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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날]이라니까...

쓰는 건 아니구, 모니터 보구 한참 일하다 보니 갑갑해서....

 

무릇 남아는 평생 다섯 수레의 책을 읽어야 한다거나,

독서 백편이면 의자현이라는 이야기가 있다만...

 

남아가 아닌 나는 평생 책을 몇 수레나 읽게 될까?

물론 수레 사이즈에 따라 다르겠지만, 표준 '구루마'사이즈로....?

짐작도 안 가는구나.

같은 책을 여러 번 읽는 경우는 그리 흔치 않지만 (물론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책인 경우) 의자현이라는 말은 맞다. 그리고 책을 다시 읽으면 내용의 심화는 물론이거니와, 지난 번 책을 읽을 시점의 정서와 주변 상황들이 함께 연상되어 독특한 아우라를 자아내곤 하지...

 

한국 돌아가면 책 정리를 꼭!!!

목록 만들고, 빌려준 책 다 찾아오고...

그동안 잃어버린 (빌려주고 못 받은) 책이 너무너무 많다.

심지어 전문의 시험 공부하려고 보니 내 전공인 역학 책이 하나도 안 남아 있는 걸 발견하고 쓰러질 뻔한 적도 있다....

음.. 꼭 실천해야 할 프로젝트...

 

요즘 읽고 있는 세 가지 책과 최근 구입한 책들...

 

 

 



1. 출퇴근용 - Carl Sagan, [The Demon Haunted  World]

 

The Demon-Haunted World: Science as a Candle in the Dark

 

할배, 아주 전에 없이 강경한 어조로 슈도사이언스를 강력 비판하고 있음. 좀 오바가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사실 미국사회에서 돌아가는 꼴을 보고 있노라면 할배의 심정을 백 퍼센트 이해하고도 남을만....  이성의 수호자로서 과학자에 대한 절대적 믿음을 표현하는 것이 다소 맘에 안 들기는 하지만, 이 신정일치국가에서 공공연하게 자신이 무신론자일수밖에 없는 이유를 밝히는 장면은 멋짐! 버트란트 러셀의 [왜 나는 기독교인이 아닌가]보다 훨씬 간명하고 전형적인 "이과 스타일" 설명... ㅎㅎ 

근데, 할배도 UFO 관련 프로그램이랑 타블로이드 신문들을 꼼꼼히 챙겨보나봐... 이렇게 시시콜콜 잘 알다니... 마치 엑스파일 대본을 보는 듯 ㅎㅎㅎ

 

2. 화장실 비치용 - [Introducing Einstein]

 

Introducing Einstein (Introducing)

 

역시... 화장실에서 읽기에는 무리... ㅜ.ㅜ

패러디, 마하, 멕스웰... 잘 이해하다가 상대성 이론 설명 나오면서 다시 오리무중...

아인쉬타인 전기는 하도 어릴 적 읽어서 잘 기억이 안 나는데

그의 어린 시절 엉뚱한 행동들이 그저 천재성에서 비롯된 기행은 아니라는 것은 분명...

17살, 독일 국적 포기가 드뎌 승인되고 "무국적 시민"으로 좋아라 하는 장면이 아주 인상적 ㅎㅎ

그 시기 사회적 정황과 과학 발전, 자본주의 생산의 관련성을 폭넓게 조망한 것은 배울 점이 많음. 근데 아무래도 저거 다 읽고 나면 화장실 비치용 책들의 테마를 좀 바꿔야겠다. 가벼운 책으로... 만화책이라고 가져다 놨는데.. 영....

 

3. 잠자리용 - [Global Value 101: A Short Course]

 

Global Values 101 : A Short Course

 

하버드 서림에서 열린 출판 기념 행사에서 사온 책. 스펙트럼이 다양하기는 하지만 미국 사회 "참여 지식인"들이 젊은 학생들에게 털어놓은 삶과 신념의 이야기가 흥미롭고 감동적임. 이건 나중에 따로 포스팅을 한 번 할 생각... 하워드 진 할배가 1장에 소개되는데, 역시... 할배 유머 감각이... ㅎㅎ

 

0. 최근에 구입한 책

 

Leo Huberman, [Man's wordly goods]

 

뭐 설명이 필요 없는 베스트셀러. 한국에도 번역서가 나와 있어 망설이다가... 고전(?) 소유에 대한 집착에서 덜컥 주문했는데.. 오.. 도착한 책을 보니 1936년 초판이다. 이럴 수가....  그리고 생각보다 훨 두꺼운 하드커버.. 겨우 12불인데 말이지....  

 

Urlich Beck, [Risk Society : Towards a New Modernity]

 

이 책 사실 한국에 있는데... 요즘 준비하는 논문 때문에 필요해서 아마존 헌책방에 다시 주문.

근데 솔직하게 말하자면.... 한국에서 그 책 첫 장만 읽고 말았다.

웬만하면 사놓은 책은 다 보는 편인데....번역이 정말 굉장했다... ㅜ.ㅜ 

책을 읽노라면, 저절로 영어 원문이 떠오르게 하는 신비한 주술이 걸려 있는 직역 문장들에 완전 기가 찼더랬다. 나도 허졉한 번역서를  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웬만하면 남의 번역 가지고 뭐라 말하지 않는 편인데, 그건 너무 심했던 거지.... 

 

George Owell, [Homage to Catalonia]

 

global value 에 보면 학생들이 하워드 진 할배한테 도대체 당신이 원하는 그런 사회가 이 지구상에 있기는 한거냐, 역사상에 존재하기나 했던 거냐.. 하고 질문하는 장면이 나온다. 진 할배는 어쩌구저쩌구 이야기를 하다가... 그래도 역사상 인간 해방에 가장 근접한 두 가지 실체를 꼽으라면 파리 꼬뮌과 아나키스트들이 장악(?)했던 스페인 내전의 까딸로니아를 들 수 있다면서 이 책을 꼭 읽어보라고 추천했다.

사모하는 진 할배가 추천했는데 안 읽어볼 수 있나. 흠.

더구나 스페인 내전은 한 번도 구체적으로 공부를 해본적이 없으니....

근데, 알라딘의 북리뷰는 별로 안 좋은 편이다. ㅡ.ㅡ

원작의 문제인지, 번역의 문제인지... 나중에 확인할 일이로다.

 

아.. 잠깐 기분 전환하려고 시작한 포스팅이 너무 길어졌다.

 

근데.. 저렇게 사모은 책들은 도대체 한국에 어떻게 가져가나..

다섯 구루마 까지는 안 되겠지만.... 고민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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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s numeros

 

 

Cero

Diez

Veinte

 

Cien

Uno

Once

Veintiuno

 

Ciento uno

Dos

Doce

Veintidós

 

Doscientos

Tres

Trece

Veintitres

Trenta

Trescientos

Cuatro

Catorce

Veinticuartro

Cuarenta

Cuatrocientos

Cinco

Quince

Veinticinco

Cincuenta

Quinientos

Seis

Dieciséis

Veintiséis

Sesenta

Seiscientos

Siete

Diecisiete

Veintisiete

Setenta

Setecientos

Ocho

Dieciocho

Veintiocho

Ochenta

Ochocientos

Nueve

Diecinueve

Veintinueve

Noventa

Novecientos

 

Mil

Dos mil uno

Un millón

Dos millo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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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말자

허겁지겁 쫓기던 작업을 하나 끝내고 나니 파도와 같은 피로가 몰려오는구나...ㅠ.ㅠ 멍하니... 모니터를 보며 앉아 있다가 문득 떠오른 약속, 혹은 기약들... 꼭 기억하고 있어야지. 1. 조건부 미래 지향, 애매모호형 * K 샘은 뉴욕 센트럴 파크에 그린벨트로 묶여 있는 땅만 풀리면, 경치좋은 해변에 "해양연구소"를 하나 설립해서 나를 전임 연구원으로 뽑아주겠다고 약속하셨다. 월급은 2백만원 정도 보장해줄 것이며, 프로젝트에 연연하지 않고 "자유로운" 연구를 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다만 "노조" 같은 거 결성하면 안 된다고 했는데, 당근 그러겠다고 해야지. 푸훗.... -.-+ * 지인 N은 배만 들어오면, 나에게 무려 세 그릇의 감자탕을 사주겠다고 했다. 다만, 배가 북경(???)에서 출발한다니 수륙양용? 의아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일단 기다려보련다. 감자탕에 대한 로망.... 근데, 내가 한국에 돌아가기 전까지 그 배(?)가 출발하기는 할까? 2. 근접 미래, 상당 구체형 * 한국으로 돌아가면 당장 대전에 머무를 집도 없고, 차도 없고 (뭐 지하철 뚫렸다니 걱정을 좀 덜기는 했지만), 가져온 옷들도 이제 다 낡아서 돌아가면 입을 옷도 없고, 휴대전화도 없고... 걱정을 늘어놓았더니만 지인 M 이 이 중 하나를 사주겠단다. 과연??? 설마 개집, 자동차 프라모델 이런 건 아니겠지? 내가 언제 그런 약속했냐고 잡아 떼기만 해봐라. 황천길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 J 샘은 최근에 장만하신(?) 교외 저택에 내가 맘껏 놀러와도, 심지어 거기 살아도 된다고 하셨다. 음하하하..... 진짜 신나는 일이 아닐 수 없지... 나중에 "너무 자주 오는 거 아녀?" 하면서 싫은 내색하셔도 그냥 계속 밀고나가야지! * 그 밖에 여러 사람들(이를테면 당장 기억에 떠오르는 Y 샘)이 이메일 말미에 "돌아오면 제가 밥 한 번 살께요" 인사말을 남기고는 했다. (앗, 진보블로거 행인도 밥 한끼 사준다는 약속을 했었고, 참세상 편집장님도 짜장면 사준다는 인사말을 한 적 있다) 그남/그녀들은 어쩌면 가볍게 던지는 형식적 인사말이었을지 모르지만.. 일단 약속은 약속 아닌가? 꼼꼼하게 기억해두었다가, 땅끝까지라도 다 찾아가련다.... 마음의 준비들을 하시라!!! ------------ 정리하고 나니까 갑자기 기분이 상쾌해지긴 했는데, 한편으로는 조금 우려도 되는군. 혹시 내가 이런 류의 "호언장담"을 한 건 없을까? 곰곰 생각해볼 일이다. 만일 있다면, 부디, 사람들이 잊어줘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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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y Goodman speaking

오호... 드디어 보스턴에서도... 미국 떠나기 전에 이 양반 실물 한 번 꼭 보고 싶었는데... 멋쟁이 아줌마.... Amy Goodman http://www.democracynow.org/static/IMIATOW.shtml Boston, MA Wednesday, May 10 2006, 10:00 am 2nd Annual International Women's Media Foundation Elizabeth Neuffer Forum on Human Rights and Journalism JFK Presidential Library Free and Open to the Public, space is limited. For more information: 202-496-1992 JFK Presidential Library Columbia Point Boston, MA * 토끼님.. 같이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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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딴 생각...

점심에 케네디 스쿨 (하버드 행정대학원)에서 정기적으로 열리는 사회정책 세미나에 다녀왔는데, 오늘의 주제는 [노동의 성별 분업과 Varieties of Capitalism]

 

근데...

젠더 문제를 연구하는 사람은 왜 모두 여자일까?

뭐 남자도 없지야 않겠지만, 거의 2년 동안 각종 세미나에서 젠더 이슈를 발표하는 남성 연구자를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1. 내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즉, SEP라 이거지)

 

2. 관심은 있지만 나서기 뻘쭘해서.

 

3. 젠더 문제가 있는지조차 몰라서.

 

그럼 (모두 그런 건 아니지만) 여성 연구자들이 젠더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은

목마른 자 우물 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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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한 수

아까 지인이 필립 딕의 [Do androids dream of electric sheep?]을 샀다는 이야기를 듣고 문득 Marvin의 시가 떠올랐다. 

Krikkit 행성 전투함의 메인 컴퓨터에 접속하여  

공포의 white robot 들을 의욕상실과 우울증에 빠뜨리며 읊은 성찰의 시 한 편....

 

Now the world has gone to bed,

Darkness won't engulf my head,

I can see by infrared,

How I hate the night.

 

Now I lay me down to sleep,

Try to count electric sheep,

Sweet dream wishes you can keep,

How I hate the night.

 

 

 

 

헥. 위키에 찾아보니 마빈이 "paranoid android"라고 나온다.

너무 심한데?

근데 웃긴다.. 동명의 제목을 가진 라디오헤드의 노래가 명시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마빈의 이야기를 따온거라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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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번개

이웃 블로거 토끼님이 어제 갑자기 산행 번개를 공지하셨다.

 

봄도 오니, 마음도 싱숭생숭하고

그녀에게 중년의 위기가 온 것일지도 모른다.

 

오늘 점심 무렵,

집안 공사를 해야한다는 남편을 몰래 따돌리고,

나를 픽업하러 나타나셨다.

 

 

남편에게 생일선물로 받으셨다는 최신형 GPS 네비게이터와 ,

그를 능가하는 친절함과 유연성을 갖춘 인간 네비게이터  홍실이의 도움으로

Middlesex Fells Reservation 이라는 유원지를 찾아갔다.

 

입구에서 무려 5불짜리 상세지도를 구입하여 트레일을 시작했는데...

정상의 높이가 무려 해발...

 



 

 

 

75 미터!!! 였다.

 

그나마 있던 호연지기 완전 소진하고 돌아왔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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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urn for the Dead, Fight for the Living!

죽은 자를 위해 애도하고,

산 자를 위해 투쟁하라!

 

돌아오는 4월 28일은 국제 산재 노동자 추모일 (Worker's Memorial Day)

이를 맞아 여기에서도 행사가 준비되고 있다.

 



지난 번에 MassCOSH 를 방문했을 때 나름 감동을 받은데다

"국제주의자"는 어디서든 뭘 한다. 라는 또 나름의 신념에 따라,

나도 뭘 같이 해보구 싶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근데, 이멜을 주고받으면서 이 양반들이 좀 난감해하는 거 같았다.

나의 전문성(? - 아마도 기나긴 가방끈을 지칭하는 듯)을 볼 때, 그저 행정 잡무를 부탁하기는 그렇고, 어떤 일이 서로에게 도움이 될까 고민 중이란다 ???

 

사실 그렇지 않나...

잡일을 맡기기에는 너무 가방끈이 길어 민망하고..

그렇다고 뭔가 기획 업무를 맡기기에는 현장 경험이 없고...

거기다 영어도 버버벅....

 

그러더니만, 엊그제 Marcy 한테 연락이 와서, 행사 준비하는데 일손이 부족하다고 좀 도와달란다. 

 

그래서, 어제 오후에는 사무실에 가서 행사유인물 복사하고 봉투 붙여서 회원들한테 발송하는 일을 했다. 다년간의 머슴 살이에서 익힌 기술을 통해, 나 스스로 "잡일의 여왕"이라는 자긍심을 갖고 살아온터, 그런 일이야 말로 나의 진정한 전문(!) 분야 아닌가

Marcy 하고 Khadijah 가 깜짝 놀라더라. 어쩜 그렇게 빨리 하냐구 ㅎㅎㅎ

Marcy 는 이런 일 시켜서 미안하다고 첨에는 민망해하더니, 나중에는 지나가면서 "Hey, Label Girl!" 하고 놀리기까지...

여기도 재정이 그리 넉넉한게 아닌지라 (물론 한국에 비하면야...) 물자절약에 엄청 신경을 쓰더라. 스탬프 기계로 우체국 소인을 찍는데 실수로 두 번 찍으면 39센트 날아간다고 Khadija는 나한테 몇 번이나 신신당부.... 꼭 한 번만 찍어야 해.... "Don't Worry!"

 

작년에 여기 Mass 주에서 산재로 사망한 노동자가 거의 80명에 이른다. 물론 직업관련성 질환으로 사망한 사람 수는 파악도 잘 안 되는 실정. 이번 행사에 AFL-CIO 지역 지부별 사망자 명단을 보여주기 위해 사망자 명단을 지역별로 분류하는 작업도 했는데... 완전 원시 그 자체....  데이터베이스 만들어서 확 돌려버리면 될 거 같은데... 그걸 일일이 워드 작업으로... ㅡ.ㅡ  허나 너무 앞서 나가는 거 같아 자제했다. 담에 또 이렇게 하면 갈쳐줘야지.

 

담주에는 주 의회에 유인물을 돌리러 가기로 했다.

공원 앞 전망좋은 언덕에 떡 하니 자리잡고 금박으로 치장된 그 돔 지붕 건물에 드뎌 들어가보게 되는 것이다!!!

 

마음이 따뜻하고, 용감한, 그리고 세상을 바꾸려는 언니들과 일을 하는 것은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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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계 3부작

어제 "공식" 3부작의 마지막 편인 "Life, the Universe, and Everything'을 마침

 

Life, the Universe and Everything (Hitchhiker's Trilogy (Paperback))

 

 

감상이라면?



이렇게 어처구니 없으면서 심오하고 재밌는 소설이 이 은하계에 존재한다니...

작가에게 경배를!!!!!

 

몇 가지 기억해둘 중요한 사물(?), 기술(?), 혹은  발명품(?)

 

1. Babel fish : 범 우주 통역 장치. 한쪽 귓구멍에 이 물고기를 넣은 뒤 뺨을 할 대 후려치면 쏙 들어가서, 모든 은하계 방언을 다 이해할 수 있음. 스페인어 배우면서 이 생각 엄청 했더랬다.

 

2. Infinite Improbability Drive 무한 불가능 동력 (ㅜ.ㅜ) : 시 공간을 가로지르는 자포드의 우주선 Heart of Gold 의 핵심 기술.

 

3. GPP (Genuine People Personality) tech  - 시리우스 사이버네틱스 사에서 개발한 로봇 기술의 최신 결정판. 이를 통해 마빈은 전 은하계 유일무이의 우울증 로봇으로 탄생할 수 있었다. 근데 귀여워 죽겠어. 그리고 너무 강력해!!!

 

4. Nutri-Matic Drinks Synthesizer : 역시 Syrius Cybernetics Corporations에서 개발한 음료수 자판기인데, 혀의 미각 세포와 뇌 인지 장치에 대한 개인별 분석을 시행한 후 가장 적합한 맞춤 차 (tea)를 제공 - 아서 덴트는 hardly ever-like tea 라고 평가했음.  나중에 아서가 실론티와 잉글리쉬 티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하자, 이를 재현하기 위해 우주선 메인 컴퓨터의 리소스를 다 잡아먹어, 일촉즉발의 위기를 낳게한 장본인이다.

 

5.Deep Thought  그리고 Norway fjord....... 차마 발설할 수 없다. 천지창조의 비밀.....

 

6. Peril Sensitive Sunglass (위기 민감형 선글래스) : 임박한 위기에서 렌즈가 저절로 새카맣게 변해서 끼고 있는 사람이 아무 것도 못 보고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해 준다. 이를테면 앞에서 폭탄이 터지거나 건물이 무너지면...

 

7. SEP (Somebody Else's Problem) field tech : 분명히 존재하지만, 사람들 눈에 안 보이게 만드는 신비의 기술...  이 기술을 몰랐던 아무개는.... ㅜ.ㅜ

 

8. Bistromath.... 이를 직접 본 아서 덴트의 입이 쩍 벌어지고, 개발자인 Slartibartfast 박사조차 방문객들에게 차마 믿기 어려울 거라고 난처해하는 기술이니... 차마 어찌 내가  몇 줄로 설명할 수 있으랴......

 

근데 도대체 이걸 어떻게 한국어로 번역했을까?

유사발음을 이용한 말장난이 엄청나다.

이를테면 from ultraviolence to infrared (자외선에서 적외선까지) 를 뒤틀어서

from ultraviolence to infradead 이렇게 표현해버리면 어찌 번역을 하냐구...

 

그 뿐이 아니라 (나도 잘 모르지만) 영국적 상황이 너무나 많이 등장한다.

이를테면 아서 덴트는 꾸준한 가디언 독자인데다,

지구에서 Cricket 으로 영국에서 전승되고 있는 게임이 사실은 은하계 외딴 곳 Krikkit 행성의  전통이었다는 설정이니,

그곳 Krikkiter 들이 부르는 노래가 폴 매카트니를 땅부자로 만들어준 그런 류의 노래라는 설명...  뭐 헤아릴 수가 없다.

 

더욱 재미난 건...

이전에 다 보지 못했던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비디오를 다시 보았는데...

생각해보니 이에 대한 패러디도 어찌나 많았던지...

 

한 가지 실망한 것은...

더글라스 아담스 홈피에 들어가보니,

너무 멀쩡하게, 그리고 평범하게 (!) 생겼더라는....

아자씨... 실망했어요.

 

그 후편이라 할 수 있는 두 권이 더 남아있기는 한데...

그것들마저 연달아 읽고 나면 정상적인 사회생활에 큰 부담을 줄까 걱정이 되어

당분간 다른 책을 읽을 생각이다.

유혹을 참아야 하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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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남매

어제 오랜만에 엄마랑 채팅을 하는데...

엄마가 "얘, 그래도 말이다........" 하면서 전해준 이야기.

 

조카 생일이라고 식구들이 다 모였는데...

"김씨 집안의 유일한 인간"인 효경이가 제 아빠한테 따지더란다.

 

"아빠는 고모가 보고싶지도 않아?"

 

 



"너는 동생 우재가 어디 가면 보고 싶어 안 보고 싶어?"

"보고 싶지"

"아빠도 마찬가지야"

 

이 말에, 울 엄마가 나름 감동받으신 게다. 

아니, 그럼 애가 그러구 물어보는데 뭐라고 답하라구...

평소 우리끼리 대화하던 그대로  "그 인간이 뭐 보구 싶냐?" 이래 버리면 효경이는 아마 울어버리고 말걸?

 

 

우리는 어려서부터 너무(!) 싸워서 엄마가 아주 속상해 죽으려고 했다.

한번은 엄마가 빨랫줄로 둘이 마주본 상태에서 묶어놓은 적도 있었다.

붙여놨으니, 어디 원없이 실컷 싸워보라구.... ㅜ.ㅜ

 

왜 싸웠나 생각해보면...

 

한 절반은 먹는 거 때문에.. 오빠가 꼭 내 걸 뺏어먹었다. 이를테면 엄마가 쫄면을 해줬는데 매워서 물 마시러 간 사이에 쫄면에 얹힌 엑기스-삶은 달걀을 홀랑 집어간다거나, 하드 같은거 먹으면서 텔레비에 정신 팔려 있는데 뭉텅 베어먹구 도망간다거나.... 아주 만행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그러면 반드시 우주대전쟁이 벌어지고, 마지막은 엄마의 파리채 혹은 구두주걱, 심지어 빨래 중이던 걸레 (이걸로 맞는게 제일 아프다. 철썩~하고 몸에 감기는 느낌...ㅡ.ㅡ)가 휩쓸고 지나간 후에야 끝이 나고는 했다.

그 밖에는... 시작을 알 수없는 사소한 괴롭힘들이 도를 더해가면서 파국을 낳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이를테면, 누워서 책보다가 발로 툭툭 치면서 귤 좀 집어줘. 그러면 알았어... 친절하게 답하면서 얼굴에 정통으로 던져 맞추기...한번은 오빠가 전화거는 옆에 누워서 노래를 부르는데, 고만 하라고 해서 안 하니까 콧구멍을 찔러서 쌍코피가 난 적도 있다.  

 

뭔가 심각한 갈등, 이런 거 가지고는 별로 싸워본 적이 없는 거 같다.

아, 오빠가 군입대 영장이 나온 다음 맨날 술퍼마시고 다니면서 엄마아빠한테 하도 말을 막 하길래 싸운 적이 있구나....

진짜 대판 말다툼을 벌이고 입대하는 날까지 둘이 말을 안 했다. 거의 50일 넘게....

결국 오빠는 가버리고, 집에 있던 나만 엄마한테 죽도록 야단 맞았다. 한 삼박사일 동안 욕을 먹었던 거 같다. 억울했어... ㅡ.ㅡ

 

엄마는 우리가 싸울 때마다 항상...

엄마 아빠 죽고 나면 하늘 아래 너희 남매 둘인데, 어쩜 그렇게 싸우니. 내가 죽어도 눈을 못 감겠다......

그러면 둘이 이구동성으로.. "걱정 마세요"

"나보구 걱정 말고 얼릉 죽기나 하란 소리냐?"

"아니, 그게 아니구.... ㅡ.ㅡ;;;"

이럴 때는 맘이 어찌나 잘 맞던지...

 

근데, 둘이 사이좋게 지내는 모습을 봐도 엄마의 불만은 그치지 않았다.

내가 대학 가서 알바를 해서 첨으로 비디오를 장만했는데...

주말이면 둘이 SF 영화를 한 뭉치씩 빌려다 보곤 했다.

완전 진지 모드로 앉아서 심도 깊은(!) 토론을 하며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어쩜, 너네는 저렇게 말도 안 되는 영화들을 좋다고 시시덕거리며 보고 있냐?"

"아니, 저게 왜 말이 안 돼?" 궁시렁궁시렁...

그 심도 깊은 대화 중에 지금도 기억나는 것은...

블레이드 러너 중간 쯤...

내가 "저 여자 (레이첼)도 레플리컨트 아닐까?" 물었더니

오빠 왈... "맞아, 틀림 없어"

"어, 어떻게 알았어?"

"저 여자 코를 좀 봐. 인간의 코가 저렇게 오똑할 수 있겠냐? 틀림없이 사이보그야"

배우 숀 영의 코가 오똑하기는 했다. ㅠ.ㅠ

 

아, 참.. 원래 쓰려던 이야기는...

오빠한테 애틋한 마음을 느낀 적이 딱 한 번 있다. (딱 한 번이라고 하면 너무 심한가?)

 

오빠가 대입시에 실패하던 해는 그러지 않아도 빌빌대던 집안 경제가 이루 말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있었다. 아빠의 병세가 급작스럽게 위중해지는 바람에 오랜 동안 일자리를 가질 수없었고 뭐 이래저래.... ㅡ.ㅡ

그래서 오빠는 재수를 꿈도 못 꾸고 그냥 작은 직장에 다니다가 군입대를 했다.

 

근데...

 

나는 고등학생이었고, 한번은 면회를 갔는데.. (의정부. 지금 생각해보면 그리 먼 거리도 아닌데, 승용차도 없고... 면회길이 그야말로 천리길이었다. ㅜ.ㅜ)

오빠가 용돈을 주더라. 

당시 군에서는 담배를 안 피우는 사람에게 연초비를 지급해주었는데, 

그걸 모아서 내 용돈을 마련한 것이었다.

액수는 기억이 잘 안난다. 2만원? 3만원? 

 

얼마나 오랜 동안 모았던 것일까?

 

사실... 그 때는 오빠의 애틋한 정에 감동했다기보다, 이렇게 궁상맞게 살아야하는 우리 가족의 인생이 더 구슬프게 느껴졌었다. 

 

나중에, 대학에 들어가고 나서, 면회를 갔을 때는 나도 주머니에 제법 돈이 있었고, 피엑스에 데려가서 호기롭게 "너 먹구 싶은 거 다 골라..." 했더니만... 오빠가 마니커 닭발 (이런게 있는줄도 몰랐다. ㅎㅎㅎ)을 고르는 거 보구 완전 충격 받은 적도 있다. 어려서부터 잔병치레가 많아 편식도 심하고 입도 엄청 짧았는데... 그런 인간이 닭발이라니...ㅡ.ㅡ

문득 안 되었다는 생각이 울컥....

 

텔레비전 드라마에 나오는

보살펴주는 오빠와 오빠를 존경(?)하는 여동생 사이도 아니고, 

가부장적으로 억압하는 오빠와 이에 괴로워하는 여동생 사이도 아니고...

다른 집 남매들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나름 유대와 연대(무엇에 대한?)의 관계가 아니었었나 싶다.

 

그러고보니, 그토록 많은 싸움 중에서도 오빠는 "여자애가~" 이런 말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물론 장남 운운 하는 소리를 한 적도 한 번도 없다.

울 엄마는 맨날 결정적인 순간에 이 말을 해서 나를 폭발시키곤 했는데 말이지.

봉변을 당할 것이 두려워 의식적으로 회피한 것인지, 뼛 속 깊이 젠더 감수성을 갖추고 있었는지는 확인할 바 없으나 어쨌든 지금 보니 참으로 대견한 일이로구나...

 

근데 심각한 거는...

오빠는 물론 다른 가족들도 그렇게 보고 싶은 마음이 별로 안 든다는 거다.... 

뭐 가서 보면 되는 거지....

"보고 싶다"는 감정이 뭔지를 까먹은 건 아닐까?

내가 사이보그로 변해가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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