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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에서 보낸 한 노동자의 편지

2005년, 노동자는 하나가 될 것입니다! - 감옥으로부터 온 편지

서쌍용 (현자비정규노조 사무국장) - 현자 현장투 (1/12)

비정규직이라는 단어가, 비정규직을 철폐하라는 구호가 2004년 노동운동의 쟁점이었습니다. 돌이켜보면 뒤돌아보지 않고 옆 눈치 보지 않으면서 앞만 바라보며 힘차게 달려왔습니다.
달려오면서 뭔가 손에 잡힐 것 같은 희망을 가져본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연말을 맞이하고 보니 아직까지 아무 것도 이뤄진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지난해 근로복지공단 이용석 열사의, 현대중공업 박일수 열사의 “비정규직도 인간이다, 인간답게 대접하라”는 절규가 아직까지 귓가에 쟁쟁하게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활동하고 투쟁에서 단호했는지, 열사의 피맺힌 절규를 가슴에 담았는지, 죄송하고 죄송할 따름입니다.
열사들의 목숨으로 외쳤던 절규가 한 줌도 안 되는 권력자들의 귀에는 지나가는 개 하품소리였을 것이며 자본가들에게는 옆집 개 배고프다고 짖는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았을 것입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어떻게,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를 요구하는 것 같습니다.

2003년 한진중공업 김주익 열사 추모사에서 김진숙 지도위원은 우리가 투쟁하지 않고 연대하지 못하고 단결하지 못함으로 인해 자본가에게 우리는 깨지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깨지지 않기 위해 우리의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우리들의 미래가 모든 노동자가 비정규직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살아가는 것이어야겠습니까?
현대자동차에서는 1만여 명이 넘는 사내하청노동자들을 불법파견으로 사용해 왔던 것이 밝혀졌지만 현대자동차는 그동안 자기의 잘못을 뉘우치고 불법파견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당장 전환해도 모자를 판에 비정규직을 더 늘리겠다고 배짱을 부리고 있습니다.
불법을 저지르고도 불법이 아니면 이익을 낼 수 없다고 당당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현대자동차는 힘없는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는 공장 안에서 집회를 한 것이 불법이라며 고발했습니다.
대한민국의 법은 현대자동차의 위법은 단죄하지 못한 채 불법시위를 주도했다며 저를 감옥에 가두는 것에는 순발력을 발휘하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이 누구의 잘못이겠습니까? 그것은 비정규직이 조직돼 있지 못해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활동하는 우리가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서쌍용
현자비정규직노조 사무국장다시 한번 투쟁조끼를 입고 머리띠를 다시 묶으면서 투쟁전선으로 나가야 합니다. 우리가 그토록 염원하면서 외쳤던 “노동자는 하나다”라는 외침을 현실로 만들어야 합니다.
정규직, 비정규직 가릴 것 없이 노동자를 하나로 만드는 일이 우리가 살 길이고 노동운동의 희망을 만드는 길이며 우리의 미래를 밝히는 길입니다.
현장에서 희망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밤, 낮을 가리지 않고 고군분투하는 동지들이 계시기에 희망의 끈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실낱같은 희망이지만 그 희망이 있기에 우리의 미래는 행복할 것이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2005년 한 해를 노동해방의 기초를 이루는 한 해로 일궈냈으면 합니다. 저의 조그만 힘을 보태겠습니다.

- 2004년 12월 22일. 울산구치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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