천진난만, 장난가득, 무슨일 있어? 하는 얼굴로.

하지만, 초코는 자기 이름을 부르는 내 목소리를 듣고 열심히 달려 왔다는 걸, 난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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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03 11:23 2007/01/03 11:23

6.25 노래

from 우울 2007/01/02 15:32

아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날을 조국의 원수들이 짓밟아오던날을

맨주먹 붉은피로 원수를 막아내어 발을 굴러 땅을 치며 의분에 떤 날을

이제야 갚으리 그날의 원수를 쫓기는 적의무리 쫓고 또 쫓아

원수의 하나까지(!) 쳐서 무찔러 이제야 빛내리 이나라의겨레

 

 

뜬금없지만,

초등학교때 이 노래를 들으면서 진짜 원수에 대한 의분으로 뜨거운 눈물을 흘렸던 나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서,

오늘, 갑자기 생각나서 적어보았다.

 

나도 나름 반항적이라면 반항적인 아이였는데,

해마다 6.25 시즌에 TV에서 흘러나오던 이 노래가 그렇게 강렬한 감동을 주었던 걸 보면

매체가 해내는 세뇌의 역할이 대단하긴 대단하다.

 

주먹을 꼭쥐고 TV를 바라보면서 소리없이 적들에 대한 분노를 꾸역꾸역 배출했던 나.

북한의 나쁜 놈들을 진짜 로보트를 개발해서 꼭 무찌르고 말겠다고 다짐했었다.

 

가사에 대해 전혀 심의과정이 없었던 것이 틀림없다.

완곡한 표현따위는 찾아볼 수가 없다.

생 날고기의 느낌.

피가 뚝뚝 떨어지는 느낌.

자극적이다.

 

어린 마음에도 전쟁이 싫었고 전쟁영화나 드라마에서 사람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며 분노했고

그 원인이 북한이라고 끝도 없이 전해듣는 과정에서

나의 분노는 모두 북한을 향해 조준되었던 것이다.

 

6.25 노래를 들으며 무릎꿇고 눈물흘리던 내 안의 분노는

사실 북한에 대한 미움만으로 생성된 것은 아니었다.

 

어디로도 풀어질 수 없는 내 안의 부모와 사회와 국가에 대한 분노를

노골적이고 잔혹한 가사를 통해 자극하면서 분노의 근원보다 분노자체에 집중하게 만들고

국가가 원하는 가상의 적을 미워하도록 만드는 속임수.

 

분노를 마음대로 표출하지 못하게, 그리고 분노가 직접적으로 표출될 수 없게,

더 고상하고 거대하고 손으로 만져볼 수 없는 어떤 것으로 표출되도록 조정하는 속임수.

 

거기에 속았던 내가 안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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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02 15:32 2007/01/02 15:32

갯호에게

from 우울 2007/01/02 15:08

[어느덧 정신을 차려보니 개토는 갯호가 되어버렸지만,
그런 갯호라도 김상은 사랑하는 거 같아.
개토가 갯호가 되기까지 얼마나 힘들었는지 김상은 이해하니까...]

 

라는 신년메일을 받고 목이 메었다.

 

대추리에 안가도 괜찮아.

집회에 안나가도 괜찮아.

자원활동을 못하고 있어도 괜찮아.

집에서 와우만 하고 있어도 괜찮아.

밥도 잘 안챙겨먹고 집이 더러워도 괜찮아.

주름예방에센스를 사도 괜찮고

곰팡이 제거용 독한 세제를 써도 괜찮고

돈을 벌지 못해도 괜찮고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고

아이를 낳지 않아도 괜찮고

어리광을 부려도 괜찮아.

 

라고 말하고 싶은데, 그 순간,

 

T 라는 정체불명의 무언가를 선전하는 광고에서

 

나는 나를 좋아한다! 고 외치는 모습이 떠올라 오랫만에 찾아온 밝은 모드의 개토를 뭉개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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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02 15:08 2007/01/02 15:08

자기 긍정의 시대

from 우울 2007/01/02 14:55

치유와 긍정을 선언하는 많은 말들.

 

어쩌면 내게 가장 필요할지도 모를 그 것들이 너무나 낯설어서 도저히 범접을 못하겠다.

무슨 고집일까? 확실하지 않지만 빗나간 자존심과도 연결되었을 법한 그것.

 

이런 나라도 괜찮다고 토닥여주는 여유.

 

스스로를 조각조각내어 평가하고 부정하는 습관을 버릴 수가 없다.

상처는 결코 치유될 수 없다는 믿음을 버릴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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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02 14:55 2007/01/02 14: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