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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실이님의 [leaving cambridge - uno] 에 관련된 글.
그래도 떠난다고 생각하니 섭섭한 마음이 들어 오늘은 모처럼 사진기를 들고 출근.... (출근은 아니고.. 도서관 가는 길에..)
0. 캠브리지 시청
맨날 그냥 지나쳤는데 의외로 또 고풍스러운 맛이 있군... 사진빨...
0. 재고와 헌책 전문 서점 Rodney
바로 집 앞에 있는데, 주말에 도서관 갈 때마다 옆 골목 다방에서 커피 하나 사가지고 꼭 한 번씩 들르던 곳... (도서관을 마치 엄청 자주 간다는 인상을 스스로에게 심어주고 있음 ㅡ.ㅡ)
미술 도판과 빈티지 포스터, 그리고 각종 문고판 책을 싸게 팔고 있어서 여기서 문고판 입문 시리즈를 여러 권 샀더랬다. 사실은 화집들도 많이 사고 싶었는데 나중에 들고 갈게 걱정이라 포기했었는데... ㅡ.ㅡ 그래도 사둘걸하는 후회가.....
0. 마을 도서관 :Cambridge Public Library
지금은 보수 공사 중이라 잠시 다른 건물을 임시로 쓰고 있는데, 정말 정든 곳....
사실 책은 거의 안 빌려보고 주로 DVD 들을... X-files, South Park, Cosmos 시리즈나 각종 영화, 다큐멘타리 등등...
엑스파일 빌릴 때마다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주던 사서 아저씨...
음.... ㅜ.ㅜ
0. Charles 강변..
작년에는 출퇴근 길 사무실 오가면서 자주 들렀는데, 올해는 그렇게 못 했던거 같구나.
오랜만에 나가보니, 강물은 여전히 푸르더군...
저 평화로움마저 불공평하다는 생각 때문에 그다지 맘은 편치 않지만... 그래도 많이 그리울 것 같다는 생각이...
0. W.E.B. Du Bois 의 집..
강변 Flagg st 에 위치한 Du Bois 의 하숙집..
그가 하버드에 재학하던 시절, 기숙사에서 흑인 학생을 받아주지 않아 이곳에 거처를 마련했다는 안내판이 붙어 있다. Du Bois 라는 이름은 예전에 Social Epidemiology 를 번역하면서 처음으로 접했었는데, Howard Zinn 의 People's history 읽으면서 완전 존경하게 되었음. 흑인으로, 학자로, 활동가로, 심지어(!) 공산주의자로, 그리고 추방된 국외자로 살아온 파란만장한 생애... 근데, 말로만 존경이고... 대표 저작은 사놓기만 하고 펴보지도 않았음. 부끄러운 짓이야... ㅡ.ㅡ 한국 가면 꼭 읽어보리다!!!!
아래의 사진은 지난 번 토론토 갔을 때 Febby 에게 선물 받은 Du Bois 할배 인행..
0. Harvard Book Store
정말 참새 방앗간 드나들듯 자주 들르던 서점... 뭐 새 책을 많이 산 건 아닌데, 무슨 책들이 나왔나 구경하고, 또 헌책과 재고들은 심심찮게 샀더랬다. 그리고 서점에서 하는 이벤트도 좋았고.. 제프리 삭스나 하워드 진을 볼 수 기회도 여기에서.... 회원 적립 카드도 참 요긴하게 활용했었지... 낮과 밤의 모습....
0. Widener library
아마 한국에 돌아가면 가장 그리운 곳이 될 듯...
어쩌면 사무실보다 더 오랜 시간을 보낸 곳일텐데..
내 평생 가장 오래 한 직업이 학생이고, 공부를 업으로 삼으면서 살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 곳에서처럼 온전하게 몰두하며 앎의 즐거움을 느끼고 공부한 적은 인생에 일찍이 없었던 거 같아... (마치 공부를 엄청나게 한 듯한 착각과 오해를 본인 스스로와 남들에게... ㅡ.ㅡ)
도서관 전경, 내가 주로 공부하던 열람실, 그리고 맞은 편 memorial church (교회 안에는 루터킹 목사 기념식 때 딱 두 번 들어가봤음)
0. 사람들...
그 따뜻함, 성실함, 건강함.... 어찌 잊을 수 있겠어....
오늘 저녁 S 의 집에서 있었던 환송회 자리에서 오랜만에 상차림 사진을 한 번 찍어보았음.. 저 (이름도 알 수 없는) 산해진미를 보라...
흠.. 근데 술 기운에 사진이 좀 흔들렸구나 ㅡ.ㅡ
일주일 동안 겨우 도시 한 두 군데, 몇 사람을 만나본 거 가지고 그 사회를 "알게 되었다"고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신문이나 책에서 접하던 것과는 다른 생생한 "직관"을 갖게 된 것만은 사실.
0. 생존을 위한 필사적인(!) 노력
뭐 어느 사회라고 슬렁슬렁 놀면서 먹고 살겠냐만,
상파울루에서 만난 사람들의 모습도 별반 다르지는 않았지만
특히 멕시코 시티에서 목격한 사람들의 모습은 정말 desperate 라는 단어 그 자체였다.
온 길을 채운 노점상과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의, 차들의 행렬, 지하철에서 고속버스에 끊이지 않고 출현하는 상인들....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따르따스 한 접시 먹고 바쁘게 일터로 학교로 오가는 초라한 행색의 거대한 물결...
보고 있노라면.... 그냥 입이 쩍.......
"필사적"이라는 단어 말고는 생각할 수가....
그렇게 해도 살기가 힘들어서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미국으로.... ㅡ.ㅡ
0. 주변부 자본주의, 물신성과 세련되지 못함
상 파울루에서 기가 막혔던 것 중 하나가,
이전 독재 시절에 건설되었다는 시내 중심을 가로지르는 복개천....
독재 정권들은 참 비슷한 일도 많이 하는구나 싶었더랬다. 한국은 최근에 복원 공사를 했다고 이야기하니까 얼마나 부러워들 하던지... (시간이 없어 청계천 복원의 자세한 내막은 이야기를 못했지...ㅎㅎ)
그 뿐이랴... 길거리를 걷는데, 술집에 앉아 있는데 쭉죽빵빵 처자들이 떼거지로 몰려다니며 뭘 나눠 주는게 여기 저기 눈에 띈다. 도대체 뭔가 했더니만 아파트 모델 하우스 광고 전단.... 나중에 보니까 모델 하우스들도 어찌나 많은지... 요즘에 럭셔리 아파트가 붐이라 여기저기 난리란다..... 왜 한국에서는 동네 빵집 하나 열어도 젊은 처자들이 와서 전단 나눠주고 춤추고 난리 법썩을 떨잖나... (요즘도?) 그거랑 너무너무 비슷한 분위기....
멕시코 시티에서 테이크 아웃 커피점에 갔는데 (아침에 커피를 깜빡하고 하루 종일 하품을 해댔더니 M이 너 약먹을 시간 지났구나..하더군 ㅎㅎ) 뚜껑이 냉커피용이야. 빨대 꽂아 마시게 되어 있는.... 도대체 그 뜨거운 커피를 어찌 마시라구.... 도회적 세련됨을 추구하는 듯 하면서 한구석씩 꼭 어설픈....
멕시코 시티 도심 공원에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신상들이 구석 구석 놓여 있는데, 볼 때마다 아주 뜽금 없다고 생각됨... 어떤 동네는 길 이름이 모두 유명한 문화예술인인데, 괴테나 세익스피어까지는 참아주겠지만.. 도대체 헤로도투스.. 이런 이름은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안다고.... ㅡ.ㅡ
그니까 뭐라고 해야 할까... 나름 가꿔보려고 하는데 충분히 세련되지 못한 급하다 급해 자본주의 문화.... 근데 이게 우리한테 완전 낯설고 새로운게 아니라는 점이 재밌는 거지. 조금 앞서거니 하면서 우리가 그랬으니까...
0. 거대한 불평등... ㅜ.ㅜ
사실 불평등 하면 또 라틴 아메리카의 명성이 자자하니....
국민 1인당 GDP (PPP)와 불평등 지표인 지니계수를 살펴보면,
브라질 $ 8400 (80위) 60.7 (3위)
멕시코 $ 10100 (75위) 53.1 (13위)
남한 $ 20400 (43위) 31.6 (80위)
멕시코에서 경험한 빈부 격차에 대해서는 앞서의 포스팅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브라질 또 장난 아니다. 워낙 상파울루 시는 전세계에서 헬기 교통량이 두 번째로 많은 도시... 도심의 교통체증이 심한데다, 워낙 빈부격차가 엄청나다 보니 초부유층들이 안전한 출퇴근 수단으로 헬기를 선호하기 때문.... 가장 빠르게 성장한 산업은 사설 경호업이라고.... ㅡ.ㅡ
아니나 다를까... 아침 나절이면 따다다다.. 하면서 헬기 소리가 요란한데, 평생 살면서 헬기가 동시에 두 대 이상 하늘에 떠 있는 거는 처음 본 지라 정말 신기했다... 차타고 시내 구경시켜주던 날, 아주 훌륭해 보이는 저택이 있길래 Heleno 에게 이게 바로 말로만 듣던 헬기타고 출퇴근하는 부자들 집이냐 했더니 말도 안 된다고 손사래를 치면서... 그런 사람들 집은 아예 우리가 접근할 수 없는 곳에 있다고.. 이 양반들도 그런 집은 어찌 생겼는지 본 적 없단다. ㅡ.ㅡ
극단의 경제적 어려움과 극단적인 불평등.... 사회적 수단으로서의 "혁명" 혹은 사적인 수단으로서의 "폭력"이 횡행하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M은 멕시코의 빈부 격차에 대해서 내가 평소에 생각하지 못했던 다른 걱정거리를 늘어놓았는데, 뭐냐하면... 미국의 경우 워낙 분리가 심해서 부자와 가난한 사람이 마주칠 일이 아예 없고 (사는 동네가 완전 다르니까) 가난한 사람이 존재하는지조차 모르면서 굳이 나쁜 인상이고 뭐고를 가질 여지가 별로 없는 반면, 멕시코 사회는 아직도 빠르게 변화를 거듭하는 중이라 상대적으로 부유층과 빈곤층이 생활에서 마주칠 기회가 많고 (이를테면 차도에 뛰어들어 공연하고 팁을 챙기거나 골목에서 죽치고 있으면서 주차를 봐주는) 그러다보니 빈곤층에 대한 부유층이나 중산층의 반감과 편견이 아주아주 엄청나다는 것이다. 마치 인간 말종이나 짐승 취급하면서 노골적인 반감을 표시한다는 거지....
미국처럼 아예 서로 다른 세계에서 살아간다면 편견조차 존재하지 않을텐데, 그렇다고 그것도 말도 안 되고, 여기 사회처럼 빈곤이 마치 사회적 죄악인 양 경멸하는 태도도 황당하고.....
그들의 속물적 태도가 비난받아야 함은 물론이지만, 불평등이 사회적 연대의 정신을 헤친다는 것은 이들 개개인의 인간성을 넘어선 엄연한 사회적 실재.... ㅡ.ㅡ
한국 사회는 미국과 멕시코, 브라질.... 그 사이 과연 어디쯤 있을까....
0. 역동 - 문화적 정치적 자산...
두 사회 모두 다인종 사회, 풍부한 문화적 자산, 정치적으로 혁명과 반 혁명의 역사를 거쳐왔다.
멕시코만 해도 독립전쟁부터 시작해서 어찌나 혁명도 많고 정치세력들도 복잡한지... 정신이 하나도 없더라... 시티에는 쿠바의 독립 영웅인 Jose Marti 석상을 비롯하여 멕시코 영웅 Juarez 관련 조형물이 여기저기 널려 있고 한창 혁명 운동이 들끓어올랐던 20세기 초반의 벽화 운동은 도시의 웬만한 대형 건축물들을 하나씩 장식하고 있다. 마침 벌어졌던 부정선거 논란에 사람들이 보여준 직접 행동도 놀랍고, Oaxaca 에서 벌어진 교사들의 파업 투쟁을 비롯하여 10년을 이어오고 있는 치아파스의 Zapatista 투쟁도 경이롭고.... 사람들이 정말 화끈해... ㅡ.ㅡ
브라질에 가기 전에 나름 치안 문제 때문에 걱정을 하니까 Eduardo 가 "너가 상파울루에서 돌아다녀도 아무도 너를 외국인으로 안 보니까 걱정 마" 해서 도대체 그게 뭔 소린가 했는데... 정말 가보니까 인종이 총천연색이더라. 일본인을 비롯하여 아시안 커뮤니티도 엄청 크고... Heleno나 Thais 도 나보구 "너가 입 벌리고 말만 안 하면 아무도 너가 외국인이라 생각도 안 할 뿐더러, 일단 여기 온 이상 너는 브라질인이야" 하면서 똑같이 말하는게 아주 인상적 ㅎㅎㅎ
물론, 여기도 흑인 혈통에 대한 차별과 북동부 (주로 인디오들이 살았던 빈곤한 지역. 룰라도 그 지방 출신) 출신에 대한 차별이 사회적 문제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단일"(인지는 알 수 없으나)민족 한국 사회에서 이주 노동자들이 겪는 설움만 하랴....
그리고 PT에 대한 지지나 일상에서의 정치 활동은 매우 인상적!
그래도 그 양반들은 "우리는 주류 의사 사회에서 볼 때 아주 이상한 사람들이니까... 우리를 보구 일반화시키면 안 돼... " 하면서 낄낄 웃었지만 말야....
50대 아저씨들이 커뮤니티 센터에서 전시중인 쿠바 혁명 사진전에 나를 데려가서 자기네들끼리 숙연해하는 모습 보니... 마음이 짠 하기도 하고.....
0. 타인의 경험으로부터 배우고, 연대를....
지구촌에는 "서구 선진국" 만 존재하는 건 아닌데,
세상을 너무 모르고 살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음.
물론 내가 이들을 몰랐던 만큼, 이들도 한국 사회의 역동성에 대해 잘 모르긴 했지만..
지구 반대편에서 그토록 닮고 또 그토록 독특한 사회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아무리 봐도 신기하잖아...
거대한 규모로 관철되는, 개인을 넘어선 사회적 힘(social force)의 실체를 보여준다고나 할까....
서로가, 서로의 경험으로부터 배우고,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인간해방을 위한 "연대"에 함께.....
Vamos!
이제 드디어 멕시코 정리 마지막편....
쓰는 나도 지겨운데 보는 사람들도 좀 지겹겠군... 사실 여행기야 다녀온 사람이나 신나지 뭐 보는 사람들이야 시큰둥한게 인지상정이라...... 나름 정리한다고 남겨두는 것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시각 공해가 될 것도 같아 좀 민망하네... 한량 생활 자랑하는 것도 아니구....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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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6
오후에 비행기를 타니까 오전에 현대미술관을 가기로 했었는데, M이 Palacio de Bellas Artes를 더 보여주고 싶단다.
여기에는 멕시코 현대 벽화운동의 거장들의 작품들이 모여 있다고...
물론 디에고 리베라의 작품은 별도의 전시관이 마련되어 있고 프리다 칼로도 생가를 이용해 따로 박물관을 꾸려놓기는 했지만 3대 화가라는 Rivera, Orozco, Siqueiros 들의 대표작들과 그 후대 작가인 Tamayo, Camarena 등의 작품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니 ...
와... 정말 대단하더라....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벽화로 승부하는 미술관이 어째 중간중간 그리도 큰 기둥을 박아놓았는지 가까이서 보자면 대체 그림 전체가 파악이 안 되고 회랑 건너편에서 멀찌감치 보려면 기둥 때문에 가려서 안 보이고... 황당.....
꼭 이렇게 하나씩 어설픈... ㅜ.ㅜ
어쨌든 나는 내러티브가 분명한 1세대 작가들보다는 해석의 여지가 풍부한 따마요 것이 좋더라. 오로스코 같은 경우 굉장히 격정적인 (어쩌면 폭력적인) 작품들을 많이 남겼는데, 후세 어중이 떠중이 작가들이 그 정신은 살리지 못한채 잔인무도한 폭력만 부각시킨 유사작품을 많이 만들어서 아주 공해가 대단하다고 M이 투덜투덜....
여기 멕시코에서는 자신의 전문 장르와는 별도로 벽화 하나쯤은 기본으로 그릴 줄 아는게 전통이라고 하더만... 그러다보니 수준 미달의 작품들도 부지기수라는 ㅎㅎㅎ
Siqueiros의 그 유명한 La Nueva Democracia
Rivera의 3부작... 그리고 El hombre contralor del Universo (원래 록펠러 센터에 그러졌다가 정치적 이유로 철거되고 나중에 여기서 다시 그렸다고 함). 트로츠키, 레닌, 마르크스 다 등장 ... 그림의 왼쪽에는 손이 없고 머리만 있는 석상, 오른쪽에는 머리가 없고 손만 있되 나치 문장을 들고 있는 석상이 등장하는데... 전자가 노동하지 않는 자본가, 지식인 계층을 상징한다면 후자는 맹목으로 질주하던 극우파시스트를 상징하는 것이 아닐까 나름 추측....
Tamayo의 작품 (저 망할 놈의 기둥!!!)과 Camarena의 Humanidado librandose....
이들 작품을 보면서 당연히 떠오른 거라면...
남한의 민중미술 운동과 그 당시 많이 제작된 걸개그림, 벽화 등도 이런 식으로 보존되고 예술적 평가를 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여행 다니는 거보다 정리하는게 더 힘들다.... (세상에 불만 투성이로구나. 떠나기 전에는 준비하기 귀찮다고 투덜투덜, 다녀와서는 정리하기 귀찮다고 투덜투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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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5
아침에 또 시외버스 타고 Teotihuacan pyramides 방문.
가장 많이 연구되고 가장 많이 훼손되었다는 그 피라미드.... ㅡ.ㅡ
훼손의 정도가 얼마나 심각하냐 하면, 바로 근처에 대형 월마트가 세워질 정도라고 ㅜ.ㅜ
입구에서 La ciudadela를 지나 망자의 길 (calsada de los muertos)을 따라 들어가면 태양의 피라미드 (pyramide del sol)와 달의 피라미드 (pyramide de la luna)를 만나게 된다. 기원전후에 마야 문명의 영향을 받아 설립된 teotihuacan 문명의 흔적인데, 화려한 문명을 남기고 의문 속에 사라졌다가 이후 15세기 무렵 다시 아즈텍인들에 의해 발굴되어 성소로 여겨졌다는.....
높기는 젠장할 어찌나 높고 가파른지.. 저런 아무렇게나 생긴 돌들을 그 높이까지 쌓아올렸다는게 도대체 믿기지 않을 지경....
아침마다 조회나 제사 지내러 올라가려면 왕이나 제사장들도 죽어났겠구나..
저 가파른 곳을 설마 가마에 실어나르지는 않았을테고....
(이 머슴 기질은 정말.... 예전에 담양 소쇄원에 놀러가서 정자에 앉아 친구들이랑 나눈 대화는... 아이고 부엌에서 여기까지 밥상 나르려면 얼마나 힘들었을까... ㅡ.ㅡ)
어쨌든 정상에 올라 숨넘어가는 줄 알았다.
달의 피라미드... 아래에서 그리고 정상에서...
피라미드 정상에 앉아 있노라니 문득 Hitchhiker's guide to the galaxy 의 한 구절이 떠오르더군...
”Rome was not burnt in a day"
어쨌든 한참동안 (사실은 내려갈 엄두가 안 나서 ㅡ.ㅡ) 이 생각 저생각을 했는데...
한편으로는 이 찬란했던 과거와 그 영화를 회고하며 (혹은 파먹으며) 살아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 이건 유구한 문화유산을 가진 다른 개발도상 혹은 저개발국가들을 볼 때마다 들었던 생각.... 이를테면 캄보디아, 혹은 가보진 못했지만 인도네시아나 페루 같은 나라들... 더구나 서구 제국주의에 의해 파괴된 문명들에 보노라면 더욱 안타까움이 큰데...
또다른 한편으로는, 항상 제국은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법...
지금 사라진 이 제국들도 아름답지만은 않았을 것....
추억, 과거로 사라진 것들에 대해 가지고 있는 막연한 판타지에서 벗어나
오늘날의 제국도 이와 같이 어느 날 과거의 영화로 남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음.
천년 뒤,
시카고의 Sears tower 나 여기 멕시코 시티의 Torre Latinoamericana 유적들을 바라보며 그 후손들이 “우리 조상들은 도대체 무슨 이유로 저렇게 거대한 구조물을 도시 한 가운데에 남겼을까" 궁금해하고, 또는 "아 우리의 과거는 얼마나 찬란하고 위대했더란 말인가"하며 한탄하지 말란 법 있나...
그래도 과거에 벌어졌던 제국의 쇠락과 다른 점은,
과거와는 비교도 안 될만큼 오늘날 제국의 영향이 강력한지라, 그 흥망의 파장이 과연 전과 같지 않으리라는....
달의 피라미드보다 높은 태양의 피라미드 올라가는 사람들 모습...
다리 후들거려 죽는 줄 알았네.. (무서워서가 아니라 달의 피라미드 내려올 때 가파른 경사 때문에 어찌나 다리에 힘을 주고 걸었는지... ㅡ.ㅡ)
거기서 내려다 본 모습.... 그리고 엄마한테 보내줄 사진이라고 완전 오바하고 있는 M의 모습... 100% 연출 사진 ㅎㅎㅎ
박물관도 상당히 훌륭했음. 실내의 피라미드 축소 모형과 바깥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태양의 피라미드 모습...
오후에 돌아와서 쉬다가 나가서 저녁 먹구 (또 맛난 꿰사디야)
Ignacio 집에 가서 문제의 영화 “링” 감상...
웃긴게 영어에는 딱히 어울리는 “귀찮다”는 표현이 없는데 에스빠뇰에는 거기에 상응하는 개념이 있단다. 내가 귀차니스트의 뜻을 갈쳐줬더니 M이 깊은 공감을 표시하면서 이그나시오가 딱 귀차니스트라고.... 얼마나 귀차니즘이 심한지 점심을 정말 믿을 수없을 만큼 많이 먹구 저녁은 그냥 대충 굶어버리는 스타일이란다ㅎㅎㅎ
근데 영화를 보러가서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는데...
이런 저런 영화 이야기를 하다가, 내가 링 소설도 읽고 영화도 123편을 다 봤다고 했더니 이 양반들이 완전 놀란다. 거의 집착 수준이라며....그러고보니 좀..... 왜 그랬을까???
Day3/4
시외버스 타고 멕시코 시티 부자들의 주말 휴양지 중 하나라는 바예 데 브라보(Valle de Bravo)에 갔음. 버스 터미널 또 엄청 크대...
가는 길에 지하철 환승 거리가 또 엄청났는데, M은 이게 혹시 라틴 아메리카 최장거리 환승역이 아닐까 의심 ㅎㅎㅎ 하지만 내 확신컨데, 종로 3가의 5호선 환승거리보다는 분명히 짧은 듯...
이 곳은 호수를 끼고 있는 계곡으로, 무진장 아름다움....
마을 언덕에 위치한 수도원에 찾아갔었는데, 정말 조용하고 좋더라.....
우리가 묵었던 Myriam 집의 사랑채....
이 집 주인 아줌마의 남편 (돌아가심)이 생전에 바이얼린 연주자이자 지휘자였단다. 보니까 엄청 부잣집이야.. M도 이 정도로 부자인 줄은 몰랐다고 하더군.
근데 분위기가... “나는 일반 멕시코 사람과는 달라” 이런 묘한....
멕시코 속담 중에 태초에 창조주가 이토록 아름다운 자연을 만들고 나니 주변에서 너무 과한거 아니냐고 했는데, 하느님 왈,
여기에 멕시코인들도 만들었으니 괜찮다는 ㅜ.ㅜ
한국을 풍미하던 엽전론과 아주 유사하지 않은가....
저녁 나절에 이집 꼬마들하고 노는데 조카들 생각이 나더라.
열 살짜리 꼬마가 서양 오목을 두자고 해서 시작했는데 규칙이 좀 달라서 첫 판은 패배. 하지만 페이스 회복하고 나서 연전연승...ㅎㅎㅎ (한 번 시작하면 호승심에 불타올라 완전 집중하는 성격 그대로 나타남...)
한참 하다보니 꼬마가 너무 실망하는 눈치가 역력하길래 좀 져주려고 했는데...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니더라구... ㅜ.ㅜ
저녁 식사 때에는 그 지방 특산이라는 각종 채소와 일곱 살짜리 막내가 마당에서 따온 (ㅡ.ㅡ) 자몽으로 만든 쥬스도 먹고...엄청 좋은 데킬라에 멕시코산 와인에...
밥 먹구 나서는 술기운에 jenga 라는 놀이 (블럭으로 탑 쌓고 한 사람씩 돌아가며 이 탑이 쓰러지지 않게 블럭을 하나씩 제거하는 놀이- 완전 집중과 미세한 손놀림 필요!! )와 또 오목을 두었는데 (온 식구들이 겨루자고 하는 바람에 아주 괴로왔음),
M이 신나서 막내랑 피아노 치고 노래부르고 그러지 않아도 술기운에 정신 없어 죽겠는데 아주 그 인간 때문에.... ㅡ.ㅡ
이날 초저녁에는 천둥번개치고 꽤 많은 비가 왔었다.
그 와중에 마당 반딧불은 반짝이고, 한참동안 처마 밑에 앉아 비내리는 숲을 바라보며 이런 저런 생각도 많이 하고 M과 인생의 심오한(?) 대화도 많이 나누었음.
미국에 있는 동안 세 명의 영어 선생을 만났는데 (마치 영어공부를 엄청나게 열심히 한 것 같은 착각이 ㅎㅎㅎ) 그 중 두 명이 퀘이커라니 참 나 원....
어쨌든 M은 내가 여태껏 만나본 (한국인이고 미국인이고) 가장 성찰적인 사람들 중 하나...국가와 계급의 철폐, 물질적 욕망의 덧없음, 고독과 사색 즐기기...
혹시 본인을 아나키스트라고 생각하냐니까, 무슨 "~주의자" 이라고 이름을 붙일 수나 있는지 모르겠단다.... 음....
주유하는 삶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데.. 우리말로는 "역마살"에 다소 부정적인 뉘앙스가 있지만, 서양에서는 그걸 "wandering spirit"이라고 표현하더군. 서로 wandering spirit 의 소유자임을 확인 ㅡ.ㅡ 뭐 하여간, 둘 다 (돈도 별루 없으면서) 돈 문제에 초월해서, 여행 내내 진짜 허술한 분위기 연출됨. 아무나 지갑 먼저 꺼내는 사람이 숙박비, 밥 값, 차비, 입장료 같은 거 그냥 알아서 내버리고, 심지어 기념품 사는데 현찰 없다고 나 얼마만 줘 하면서 서로 돈 뺏어가기도 하고 ㅎㅎㅎ 미국인답지 않게 내가 남긴 밥도 엄청 잘 먹더라... 여행 하면서 맘에 맞는 동반자를 만나기가 쉽지 않은데 멕시코 여행은 이렇게 잘 맞는 친구랑 같이 보낼 수 있었던게 정말 다행이야....
다음 날 아침도 맛나게 먹고 읍내 장터 구경하고, 한국에서 구경하기도 힘든 망고스틴 (여기서는 람푸차 라고 부르더군) 사먹고.... 시티로 귀환.
돌아오는 버스에서 비디오 틀어주는데 스티븐 시걸 출연작...
내가 “저 사람 봐라. 아무리 힘들게 싸워도 절대 안 다치는 건 물론 얼굴 표정 하나도 안 바뀐다” 했더니만, M도 그에 대해 잘 알고 있더군. “그 뿐인 줄 알아? 꼭 넓은 장소 놔두고 부엌이나 식당 같은 장소에서만 싸워”- ㅎㅎㅎ 글로벌라이제이션은 위대하다....
시티에 돌아와서는 새로운 호스텔 구함. 사실 이전에 묵던 곳도 그냥저냥 지낼만 했는데 (1인실 하룻밤 7불) 구도심 중심가에 있다보니 주변이 어찌나 지저분한지 그냥 새로 구하게 된 것.
우리는 인터넷을 보고 그냥 찾아간 건데, 막상 도착하니까 주인장이 우리를 보고 어찌나 깜짝 놀라는지 우리도 덩달아 당황했음.
나도 긴가민가 하고 있었는데, 저녁 먹으러 나오면서 M이 조심스럽게 묻는다.
“너 좀 이상한 분위기 못 느꼈냐? 아무래도 저기 게이 전용 호스텔 같애”
“어... 너도 그렇게 생각했구나...아저씨 넘 재밌더라ㅎㅎㅎ”
“우리가 못 갈 데 간 것도 아닌데 저 아저씨 너무 심하게 놀라는 거 아냐?”
“맞어 맞어....” ㅎㅎㅎ
저녁 먹구 나서, 역시 또 라틴 아메리카 몇 번째라는 전망대에 올라 시내 구경하고 Orozco의 벽화가 있는 까페테리아에서 저녁 먹고 맥주 마시고.... 어쨌든 주말 아주 푹 쉬고, 모처럼 에너지 충전하고...
Day 2
역시... 라틴 아메리카에서 가장 큰(!) 도심 "녹지대"라는 Bosque de Chapultepec 방문 (근데 나중에 상 파울루 가니까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큰 도심 "공원" 어쩌구.. 이 인간들이....).
스페인 군에 투항하느니 죽음을 택하겠다던 소년 여섯 명을 기리는 동상 (Heros Ninos) 이 입구에 떡 하니....
공원으로 진입하는 길에서 내려다본 도심.. 광고판 정신 없음.
저 멀리 노란 간판은 역시 오브라도르의 캠페인 광고... 공원 근처에서 아침을 먹으려고 했는데... 식당이 걸어서 10분거리이지만 고가도로 및 교차로를 몇 개 지나야 하는 엄청(!) 위험한 길이라고 해서 그냥 버스 타고 이동... 과연 굉장하더군... 도대체 사람을 위한 길인지 차를 위한 길인지...... 심란하기가 그지 없더라....
공원에서 펼쳐지던 인디오 부족의 공연..... 아무 안전 장치도 없더라.. ㅜ.ㅜ.
진짜 황당하게... 저 높은 곳에서 거꾸로 매달려 빙빙 돌면서 악기 연주를 하더라는...
공원 안에 자리한 바로 그 유명한 국립 인류학 박물관 (Museo Nacional de Antropologia)... 와 정말 굉장하더라.............
제국주의 수탈 대표 박물관 (런던의 대영박물관,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베를린의 페라가몬 - 전시가 훌륭하긴 하지만 다 보고 나면 완전 불쾌하고 어이없는...) 들이 감히 흉내낼 수 없는 그 뭐랄까... 푸근함과 생동감이라고나 할까?
규모 자체도 굉장했고 (안내 책자에 보면 전시물을 다 보겠다는 생각일랑은 하지도 말라고 아주 친절한 설명이 있다 ㅎㅎ ) 전시 방식도 정말 맘에 들었다.
그리고 멕시코 사회 고유의 문화에 대한 전시도 좋았는데 너무 고답적인 게 아니라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이를테면 인디오 부족의 결혼식에 걸려 있는 코카콜라병 같은 거 말이지... 거기다 서구의 카톨릭이 어떻게 멕시코 식으로 변화되었는지 보여주는 것도 재미나고... 그리고 오늘날의 모습과 문화예술을 함께 전시하여 이해를 돕도록 한 것도 좋았음. 옛날 그 한 시절에 우리 문화 잘 났었다 가 아니라 지금은 어찌 되고 있는지 보여주니까....
무엇보다 맘에 들었던 것은.... 인류 문화의 다양성과 보편성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돕고 있다는 점... 인류학적 계보를 살펴보면, 한민족은 서남 아시아인들보다 오히려 여기 인디오들과 더욱 가깝게 나오더라.
그래서 대형 목판으로 걸린 농민의 모습이 전혀 낯설지 않더라는...
사실, 멕시코를 비롯하여 특히 브라질, 캐나다에서 가장 부러웠던 것 중 하나가 그 사회의 인종적 다양성이었더랬다.
어렸을 때, 우리는 단일민족 어쩌구 하면서 마치 그것이 큰 자랑이라도 되는 양 배웠는데... 여러 인종이 다양하게 모여 서로의 문화를 배우면서 "함께" 살아간다는 게 얼마나 장점인지.... 브라질 친구의 설명으로는... 그러한 다양성이 브라질에서 근본주의(fundamentalism) 이 자리잡을 수 없는 좋은 토대가 되었다고.... 맞는 이야기 같아...
Day 1
오전 비행기 타고 느지막하게 도착해서 M 만나 숙소로 이동. 공항까지 지하철이 연결되어 있어 무지(?) 편리하기는 했는데 계단이 정말 쥐약이었음. ㅡ.ㅡ
호스텔에서 M의 에스빠뇰 실력에 완전 충격 먹고 잠시 망연자실. 이럴 수가, 겨우 1년 반만에 저런 놀라운 경지에.... “너 진짜 존경스럽다” 열 번 이야기해줌... 이 인간 어깨 한 번 으쓱... ㅡ.ㅡ+
짐 풀고, 근처 식당에서 맛난 점심..
약간의 어리버리와 허약함을 제외한다면 여행의 일등 동반자로서 손색이 없는 M의 안내에 따라 여행 내내 값싸고 맛난 음식을 정말 질리지 않고 먹을 수 있었던게 가장 큰 행운...
우리 둘이 가장 많이 나눈 에스빠뇰 대화는 “야 뗑고 암브레 (ya tengo hambre: 나 벌써 배고파)” “띠에네스 암브레 땅비엥? (tienes hambre tambien: 너두 배고프냐)”...
나야 멕시코 음식을 잘 모르니까 이 양반 설명에 주로 의존해서 주문을 했는데.. 설명을 어찌나 맛나게 하는지 듣고만 있어도 입안에 침이 고여... ㅡ.ㅡ
안내 책에 보면 세계에서 모스코바의 붉은 광장 다음으로 규모가 큰 공공 광장이란다.
그런데 “세계에서 ~번째” 이런거 멕시코에 너무 많더라.
세상에 멕시코 국립 자율대학 (Universidad Nacional Autónoma de México, UNAM)은 학생 25여만 명에 교수진 3만명으로 라틴 아메리카에서 최대 규모라는데, 혹시 세계 최대는 아니냐니까 M과 I 둘다 설마... 중국에 더 큰 데가 있지 않을까 하는 반응을.... (나중에 위키에서 찾아보니 개방 대학을 제외하고 세계에서 젤 큰 대학은 터키에 있는 Anadolou 대학... 등록학생 무려 60만 명.... ㅡ.ㅡ)
그 뿐이랴?
멕시코 시티는 세계에서 가장 큰 도시 (인구가 1천 7백만 명 된다는데 정확한 건 아무도 모른단다 ㅡ.ㅡ).
거기다 나중에 방문한 피라미드 설명 보면 가장 많이 연구되고 가장 위험에 처한 유적지라는 친절한 설명까지...
어쨌든 소칼로에서 정치 포스터랑 사람들 오가는 모습 구경하고 근처에 있는 Templo Mayor de Tenochtitlan 유적지와 그 박물관 관람...
도심 한가운데 위치해있는 유적지로 그 박물관 규모도 의외로 크고 전시도 좋았음. 다만 시간이 모자랐던게 아쉬워...
마야, 아즈텍 인들의 죽음의 미학이 참으로 신기함...
이집트인들의 죽음에 대한 집착이 뭔가 신성함과 신비로 채워져있다면 이들은 망자가 옆집 이웃인 듯 아주 가깝게 재미나게 그리고 있음...
도심 한 가운데 폐허로 남아 있는 템플로 마요..
전시 작품들 중 일부...
멕시코의 마을이나 도시들은 대부분 교회를 중심으로 크고 작은 광장(소칼로)가 중심에 위치한 채 형성된다는데 그래서 저녁 나절에 Ignacio를 만나 저녁을 먹은 Coyoyacan 도 역시 그런 곳...
좋은 데를 알려준다던 Ignacio 가 데려간 식당은 어이없게도 "구룡반점“....ㅡ.ㅡ
내가 한자로 쓰인 구룡반점 읽었더니만 두 양반이 모두 나의 ”중국어(ㅜ.ㅜ)“ 실력에 깜짝 놀라면서 이것도 읽어봐라 저것도 읽어봐라... 아주 죽을 뻔했음....
이렇게 첫 날이 흘러감...
혹시나 걱정하셨던 분들이 계실까봐 알려드려요.
3주간의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드디어 캠브리지에 귀환했답니다.
그 동안 경험했던 그 어떤 여행보다
사회, 그리고 저 자신의 삶에 대한 성찰을 많이 할 수 있었던 아주 소중한 기회였다고 생각됩니다.
길위에서 만난 벗들이 보여준
성찰과 열정, 인간에 대한 애정, 그리고 연대의 정신이 듬뿍 담긴 격려를 부디 잊지 않고 살아가야 겠다는... 아주 초딩스러운 (?) 다짐을 살짝 해봅니다.
그리고, 이 자리를 빌어 그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대부분 한글을 읽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ㅎㅎㅎ
한글 독해가능자인 febby, navyblue, neoscrum 님이라도 이 마음을 알아주셈...
Ahora, estoy muy bien y segurida, aqui
Don´t worry about me ... - no puedo escribir estas palabras en espanol..... -
Adios, hasta pronto
오늘은 Heleno 아자씨 부부가 상 파울루 도심과 외곽의 해변 (Santos) 구경을 시켜줬음.
이런 저런 이야기도 많이 듣고 맛난 것도 먹고 (문어 요리 진짜 맛있더라) 아름다운 경치도 감상하고.... 어찌나 고맙던지...
0. 관용의 사회
브라질 사회가 굉장히 보수적(?)이었다고 이야기해서 깜짝 놀랐음...
아니, 보수적인 사회가 그렇게 광란의 삼바 축제를 벌이고 노동자당에게 권력을 준단 말여? 말도 안 돼...ㅡ.ㅡ
나는 여기 브라질 사회가 "태생적으로" 개방적이고 뭐든지 다 허용되는 줄 알았는데 그게 또 아니라니... 좀 뜻밖이었음. 이를테면 불과 두 세대 전만 해도 윗사람에 대한 존칭을 깍듯하게 써야 했단다. 아직도 Helono 아버님께서는 손녀딸이 "you" 라고 부르는 거에 적응을 못 하고 계신다고....
60년대-70년대 거대한 사회운동의 시기를 거치면서 정말 많은 것이 변한 거란다.
몇 가지 놀라운 이야기들...
Heleno 딸이 보건부의 국제협력 부서에서 (주로 에이즈 관련하여) 일하고 있는데, 거기 국장이 트렌스젠더란다. 외모만 봐도 뚜렷이 분간이 가서, 국제 회의라도 가면 다른 나라 사람들도 좀 당황해한다고...
한국 사회에 트렌스젠더 공무원? 아... 도대체 상상이 안 된다.
(물론 아직도 성정체성이나 지향을 둘러싼 사회적 편견은 상당하고 게이들을 향한 노골적인 폭력도 아직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단다.)
그 뿐이랴.
2년 전에 성노동자를 "직업" 분류 코드(!)에 포함시키고 합법화시켰단다.
그 때도 난리가 나기는 했단다. 여성들이 쉽게 돈을 벌려고 모두 성매매에 나설 것이라는 둥, 도덕적으로 용납할 수 없다는 둥... 하지만 합법화시켰다고 성노동자가 절대 늘어나지도 않았을 뿐더러 이들이 건강보험이나 노동안전보건의 공식 영역에 포함되면서 오히려 HIv 감염 같은 건강 문제들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고....
오늘 방문한 Santos 시는 몇 년 전에 브라질에서 처음으로 마약 중독자를 위한 무료 주사기 교환 프로그램을 실시했는데, 이 때도 생 난리 발생... 마약 사용을 장려한다는 둥 어짼다는 둥.. 심지어 법원에서 이 정책을 취소하라는 명령을 내리기까지 했단다. 하지만 지역사회에서 광범위한 지지 운동이 벌어졌고 이를 뚝심있게 추진했던 당시 시 보건국장은 다음 선거에서 "시장"으로 당선되기까지 했단다.... 오호... 놀라워 놀라워....
이 부부는 지난 주에 브라질에서 열린 아프리카 코커스를 몹시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그 지역(동네 이름 까먹음. 포루투기즈 이름 너무 어려워.. ㅜ.ㅜ)이 전통적으로 노예노동의 중심이었고 현재도 흑인 인구가 70퍼센트를 차지하는 지역인데.. 이 곳에서 50여개국의 아프리카 대표들이 모여 에이즈 예방 프로그램과 브라질의 지원을 협의했단다. 더구나 딸이 거기서 연설까지 했다고... (지금 나이가 스물 여덟밖에 안 되었다는디...)
0. "선진국 vs 후진국" 고정관념
스스로 국제주의자라고 굳게 믿고는 있지만 깊숙한 고정관념은 떨쳐버리기 어렵다. 워낙 국제표준은 미국, 유럽, 혹은 일본이라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온데다 소식과 정보들도 여기 집중되어 있어 다른 국가들 사정에 어둡고 은근 우리보다 뒤쳐저 있을 것으로 부지불식간에 가정...
브라질 경우가 특히 그런 거 같다.
이를테면 현재 한국 사회는 세대간 단절 문제가 심각하다고 이야기하니까 여기도 70년대까지 그랬다고.... 모든 권위에 대한 부정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고 자유로운 소통을 강조하는 문화가 확대되면서 지금은 거의 문제가 안 된단다.
한국에서 사회운동, 특히 학생운동의 퇴조가 뚜렷하다고 이야기하니까, 여기도 70-80년대 강력한 운동 시기가 지난 후 90년대 그런 위기를 거쳤지만 다시 운동이 활발해지고 있단다. 여기에는 국내외 정세를 포함한 사회적 조건의 변화도 큰 역할을 했지만 사회 운동에 열심이었던 부모 세대의 교육도 큰 몫을 했다고 생각한단다.
여기도 전국민 건강보험을 가지고 있는데 (오래 되지는 않았다고.. 역시 저항 장난 아니었다 함), 혹시 빈곤층을 위한 별도의 부조프로그램 (의료급여, 혹은 메디케이드 같은)은 없냐고 물어보니까, 그게 왜 필요하냐고 반문한다. 가난한 사람들만을 위한 프로그램을 따로 마련하면 그 시스템은 분명 후질 것이고, 건강은 모두의 권리라는 측면에서 연대의 정신으로 단일한 프로그램에 통합되는게 당연하다는... (지당하신 말씀이오!!!)
아, 그리고 라틴아메리카가 워낙 사회의학 (social medicine)의 전통이 강하다고 잘 알려져있기는 한데...
학회 하면 전국에서 8천명이 모인단다. 8천명... ㅡ.ㅡ
그리고 모든 학교가 다 그런 건 아니지만 국공립 대학의 경우 강력한 지역사회 의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비슷한 근대사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보니, 사회 운동이나 변화의 측면에서 우리와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는 여러 가지 공통점이 있고 사회정책에서도 역시 그런게 당연한 건데.. 웬지 브라질이 우리보다 뭔가 "먼저" 경험했다거나 더 좋은 제도를 가지고 있다니까 그냥 괜히 놀라운.... 바보 같이 말야...
0. 뻬떼(PT) 에 관한 몇 가지 놀라운 사실...
세상에 최근까지도 당비를 소득의 1%로 했었단다. ㅜ.ㅜ
이게 군사독재 정권 하에서 교회를 통해 조직화 사업을 하며 굳어진 관행이라고...
근데 웃긴 거는 이게 정적을 몰아내기 위한 방안으로 이게 악용되고는 했는데, 이를테면 매달 청구하는 걸 빼먹고 연말에 한꺼번에 청구하면 이걸 감당하기 어려워서 당적을 포기하거나 이런 불성실을 정치적 성실성에 대한 비난의 근거로 삼았다고...
Heleno 도 한 번은 내내 당비 내라는 소리가 없어 까먹고 있다가 연말에 한꺼번에 내라고 해서 거의 차를 팔아야 할 지경이 된 적이 있었단다. 엄청 싸워서 깎았다고... ㅜ.ㅜ
당직자들에 대한 처우는 어떤가 물어봤는데,
작년에 당직자들이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이를테면 정식 근로계약서 같은 것도 안 쓰고 활동가의 헌신성에 근거하여 초과착취를..ㅡ.ㅡ) 파업을 벌였고, 노동부에 진정을 내서 결국 노동자들이 승리한 좀 어이없는 사건도 있었단다.
911 사건이 발생하기 전날,
PT 출신의 아주 유능한 시장 한 명이 암살되었단다. 아직도 그 정확한 경과는 밝혀지지 않았다고... 그래서 PT 지지자들에게는 또다른 911 충격으로 기억되고 있단다. Radicals in power 에 소개된 그 사례였구나....
아참..
룰라가 노동자로 일하던 젊은 시절...
첫 부인이 출산을 하려고 병원에 갔다가 보험이 없고 가난하다는 이유로 의사한테 쫓겨나서 그 다음날 아이도 부인도 죽었단다 ㅡ.ㅡ 이게 룰라가 보건의료계나 공공병원에 대해 갖고 있는 뿌리깊은 불신을 일부 설명하기도 한다고....
0. PT 에 대한 Heleno 부부의 애정과 비판...
여기도 의원이나 선출 공직자들이 세비를 받으면 노동자 평균 임금만큼만 가져가고 나머지는 당에 귀속시키는 정책을 쓰고 있는데, Heleno 는 거기에 매우 비판적이었다.
일단 의원이 된 이상 다른 의원들이나 사회 지배세력들과 접촉이 많아지고 그들의 문화나 질서에 싫던 좋던 참가해야 할 경우들이 불가피하게 일어나는데, 경제적 제한 때문에 이러한 기회에 제한을 받거나 혹은 다른 이들의 도움에 기대야 하는 상황이 더 나쁘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부당한 돈에 대한 유혹도 커지고....
선명성이나 상징성에 집착하기보다는 현존 질서 속에서 얼마나 성공적으로 일을 할 수 있을지에 투자해야하지 않겠냐고..... 음...... 이런 생각은 또 못해봤네...
이들 세대가 학교를 졸업하고 막 사회에 진출하던 시기가 바로 PT 가 태동하던 시기란다. 학생 운동에 참여했던 다른 많은 이들과 마찬가지로 이들 또한 "당연히" 당 활동을 함께 했고, 20년도 넘게 그 지지와 실질적인 활동은 계속되고 있다. 이를테면 Heleno는 현재 보건대학원 교수로 일하고 있지만 룰라 정부의 Worker's health center 프로그램을 조직하는데 적극적으로 참여해왔고 부인 또한 지난 3년간 Hunger zero 프로그램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단다.
하지만 이들의 PT 에 대한 비판은 정말 대단했다. 하지 말아야, 해서는 절대 안 될 일들을 PT 가 어떻게 해왔고, 이것이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 정말 신랄하게 비판하더라. 50대 초반의 부부가.. 밥 먹으면서..... 그러면서 나한테 계속 강조... "우리는 뻬떼를 지지하고, 또 누구보다 강력하게 비판해야 한다"고....
정치라는게, 술자리에서 안주거리 삼아 씹기야 쉽지만, 그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참여하면서 한편으로 비판적 견해를 유지하기가 그리 쉬운 일인가?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번 브라질에서 만난 양반들... 존경스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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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전부터 생각한건데, 의외로 사진술이 좋으신거 같애요. 일단 안정된 느낌. 며칠 안 남았네요. 건강하게 잘 지내다가 들어오세요.부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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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라니... 흠...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더니 제법인걸?" 이런 뜻이오? -.-+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