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휴거 전야

?


와 같은 날씨로다.... 고소한 부침개 먹으면서 공포 영화를 봐야 할 것만 같은... 이리도 우중충할 수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

Amy Goodman 이야기

홍실이님의 [기록들...] 에 관련된 글.

[Global Value 101]에 보면 Amy Goodman 도 등장한다.

여기서 Democracy Now 를 즐겨보는 편인데, 이 언니 멋지다.

(혹시, 영어 듣기 연습 하고 싶은 분은 여기 뉴스 열심히 보셈. 미국을 비롯한 국제 정세도 배우면서, 영어도 공부하면서... 대본도 제공됨)

 

에피소드 1.

 

그녀는 대학 시절 아파르트헤이드 반대 투쟁에 너무 열심히 참여하느라, 졸업도 5년이나 늦어졌단다. 당시 하버드가 남아공의 인종주의 정책에 깊이 연루되어 있었다는군...

 

어쨌든 인류학 전공으로 학위를 받기는 했는데, 논문 주제가 피임약인 depo-provera 의 임상시험에 관한 것이었다고....  동물 실험에서 암 유발이 확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틀란타 주의 흑인 여성들과 타일랜드를 비롯한 외국에서 광범위한 임상 시험이 이루어졌는데, 이 문제를 지적하는 논문을 썼단다.

논문 심사가 있던 날, 심사위원 중 한 명, "너, 인류학이 무언지 이해하고 있냐? 이건 인류학 논문이 아니다."

에이미 "왜 아니죠?"

그 심사위원, "인류학이란, 외부자의 시선으로 다른 문화를 관찰하는 학문이다. 너는 아마도 인류학 기본 원리에 대한 교육에서 무언가를 빼먹은 거 같다"

에이미 "그 정의대로라면 저는 지금 여기에서 미국 사회의 백인, 남성, 기업 중심의 과학을 들여다보고 있는 거고, 저는 그 사회의 일원이 아니기 때문에, 제 논문이야말로 인류학의 정의에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학위 논문 심사에서.... 이거 정말 쉽지 않은 일....  대단하다 대단해.... ㅡ.ㅡ

 

 

 



에피소드 2.

 

지난 2000년 미국 대선 때, 클린턴이 직접 여기 방송국에 전화를 해서 청취자들에게 앨 고어의 지지를 부탁한 적이 있단다. 말하자면, 노무현이 참세상방송국에 전화해서 우리는 한 배를 탔으니 강금실을 찍어달라고 부탁하는 형상 ㅡ.ㅡ

근데 웃긴게.. 아침에 백악관 공보실에서 미리 전화를 해서 "여기 Whitehouse (백악관)인데, 프레지던트가 당신과 통화하기 원한다"고.... 마침 생방송 직전이었던 에이미는 뉴욕의 술집 Whitehorse (백마) 에서 전화가 온 줄 알고, 아니 이 이른 시간(아침 9시)에 그집 사장이 깨어있단 말야? 의아해하면서 "어디 프레지던트?" 하고 물어보니까 저쪽에서 "프레지던트 오브 유나이티드 스테이츠" 했다는 ㅎㅎㅎ

근데, 하여간 클린턴의 기대와 달리, 에이미가 엄청 민감한 질문들을 했고, 클린턴이 완전 삐쳤단다. 나중에  다시 공보실에서 전화가 와서 "프로토콜을 어겼기 때문에 이제 백악관 출입 정지"라고 하니까 에이미가 발끈 화내면서, "그 쪽에서 전화를 먼저 걸었지. 내가 요청했냐?... 그리고 그야말로 세계에서 가장 힘있는 사람인데, 원한다면 자기가 언제라도 끊을 수 있었던 거 아니냐" 고 따졌다는.... 

오호.... 이 강력한 포스...

 

에피소드 3.

 

동티모르 학살 현장에서의 경험....

평화시위 중에 나타난 인도네시아 군부대...서방 기자가 있다는 걸 알면 인도네시아군도 함부로 민중들에게 총격을 가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기대하며 평소와 달리 마이크, 카메라를 높이 쳐들었지만... 그건 그저 기대였을 뿐...  무차별 총격과 구타로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에이미와 그 동료도 죽을만큼 폭행을 당했는데...  이들이 목숨을 건질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미국 여권" 덕분.... 인도네시아 군이 들고 있던 그 M16, 그 살상무기와 돈을 공급해주는 '친절한 미국'의 시민인 덕택에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하버드 학생들에게 이야기한다. 미국이 전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 온갖 악행을 일삼고 있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가장 힘센 나라, 권력의 가장 핵심에 있는 집단에 속해있기 때문에 여러분의 행동 하나하나가 더 큰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

그저께, JFK 기념 도서관에서 에이미 굿맨이 참가한 토론회가 열려서 구경 갔더랬다.

인도주의적 중재와 언론의 역할에 대한 포럼이었는데...

아이고, 포스팅이 너무 길어져서 힘들어 못 쓰겠다.

사진만 몇 장...

 

 

 


 

왼쪽이 에이미 굿맨, 오른쪽은 독일인 사진기자...

이 언니가 또 맘에 든 것이....

자기는 말주변이 없고.. 사진기자기 때문에 사진으로밖에 말할 줄 모른다면서 이라크에서 찍은 사진들을 보여주었다. 으흠...

 

 


 

근데, 그 기념 도서관... 경치는 진짜 너무 좋더라...

뒤편 전면 유리 바깥으로 보이는 것은 대서양(!)이다...

담에 날씨 좋은 날 토끼님이랑 도시락 싸가지고 소풍 가기로 했음. ㅡ.ㅡ

 


 

미군의 특기는 포로들 두건 뒤집어 씌우기...

저런 처치가 괜히 나온게 아니라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아무런 물리적 위해를 가하지 않더라도 감각 박탈 (sensory deprivation) 자체가 엄청난 심리적 위축을 가져오는 가공할 고문 효과를 가지고 있단다. CIA에서 오랜 연구 끝에 개발한 거라는... ㅡ.ㅡ

 

 

-----------------------------------------------

 

용두사미로 글을 마무리하지만, 그래도 한 가지 꼭 쓰고 싶은 것...

에이미 굿맨이, 하버드 학생들한테 동 티모르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냐고 물어보면서,

아마 알고 있다면, 그건 틀림 없이 둘 중의 하나 때문일거라고 이야기한다.

끊임 없이 이 문제를 제기해온 노엄 촘스키의 글을 본 적이 있거나,

아니면 독립미디어를 접했거나...

주류 언론에서는 한 번도 다룬 적이 없었으니까....

 

한국이나, 미국이나,

그리고 어디에서나...

(물론 이전에도 그렇긴 했지만)

독립미디어의 역할이 정말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절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

인사말

만나기로 한 뻐꾸기 선배는 왜 메신저에 나타나지 않는 것일까..

졸려 죽겠구만....

 

이메일 정리를 하다 보니 끝맺음 인사말이 여러 가지가 있다는 걸 새삼...

 

* 평범 스탈

 

Sincerely (yours)

Take care

Thank you  - 이건 대개 회람 메일

Best regards

Best - 간단, 무성의 ㅎㅎㅎ

 

* 나름 친근 스탈

 

Have a nice day

Good luck

Hope to see you

Talk to you soon

Look forward to seeing you

See ya - 이건 좀 많이 나간 거지...

In solidarity - 보기만 해도 힘이 나는...

 

 

* 최근에 알게 된 라틴 아메리카 방식

 

Abraço - 포르투기즈... 영어로 hug 

Estamos en contacto, un abrazo - 이건 에스빠뇰, "계속 연락하자, 허그"

아으.. 이 사람들 정말.... 적응 안 돼...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

기록들...

책을 읽다보면 기억할만한 혹은 두고두고 되새길만한 구절들을 많이 만나는데,

막상 또 기록해두려고 하면 어찌나 귀찮은지... ㅡ.ㅡ

 

Global value 101 중에서...

 

 



* 하버드 학부생: 당신은 노동계급 출신이지만, 대학교수가 되고 나서도 한시도 노동자 계급의 삶의 방식을 잊지 않았고 계급적으로 깨어있기를 멈추지 않았다. 좀더 특권을 가진 계층 출신인 사람들이 어떻게 사회적으로 의식있고, 책임감 있는 삶을 살 수 있을지 이야기해달라.

* 하워드 진: 나의 현재 계급 의식은 최소한 부분적으로만 나의 출신 배경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다른 계급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도 계급적으로 깨어있을 수 있다... 네가 누구이던, 네가 어떤 계급 출신이던, 너는 상대적으로 자유의지를 가진 한 사람의 인간 아닌가....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  그들이 가진 돈이나, 부모의 재산이나 혹은 자신의 직업에 갖혀 있다고 느낄 필요는 없다. 우리 모두는 우리의 계급 상태가 부과하는 어떠한 제약이라도 깨뜨리고 우리가 옮다고 생각하는 것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진 할배는 인터뷰 내내 역시 구수하고 재밌는 말투... 촘스키와 정말 비교됨 ㅡ.ㅡ 

지식과 학문 자체에 대한 성찰적 태도와 관련해서 몇 가지 추가로 읽을 것들이 있음. 특히 진 할배의 the Poitics of History 1장을 읽어야지.)

 

 

* 하버드 학부생: 모든 영문학 교수가 "주간 항공/우주 공학"을 읽는 것은 아니며, 누구나 전쟁과 고문과 관련한 인간의 문제와 씨름하는 건 아니다. 당신은 어떻게 그런 참여 지향적이고 진지한 시민이 될 수 있었는가?

* Elaine Scarry (영문학자) : ... 다른 학문을 가로지르는 작업들은 좀더 사고를 분명하게 해 준다. 실제로 존 로크는 이렇게 말했다. "사고를 멈추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오직 한 분야의 책들만 읽고, 한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하고만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지속적인 고민과 사고를 하는 방법 중 하나는 분야를 가로지르며 보는 것이다.

(이건 레빈스 할배도 주구장창 강조했던 내용... 나도 중요하다고는 생각하는데.... 어떻게 하는게 잘 가로지르는 것일까?)

 

 

* 노엄 촘스키: 오늘, 아파치 헬기가 팔루자에서 격추당했다는 뉴스가 있었다. 자, 가장 무자비한 전쟁 무기에, 종족 학살 희생자의 이름을 갖다붙이는 나라를 (미국 말고) 본 적이 있는가? 그건 상상조차 못할 일이다. 그걸 지금, 우리가 하고 있다.

* 촘스키 : 내가 하버드에 처음 입학했을 때, 여기는 지금같지 않았다. 그건 잘 차려입은 백인 남성들의 집단이었다... 너는 여기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너에게는 선택권이 있다. 반드시  관습에 순응할 필요는 없다. 수많은 사람들이 순응하지 않았고, 그것이 바로 하버드가 지금과 같은 모습을 보이게 된 이유라고 할 수 있다.

* 촘스키 : 그 사람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터키와 캄보디아의  지식인들은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질문하지 않았다. 작가, 저널리스트, 예술가, 지식인들은 끊임없이 저항했다. 캄보디아에서 그들은 총살 당했고, 터키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이갸기했다는 이유로 수 년간 투옥되었다. 그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농장 노동자와 원주민처럼, 미국의 원조와 미국 군사력에 의해 땅을 빼앗기고 쫓겨난 아프로-콜럼비아인들처럼 말이다. 그러나, 그들은 불평하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끊임없이 저항했다.

* 촘스키: 누구를 믿어야 하냐구? 이건 화학 수업을 듣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아무도 믿지 마라. 과학을 배운다고 할 때, 사람을 신뢰하는 방법을 가르치지 않는다. ... 그렇다고 자동적으로 모든게 다 썩었어 하고 말해서는 안 된다. 다만, 매사에 회의적인 태도로 접근하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이것이 전부다. .. 특히 그것이 과학이 아닌 인간사에 대한 것이라면 더욱 비판적이고 회의적인 자세로 접근해야 한다.... 너 자신의 비판적 지성 이외에 그 어느 누구도 믿지 말아라.

(아으... 촘스키 할배 무서워... 너무 꼬장꼬장한거 같애....  이전에 책을 읽을 때는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심지어 이런 인터뷰 글까지 한치의 빈틈도 없구 말이지....

근데, Trust No One.. 이건 엑스파일 시즌 1에서 Deep Throat 가 했던 말이기도 하지...)

 

나머지 읽는대로 추가 정리해보자...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

버몬트 산중에서...

어제 오늘,

버몬트에 살고 계신 집주인 할매할배 댁에 다녀왔다.

지난 가을에 한 번 갔었는데, 봄이 또 절경이라 하길래...

한 번 더 놀러 오라고 인사말 건네실 때 냉큼 그러겠노라 대답했다. 

 

여기는 그래도 보스턴보다 북쪽이라 이제서야 봄 기운이 나기 시작했는데..

과연 신록이 대단하더군.... 그리고 천지에 널려 있는 이름모를  들꽃, 산꽃들...

 


 

심지어 날씨마저 좋아서, 정말 구름한 점 없는 새파란 하늘...

한국과는 분위기 완전 다른 한산한 고속도로.... 가는 길부터 호연지기가 무럭무럭!!!

 

(화면에 보이는 희미한 검은 점은 미확인 비행물체가 아니라... JY의 차창에 묻어있는 먼지... 와이퍼로 슥삭 했더니 땟국물이 좌르륵 .... ㅡ.ㅡ)



애팔래치안 산맥 분지의 한 자락에 집이 포옥 파묻혀 있는데,

입구에서 보면 이렇다.

 

 


 

그리고 거실에서 내려다보면?

 

 


저 팔자 좋아보이는 개는 "진도"

할배 표현으로는 개가 개답지 않게 egotistical (자기중심적)이란다.

사람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엉겨붙지 않고, 물끄러미 저렇게 산 밑 바라보기를 즐긴다.

 

처음에 입구에 들어설 때는, 사납게 짖어대더니만 "진도야.. 나 기억 안 나?" 하니까 금방 꼬리를 흔들며 나름 반가운 모습을 ... 어찌나 대견하던지... ㅎㅎㅎ

근데, 은근히 놀란 건, 밤에  지하 손님방 (원래는 아들딸 방) 에서 JY와 담소를 나누다 인기척이 나서 돌아보니, 거실에 있던 진도가 내려온 거다. 침대 옆에 스윽 하고 나타나 꼬리 몇 번 흔들더니 우리 방 앞에 누워 버리는.... 문득, 애틋한 (? 사람한테도 별로 안 느끼는 정서를...) 맘이 들어서 한참이나 보듬어줬다. 좋은 말로 훈계도 했다. 니가 시간이 없냐, 뛰어놀 공간이 없냐, 밀린 일이 많냐... 운동 좀 해.. 이 살 좀 봐...  (산 속에 사는 개 치고는 너무 뚱뚱하다. 운동 안 하고 맨날 먼산이나 바라보고 있으니... ㅡ.ㅡ)

근데, 문득, 개 귀에 경읽기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집 앞 연못...

할배가 tadpole 많다고 그래서, 그게 뭔가? 했더니만 올챙이였다. ㅡ.ㅡ (영어 동식물 이름 정말 쥐약이다.  사실 한국말로도 꽃이름 나무 이름 절대 모르는데.. 하물며 영어로야.... 할배가 매란국죽 영어로 갈쳐주는데 도대체 국화 발음이 어려워서 원... )

올챙이 크기가 손가락 한 마디 크기부터 주먹만한 크기까지 정말 다양하기 그지 없었는데... 이렇게 올챙이를 직접 본게 도대체 얼마만인가 싶었다.

저녁에 읍내에 나가 외식을 했는데.. 들어오니 개구리 울음 소리가 벌써부터 장난 아니더라. 내가, "oh, frogs are singing" 했더니만, 할배가 "singing? NO! they are crying".. 하면서 아주 시끄러워 죽겠단다 ㅎㅎㅎ

 

어제 밤에 반달이 예쁘게 떴는데, 반달이 그리도 밝을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었다.

불을 다 끄고 누웠는데도 침대 위에 창문으로 쏟아지는 불빛이 남아 있어, 가로등인가 하고 내다보았더니.... 그저 반달이었다. 

아까 오후에 구경갔던 할아버지 이웃 집, 그 옥탑이 떠올랐다.

저렇게 환한 달빛 아래 술 한잔을 들고 있노라면, 이태백이 아니더라도 입에서 저절로 시가 읊어지겠구나...

 

 

 


 

바로 이 집.. 할배 옆집인데, 그렇다고 건물이 가까운 건 아니고 말하자면 옆 언덕... 학부 때부터 친구였단다. 건축가인데..지붕에 해괴하게 생긴 구조물이 바로, 술 마시려고 지어 놓은 옥탑이란다. 바로 내가 꿈 꾸던 곳이다.. 여기서 내려다 본 광경은?

 

 


할 말을 잊었다. (사진의 주인공은 내가 사는 집 주인 할배)

 

 


그 집에서, 할배네 집 까지 가는 길....

 

저 아름다운 땅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원주민 학살의 역사,

그리고 저 평화로움을 유지하기 위해 세계 곳곳을 피로 물들이고 있는 제국주의의 역사..

그런거 다 모르는 채로,

그저 자연 - 있는 그대로만을 보면서, 이런 데서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 뱀발

 

할배는

여기 하버드 한국학 연구소의 소장을 하다 정년퇴임하신 인류학 교수.

한국전쟁 때 외교관으로 한국에 머물렀고, 이후 1965년도에 인류학 박사과정 중에 충남 서산에서 지역사회 현장 연구를 진행하느라 또 한국에서 머무른 적이 있다.

 

할배의 무용담과 에피소드를 듣고 있노라면,

신기하고 재밌다는 생각과 더불어 어려웠던 우리네 부모 세대의 모습에 대한 연민...

(의사도 병원도 구경하기 힘들던 서해 섬마을에서 할배가 폐렴에 걸린 동네 아기의 목숨을 구한 사건 때문에, 마을에 송덕비(ㅜ.ㅜ)가 세워졌고 그 행사에 군수가 직접 행차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참으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그리고 책으로나 보던 한국 지배계층의 그 모습...

도대체 70년대에 태어난 나도 일년에 쇠고기는 생일날과 제삿날 밖에 못 먹었는데,

60년대에 벚꽃 만발한 서울의 가정집 정원에서 각국 외교관 불러다놓고 쇠고기 바베큐 파티들을 했다니, 이몽룡이 변사또의 생일잔치에서 일갈하던 모습이 떠오르지 않을 수 있나. 하긴, 625 당시 부산에 피난 정부가 세워져 있던 시절에도, 할배는 "진짜" 기생이 나오는 요릿집에서 식사대접을 받고는 했단다.

미국 외교관, 그리고 하버드 박사... 그를 대하는 한국 지배계층의 모습과 태도.. 사실 안 봐도 비디오 아닌가..... 직접 이야기로 듣고 나니 더욱 기가 찰 뿐이지...

 

요새 한국의 젊은 세대가 미국에 대한 감정이 별로 안 좋지 않냐는 이야기를 하다가, 평택 이야기까지 하게 되었는데.... 사실, 할배한테는 별루 할 말이 없었다. 

미국의 침략적 제국주의적야 뭐 거기서 비판하고 말 것도 없고... 

오히려, 땅 내놓으란다고 덥썩 내어주고, 거기에 더해서, 주인양반 심기 상하지 않도록 더욱 야멸차게 나서서 땅을 챙겨대는 마름의 모습이 더욱 가관이니... 뭐 미국인 할배한테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겠나....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

자학

도대체...

이 덤벙거리고 부주의한 성격은 어떻게 해야 고쳐지나?

 

사람은 안 변하나?

 

사람이 안 변한다면 직업을 바꾸는 수밖에...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

크루그만 아자씨의 분노..

어제 또 뉴욕타임즈의 폴 크루그먼 아자씨가 사자후를 토하며 이 망할 놈의 미국 의료보험 제도를 비판하길래, 인용된 월스트리트 기사를 찾아봤다. (이 아자씨 맨날 이렇게 흥분해서 건강이 괜찮으려나?) 1. 개업의 한 명이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single payer system (전국 단일보험자) 제도가 현재 미국 보건의료 개혁에서 최선의 대안이라는 - 자본주의 정신의 바이블 월스트리트 저널과는 안 어울리는 - 주장을 실었다. (4월 18일자) 이 의사 양반과 직원들이 세어보니, 지금 자기네 의원과 계약하고 있는 민간 보험상품의 종류가 301가지란다. 그래서, 각기 다른 약관과 수가를 적용하여 보험 업무 처리하느라고 풀타임 직원 두 명을 고용한데다, 비서 두 명도 일과의 절반은 그 일을 하고 있단다. 이거를 처리할 컴퓨터 관리에도 1년에 9천불(9백만원)이 든단다. 그니까.... 의료서비스 접근의 형평성이고 뭐고 다 떠나서, 아무리 자본주의적 시각으로 봐도 이건 너무 심한 거라는 거다. 자기도, 정부가 의료보험을 몽땅 관리하고 나서면 자신의 진료 자율성이 훼손될까봐 걱정했지만, 그럼 지금은 뭐 특별히 자율적인가.. 그것도 아니라는 거지... 2. 더 웃긴 기사는 미국 유수의 민간의료보험 회사인 Aetna 의 주가 폭락 소식이다. 이유가 뭘까? 보험료로 받은 돈 중 실제 의료비로 지출된 부분이 77.9%에서 79.4%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즉 보험료 1달러 받으면 78센트를 실제 의료비에 지출하고 나머지를 각종 행정비용, 마케팅, 그리고 이윤으로 가져갔는데, 그게 이제 80센트에 육박하게 된 거다. 즉, 이윤취득 구조가 나빠졌다는 거지....(참고로, 메디케어 같은 경우는 기금의 98% 정도를 실제 보건의료 비용으로 지출하고 있단다. 수가가 전국적으로 통일되어 있으니 복잡한 행정 절차가 불필요하고, 더구나 마케팅 필요도 없고, 주주들에게 배당해야 할 이윤 몫이 필요 없고....) 뭐 당연한 거다.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회사가 순익 전망을 제대로 못 내니까 주가 떨어지는거... 문제는, 그게 "의료보험"이라는 점... 보험료 받는 돈 중에 환자한테 직접 들어가는 돈이 적으면 적어질수록 주가는 올라가고, 반대로 진료비 지출이 많아지면 주가는 떨어지는... ㅜ.ㅜ 한국도 이런 "선진" 의료산업을 가지게 될 걸 생각하니 너무 좋아...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

깜짝 선물

어제 퇴근해서 돌아오니 우편함에, 안내장이 꽂혀 있다.

 

소포가 있는데 수령인이 없어서 다시 들고가니 우체국으로 찾으러 와라.

발송지를 확인해보니 무려  "한국"이었다.

 

궁금해 궁금해...한국에서 올 게 없는디...

 

오늘 아침에 부지런히 우체국으로 찾으러 갔더니만

집배원 아자씨가 오늘 다시 한 번 들고 나갔다고 하길래...

도서관 가려던 것을 포기하고 집에서 일하면서 기다렸다... 

(산타 할아버지를 기다리는 심정으로)

 

점심 나절에 드뎌.. 집배원 아자씨의 벨 소리에 힘찬 화답을 하며 내려가 반갑게 맞았는데... 오호라..... 뜻밖의 선물이다....

 

 

 

 



얼마 전 C 선생님 (이웃 블로거 "사회와 의료") 박사 논문 자료 분석하는 걸 잠깐 도와드렸는데.. 세상에나, 보답이라면서 한국에서 여기까지 선물을 보내신게다. 

황량한 인간성으로 난형난제하는 내 주변 인간들을 보건데... 이건 참으로 보기 드문 사례가 아닐 수 없구나...

 

잠깐 생각해보니...

그거 분석하느라 시간이 얼마나 걸렸냐는 C 샘의 질문에 "영업비밀" 운운 하며 답을 회피했는데... 아마도 무척이나 힘들게, 혹은 오랜 시간에 걸려서 한 것으로 오해하신 건지도 모르겠다. 

사실은 진짜 금방 끝냈는데...그렇게 이야기하긴 좀 머쓱하잖아...ㅡ.ㅡ

 

우쨌든.. 선물 받으니까 기분 좋다. 그것도 전혀 예상 못한 상황에서 ㅎㅎㅎ

 

샘... 고마워요...

(돌아가면 맛난 거 사주신다는 약속도 꼭 기억하고 있을께요!!!)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

죽은 자를 추모하고, 산 자를 위해 투쟁하라.

홍실이님의 [Mourn for the Dead, Fight for the Living!] 에 관련된 글.

오늘 국제 산재노동자 추모일 행사에 다녀왔음.

 

아침에 언론사에 보도자료 팩스 보내는 거 도와주러 MassCOSH 들렀다가 행사장에 갔는데... 무려 이런 곳에서....

(보도자료는 영어와 스페인어 두 가지 버전이 있는데.. 그래도 좀 배웠다고 무슨 말인지 대충 알겠더라 ㅎㅎㅎ 신났어...)

 

 

 



The Massachusetts State House, showing the Charles Bulfinch-designed building

(사진: 위키피디아에서 퍼옴)

 

여기는 매사추세츠 주 의사당 건물. 저 금딱지 돔을 볼 때마다, 한국 국회에 저 요상망칙한 문화가 수입되지 않은 걸 퍽이나 다행으로 여기곤 했었다. 

 

우선 보스턴의 시민광장이라 할 수 있는 Boston  Common 옆 Boylston 거리의 건설현장에서 사전 행사를 간단하게 가졌는데... 여기는 지난 4월 초에 비계 설치 작업 중이던 노동자가 추락하여 본인과 그 밑을 지나던 운전자까지 사망했던 곳이다.

지난 한 해 동안에만 매사추세츠 주에서 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가 78명이란다. 한동안 감소하던 것이 최근 다시 증가 추세에 있다고...

 

 


 선글라스 끼고 무언가 이야기하고 있는 아자씨가 AFL-CIO 매사추세츠 지역본부장 (이렇게 말하면 되나???)이고, 뒤에 보이는 안전모 쓴 아자씨들은 바로 뒤 현장에서 일하다가 집회에 참가한 노동자들이다.

 

 


 

좁아 죽겠는데 기자들이 어찌나 설레발을 치는지...  그래도 AFL-CIO 지역 본부장 아저씨는 언론이 관심을 가져줘서 고맙다고 하더라... (Marcy의 해석에 의하면 올해는 이주 노동자 이슈도 큰 데다가, 바로 지난 4월의 사고 때문에 언론이 비교적 더 많은 관심을 보이는 거 같다고... 대표 일간지라 할 수 있는 Boston Globe (하워드 진 할배가 자주 기고하는 나름 리버럴 신문) 는 오늘 특집 기사를 싣기도 했다. 물론 보도자료를 준비했던 Khadijah 는 기사가 거지 같다고 화내기는 했다만 ㅡ.ㅡ  지난 2주 동안 그래도 지역 유선 방송들에서 인터뷰나 관련 기사를 꽤 내보냈다고 한다.

 

 


 

이 작은 체구의 언니가 MassCOSH 의 디렉터인 Marcy.... 차분하고 바지런하다는 표현이 딱... 조용조용, 그리고 단호하게... 지금 문제가 무엇인지 이야기하고 있음.

 

 


 

현장 노동자들의 모습...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아자씨.. 조심하셈...

 

 


 

사전 행사 끝나고 의사당 건물까지 행진 (이라기보다 설렁설렁 걸어서) 한 후, Nurses Hall에서 추모식을 했다. 작년에 사망한 78명의 노동자 이름과 그들의 직업, 나이를 하나씩 호명하면서 분위기 참으로 숙연해졌더랬다. 사진에 등장하는 두 처자는, MBTA (매사추세츠 대중교통서비스)에서 도급 노동자로 일하다가 산재를 당한 이의 딸...  공공부문은 OSHA 손길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하더군. 이 바로 전에는 일을 시작한지 2주만에 산재를 당한 브라질 이주 노동자의 아내가 나와서 흐느끼는데 마음이 정말 짠했다. 영어 한 마디 못하는 그 남은 가족들은 도대체 어찌 살아가야 할까나....

 

 

 


 

이 언니는, AFL-CIO 지부의 산안부장 쯤 되는 양반이다. 오늘 집회에서 가장 강경하고, 가장 단호한 어조로 산안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파르르~

마침, 오늘 신문 보도에 의하면, 올해 초에 일어났던 광산 노동자들의 함몰 사고 당시, 공기공급 구명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게 유일한 생존자를 통해 폭로되었다. 뉴스를 놓쳤었는데 이전에 텍사스에서 일어난 정유공장 대형 폭발 사고가 "노동자의 부주의" 때문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단다. 적절한 훈련의 부재와 부실한 안전 설비, 이윤만을 위해 쪼아대는 작업 환경.. 이건 도대체 잘못이 없는 거냐구..... ㅡ.ㅡ

 

 

 


 

행사장 한 편에는, 작업 현장에서 쓰이는 도구들과 희생된 노동자들의 사진.. 그리고 꽃이 놓여져 있다. 저 키보드를 보니 잊고 지내던 어깨 통증이 다시 도지는 듯한.. ㅡ.ㅡ

 

 


 

행사 마지막에, MassCOSH 활동가들이 나와서 노래를 했다.

상당히 진지한 분위기였는데.. 웃음이 풋... 하고 터져나와 민망..

한국 같으면 노래패가 나올텐데....

북치고 장구친다는 말은 이럴 때 하는구나....

오늘 아침부터 Marcy 와 계속 같이 있었는데,

출근하자마자 홈페이지 업데이트하고, 어제 다른 volunteer가 잘못 복사한 유인물 다시 복사하고, 계속 울려대는 문의 전화 받고, 다른 활동가들의 쉴새 없는 요청에 대꾸하고 (그 좁은 사무실 사방에서 Marcy! 이것 좀 봐줘, Marcy! 이거 어떻게 해야지?) 지하철 타고 가면서 오늘 발표할 내용 점검하고, 현장에서 연설하고.... 그러더니 심지어 노래까지 부른단 말이냐.... 

 

노동보건, 폭넓게 말하자면 "노동문제 전반"이 주목받지 못하는 미국 사회에서 이렇게 열심히들 애쓰는 모습을 보노라면, 한국에 앉아 미국 노동운동이 망한 이유가 어쩌구 저쩌구 이야기하던게 좀 머쓱해진다. 사회변혁은 완수 가능한 프로젝트가 아니라 지속적인  해방의 운동으로, 그 자체가 중요하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참,

의사당 건물 들어갈 때 보안검색을 하는데, Khadijah 가 어떤 중년 아줌씨한테 반갑게 손을 흔들길래 누구냐고 했더니, "우리 엄마" 란다. 너네 엄마 여기 왜 오셨는데? 물어보니까... 완전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왜 오긴... 울 엄마는 나랑 가장 친한 친구라니까.... 오늘 행사에 당연히 와야지!!!"

음. 그렇지... Khadijah 는 진짜 생기발랄...

 

아우..

근데... 오랜만에 아침부터 부산 떨었더니 졸려서 죽어버릴 거 같다. ㅜ.ㅜ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

이민자 없는 하루!

메이데이가 미국에서 유래했다고는 하지만...

여기서는 그냥 "국제 노동자의 날"이라 부르면서 넘어가는 분위기.

9월달에 "노동절"이 따로 있기는 하지만.. 마치 옛날 "근로자의 날"을 연상시킴 ㅡ.ㅡ

 

근데...

이번 메이데이에 정말 놀라운(!!!) 기획이 이루어지고 있단다.

 

The Great American Boycott 2006

El Gran Paro Americano 2006

(지하철에 붙은 찌라시에는 옆에 "총파업 general strike" 라고 써있다.허거덕... 총/파/업.. 여기 미국에서???)

 

이름하여 부제는 "이민자 없는 하루"

A Day without an Immigrant

Un Dia sin Immigrante

 

No Work!               No Trabajo!

No School!            No Escuela!

No Selling!            No Ventas!

No Buying!            No Compras!

 

우리는 범죄자가 아니다. We are not Criminals

우리는 노동자다 We are Workers

 

 

지금 전국에서 파업을 조직 중에 있는데,

성공적으로 파업이 조직된다면 이건 정말 전대미문의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이민자들, 더 정확하게는 이주노동자들이 하루 동안 이 사회에 없다고 생각해보자.

 

총파업이 벌어져서 공장 안 돌아가고, 농사일 작파하면 (농업노동자들은 대부분 히스패닉- 특히 멕시코) 뉴스를 통해서 대대적으로 보도되며 경제손실이 어쩌구 저쩌구 하겠지만, 사실 그 생산 현장에 없는 시민(?)들은 체감을 하기 어려운게 보통 아닌가...

 

하지만, 정작 "일반시민"들이 생생하게 체험하는 것은 다른 문제들. 

일단, 각종 사무실, 학교, 관공서는 쓰레기통이 될 거다. 건물의 청소/잡역부는 모두 이주 노동자 차지였으니까...

그리고 각종 식당, 까페테리아, 패스트푸드, 동네 슈퍼, 편의점을 하나도 이용할 수 없다. 여기 점원들이 모두 이주 노동자들이었으니까... 굶어야 된다. ㅜ.ㅜ

이를테면 내가 일하는 학교 사무실 근처에서 커피 한 잔 사마실 곳이 없어지는 셈.

노동자가 일손을 멈추면 세상이 멈춘다는 사실을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생생하게 보여주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물론..

파업의 조직화가 절대 쉽지는 않을 것이다. LA나 시카고 같은 지역과 여기 보스턴 같은 곳이 분명히 차이도 있을테고... 요새 이민단속반의 "기습 출동 - 공습 - 구속 - 추방"으로 이주노동자들의 위기감이 고조되어 있는 상황이라 더더욱...  

그 뿐이랴? 지난 번 뉴욕 지하철 파업 건으로 정부가 노조에 벌금 250만불 (25억!) 때려서 완전 분위기 흉흉한데...

 

예전에 사과나무 아자씨가,

이 사회에 무언가 변혁이 이루어진다면 그건 이민자들, 이주 노동자들의 힘을 통해서 일 것이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나야 한발짝 떨어진 구경꾼이지만,

이 사회를 굴러가게 만드는 것은,

국민도, 시민도 아닌,

바로 노동자라는 것을 이 사회에 보여줄 수 있는 그런 기회가 되면 좋겠다는 작은 바램....

 

힘내라 힘!!!

 

 

 

* 관심있는 분은 여기를 보시와요 *

http://www.nohr4437.org/

 

도메인 이름은 지난 번 하원에서 통과된 법안 HR4437에 반대한다는 No HR 4437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