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잠깐 딴 생각...

점심에 케네디 스쿨 (하버드 행정대학원)에서 정기적으로 열리는 사회정책 세미나에 다녀왔는데, 오늘의 주제는 [노동의 성별 분업과 Varieties of Capitalism]

 

근데...

젠더 문제를 연구하는 사람은 왜 모두 여자일까?

뭐 남자도 없지야 않겠지만, 거의 2년 동안 각종 세미나에서 젠더 이슈를 발표하는 남성 연구자를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1. 내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즉, SEP라 이거지)

 

2. 관심은 있지만 나서기 뻘쭘해서.

 

3. 젠더 문제가 있는지조차 몰라서.

 

그럼 (모두 그런 건 아니지만) 여성 연구자들이 젠더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은

목마른 자 우물 파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

시 한 수

아까 지인이 필립 딕의 [Do androids dream of electric sheep?]을 샀다는 이야기를 듣고 문득 Marvin의 시가 떠올랐다. 

Krikkit 행성 전투함의 메인 컴퓨터에 접속하여  

공포의 white robot 들을 의욕상실과 우울증에 빠뜨리며 읊은 성찰의 시 한 편....

 

Now the world has gone to bed,

Darkness won't engulf my head,

I can see by infrared,

How I hate the night.

 

Now I lay me down to sleep,

Try to count electric sheep,

Sweet dream wishes you can keep,

How I hate the night.

 

 

 

 

헥. 위키에 찾아보니 마빈이 "paranoid android"라고 나온다.

너무 심한데?

근데 웃긴다.. 동명의 제목을 가진 라디오헤드의 노래가 명시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마빈의 이야기를 따온거라는 ㅎㅎㅎ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

산행 번개

이웃 블로거 토끼님이 어제 갑자기 산행 번개를 공지하셨다.

 

봄도 오니, 마음도 싱숭생숭하고

그녀에게 중년의 위기가 온 것일지도 모른다.

 

오늘 점심 무렵,

집안 공사를 해야한다는 남편을 몰래 따돌리고,

나를 픽업하러 나타나셨다.

 

 

남편에게 생일선물로 받으셨다는 최신형 GPS 네비게이터와 ,

그를 능가하는 친절함과 유연성을 갖춘 인간 네비게이터  홍실이의 도움으로

Middlesex Fells Reservation 이라는 유원지를 찾아갔다.

 

입구에서 무려 5불짜리 상세지도를 구입하여 트레일을 시작했는데...

정상의 높이가 무려 해발...

 



 

 

 

75 미터!!! 였다.

 

그나마 있던 호연지기 완전 소진하고 돌아왔다.  ㅜ.ㅜ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

Mourn for the Dead, Fight for the Living!

죽은 자를 위해 애도하고,

산 자를 위해 투쟁하라!

 

돌아오는 4월 28일은 국제 산재 노동자 추모일 (Worker's Memorial Day)

이를 맞아 여기에서도 행사가 준비되고 있다.

 



지난 번에 MassCOSH 를 방문했을 때 나름 감동을 받은데다

"국제주의자"는 어디서든 뭘 한다. 라는 또 나름의 신념에 따라,

나도 뭘 같이 해보구 싶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근데, 이멜을 주고받으면서 이 양반들이 좀 난감해하는 거 같았다.

나의 전문성(? - 아마도 기나긴 가방끈을 지칭하는 듯)을 볼 때, 그저 행정 잡무를 부탁하기는 그렇고, 어떤 일이 서로에게 도움이 될까 고민 중이란다 ???

 

사실 그렇지 않나...

잡일을 맡기기에는 너무 가방끈이 길어 민망하고..

그렇다고 뭔가 기획 업무를 맡기기에는 현장 경험이 없고...

거기다 영어도 버버벅....

 

그러더니만, 엊그제 Marcy 한테 연락이 와서, 행사 준비하는데 일손이 부족하다고 좀 도와달란다. 

 

그래서, 어제 오후에는 사무실에 가서 행사유인물 복사하고 봉투 붙여서 회원들한테 발송하는 일을 했다. 다년간의 머슴 살이에서 익힌 기술을 통해, 나 스스로 "잡일의 여왕"이라는 자긍심을 갖고 살아온터, 그런 일이야 말로 나의 진정한 전문(!) 분야 아닌가

Marcy 하고 Khadijah 가 깜짝 놀라더라. 어쩜 그렇게 빨리 하냐구 ㅎㅎㅎ

Marcy 는 이런 일 시켜서 미안하다고 첨에는 민망해하더니, 나중에는 지나가면서 "Hey, Label Girl!" 하고 놀리기까지...

여기도 재정이 그리 넉넉한게 아닌지라 (물론 한국에 비하면야...) 물자절약에 엄청 신경을 쓰더라. 스탬프 기계로 우체국 소인을 찍는데 실수로 두 번 찍으면 39센트 날아간다고 Khadija는 나한테 몇 번이나 신신당부.... 꼭 한 번만 찍어야 해.... "Don't Worry!"

 

작년에 여기 Mass 주에서 산재로 사망한 노동자가 거의 80명에 이른다. 물론 직업관련성 질환으로 사망한 사람 수는 파악도 잘 안 되는 실정. 이번 행사에 AFL-CIO 지역 지부별 사망자 명단을 보여주기 위해 사망자 명단을 지역별로 분류하는 작업도 했는데... 완전 원시 그 자체....  데이터베이스 만들어서 확 돌려버리면 될 거 같은데... 그걸 일일이 워드 작업으로... ㅡ.ㅡ  허나 너무 앞서 나가는 거 같아 자제했다. 담에 또 이렇게 하면 갈쳐줘야지.

 

담주에는 주 의회에 유인물을 돌리러 가기로 했다.

공원 앞 전망좋은 언덕에 떡 하니 자리잡고 금박으로 치장된 그 돔 지붕 건물에 드뎌 들어가보게 되는 것이다!!!

 

마음이 따뜻하고, 용감한, 그리고 세상을 바꾸려는 언니들과 일을 하는 것은 즐겁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

은하계 3부작

어제 "공식" 3부작의 마지막 편인 "Life, the Universe, and Everything'을 마침

 

Life, the Universe and Everything (Hitchhiker's Trilogy (Paperback))

 

 

감상이라면?



이렇게 어처구니 없으면서 심오하고 재밌는 소설이 이 은하계에 존재한다니...

작가에게 경배를!!!!!

 

몇 가지 기억해둘 중요한 사물(?), 기술(?), 혹은  발명품(?)

 

1. Babel fish : 범 우주 통역 장치. 한쪽 귓구멍에 이 물고기를 넣은 뒤 뺨을 할 대 후려치면 쏙 들어가서, 모든 은하계 방언을 다 이해할 수 있음. 스페인어 배우면서 이 생각 엄청 했더랬다.

 

2. Infinite Improbability Drive 무한 불가능 동력 (ㅜ.ㅜ) : 시 공간을 가로지르는 자포드의 우주선 Heart of Gold 의 핵심 기술.

 

3. GPP (Genuine People Personality) tech  - 시리우스 사이버네틱스 사에서 개발한 로봇 기술의 최신 결정판. 이를 통해 마빈은 전 은하계 유일무이의 우울증 로봇으로 탄생할 수 있었다. 근데 귀여워 죽겠어. 그리고 너무 강력해!!!

 

4. Nutri-Matic Drinks Synthesizer : 역시 Syrius Cybernetics Corporations에서 개발한 음료수 자판기인데, 혀의 미각 세포와 뇌 인지 장치에 대한 개인별 분석을 시행한 후 가장 적합한 맞춤 차 (tea)를 제공 - 아서 덴트는 hardly ever-like tea 라고 평가했음.  나중에 아서가 실론티와 잉글리쉬 티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하자, 이를 재현하기 위해 우주선 메인 컴퓨터의 리소스를 다 잡아먹어, 일촉즉발의 위기를 낳게한 장본인이다.

 

5.Deep Thought  그리고 Norway fjord....... 차마 발설할 수 없다. 천지창조의 비밀.....

 

6. Peril Sensitive Sunglass (위기 민감형 선글래스) : 임박한 위기에서 렌즈가 저절로 새카맣게 변해서 끼고 있는 사람이 아무 것도 못 보고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해 준다. 이를테면 앞에서 폭탄이 터지거나 건물이 무너지면...

 

7. SEP (Somebody Else's Problem) field tech : 분명히 존재하지만, 사람들 눈에 안 보이게 만드는 신비의 기술...  이 기술을 몰랐던 아무개는.... ㅜ.ㅜ

 

8. Bistromath.... 이를 직접 본 아서 덴트의 입이 쩍 벌어지고, 개발자인 Slartibartfast 박사조차 방문객들에게 차마 믿기 어려울 거라고 난처해하는 기술이니... 차마 어찌 내가  몇 줄로 설명할 수 있으랴......

 

근데 도대체 이걸 어떻게 한국어로 번역했을까?

유사발음을 이용한 말장난이 엄청나다.

이를테면 from ultraviolence to infrared (자외선에서 적외선까지) 를 뒤틀어서

from ultraviolence to infradead 이렇게 표현해버리면 어찌 번역을 하냐구...

 

그 뿐이 아니라 (나도 잘 모르지만) 영국적 상황이 너무나 많이 등장한다.

이를테면 아서 덴트는 꾸준한 가디언 독자인데다,

지구에서 Cricket 으로 영국에서 전승되고 있는 게임이 사실은 은하계 외딴 곳 Krikkit 행성의  전통이었다는 설정이니,

그곳 Krikkiter 들이 부르는 노래가 폴 매카트니를 땅부자로 만들어준 그런 류의 노래라는 설명...  뭐 헤아릴 수가 없다.

 

더욱 재미난 건...

이전에 다 보지 못했던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비디오를 다시 보았는데...

생각해보니 이에 대한 패러디도 어찌나 많았던지...

 

한 가지 실망한 것은...

더글라스 아담스 홈피에 들어가보니,

너무 멀쩡하게, 그리고 평범하게 (!) 생겼더라는....

아자씨... 실망했어요.

 

그 후편이라 할 수 있는 두 권이 더 남아있기는 한데...

그것들마저 연달아 읽고 나면 정상적인 사회생활에 큰 부담을 줄까 걱정이 되어

당분간 다른 책을 읽을 생각이다.

유혹을 참아야 하느니라.......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

어떤 남매

어제 오랜만에 엄마랑 채팅을 하는데...

엄마가 "얘, 그래도 말이다........" 하면서 전해준 이야기.

 

조카 생일이라고 식구들이 다 모였는데...

"김씨 집안의 유일한 인간"인 효경이가 제 아빠한테 따지더란다.

 

"아빠는 고모가 보고싶지도 않아?"

 

 



"너는 동생 우재가 어디 가면 보고 싶어 안 보고 싶어?"

"보고 싶지"

"아빠도 마찬가지야"

 

이 말에, 울 엄마가 나름 감동받으신 게다. 

아니, 그럼 애가 그러구 물어보는데 뭐라고 답하라구...

평소 우리끼리 대화하던 그대로  "그 인간이 뭐 보구 싶냐?" 이래 버리면 효경이는 아마 울어버리고 말걸?

 

 

우리는 어려서부터 너무(!) 싸워서 엄마가 아주 속상해 죽으려고 했다.

한번은 엄마가 빨랫줄로 둘이 마주본 상태에서 묶어놓은 적도 있었다.

붙여놨으니, 어디 원없이 실컷 싸워보라구.... ㅜ.ㅜ

 

왜 싸웠나 생각해보면...

 

한 절반은 먹는 거 때문에.. 오빠가 꼭 내 걸 뺏어먹었다. 이를테면 엄마가 쫄면을 해줬는데 매워서 물 마시러 간 사이에 쫄면에 얹힌 엑기스-삶은 달걀을 홀랑 집어간다거나, 하드 같은거 먹으면서 텔레비에 정신 팔려 있는데 뭉텅 베어먹구 도망간다거나.... 아주 만행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그러면 반드시 우주대전쟁이 벌어지고, 마지막은 엄마의 파리채 혹은 구두주걱, 심지어 빨래 중이던 걸레 (이걸로 맞는게 제일 아프다. 철썩~하고 몸에 감기는 느낌...ㅡ.ㅡ)가 휩쓸고 지나간 후에야 끝이 나고는 했다.

그 밖에는... 시작을 알 수없는 사소한 괴롭힘들이 도를 더해가면서 파국을 낳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이를테면, 누워서 책보다가 발로 툭툭 치면서 귤 좀 집어줘. 그러면 알았어... 친절하게 답하면서 얼굴에 정통으로 던져 맞추기...한번은 오빠가 전화거는 옆에 누워서 노래를 부르는데, 고만 하라고 해서 안 하니까 콧구멍을 찔러서 쌍코피가 난 적도 있다.  

 

뭔가 심각한 갈등, 이런 거 가지고는 별로 싸워본 적이 없는 거 같다.

아, 오빠가 군입대 영장이 나온 다음 맨날 술퍼마시고 다니면서 엄마아빠한테 하도 말을 막 하길래 싸운 적이 있구나....

진짜 대판 말다툼을 벌이고 입대하는 날까지 둘이 말을 안 했다. 거의 50일 넘게....

결국 오빠는 가버리고, 집에 있던 나만 엄마한테 죽도록 야단 맞았다. 한 삼박사일 동안 욕을 먹었던 거 같다. 억울했어... ㅡ.ㅡ

 

엄마는 우리가 싸울 때마다 항상...

엄마 아빠 죽고 나면 하늘 아래 너희 남매 둘인데, 어쩜 그렇게 싸우니. 내가 죽어도 눈을 못 감겠다......

그러면 둘이 이구동성으로.. "걱정 마세요"

"나보구 걱정 말고 얼릉 죽기나 하란 소리냐?"

"아니, 그게 아니구.... ㅡ.ㅡ;;;"

이럴 때는 맘이 어찌나 잘 맞던지...

 

근데, 둘이 사이좋게 지내는 모습을 봐도 엄마의 불만은 그치지 않았다.

내가 대학 가서 알바를 해서 첨으로 비디오를 장만했는데...

주말이면 둘이 SF 영화를 한 뭉치씩 빌려다 보곤 했다.

완전 진지 모드로 앉아서 심도 깊은(!) 토론을 하며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어쩜, 너네는 저렇게 말도 안 되는 영화들을 좋다고 시시덕거리며 보고 있냐?"

"아니, 저게 왜 말이 안 돼?" 궁시렁궁시렁...

그 심도 깊은 대화 중에 지금도 기억나는 것은...

블레이드 러너 중간 쯤...

내가 "저 여자 (레이첼)도 레플리컨트 아닐까?" 물었더니

오빠 왈... "맞아, 틀림 없어"

"어, 어떻게 알았어?"

"저 여자 코를 좀 봐. 인간의 코가 저렇게 오똑할 수 있겠냐? 틀림없이 사이보그야"

배우 숀 영의 코가 오똑하기는 했다. ㅠ.ㅠ

 

아, 참.. 원래 쓰려던 이야기는...

오빠한테 애틋한 마음을 느낀 적이 딱 한 번 있다. (딱 한 번이라고 하면 너무 심한가?)

 

오빠가 대입시에 실패하던 해는 그러지 않아도 빌빌대던 집안 경제가 이루 말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있었다. 아빠의 병세가 급작스럽게 위중해지는 바람에 오랜 동안 일자리를 가질 수없었고 뭐 이래저래.... ㅡ.ㅡ

그래서 오빠는 재수를 꿈도 못 꾸고 그냥 작은 직장에 다니다가 군입대를 했다.

 

근데...

 

나는 고등학생이었고, 한번은 면회를 갔는데.. (의정부. 지금 생각해보면 그리 먼 거리도 아닌데, 승용차도 없고... 면회길이 그야말로 천리길이었다. ㅜ.ㅜ)

오빠가 용돈을 주더라. 

당시 군에서는 담배를 안 피우는 사람에게 연초비를 지급해주었는데, 

그걸 모아서 내 용돈을 마련한 것이었다.

액수는 기억이 잘 안난다. 2만원? 3만원? 

 

얼마나 오랜 동안 모았던 것일까?

 

사실... 그 때는 오빠의 애틋한 정에 감동했다기보다, 이렇게 궁상맞게 살아야하는 우리 가족의 인생이 더 구슬프게 느껴졌었다. 

 

나중에, 대학에 들어가고 나서, 면회를 갔을 때는 나도 주머니에 제법 돈이 있었고, 피엑스에 데려가서 호기롭게 "너 먹구 싶은 거 다 골라..." 했더니만... 오빠가 마니커 닭발 (이런게 있는줄도 몰랐다. ㅎㅎㅎ)을 고르는 거 보구 완전 충격 받은 적도 있다. 어려서부터 잔병치레가 많아 편식도 심하고 입도 엄청 짧았는데... 그런 인간이 닭발이라니...ㅡ.ㅡ

문득 안 되었다는 생각이 울컥....

 

텔레비전 드라마에 나오는

보살펴주는 오빠와 오빠를 존경(?)하는 여동생 사이도 아니고, 

가부장적으로 억압하는 오빠와 이에 괴로워하는 여동생 사이도 아니고...

다른 집 남매들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나름 유대와 연대(무엇에 대한?)의 관계가 아니었었나 싶다.

 

그러고보니, 그토록 많은 싸움 중에서도 오빠는 "여자애가~" 이런 말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물론 장남 운운 하는 소리를 한 적도 한 번도 없다.

울 엄마는 맨날 결정적인 순간에 이 말을 해서 나를 폭발시키곤 했는데 말이지.

봉변을 당할 것이 두려워 의식적으로 회피한 것인지, 뼛 속 깊이 젠더 감수성을 갖추고 있었는지는 확인할 바 없으나 어쨌든 지금 보니 참으로 대견한 일이로구나...

 

근데 심각한 거는...

오빠는 물론 다른 가족들도 그렇게 보고 싶은 마음이 별로 안 든다는 거다.... 

뭐 가서 보면 되는 거지....

"보고 싶다"는 감정이 뭔지를 까먹은 건 아닐까?

내가 사이보그로 변해가고 있는 걸까?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

X 세대

참고문헌을 읽는 중에 미국의 세대 특성을 정리한 표가 나오는데 베이비 붐 이후 세대인 X 세대 (1965-79년생)의 특징 중에... - 미래에 대해 회의적 - 그래서, 은퇴 후 사회보장을 믿기보다는 - 차라리(!) UFO 의 존재를 더 신뢰 차라리?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

이 밤을 무사히....

저녁에 학원 가기 전에 뭘 먹을까 궁리하다가

냉장고에서 2주간 곱게 방치되어 있던 스파게티 소스를 발견했다.

2주 전에 보스턴을 잠시 방문했던 손님이 손수 만든 참치 스파게티 소스...

 

육안으로 확인한 결과 큰 문제는 없어보였다.

냄새를 맡아봐도 역시 별 문제를 파악할 수 없었다.

 

잠시 망설였으나...

 



보건학 석사학위, 예방의학 박사학위, 전염병역학 관련 논문....

이 모든 것이 다 "귀차니즘"이라는 위대한 사상 앞에서는 한낱 미물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쩌면... 귀차니즘이야말로 진정한 이성의 블랙홀일지도 모른다....

 

저항하기 어려운 블랙홀의 강력한 중력 영향을 탓하며...

마이크로 웨이브에 소스를 데웠다. 콧노래 부르며 국수 삶고.... 

맛있더만......

 

 

그런데.... 조금 전부터 머리가 무지하니 무거워온다.

설마 식중독????

incubation period 는 대여섯 시간.... 외독소,

포도상구균? 살모넬라의 가능성은 낮은데.....

 

오.......이 밤이 무사히 지나가기를.....

 

나는 그저 우주의  질서에 순응했을 뿐이라구.... ㅜ.ㅜ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

이민으로 시끄러운 이민자 사회

요새 미국은 이민법 개정 문제 때문에 그야말로 난리 북새통이다.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ers_column&id=&id=195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id=33934&page=1&category2=41

 

http://www.ykasec.org/

 

CNN 같은 반동 뉴스채널에서도 매 꼭지마다 시위 소식과 법안 진행 뉴스를 다르고 있다.

지난 이라크 침공 3주년 기념 반전 집회 때, 런던, 도쿄에서 벌어진 시위 소식보다 오히려 미국 국내 도시들에서 벌어진 시위를 더 짧게 다루었던 거에 비하면 기이한 현상이다.

 

이전에 참세상 연재에 사과나무님 인터뷰를 실은 적이 있지만,

이민자 문제의 전선은 참으로 오묘하다.

 



우선, 자본의 입장에서 보자니 값싼, (그리고 무엇보도 중요한) 미조직화된 노동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한다는 점에서 국경을 꽁꽁 닫는 거는 말도 안 되는 처사.  

 

하지만, 한편으로는 화이트앵글로색슨 주류 사회를 위협하는 (뉴욕만 해도 현재 백인이 소수인종) 이 후발 이민자들을 무한정 받아들이는 것은 사회의 근간을 흔드는 자해 행위.

 

나라의 안위를 걱정하느라 밤잠을 못 이루는 선량한 시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국경이 숭숭 뚤리고 도대체 근본을 알 수없는 이들이 사회에 암약(?)하는 것은 너무도 불안한 일.

 

근면자조협동의 정신을 실현하며 살아가는 또다른 선량한 시민들이 볼 때는, 터무니 없이 낮은 임금으로 노동시장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골칫거리...

 

(그리고, TV news 에서는 거의 이야기하지 않고 있지만, 뉴욕타임즈의 폴 크루그먼 같은 양반은, 기업의 요구도 반영하면서 일반 시민의 불안감도 해소해준다는 부시의 게스트워커 프로그램이 대규모 입국은 허용하되 정치적/시민적 지위를 보장하지 않음로써 그러지 않아도 제대로 민의를 반영하지 않는 미국식 대의 민주주의 (또이또이한 두 정당 갈라먹기 + 흑인 등 소수자들의 선거 배제)를 더욱 훼손시킨다는 점을 매우 중요하게 지적하기도 했다. ) 

 

이민자 운동 진영도, 사회서비스 (무료 진료 같은)를 포함하는 인도주의 활동에서부터 미조직 노동자 조직화 운동, 정치 세력화 운동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며,

대항 논리도 "미국은 기회의 땅인데, 우리에게도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할 달라" 에서부터, "가족을 생이별 시키다니, 너무 잔인하지 않냐", "노동의 권리, 정치적 권리를 인정하라"에 이르기까지 역시 다양하다.

 

 

이번 시위의 기폭제가 된 하원의 법안은 사실, 너무 막 나간 법안이었다.

서류 미비 노동자 추방에, 멕시코 국경에 거대 성곽 구축에...... 여기까지만 했어도 될 것을... 심지어 이들을 도와주거나 편의를 제공한 사람들까지 같이 처벌하겠다고 했으니 21세기에 이 무슨 황당한 법안.... 이주 노동자 커뮤니티에서 큰 버팀목 역할을 했던 교회들과 각종 온건한 단체들까지 발끈하고 일어설 수 있도록 아주 불을 질러 버린 셈이다.

 

지난 주말에 사과나무랑 전화통화를 했다.

뉴욕에서도 일욜에 큰 시위가 있었고, 4월 10일에는 대규모 집회 예정되었다는 소식에...

별 일은 없는지 안부차 전화를 .... 

전화걸기를 죽기보다 싫어하는 내가 손수, 먼저,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었다는 점에서 사과나무는 큰 영광으로 생각해야 하지만... 별로 그런 거 같지는 않더라... ㅡ.ㅡ

 

한국은 졸속 입법에, 날치기 통과 같은 일들이 많아서

(내가 입법절차를 잘 모르기 때문에 착각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투쟁도 기민하게, 그 반응도 기민하게...

짧은 시간에 뭔가 결판이 나는 분위기인데 비해...... 

 

홍실 "LA 50만, 시카고 30만을 비롯해서 온 전국이 이렇게 벌집쑤신 듯이 들고 일어서는데 뭐 좀더 화끈한 답이 얼른 안 나올까요? 이제 좀 분위기가 역전된 거 아닐까요?

사과나무 "이제 시작이예요"

??? 

사과나무 "지난 번 드림액트도 3년 걸렸어요. 11월 선거가 있으니, 이제 이 힘을 조직해서 선거에 실질적인 의제가 될 수 있도록 해야죠. 8회까지 계속 난타당하다가 이제 겨우 카운터 펀치 한 방 날린거라고 보면 되요."

 

아이구..... ㅜ.ㅜ

 

날씨 따뜻해지면 언니들이랑 보스턴으로 봄나들이 오겠다고 하더니만....

아무래도, 내가 내려가서 지지의 밥이라도 한 끼 대접하고 와야 하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

칼 세이건을 추억하며...

라니...

그 어떤 개인적 친분 관계도 없는 처지에 추억이고 나발이고....  ㅡ.ㅡ

 

근데,

이렇게 쓰고 싶어진건

저녁 나절에 읽은 두 편의 글이 우연찮게 대조를 이루었기 때문..

 

미국에서는 오만가지 종류의 임상시험을 다 하는데 내 보기에 가장 황당했던 것은 "기도의 효과"를 평가하는 연구들이었다. 최고의 통계학자들과 연구자들을 동원해서 가장 최신의 연구설계를 통해 이런 연구를 한다는게 나로서는 기가 막힐 따름이지만, 중요하다니, 이 사회의 관심이라니 뭐 내가 말릴 수 있나....

 

그 동안 기도가 환자 예후에 효과가 있다 없다 이래저래 논란들이 많았는데, 어제 발표된 대규모 연구결과 (그동안의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 기획된 연구라고 하더군)...

기도의 효과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관상동맥우회술을 실시한 환자들을 세 군으로 나누어, 1군에게는 아무런 기도도 하지 않고, 2군에게는 기도한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기도를, 3군에게는 기도한다는 사실을 알려주지 않고 기도를 했는데... 30일 동안 관찰한 결과 예후에 차이가 없었고 심지어 2군에서는 합병증이 더 늘어나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웃긴게, 기도에 참가한 신도들은 자유로운 형식으로 환자를 위해 기도하되, "합병증이 없고 쾌유하도록 해달라"는 문구를 반드시 들어가도록 했다고 한다.

 

이 결과는 많은 사람들(!)을 실망시키겠지만, 핑게없는 무덤 없다고, 가족과 친지들이 개인적으로 했던 기도들은 이 임상시험에 고려되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결과를 보인 것 같다는 해석이 곁들여졌다.

 

기도라는 것이, 누군가 나를 영적으로 혹은 정서적으로 지지해준다는 것을 의미한다면, 기도의 긍정적 건강 효과를 생리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연구들의 가설과 연구 목적은 단순히 이를 입증하는게 아니라는데 심각한 문제가 있다.

치유의 기적, 절대자의 권능... 

언제는 합리적 근거를 가지고 신을 믿었나. 그냥 "믿습니다" 하고 가던 길 갈 것이지 왜 과학의 이름을 빌어 쓸 데 없이 돈을 쓰고 과학을 모욕하냔 말이다. 지난 2000년 이후, 미국 정부에서 이런 "기도 효과" 연구들에 지원한 기금이 230만불이 넘는단다. 

(참조: http://www.nytimes.com/2006/03/31/health/31pray.html?pagewanted=1&_r=1)

 

신문 보다가 혼자 화르륵... 열 받아 있다가...

"그러길래... 내 책이나 보라니까...."

이런 계시를 받은 듯...

그동안 덮어두었던 칼 세이건의 Billions & Billions 마지막 장을 펴들었다. 

 



Billions & Billions: Thoughts on Life and Death at the Brink of the Millennium

 

이 책은 말하자면... 그의 유작이다.

책을 쓰는 도중 myelodysplasia (골수이형성증?)을 진단받고 감사의 글을 채 마무리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떴다.

 

과학 발전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무분별한 (이윤과 정치적 이해를 목적으로 하는) 과학 발전이 가져올 파국에 대한 끝없는 경고로 일관해온 그간의 행보를 다시 한 번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다지 새로울 것은 없으나....

몇 가지 흥미로운, 그리고 숙연해지는  부분이 있었다.

 

"The Common Enemy (공동의 적)"이라는 장은, 1988년 소련과 미국의 화해 무드 속에 진행된 정상회담에서 레이건이 '만일 외계인의 침공한다면 소련과 미국이 공동의 전선을 구축하기 더 쉬울 것'이라는 발언이 동기가 되어 쓰인 것이다. 스타워즈 계획을 비롯하여 갑자기 우주 전쟁에 대한 기이한 관심이 폭증하면서, 미국과 소련의 잡지사에서 공동 기획으로 이 분야 연구의 권위자이자 거의 연예인 수준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칼 세이건에게 이와 관련한 특별 칼럼을 요청했고, 칼 세이건은 "절대 검열이 없을 것"을 조건으로 청탁을 수락했으며 (근데 소련에서는 이것이 지켜지지 않았음) 미국과 소련에서 함께 출판되었단다. 

칼 세이건은 다음과 같이 썼다. 

"악의에 찬 외계인이라 하더라도, 지구를 침공할 동기가 별로 있을 거 같지 않다. 아마도, 그들은 사전 조사 후에,  조금만 인내심을 갖고 우리 스스로가 자멸하기를 기다리는게 훨씬 합리적이라고 결론 내릴 것이다. 우리는 위험에 처해 있다. 우리한테는 외계 침략자도 필요 없다. 이미 우리 스스로 충분한 위험을 만들어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를 실종시킨 소련의 무늬만 사회주의, 개국 이래 멈추지 않았던 미국의 침략적 제국주의, 그리고 전세계를 공멸의 위기에 몰아넣은 이들의 가공할 군비경쟁을 아주(!) 신랄하게 비판했다.  어찌나 속이 시원하던지.....

 

15장 "Abortion: is it possible to be both Pro-life and Pro-choice"에서는 미국 사회내에서 (말도 안 되는) 뜨거운 감자인 낙태 문제를 다루고 있다. 태아는 "영혼이 깃들어 있는 생명체"이며, 그렇기 때문에 수태 순간부터 낙태는 곧 살인이라는 소위 Pro-life 의  주장에 대해, 칼 세이건은 그러한 가정 자체가 지난 2천년 간 기독교와는 무관했으며 오히려 20세기 초부터 등장한 보건의료인력의 전문주의와 더 상관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 글이 1990년에 잡지에 실렸는데, 독자들의 의견을 접수하는 음성사서함에 무려 38만건 (ㅡ.ㅡ)의 전화가 걸려왔단다.  이 중 상당수는 팻 로버트슨 (차베스 암살하자고 떠들어대던 그 또라이 복음주의자)의 돌격 명령에 의한 것이라니, 황우석 사건을 보면서 한국사회의 광기가 유난하다고 비판했던게 부끄러울 지경 ㅎㅎㅎ

 

한편으로 나이브하다는 생각이 안 드는 것도 아니지만,

굳이 비판과 비난을 비껴가지 않으면서 '이성의 힘'을 수호하려고 평생 노력해온 할배의 모습이 참으로 훌륭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연 과학자로서 그가 가진 풍부한 인문사회적 지식과 사회에 대한 비판적 성찰력은, (우리가 좋아하는 "사회 모순의 근본적 기원"을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지만) 큰 깨달음을 주기 충분하다. 

 

오늘..

언제 불쑥 찾아올지 모를 죽음을 앞에 두고 의연히 써내려간 마지막 장을 읽으면서 존경의 마음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병마와 싸우고 있는 동안, 그의 친구와 가족, 동료들, 그리고 직접 알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그를 위해 기도했고, 그에게 이를 전하며 기운을 북돋아주고자 했단다.

 

"비록 나에 대한 신의 계획 - 만일 신이 존재한다면 - 이 기도를 통해 바뀔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나를 위해 기도해 준 그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이상으로 감사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나에게 사후에 대한 확신 없이 어떻게 죽음을 대면할 수 있냐고 물어보고는 했다. 나는 그것이 문제가 아니었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뿐이다. '연약한 영혼'에 대한 유보와 함께, 나의 영웅인 알버트 아인쉬타인의 견해를 공유한다.

 

나는 그의 창조물에게 보상을 하고 응징을 하는 신, 혹은 우리 자신이 경험하는 종류의 의지를 갖고 있는 신을 마음에 품을 수 없다. 육체적 죽음을 넘어서는 개인을 상상할 수도 없고, 상상하고 싶지도 않다. 두려움이나 불합리한 독단에서 비롯된 연약한 영혼들이나 그러한 생각을 가슴에 품도록 해라. 나는 삶의 영원성에 대한 신비, 현존하는 세계의 놀라운 구조에 만족한다. 실재하면서 스스로를 증거하는 이성의 한 부분 - 그것이 아주 작은 것일지라도 - 을 이해하기 위한 헌신적 노력과 함께....  "

 

평생 우주의 진화, 생명체의 진화, 인간 지성의 진화를 이야기하며 계몽주의자이자 휴머니스트 (인도주의적라는 뜻 절대 아님!)로 살아온 그가 죽음이라는 마지막 관문을 앞두고  깃발을 내렸으면 어떡하나 내심 걱정(?)하던 터라....  안심이 되었다고나 할까... 이건 무슨 해괴한 감정이냐... 역시 할배는 배신하지 않았어... 이런????

 

아마도 한국에서 이 책을 읽었다면 별 감흥 없이 지나쳤을지도 모르겠다.

미국 사회라는 맥락 - 종교의 이름을 가진 반이성주의와 시장주의의 교묘한 결합(!)이 인간적으로 심하게 미웠기 때문에, 칼 세이건의 글들이 더욱 맘에 와 닿은 것일수도...

 

근데...

도대체 이 할배의 책들은 출판만 되면 수 개월씩 베스트셀러였다고 하는데...

그 책 읽은 사람들은 다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는걸까?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