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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Marx in Soho

홍실이님의 [그들의 입을 빌어...] 에 관련된 글.

 

마감을 울부짖는 몇 건의 일을 두고..

잠시 망설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가장 암울한, 혹은 긴급한 시기에도 인간적인 삶의 본영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엠마 할매의 가르침에 따라 (뭔 헛소리냐?) 연극을 보러갔다.

 

상설 공연하는 상업연극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 놓치면 사실 영원히 못 볼지도 몰라...

이런 핑게를....

 



 



사실 연극보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 마을이었다. (코네티컷 주, Stafford)

혹시나 길을 잃을까봐 일찌감치 출발했는데...

마을에 들어서면서 참으로 망연자실했다.

어찌나 마을이 코딱지만한지...

타운홀 (면사무소?)는 점심까지밖에 일을 안 하고,

시간이 남아 일 좀 하려고 다방을 찾는데 도대체가 그런 곳은 눈을 씻고 봐도 없고... 

뜽금없는 "아리조나 레스토랑"에 "빠리 베이커리"는 뭔지...

까페라고 써 있는 곳이 한 군데 있기는 했으나, 웬지 쌍화탕에 날계란 타줄거 같은 굉장한 분위기.....우와.. 정말 환장하겠더군.

 

할 수 없이 가겟집에 들어가 어디 커피 마시거나 저녁 먹을 곳 없나 물어보니, 주인 할배가 우리보다 더 황당해한다. "지금 이 동네에서 그런 걸 찾겠다는 거냐?" ㅜ.ㅜ

어쨌든 그 할배의 조언에 따라 마을 외곽에서 던킨 도너츠를 확인하고 어찌나 좋아라 했던지....

 

근데 슬슬 걱정이 되었다. 분명히 안내 홈피에는 메모리얼 홀(면사무소 겸용)에서 공연을 한다고 되어 있었는데, 문도 굳게 잠겨 있고..아무런 안내 표지 하나 없고...

혹시나 해서 전화를 해보니.... 거기가 아니고 구(!) 메모리얼 홀이란다. 그러면서 위치를 가르쳐주는데, 젠장할 지도에도 안 나와.....

물어물어 찾아갔는데도 긴가민가 하여, 역시 가겟집 앞에 소일하고 있던 마을 할배한테 물어보니... 외지인이라고 완전 반가워하면서 거의 손잡고 데려다줄 태세... 천신만고 끝에 구 마을회관은 찾았는데... 역시 굳게 닫혀 있고 앞에 역시 코딱지한 종이 쪼가리가 붙어 있다 "Marx in Soho".... ㅠ.ㅠ

 

어쨌든 위치를 확인했으니 저녁을 먹어야겠는데.. 가겟집 마을 처자한테 물어보니, 또 "아리조나 레스토랑" 이야기를 한다... 미쳐버려...

그 가겟집에  샌드위치도 판다고 써 있길래 그냥 거기 들어갔는데...

분위기는 양평 서베이 나가서 다녔던 시골 점방 분위기...

웬지 할매가 문 드르륵 열고 내다보며, 유통기한 1년 지난 과자 꺼내줄 그런 분위기...흑.

 

그래도 샌드위치는 즉석에서 만들어주는 것이라 상태가 과히 나쁘지는 않았으나 혹시 한 달 된 빵은 아닐까 의심이 좀처럼 사라지지는 않았음. ㅡ.ㅡ+

 

(근데, 지금 공연 이야기는 안 쓰고 뭐하는 짓이냐)

 

음...

하여간 공연은 즐거웠음.

워낙 희곡 자체가 재미있는 덕이기도 하지만,

빈정거림과 풍자와, 분노와 격정,  그리고 그리움... 이런 것들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실제 상황이 감동이었다고나 할까.... 사실, 줄거리를 너무 빤히 알고 있어서 긴장감이 떨어지기는 했는데, 또 책을 안 읽었으면 많은 이야기들을 못 알아듣고 놓쳤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으니 뭐 셈셈..

 

특히 마지막 장면.. 아주 인상적이었다..

무대밖으로 퇴장하다 잠깐 돌아와서... 내가 돌아와 너를 성가시게 해서 짜증났냐?

재림이라고 생각해~~~  (사람들 박장 대소!)

 

재미났던 건... ..

배경에 놓인 책들 중에, 하워드 진 할배의 "미국 민중사"가 한눈에 콕 들어오더라.

예리한 나의 눈!!!!

 

(사진은 못 찍고.. 극단 홈피에서 가져옴)

 

 

m180

 

10-26-2005-03

 

 

근데...

도대체 주민 만 명밖에 안 되는 그 작은 마을까지 와서 이렇게 공연하는게 신기하기도 하고... 관객이 백 명도 넘게(!) 온 것도 마냥 신기하고... 사람들의 재밌어 하는 반응도 신기하고.... 음....

 

몇 가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있는데... 나중에....

이제 또 열심히 일을....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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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손잡고~

우주의 조화란 게 이런 것인가?

 

 

 



상관없이 진행되고 있던 네 가지 일이

우연히도(?) 같은 마감일자를 갖게 되다니...

 

 

손에 손 잡고 나란히 걸어오는 저 공포의 마감 군단 앞에...

 

나는 그저 할 말을 잃었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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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 되는...

(임박한 일더미를 옆에 잔뜩 쌓아 두고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만... )

 

우연찮게 최근에 읽었던 글 혹은 책들이 하나같이

근거(evidence), 회의적 사고(skeptical thinking)를 목놓아 부르짖었다.

 

칼 세이건의 The Demon-Haunted World (악령이 출몰하는 사회)를 지금 2/3쯤 읽었는데, 지금까지 skeptics/skeptical 이란 단어가 백만 번 쯤 나온 거 같다.

 

얼마 전에 읽은 노엄촘스키의 인터뷰 글 (Global values 101)에서도 엄청 강조..

이 할배는 자신의 회의적 사고 외에는 아무 것도 있는 그대로 믿지 말라는 말쌈까지...

 

그리고 사실은 다른 것이 궁금해서 (이건 나중에 따로 포스팅을 해야지) 읽어본 에릭 홉스봄 할배의 글 (Identity history is not enough)에서도 근거와 회의적 사고라는 표현이 넘실대고 있었다.

 

연구자, 혹은 과학자(나는 과학자일까?)로서.. 그리고 성찰적 인간으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 덕목이 비판적, 회의적 사고라는 셈인데...

내가 이런 거에 잘 훈련이 되어 있는지는 글쎄.. 회의(!)적이다 (ㅜ.ㅜ).

 

주말에 읽은 전공서적인 [관찰 연구(observational studies, Rosenbaum)]에서도 마찬가지로 회의적 비판, 대안적 설명들에 대한 집요한 탐구... 를 무지무지 강조했더랬다.

그 글은 자연스레 레빈스 할배를 떠오르게 만들었다. 개별 사건이 아닌 체제에 대한 이해, 개연성 있는 모든 가능성들에 대한 고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내 앞에 떼로 나타나서 회의적 사고와 비판적 성찰을 강요(!)하는 이 고수들의 글을 모두 읽고 나서 떠오른 생각은....

 

 



어처구니 없게도...

 

"아이고, 21세기가 지나가기 전에 어디 논문 하나 쓸 수 있겠나..."

이런 저런 모든 가능성들, 대안적 설명과 이론적 정합성들을 모두 고려하려면 말이지...

 

떼로 나타난 할배들한테 좀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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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인즈 vs. 하이예크

어제부터 Commanding Heights 라는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다.

자료 분석하던 것도 꼬이고, 머리 좀 식히려고 도서관 미디어 룸에 갔는데...

젠장할..

볼만한 오락 영화는 하나도 남은게 없더라...  아마도 학부생들 시험 기간이라 나랑 비슷한 생각을 하는 인간이 많은 듯... ㅡ.ㅡ

 

그러다 구석에서 Commanding Heights 를 발견했다.

예전에 에두아르도가 꼭 한 번 보라고, 신자유주의가 어떤 식으로 공고화되었는지 저들(!)의 시각으로 아주 잘 그린 수작이라고 평가했었다.

1998년에 출판된 동명의 책에 기반하여 2002년에 다큐로 제작되었다는데, 

지금도 PBS 웹사이트 에서 무료로 볼 수 있다.

 

총 3부 중 이제 2부까지 보았는데... 오홋... 진짜 강추!!!

 

몇 가지 짧은 기록...



1. 제목

레닌이 신경제(NEP)를 도입하면서 국가의 핵심 산업분야를 장악하는게 중요하다면서 사용한 표현인 Commanding Heights 에서 따왔다고 한다. 당시의 자료 화면도 보여주는데.. 오호.. 레닌의 그 표효하는 모습... 대단하더군...

 

 

2. 흐름

현대 자본주의 발전의 역사를, 국가 (케인즈)와 시장(하이예크) 의 고지(commanding heights) 장악의 측면에서 파악했으며, 세계대전과 이후 30여 년 동안 케인즈주의에 기반한 거시 경제학이 시대를 풍미했지만 실패(!!!)로 돌아가고,  70년대 후반부터 하이예크의 시장주의가 점점 힘을 얻고 고지를 장악하게 되었다는...

결국 시장과 세계화가 우리를 구원할 것이라는 내용....

 

3. 등장인물들

나 같은 경제학 문외한이 알고 있는 경제학자의 이름이란 게 뻔해서, 한손으로도 꼽을 수 있는 수준인데, 아마도 내가 아는 사람들 모두 출연하는 경제학 셀레브리티 다큐라고 보면 맞을 듯...  ㅎㅎㅎ 케인즈 살아 생전의 모습, 하이예크는 물론이거니와 갈브레이스, 밀턴 프리드만, 제프리 삭스, 심지어 로렌스 서머스까지....   

근데... 좀 기가 막혔음. 이 소수의 엘리트들이 직접적 (몸소 정책 자문) 혹은 간접적 (학파의 형성을 통해.. 이를테면 시카고 학파)으로 얼마나 전세계 경제 정책들을 쥐락펴락 했는지 직접 보는게 유쾌한 경험은 절대 아님....

 

4. 대처와 레이건

필름에서는 이 둘을 "소울 메이트"라고 표현하더라...

인쇄매체를 통해 알고 있는 것과는 별도로, 실제 육성으로 화면으로 그들의 메시지를 직접 확인하고 나니.. 완전 소름 오싹 돋았다. 대처가 영국 광산 노동자들의 투쟁을 그야말로 "분쇄"한 후에 만면에 미소를 띄며 기뻐하는 모습.... 오..... 나도 모르게 혼자서 XXX 를 외치고 말았다.

대처나 레이건 모두 하이예크의 "roads to serfdom"에 깊은 감화를 받았다고 하며, 심지어 대처는 당선 후 하이예크한테 감사의 편지까지 쓰기도 했더랬다. 

 

5. 어처구니 없는....

충실한 신자유주의 복음서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좀 심하다 싶었던 것은...

60-70년대 남미의 경제 문제가 케인즈 혹은 소비에트식의 "중앙집중화" 때문이라고 한 것은 해도 너무한 거 아닌가? (잠깐 딴 이야기지만... 케인즈 추종자들은 이 책이 마치 케인즈주의가 소비에트 중앙집중주의와 같은 것으로 취급 받는 것을 엄청 불쾌해했다고 하더군)

아옌데 정부가 실패(!)하고 피노체트가 들어선 것을 실패한 사회주의적 경제정책 때문이라고 하면 어쩌냐구...

도대체... 이 신자유주의 복음을 실현하는 중에 민중들이 감내해야 했던 고통과,

시장의 힘을 관철시키기 위해 동원했던 미 제국주의 "국가"의 횡포와

제 3세계에서 광범위하게 남아있던 "식민주의"의 유산... 이런 거는 말 한 마디 없고

 

그리고 무엇보다....

"자본" 은 쏙 빠지고 마치 국가라는 중립적 장치가 존재하는 것처럼,

"계급관계"는 쏙 빠지고 "단일한 국민경제"가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방식에는 완전 맘 상했음....

 

 

6. 그래도... 강추!

이 다큐는 볼만한 가치가 있고,

여력만 된다면 반드시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됨. 

왜냐하면... 맨날 우리편(?) 이야기만 들으면 바보 될 수 있으니까 ㅎㅎㅎ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어떤 식으로 발전해왔는지,

여러 국가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관정을 통해 실현이 되었는지,

그 핵심이 무엇인지...

당시 핵심 인물들의 인터뷰와 자료 화면들을 통해 아주 실감나게(!) 보여주고 있음

심지어 스폰서 기업 면면만 봐도 분위기가 척!!!

 

국내에는 부지런하게도 1999년에 "국가 대 시장"이라는 제목으로 번역 되어 나왔는데.. 온라인 서점에서 품절 (이 책은 세종연구원에서 발행했고, 하이예크의 Roads to Serfdom 은 그 위상에 걸맞게 자유기업원에서 발간함)

 

[1945년 이후의 자본주의] (김수행 번역, 동아출판사),

[세계화의 덫] (강수돌 번역, 영림카디널)

등의 책을 먼저 읽고 나서 보면 좀더 균형감각 있게 흐름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듯...

(뭐, 다른 책은 별루 읽은 게 없다보니.. 이거 밖에 모르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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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념

전문의 시험을 준비하면서 놀라웠던 것은...

 

 



이렇게 무식해도 전문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더불어 놀라운 것은,

나만 무식한게 아니더라는.... ㅜ.ㅜ (아, 이건 업계의 비밀인데.. 노출해도 되나)

 

그런데,

어쨌든 굳어버린 머리를 쥐어뜯으면서 시험을 치르고, 전문의 자격증을 따고,

대학이라는 곳에 취직을 하고 나서 보니,

더욱 난감한 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무슨 만능 엔터테이너도 아니고, 

그렇다고 만물박사는 더더군다나 아닌데...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 글을 쓰라거나, 혹은 교육/강의를 해달라는 부탁을 자주(!) 받는다. 살인 면허를 받은 007도 아니고, 대학에 자리를 갖는다는 것이 "뭐든지 (전공과 무관하게) 다 잘해요" 면허를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절차는 아닐까 의심도 들었다. 그러면서, 다른 연구자, 선배 교수들에 대한 강력한 의심.... 저들은 과연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얼마나 경험이 있을까..ㅡ.ㅡ+

 

특히 이런 문제는 사회운동과 관련된 연구/교육 활동에서 두드러진다. 

상대적으로 인력풀도 작고... 또 미약한 힘이나마 보태면서 살아야 한다는 강한 동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대의명분"에 따라 이런 저런 일들을 함께 하기 마련이다.  

 

이런 문제의식을 가진 것이야 오래 되었지만...

차마 인간적 정리와 그 "대의명분" 때문에 어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어제 여성비정규 노동자의 건강문제에 대한 원고 청탁을 받고, 정중하게 거절했다.

사실.. 너무 미안했지만 말이다... 

내가 이 문제에 대해서 아는게 뭘 있다고 글을 쓰겠냐 말이다. "아는게 없다"는 표현이 그저 "겸양"일 수 있다면 나도 참 좋겠다. 출판된 자료들을 여기저기서 모아 정리할 수야 있겠지만, 그거 할 줄 몰라서 부탁하는 건 아니잖은가... 

 

똑같이 상식 수준의 이야기를 해도, 교수가 하고 전문의가 하면 다르게 보일는지는 알 수 없으나, 제대로 알지 못하는, 책임질 수없는 내용들을 덥썩 받아서 (그것도 충분히 공부도 안 한 상태에서) 함량 미달의 글을 짜내는 건 사회 운동에 대한 해악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특별한 자격을 갖춘 전문가만이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혹은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픈 건 아니다. 더구나 학문 경계를 엄격히 지켜 전공 분야 안으로 활동을 한정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더더욱 아니고..

 

그렇다면 뭐냐.

변혁의 의지나 실천적 자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연구자가 함량미달의 성과물을 내는 것에 대한 핑게는 될 수 없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필요한 덕목은....

냉철한 주제파악과 성실함 아닐까?

 

모르면서 용감하게 설치지 말자!

용감하게 설치고 싶거들랑, 성실하게 공부하고 연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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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월기...

불현듯!

나카지마 아츠시의 산월기(山月記)가 떠올랐음. 

주옥같은 문장들이라 예전에 문서 파일로 만들어 놓은 적도 있는데, 컴을 이리저리 옮기면서 그건 없어진 거 같고...  친절한 네티즌들이 올려놓은 문장들을 발췌...

다시 읽어보아도 역시......

 

그런데... 왜 생각이 났던 것일까....

 

 



.....

 

아까는 왜 이러한 운명이 되었는지 모르겠노라고 말했지만, 생각해 보면 짐작이 가는 데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닐세. 인간이었을 때 나는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꺼렸다네. 사람들은 나를 오만하고 자존심이 강하다고 말했지. 실은 그것이 어쩌면 수치심에 가까운 것임을 사람들은 몰랐던 거야. 물론 온 고을에서 귀재라 불리던 내게 자존심이 전혀 없었다고는 말하지 않겠네. 그러나 그것은 겁 많은 자존심이라고 해도 좋을 만한 것이었네.
  

.....

 

나는 시(詩)로 명성을 얻으려 하면서도 스스로 스승을 찾아가려고도, 친구들과 어울려 절차탁마에 힘쓰려고도 하지 않았다네. 그렇다고 속인들과 어울려 잘 지냈는가 하면 그렇지도 못했다네. 이 또한 나의 겁 많은 자존심과 존대한 수치심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걸세. 내가 구슬이 아님을 두려워했기 때문에 애써 노력해 닦으려고도 하지 않았고, 또 내가 구슬임을 어느 정도 믿었기 때문에 평범한 인간들과 어울리지도 못했던 것이라네.
 

.....

 

나는 세상과 사람들에게서 차례로 등을 돌려서 수치와 분노로 점점 내 안의 겁 많은 자존심을 먹고 살찌우는 결과를 빚고 말았다네. 인간은 누구나 다 맹수를 부리는 자이며, 그 맹수라고 할 수있는 것이 바로 인간의 성정(性情)이라고 하지. 내 경우에는 이 존대한 수치심이 바로 맹수였던 것일세. 호랑이였던 게야. 이것이 나를 망가뜨리고, 아내를 괴롭히고, 친구들에게 상처를 입히고, 결국 내 겉모습을 이렇게 속마음과 어울리는 것으로 바꿔 버리고 만 것이라네.
 

.....

 

지금 생각하면 나는 내가 갖고 있던 약간의 재능을 허비해 버린 셈이지. 인생은 아무것도 이루지 않기에는 너무도 길지만 무언가를 이루기에는 너무도 짧은 것 이라고 입으로는 경구를 읊조리면서, 사실 자신의 부족한 재능이 드러날지도 모른다는 비겁한 두려움과 고심(苦心)을 싫어하는 게으름이 나의 모든 것이었던게지. 나보다도 훨씬 모자라는 재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그것을 갈고 닦는 데 전념한 결과 당당히 시인이 된 사람들이 얼마든지 있는데 말이야. 호랑이가 되어 버린 지금도 가슴이 타는 듯한 희한을 느낀다네...

.....

 

처음 호랑이로 변하고 난 뒤 나는 가끔 생각했다네.

나는 왜 짐승이 되어버린 걸까.

그러나 호랑이의 몸과 정신에 익숙해진 지금 나는 문득문득, 예전에 나는 왜 인간이 었을까 생각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흠칫 놀라곤 한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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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거 전야

?


와 같은 날씨로다.... 고소한 부침개 먹으면서 공포 영화를 봐야 할 것만 같은... 이리도 우중충할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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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y Goodman 이야기

홍실이님의 [기록들...] 에 관련된 글.

[Global Value 101]에 보면 Amy Goodman 도 등장한다.

여기서 Democracy Now 를 즐겨보는 편인데, 이 언니 멋지다.

(혹시, 영어 듣기 연습 하고 싶은 분은 여기 뉴스 열심히 보셈. 미국을 비롯한 국제 정세도 배우면서, 영어도 공부하면서... 대본도 제공됨)

 

에피소드 1.

 

그녀는 대학 시절 아파르트헤이드 반대 투쟁에 너무 열심히 참여하느라, 졸업도 5년이나 늦어졌단다. 당시 하버드가 남아공의 인종주의 정책에 깊이 연루되어 있었다는군...

 

어쨌든 인류학 전공으로 학위를 받기는 했는데, 논문 주제가 피임약인 depo-provera 의 임상시험에 관한 것이었다고....  동물 실험에서 암 유발이 확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틀란타 주의 흑인 여성들과 타일랜드를 비롯한 외국에서 광범위한 임상 시험이 이루어졌는데, 이 문제를 지적하는 논문을 썼단다.

논문 심사가 있던 날, 심사위원 중 한 명, "너, 인류학이 무언지 이해하고 있냐? 이건 인류학 논문이 아니다."

에이미 "왜 아니죠?"

그 심사위원, "인류학이란, 외부자의 시선으로 다른 문화를 관찰하는 학문이다. 너는 아마도 인류학 기본 원리에 대한 교육에서 무언가를 빼먹은 거 같다"

에이미 "그 정의대로라면 저는 지금 여기에서 미국 사회의 백인, 남성, 기업 중심의 과학을 들여다보고 있는 거고, 저는 그 사회의 일원이 아니기 때문에, 제 논문이야말로 인류학의 정의에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학위 논문 심사에서.... 이거 정말 쉽지 않은 일....  대단하다 대단해.... ㅡ.ㅡ

 

 

 



에피소드 2.

 

지난 2000년 미국 대선 때, 클린턴이 직접 여기 방송국에 전화를 해서 청취자들에게 앨 고어의 지지를 부탁한 적이 있단다. 말하자면, 노무현이 참세상방송국에 전화해서 우리는 한 배를 탔으니 강금실을 찍어달라고 부탁하는 형상 ㅡ.ㅡ

근데 웃긴게.. 아침에 백악관 공보실에서 미리 전화를 해서 "여기 Whitehouse (백악관)인데, 프레지던트가 당신과 통화하기 원한다"고.... 마침 생방송 직전이었던 에이미는 뉴욕의 술집 Whitehorse (백마) 에서 전화가 온 줄 알고, 아니 이 이른 시간(아침 9시)에 그집 사장이 깨어있단 말야? 의아해하면서 "어디 프레지던트?" 하고 물어보니까 저쪽에서 "프레지던트 오브 유나이티드 스테이츠" 했다는 ㅎㅎㅎ

근데, 하여간 클린턴의 기대와 달리, 에이미가 엄청 민감한 질문들을 했고, 클린턴이 완전 삐쳤단다. 나중에  다시 공보실에서 전화가 와서 "프로토콜을 어겼기 때문에 이제 백악관 출입 정지"라고 하니까 에이미가 발끈 화내면서, "그 쪽에서 전화를 먼저 걸었지. 내가 요청했냐?... 그리고 그야말로 세계에서 가장 힘있는 사람인데, 원한다면 자기가 언제라도 끊을 수 있었던 거 아니냐" 고 따졌다는.... 

오호.... 이 강력한 포스...

 

에피소드 3.

 

동티모르 학살 현장에서의 경험....

평화시위 중에 나타난 인도네시아 군부대...서방 기자가 있다는 걸 알면 인도네시아군도 함부로 민중들에게 총격을 가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기대하며 평소와 달리 마이크, 카메라를 높이 쳐들었지만... 그건 그저 기대였을 뿐...  무차별 총격과 구타로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에이미와 그 동료도 죽을만큼 폭행을 당했는데...  이들이 목숨을 건질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미국 여권" 덕분.... 인도네시아 군이 들고 있던 그 M16, 그 살상무기와 돈을 공급해주는 '친절한 미국'의 시민인 덕택에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하버드 학생들에게 이야기한다. 미국이 전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 온갖 악행을 일삼고 있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가장 힘센 나라, 권력의 가장 핵심에 있는 집단에 속해있기 때문에 여러분의 행동 하나하나가 더 큰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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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께, JFK 기념 도서관에서 에이미 굿맨이 참가한 토론회가 열려서 구경 갔더랬다.

인도주의적 중재와 언론의 역할에 대한 포럼이었는데...

아이고, 포스팅이 너무 길어져서 힘들어 못 쓰겠다.

사진만 몇 장...

 

 

 


 

왼쪽이 에이미 굿맨, 오른쪽은 독일인 사진기자...

이 언니가 또 맘에 든 것이....

자기는 말주변이 없고.. 사진기자기 때문에 사진으로밖에 말할 줄 모른다면서 이라크에서 찍은 사진들을 보여주었다. 으흠...

 

 


 

근데, 그 기념 도서관... 경치는 진짜 너무 좋더라...

뒤편 전면 유리 바깥으로 보이는 것은 대서양(!)이다...

담에 날씨 좋은 날 토끼님이랑 도시락 싸가지고 소풍 가기로 했음. ㅡ.ㅡ

 


 

미군의 특기는 포로들 두건 뒤집어 씌우기...

저런 처치가 괜히 나온게 아니라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아무런 물리적 위해를 가하지 않더라도 감각 박탈 (sensory deprivation) 자체가 엄청난 심리적 위축을 가져오는 가공할 고문 효과를 가지고 있단다. CIA에서 오랜 연구 끝에 개발한 거라는...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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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사미로 글을 마무리하지만, 그래도 한 가지 꼭 쓰고 싶은 것...

에이미 굿맨이, 하버드 학생들한테 동 티모르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냐고 물어보면서,

아마 알고 있다면, 그건 틀림 없이 둘 중의 하나 때문일거라고 이야기한다.

끊임 없이 이 문제를 제기해온 노엄 촘스키의 글을 본 적이 있거나,

아니면 독립미디어를 접했거나...

주류 언론에서는 한 번도 다룬 적이 없었으니까....

 

한국이나, 미국이나,

그리고 어디에서나...

(물론 이전에도 그렇긴 했지만)

독립미디어의 역할이 정말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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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말

만나기로 한 뻐꾸기 선배는 왜 메신저에 나타나지 않는 것일까..

졸려 죽겠구만....

 

이메일 정리를 하다 보니 끝맺음 인사말이 여러 가지가 있다는 걸 새삼...

 

* 평범 스탈

 

Sincerely (yours)

Take care

Thank you  - 이건 대개 회람 메일

Best regards

Best - 간단, 무성의 ㅎㅎㅎ

 

* 나름 친근 스탈

 

Have a nice day

Good luck

Hope to see you

Talk to you soon

Look forward to seeing you

See ya - 이건 좀 많이 나간 거지...

In solidarity - 보기만 해도 힘이 나는...

 

 

* 최근에 알게 된 라틴 아메리카 방식

 

Abraço - 포르투기즈... 영어로 hug 

Estamos en contacto, un abrazo - 이건 에스빠뇰, "계속 연락하자, 허그"

아으.. 이 사람들 정말.... 적응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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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들...

책을 읽다보면 기억할만한 혹은 두고두고 되새길만한 구절들을 많이 만나는데,

막상 또 기록해두려고 하면 어찌나 귀찮은지... ㅡ.ㅡ

 

Global value 101 중에서...

 

 



* 하버드 학부생: 당신은 노동계급 출신이지만, 대학교수가 되고 나서도 한시도 노동자 계급의 삶의 방식을 잊지 않았고 계급적으로 깨어있기를 멈추지 않았다. 좀더 특권을 가진 계층 출신인 사람들이 어떻게 사회적으로 의식있고, 책임감 있는 삶을 살 수 있을지 이야기해달라.

* 하워드 진: 나의 현재 계급 의식은 최소한 부분적으로만 나의 출신 배경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다른 계급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도 계급적으로 깨어있을 수 있다... 네가 누구이던, 네가 어떤 계급 출신이던, 너는 상대적으로 자유의지를 가진 한 사람의 인간 아닌가....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  그들이 가진 돈이나, 부모의 재산이나 혹은 자신의 직업에 갖혀 있다고 느낄 필요는 없다. 우리 모두는 우리의 계급 상태가 부과하는 어떠한 제약이라도 깨뜨리고 우리가 옮다고 생각하는 것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진 할배는 인터뷰 내내 역시 구수하고 재밌는 말투... 촘스키와 정말 비교됨 ㅡ.ㅡ 

지식과 학문 자체에 대한 성찰적 태도와 관련해서 몇 가지 추가로 읽을 것들이 있음. 특히 진 할배의 the Poitics of History 1장을 읽어야지.)

 

 

* 하버드 학부생: 모든 영문학 교수가 "주간 항공/우주 공학"을 읽는 것은 아니며, 누구나 전쟁과 고문과 관련한 인간의 문제와 씨름하는 건 아니다. 당신은 어떻게 그런 참여 지향적이고 진지한 시민이 될 수 있었는가?

* Elaine Scarry (영문학자) : ... 다른 학문을 가로지르는 작업들은 좀더 사고를 분명하게 해 준다. 실제로 존 로크는 이렇게 말했다. "사고를 멈추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오직 한 분야의 책들만 읽고, 한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하고만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지속적인 고민과 사고를 하는 방법 중 하나는 분야를 가로지르며 보는 것이다.

(이건 레빈스 할배도 주구장창 강조했던 내용... 나도 중요하다고는 생각하는데.... 어떻게 하는게 잘 가로지르는 것일까?)

 

 

* 노엄 촘스키: 오늘, 아파치 헬기가 팔루자에서 격추당했다는 뉴스가 있었다. 자, 가장 무자비한 전쟁 무기에, 종족 학살 희생자의 이름을 갖다붙이는 나라를 (미국 말고) 본 적이 있는가? 그건 상상조차 못할 일이다. 그걸 지금, 우리가 하고 있다.

* 촘스키 : 내가 하버드에 처음 입학했을 때, 여기는 지금같지 않았다. 그건 잘 차려입은 백인 남성들의 집단이었다... 너는 여기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너에게는 선택권이 있다. 반드시  관습에 순응할 필요는 없다. 수많은 사람들이 순응하지 않았고, 그것이 바로 하버드가 지금과 같은 모습을 보이게 된 이유라고 할 수 있다.

* 촘스키 : 그 사람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터키와 캄보디아의  지식인들은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질문하지 않았다. 작가, 저널리스트, 예술가, 지식인들은 끊임없이 저항했다. 캄보디아에서 그들은 총살 당했고, 터키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이갸기했다는 이유로 수 년간 투옥되었다. 그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농장 노동자와 원주민처럼, 미국의 원조와 미국 군사력에 의해 땅을 빼앗기고 쫓겨난 아프로-콜럼비아인들처럼 말이다. 그러나, 그들은 불평하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끊임없이 저항했다.

* 촘스키: 누구를 믿어야 하냐구? 이건 화학 수업을 듣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아무도 믿지 마라. 과학을 배운다고 할 때, 사람을 신뢰하는 방법을 가르치지 않는다. ... 그렇다고 자동적으로 모든게 다 썩었어 하고 말해서는 안 된다. 다만, 매사에 회의적인 태도로 접근하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이것이 전부다. .. 특히 그것이 과학이 아닌 인간사에 대한 것이라면 더욱 비판적이고 회의적인 자세로 접근해야 한다.... 너 자신의 비판적 지성 이외에 그 어느 누구도 믿지 말아라.

(아으... 촘스키 할배 무서워... 너무 꼬장꼬장한거 같애....  이전에 책을 읽을 때는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심지어 이런 인터뷰 글까지 한치의 빈틈도 없구 말이지....

근데, Trust No One.. 이건 엑스파일 시즌 1에서 Deep Throat 가 했던 말이기도 하지...)

 

나머지 읽는대로 추가 정리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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