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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aving Cambridge - tres

홍실이님의 [leaving Cambridge - dos] 에 관련된 글.

사무실에서 쓰는 마지막 글... 정말 세월 빠르기가 화살과 같구나. 벌써 2년이라니... 문득 현대물리학 기말고사에 출제되었던 문제가 하나 생각난다. "트윈 패러독스란 무엇인가?" 주관식 서술 문제였는데, 친구 하나가 답에다 이렇게 써서 나중에 교수한테 혼났다. "일명 쌍둥이 역설이라고도 한다" 그 노교수는 기말이면 학생들 주욱 불러놓고 면담하시길 즐겨했었던 듯... 앗, 그러고보니, 교과서 없이 멀뚱멀뚱 앉아 있다가 불려가서 반성문 쓴 적도 있다. 대학 가서 반성문 쓸 줄은 진정 몰랐었지.. ㅡ.ㅡ (사실, 더 기가 막힌 건, 해부학 실습 시간에 가운 더럽다고 꼭 빨아 입고 오라며 내 신발로 실습가운 등자락에 발자국 찍어주던... 백만년 전의 전설도 아니고... ㅡ.ㅡ) 하여간... 트윈 패러독스 (일명 쌍둥이 역설 ㅎㅎㅎ)는 낼 모레 한국에 돌아가도 적용될 거 같아. 아무니 여기서 시간이 빨리 간다 한들, 정신 못차리게 변화무쌍한 다이나믹 코리아에서의 생활에야 비할 수 있으랴? 돌아가면 친구들이랑 지인들이랑 모두 "낡아" 있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 ㅎㅎㅎ 근데, 수미쌍응의 구조라고... 어제 나름 충격받은 일이 있었음 비행기 티켓 확인 때문에 항공사에 전화했는데,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음성 자동인식 시스템"이 반겨주더라. 2년 전... 처음 인터넷 개통 신청할 때, 저 음성인식 시스템 때문에 내가 얼마나 괴로워했던가... 아무리 이야기해도 내 발음을 못 알아듣던 그 고지식한 기계... 중간까지 가다가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가고 되돌아가고.... 어제도 출발일자를 이야기하라고 해서 "오거스트, 써드"했더니, 젠장할 계속 못알아듣는 거다... ㅠ.ㅠ 이상한 날짜 대면서 이거 맞냐구 확인하고, 아니라고 하니까, 유쾌한 하이톤으로 "노 프라블럼" 하면서 계속 똑같은 거 물어보구..... 아... 2년 동안 영어가 거의 안 늘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건 너무 좌절이잖아... 흑.... 어제 토끼님 가족이랑 저녁 먹는데, 큰 아들인 윌리가 "사람들이 왜 들은 대로 발음하는 것도 못할까" 의아해해서, 두 번째 좌절을.... 나두 들은 대로 하구 싶어... 하긴, 예전에 철도회원 전화 예약할 때도, 음성인식 시스템이 어찌나 길고 복잡한지 중간에 "이런 젠장" 혼자말 했다가 "존재하지 않는 역이름입니다. 처음 메뉴로 돌아가겠습니다" 해서 환장했던 기억이.... 아.. 어쨌든.. 이런 것도 다 "아름다운(진정?) 추억이라 생각하고.... 마지막 짐을 챙겨 사무실을 떠난다. Adi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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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끄적...

부정과 분노, 절망의 단계를 넘어서 이제 임박한 현실을 담담히 받아들이게.... 내일 지구가 멸망해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심정으로 차분하게(?) 논문 수정을 하고 있는데... 지나치게 차분히 평상심을 유지하느라, 집안 정리와 짐싸기를 하나도 안 했다는 사실이 불현듯 떠오르는구나 ㅜ.ㅜ 은행 계좌 정리 같은 것 (그 외에 또 뭐가 있을까?)도 해야 하는디??? 내일 낮과 밤 - 미국에서의 마지막 밤이 또 무진장 짧아지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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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Habana - uno

꾸바에 갈 수 있게 도와달라고 레빈스 교수한테 이야기를 처음 꺼낸 건 2월인데,

어영부영 이래저래... 하다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가고

막상 떠나려고 보니 이만저만 어려운게 아니었다.

 

사실, 이 문제가 잘 안 풀려서 가기 전 몇 주 동안 은근 맘 고생을 했다. ㅡ.ㅡ

미국의 경제봉쇄 조치로, 미국시민이나 현재 거주자는 꾸바를 방문할 수 없다.

거기에 가족이 있는 사람, 연구 프로젝트나 학술 대회 참가를 위한 학자, 혹은 언론인 등 아주 제한적인 경우에만 특별 허가를 받아서 갈 수 있는 상황.. 그러다보니, 비행기 티켓도 구매 불가...

 

허나...

일년이면 10만명의 미국인이 이리로 관광을 떠난다고 하니....

세상사 눈가리고 아웅이란 소리는 여기에도 적용된다.

 

어쨌든 설명하자면 복잡한 경로를 거쳐 여차저차 하여....

여행길에 오르긴 했는데...

떠나는 것도 어려웠지만,

다녀와서 혼돈스러운 머리 속을 수습하는 것도 정말 힘들었다.

 

 

 

 

 

 

 

 

 



0. 

 

밤 열 한 시가 넘어 혼자 아바나 공항에 내려 몇 가지에 놀랐는데,

 

우선 공항 직원들의 완전 불친절함.... ㅡ.ㅡ

심지어 환전소 직원은 200 CUC (거의 $200)이나 덜 주고도, 나중에 내가 확인해서 돈 더 달라고 하니까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 없이 돈만 싸악 준다.

입국 심사대 직원은 거의 1세대 사이보그 스탈.. 완전 무표정... ㅜ.ㅜ

 

그리고, 짐 검사... ??? 

나 원 참... 비행기 내리고 나서 다시 검색대에 가방 올려놓기는 생전 첨이야...

 

어쨌든.. 설레임과 나름 흥분(?)으로 혁명광장과 말레콘을 지나 숙소로 이동하는데...

저 멀리 반쯤 불꺼진 네온사인....

"Hasta la Victoria Siempre".....

12시도 한참 넘은 시간에, 술병 하나씩 들고 두 셋씩 무리를 지어 해변을 걷고 있는 널널한 분위기를 보니 저절로 맘이 놓이는거라.....  바로 이거야!!!! 

 

Casa 라고 불리는 민박집도 예상 밖으로 깔끔한데다,

심지어 아침 밥상에는 항상 과일 한 접시 (망고, 멜론, 파인애플 등등)와 직접 갈아 만든 걸쭉한 망고주스.....

 

민박집 테라스와 창문에서 내다본 골목 풍경

 


 

아침에 레빈스 교수의 친구인 Capote 교수와 Leda 교수가 직접 숙소로 찾아와서 인사... 어찌나 사람들이 좋던지.... 이 할배 할매들이 나보구 무지 어려보인다며(아직도 이런 소리를...ㅜ.ㅜ) 대뜸 몇 살이냐고 해서 잠시 당황했음...  뭐 그렇게 젊은 나이는 아니라며 어쩌구저쩌구 대답하니까.. "아이구, 우리 막내딸보다도 어리네" 하면서 우습다는 분위기... 어쨌든 레빈스 교수 소개로 왔다는 것 자체가 여기에서 엄청난 의미라는 걸 깨닫고 또 역시 좀 당황...

 

같이 나가서 다음 날 이용할 차량 알아보구,

소프트 아이스크림 하나씩 사먹고 헤어짐... 날씨 더워서 죽는 줄 알았음...

더워 죽겠다고 유난을 떠는 것도 뭐해서 땀만 삐질삐질 흘리며 묵묵히 참고 걸어다녔는데, 이 양반들도 더워 죽겠다고 난리치는 걸 보니 좀 안심이 되더라는...  ㅡ.ㅡ

정말 타 죽는 줄 알았다....

 

그리고 나서 오후에 Habana vieja (구 하바나 도심) 슬슬 걸어서 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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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의 이메일

이런 어처구니 없는, "준비한 선물" 이라니.............. "... 그 날, 휴가 내 놓았다. 우리 집 토끼와 다람쥐가 공항 가고 싶어 안달이다. 혹시라도 짐 꾸릴 때 준비한 선물, 꺼내기 쉬운 위치에 넣어 두어라." 갑자기 돌아간다는 게 화악~ 실감이 나는구나.... 웬수 같은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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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aving Cambridge - dos

홍실이님의 [leaving cambridge - uno] 에 관련된 글.

그래도 떠난다고 생각하니 섭섭한 마음이 들어 오늘은 모처럼 사진기를 들고 출근.... (출근은 아니고.. 도서관 가는 길에..)

 

0. 캠브리지 시청

 

맨날 그냥 지나쳤는데 의외로 또 고풍스러운 맛이 있군... 사진빨...

 



0. 재고와 헌책 전문 서점 Rodney

 

바로 집 앞에 있는데, 주말에 도서관 갈 때마다 옆 골목 다방에서 커피 하나 사가지고 꼭 한 번씩 들르던 곳... (도서관을 마치 엄청 자주 간다는 인상을 스스로에게 심어주고 있음 ㅡ.ㅡ)

미술 도판과 빈티지 포스터, 그리고 각종 문고판 책을 싸게 팔고 있어서 여기서 문고판 입문 시리즈를 여러 권 샀더랬다. 사실은 화집들도 많이 사고 싶었는데 나중에 들고 갈게 걱정이라 포기했었는데... ㅡ.ㅡ  그래도 사둘걸하는 후회가.....

 

 

0. 마을 도서관 :Cambridge Public Library

 

지금은 보수 공사 중이라 잠시 다른 건물을 임시로 쓰고 있는데, 정말 정든 곳.... 

사실 책은 거의 안 빌려보고 주로 DVD 들을...  X-files, South Park, Cosmos 시리즈나 각종 영화, 다큐멘타리 등등...   

엑스파일 빌릴 때마다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주던 사서 아저씨...

음....  ㅜ.ㅜ


 

0. Charles 강변..

 

작년에는 출퇴근 길 사무실 오가면서 자주 들렀는데, 올해는 그렇게 못 했던거 같구나.

오랜만에 나가보니, 강물은 여전히 푸르더군...

저 평화로움마저 불공평하다는 생각 때문에 그다지 맘은 편치 않지만... 그래도 많이 그리울 것 같다는 생각이...

 

 

0. W.E.B. Du Bois 의 집..

 

강변 Flagg st 에 위치한 Du Bois 의  하숙집..

그가 하버드에 재학하던 시절, 기숙사에서 흑인 학생을 받아주지 않아 이곳에 거처를 마련했다는 안내판이 붙어 있다. Du Bois 라는 이름은 예전에 Social Epidemiology 를 번역하면서 처음으로 접했었는데, Howard Zinn 의 People's history 읽으면서 완전 존경하게 되었음. 흑인으로, 학자로, 활동가로, 심지어(!) 공산주의자로, 그리고 추방된 국외자로 살아온 파란만장한 생애...  근데, 말로만 존경이고... 대표 저작은 사놓기만 하고 펴보지도 않았음. 부끄러운 짓이야... ㅡ.ㅡ 한국 가면 꼭 읽어보리다!!!!

아래의 사진은 지난 번 토론토 갔을 때 Febby 에게 선물 받은 Du Bois 할배 인행..

 


 

0. Harvard Book Store

 

정말 참새 방앗간 드나들듯 자주 들르던 서점... 뭐 새 책을 많이 산 건 아닌데, 무슨 책들이 나왔나 구경하고, 또 헌책과 재고들은 심심찮게 샀더랬다. 그리고 서점에서 하는 이벤트도 좋았고.. 제프리 삭스나 하워드 진을 볼 수 기회도 여기에서.... 회원 적립 카드도 참 요긴하게 활용했었지...  낮과 밤의 모습....


 

0. Widener library

 

아마 한국에 돌아가면 가장 그리운 곳이 될 듯...

어쩌면 사무실보다 더 오랜 시간을 보낸 곳일텐데.. 

내 평생 가장 오래 한 직업이 학생이고, 공부를 업으로 삼으면서 살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 곳에서처럼 온전하게 몰두하며 앎의 즐거움을 느끼고 공부한 적은 인생에 일찍이 없었던 거 같아...    (마치 공부를 엄청나게 한 듯한 착각과 오해를 본인 스스로와 남들에게... ㅡ.ㅡ)

도서관 전경, 내가 주로 공부하던 열람실, 그리고 맞은 편 memorial church (교회 안에는 루터킹 목사 기념식 때 딱 두 번 들어가봤음)


 

0. 사람들...

 

그 따뜻함, 성실함, 건강함.... 어찌 잊을 수 있겠어....

오늘 저녁 S 의 집에서 있었던 환송회 자리에서 오랜만에 상차림 사진을 한 번 찍어보았음.. 저 (이름도 알 수 없는) 산해진미를 보라...

흠.. 근데 술 기운에 사진이 좀 흔들렸구나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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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그리고 브라질

일주일 동안 겨우 도시 한 두 군데, 몇 사람을 만나본 거 가지고 그 사회를 "알게 되었다"고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신문이나 책에서 접하던 것과는 다른 생생한 "직관"을 갖게 된 것만은 사실.

 



0. 생존을 위한 필사적인(!) 노력

 

뭐 어느 사회라고 슬렁슬렁 놀면서 먹고 살겠냐만,

상파울루에서 만난 사람들의 모습도 별반 다르지는 않았지만

특히 멕시코 시티에서 목격한 사람들의 모습은 정말 desperate 라는 단어 그 자체였다.

온 길을 채운 노점상과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의, 차들의 행렬, 지하철에서 고속버스에 끊이지 않고 출현하는 상인들....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따르따스 한 접시 먹고 바쁘게 일터로 학교로 오가는 초라한 행색의 거대한 물결...

보고 있노라면.... 그냥 입이 쩍.......

"필사적"이라는 단어 말고는 생각할 수가....

그렇게 해도 살기가 힘들어서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미국으로.... ㅡ.ㅡ

 

 

0. 주변부 자본주의, 물신성과 세련되지 못함

 

상 파울루에서 기가 막혔던 것 중 하나가,

이전 독재 시절에 건설되었다는 시내 중심을 가로지르는 복개천....

독재 정권들은 참 비슷한 일도 많이 하는구나 싶었더랬다. 한국은 최근에 복원 공사를 했다고 이야기하니까 얼마나 부러워들 하던지... (시간이 없어 청계천 복원의 자세한 내막은 이야기를 못했지...ㅎㅎ)

 

그 뿐이랴... 길거리를 걷는데, 술집에 앉아 있는데 쭉죽빵빵 처자들이 떼거지로 몰려다니며 뭘 나눠 주는게 여기 저기 눈에 띈다. 도대체 뭔가 했더니만 아파트 모델 하우스 광고 전단.... 나중에 보니까 모델 하우스들도 어찌나 많은지... 요즘에 럭셔리 아파트가 붐이라 여기저기 난리란다..... 왜 한국에서는 동네 빵집 하나 열어도 젊은 처자들이 와서 전단 나눠주고 춤추고 난리 법썩을 떨잖나... (요즘도?) 그거랑 너무너무 비슷한 분위기....

 

멕시코 시티에서 테이크 아웃 커피점에 갔는데 (아침에 커피를 깜빡하고 하루 종일 하품을 해댔더니 M이 너 약먹을 시간 지났구나..하더군 ㅎㅎ) 뚜껑이 냉커피용이야. 빨대 꽂아 마시게 되어 있는.... 도대체 그 뜨거운 커피를 어찌 마시라구.... 도회적 세련됨을 추구하는 듯 하면서 한구석씩 꼭 어설픈....  

 

멕시코 시티 도심 공원에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신상들이 구석 구석 놓여 있는데, 볼 때마다 아주 뜽금 없다고 생각됨... 어떤 동네는 길 이름이 모두 유명한 문화예술인인데, 괴테나 세익스피어까지는 참아주겠지만.. 도대체 헤로도투스.. 이런 이름은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안다고.... ㅡ.ㅡ

 

그니까 뭐라고 해야 할까... 나름 가꿔보려고 하는데 충분히 세련되지 못한 급하다 급해 자본주의 문화.... 근데 이게 우리한테 완전 낯설고 새로운게 아니라는 점이 재밌는 거지. 조금 앞서거니 하면서 우리가 그랬으니까...

 

 

0. 거대한 불평등... ㅜ.ㅜ

 

사실 불평등 하면 또 라틴 아메리카의 명성이 자자하니....

국민 1인당 GDP (PPP)와 불평등 지표인 지니계수를 살펴보면,  

브라질 $  8400 (80위)  60.7 (3위)

멕시코 $ 10100 (75위)  53.1 (13위)

남한    $ 20400 (43위)  31.6 (80위)

 

멕시코에서 경험한 빈부 격차에 대해서는 앞서의 포스팅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브라질 또 장난 아니다. 워낙 상파울루 시는 전세계에서 헬기 교통량이 두 번째로 많은 도시... 도심의 교통체증이 심한데다, 워낙 빈부격차가 엄청나다 보니 초부유층들이 안전한 출퇴근 수단으로 헬기를 선호하기 때문....  가장 빠르게 성장한 산업은 사설 경호업이라고.... ㅡ.ㅡ

아니나 다를까... 아침 나절이면 따다다다.. 하면서 헬기 소리가 요란한데, 평생 살면서 헬기가 동시에 두 대 이상 하늘에 떠 있는 거는 처음 본 지라 정말 신기했다...  차타고 시내 구경시켜주던 날, 아주 훌륭해 보이는 저택이 있길래 Heleno 에게 이게 바로 말로만 듣던 헬기타고 출퇴근하는 부자들 집이냐 했더니 말도 안 된다고 손사래를 치면서... 그런 사람들 집은 아예 우리가 접근할 수 없는 곳에 있다고.. 이 양반들도 그런 집은 어찌 생겼는지 본 적 없단다. ㅡ.ㅡ

극단의 경제적 어려움과 극단적인 불평등....  사회적 수단으로서의 "혁명" 혹은 사적인 수단으로서의 "폭력"이 횡행하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M은 멕시코의 빈부 격차에 대해서 내가 평소에 생각하지 못했던 다른 걱정거리를 늘어놓았는데, 뭐냐하면... 미국의 경우 워낙 분리가 심해서 부자와 가난한 사람이 마주칠 일이 아예 없고 (사는 동네가 완전 다르니까) 가난한 사람이 존재하는지조차 모르면서 굳이 나쁜 인상이고 뭐고를 가질 여지가 별로 없는 반면, 멕시코 사회는 아직도 빠르게 변화를 거듭하는 중이라 상대적으로 부유층과 빈곤층이 생활에서 마주칠 기회가 많고 (이를테면 차도에 뛰어들어 공연하고 팁을 챙기거나 골목에서 죽치고 있으면서 주차를 봐주는) 그러다보니 빈곤층에 대한 부유층이나 중산층의 반감과 편견이 아주아주 엄청나다는 것이다. 마치 인간 말종이나 짐승 취급하면서 노골적인 반감을 표시한다는 거지....

미국처럼 아예 서로 다른 세계에서 살아간다면 편견조차 존재하지 않을텐데, 그렇다고 그것도 말도 안 되고, 여기 사회처럼 빈곤이 마치 사회적 죄악인 양 경멸하는 태도도 황당하고.....

그들의 속물적 태도가 비난받아야 함은 물론이지만, 불평등이 사회적 연대의 정신을 헤친다는 것은 이들 개개인의 인간성을 넘어선 엄연한 사회적 실재.... ㅡ.ㅡ

 

한국 사회는 미국과 멕시코, 브라질.... 그 사이 과연 어디쯤 있을까....

 

 

0. 역동 - 문화적 정치적 자산...

 

두 사회 모두 다인종 사회, 풍부한 문화적 자산, 정치적으로 혁명과 반 혁명의 역사를 거쳐왔다. 

멕시코만 해도 독립전쟁부터 시작해서 어찌나 혁명도 많고 정치세력들도 복잡한지... 정신이 하나도 없더라...  시티에는 쿠바의 독립 영웅인 Jose Marti 석상을 비롯하여 멕시코 영웅 Juarez 관련 조형물이 여기저기 널려 있고 한창 혁명 운동이 들끓어올랐던 20세기 초반의 벽화 운동은 도시의 웬만한 대형 건축물들을 하나씩 장식하고 있다. 마침 벌어졌던 부정선거 논란에 사람들이 보여준 직접 행동도 놀랍고, Oaxaca 에서 벌어진 교사들의 파업 투쟁을 비롯하여 10년을 이어오고 있는 치아파스의 Zapatista 투쟁도 경이롭고....  사람들이 정말 화끈해... ㅡ.ㅡ

 

브라질에 가기 전에 나름 치안 문제 때문에 걱정을 하니까 Eduardo 가 "너가 상파울루에서 돌아다녀도 아무도 너를 외국인으로 안 보니까 걱정 마" 해서 도대체 그게 뭔 소린가 했는데... 정말 가보니까 인종이 총천연색이더라. 일본인을 비롯하여 아시안 커뮤니티도 엄청 크고... Heleno나 Thais 도 나보구 "너가 입 벌리고 말만 안 하면 아무도 너가 외국인이라 생각도 안 할 뿐더러, 일단 여기 온 이상 너는 브라질인이야" 하면서 똑같이 말하는게 아주 인상적 ㅎㅎㅎ 

물론, 여기도 흑인 혈통에 대한 차별과 북동부 (주로 인디오들이 살았던 빈곤한 지역. 룰라도 그 지방 출신) 출신에 대한 차별이 사회적 문제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단일"(인지는 알 수 없으나)민족 한국 사회에서 이주 노동자들이 겪는 설움만 하랴....

 

그리고 PT에 대한 지지나 일상에서의 정치 활동은 매우 인상적!

그래도 그 양반들은 "우리는 주류 의사 사회에서 볼 때 아주 이상한 사람들이니까... 우리를 보구 일반화시키면 안 돼... " 하면서 낄낄 웃었지만 말야....

50대 아저씨들이 커뮤니티 센터에서 전시중인 쿠바 혁명 사진전에 나를 데려가서 자기네들끼리 숙연해하는 모습 보니... 마음이 짠 하기도 하고.....

 

0. 타인의 경험으로부터 배우고, 연대를.... 

 

지구촌에는 "서구 선진국" 만 존재하는 건 아닌데, 

세상을 너무 모르고 살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음.

물론 내가 이들을 몰랐던 만큼, 이들도 한국 사회의 역동성에 대해 잘 모르긴 했지만..

지구 반대편에서 그토록 닮고 또 그토록 독특한 사회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아무리 봐도 신기하잖아...

거대한 규모로 관철되는, 개인을 넘어선 사회적 힘(social force)의 실체를 보여준다고나 할까.... 

 

서로가, 서로의 경험으로부터 배우고,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인간해방을 위한 "연대"에 함께.....

 

Vam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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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이야기 5

이제 드디어 멕시코 정리 마지막편....

쓰는 나도 지겨운데 보는 사람들도 좀 지겹겠군... 사실 여행기야 다녀온 사람이나 신나지 뭐 보는 사람들이야 시큰둥한게 인지상정이라......  나름 정리한다고 남겨두는 것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시각 공해가 될 것도 같아 좀 민망하네... 한량 생활 자랑하는 것도 아니구....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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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6

 


오후에 비행기를 타니까 오전에 현대미술관을 가기로 했었는데, M이 Palacio de Bellas Artes를 더 보여주고 싶단다.

여기에는 멕시코 현대 벽화운동의 거장들의 작품들이 모여 있다고...

물론 디에고 리베라의 작품은 별도의 전시관이 마련되어 있고 프리다 칼로도 생가를 이용해 따로 박물관을 꾸려놓기는 했지만 3대 화가라는 Rivera, Orozco, Siqueiros 들의 대표작들과 그 후대 작가인 Tamayo, Camarena 등의 작품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니 ...

 

와... 정말 대단하더라....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벽화로 승부하는 미술관이 어째 중간중간 그리도 큰 기둥을 박아놓았는지 가까이서 보자면 대체 그림 전체가 파악이 안 되고 회랑 건너편에서 멀찌감치 보려면 기둥 때문에 가려서 안 보이고... 황당.....

꼭 이렇게 하나씩 어설픈... ㅜ.ㅜ

어쨌든 나는 내러티브가 분명한 1세대 작가들보다는 해석의 여지가 풍부한 따마요 것이 좋더라. 오로스코 같은 경우 굉장히 격정적인 (어쩌면 폭력적인) 작품들을 많이 남겼는데, 후세 어중이 떠중이 작가들이 그 정신은 살리지 못한채 잔인무도한 폭력만 부각시킨 유사작품을 많이 만들어서 아주 공해가 대단하다고 M이 투덜투덜.... 

여기 멕시코에서는 자신의 전문 장르와는 별도로 벽화 하나쯤은 기본으로 그릴 줄 아는게 전통이라고 하더만... 그러다보니 수준 미달의 작품들도 부지기수라는 ㅎㅎㅎ


 



Siqueiros의 그 유명한 La Nueva Democracia

 

Rivera의 3부작... 그리고 El hombre contralor del Universo (원래 록펠러 센터에 그러졌다가 정치적 이유로 철거되고 나중에 여기서 다시 그렸다고 함). 트로츠키, 레닌, 마르크스 다 등장 ... 그림의 왼쪽에는 손이 없고 머리만 있는 석상, 오른쪽에는 머리가 없고 손만 있되 나치 문장을 들고 있는 석상이 등장하는데...  전자가 노동하지 않는 자본가, 지식인 계층을 상징한다면 후자는 맹목으로 질주하던 극우파시스트를 상징하는 것이 아닐까 나름 추측....

 

Tamayo의 작품 (저 망할 놈의 기둥!!!)과 Camarena의 Humanidado librandose....

 

이들 작품을 보면서 당연히 떠오른 거라면...

남한의 민중미술 운동과 그 당시 많이 제작된 걸개그림, 벽화 등도 이런 식으로 보존되고 예술적 평가를 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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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이야기 4

여행 다니는 거보다 정리하는게 더 힘들다.... (세상에 불만 투성이로구나. 떠나기 전에는 준비하기 귀찮다고 투덜투덜, 다녀와서는 정리하기 귀찮다고 투덜투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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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5


아침에 또 시외버스 타고 Teotihuacan pyramides 방문.

가장 많이 연구되고 가장 많이 훼손되었다는 그 피라미드.... ㅡ.ㅡ

훼손의 정도가 얼마나 심각하냐 하면, 바로 근처에 대형 월마트가 세워질 정도라고 ㅜ.ㅜ

 

입구에서 La ciudadela를 지나 망자의 길 (calsada de los muertos)을 따라 들어가면 태양의 피라미드 (pyramide del sol)와 달의 피라미드 (pyramide de la luna)를 만나게 된다. 기원전후에 마야 문명의 영향을 받아 설립된 teotihuacan 문명의 흔적인데, 화려한 문명을 남기고 의문 속에 사라졌다가 이후 15세기 무렵 다시 아즈텍인들에 의해 발굴되어 성소로 여겨졌다는.....


 



엄청 가파른데다... 이집트 피라미드 (물론 직접 본 건 아니지만)나 앙코르와트 사원들과 달리 벽돌 혹은 다듬어진 석재를 이용한 게 아니라 그냥 작은 돌덩어리들을 쌓아서 지은 특이한 구조... 도대체 저걸 어찌 했다냐... ㅡ.ㅡ

 

높기는 젠장할 어찌나 높고 가파른지.. 저런 아무렇게나 생긴 돌들을 그 높이까지 쌓아올렸다는게 도대체 믿기지 않을 지경....

아침마다 조회나 제사 지내러 올라가려면 왕이나 제사장들도 죽어났겠구나..

저 가파른 곳을 설마 가마에 실어나르지는 않았을테고....

(이 머슴 기질은 정말.... 예전에 담양 소쇄원에 놀러가서 정자에 앉아 친구들이랑 나눈 대화는... 아이고 부엌에서 여기까지 밥상 나르려면 얼마나 힘들었을까... ㅡ.ㅡ)

어쨌든 정상에 올라 숨넘어가는 줄 알았다.

 

달의 피라미드... 아래에서 그리고 정상에서...

 

피라미드 정상에 앉아 있노라니 문득 Hitchhiker's guide to the galaxy 의 한 구절이 떠오르더군...

”Rome was not burnt in a day"


어쨌든 한참동안 (사실은 내려갈 엄두가 안 나서 ㅡ.ㅡ) 이 생각 저생각을 했는데...

한편으로는 이 찬란했던 과거와 그 영화를 회고하며 (혹은 파먹으며) 살아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 이건 유구한 문화유산을 가진 다른 개발도상 혹은 저개발국가들을 볼 때마다 들었던 생각.... 이를테면 캄보디아, 혹은 가보진 못했지만 인도네시아나 페루 같은 나라들... 더구나 서구 제국주의에 의해 파괴된 문명들에 보노라면 더욱 안타까움이 큰데...

 

또다른 한편으로는, 항상 제국은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법...

지금 사라진 이 제국들도 아름답지만은 않았을 것....

추억, 과거로 사라진 것들에 대해 가지고 있는 막연한 판타지에서 벗어나

오늘날의 제국도 이와 같이 어느 날 과거의 영화로 남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음.

천년 뒤,

시카고의 Sears tower 나 여기 멕시코 시티의 Torre Latinoamericana 유적들을 바라보며 그 후손들이 “우리 조상들은 도대체 무슨 이유로 저렇게 거대한 구조물을 도시 한 가운데에 남겼을까" 궁금해하고, 또는 "아 우리의 과거는 얼마나 찬란하고 위대했더란 말인가"하며 한탄하지 말란 법 있나...

그래도 과거에 벌어졌던 제국의 쇠락과 다른 점은,

과거와는 비교도 안 될만큼 오늘날 제국의 영향이 강력한지라, 그 흥망의 파장이 과연 전과 같지 않으리라는....

 

달의 피라미드보다 높은 태양의 피라미드 올라가는 사람들 모습...

다리 후들거려 죽는 줄 알았네.. (무서워서가 아니라 달의 피라미드 내려올 때 가파른 경사 때문에 어찌나 다리에 힘을 주고 걸었는지... ㅡ.ㅡ)

 

거기서 내려다 본 모습.... 그리고 엄마한테 보내줄 사진이라고 완전 오바하고 있는 M의 모습... 100% 연출 사진 ㅎㅎㅎ

 

박물관도 상당히 훌륭했음. 실내의 피라미드 축소 모형과 바깥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태양의 피라미드 모습...

 

 

오후에 돌아와서 쉬다가 나가서 저녁 먹구 (또 맛난 꿰사디야)

Ignacio 집에 가서 문제의 영화 “링” 감상...

웃긴게 영어에는 딱히 어울리는 “귀찮다”는 표현이 없는데 에스빠뇰에는 거기에 상응하는 개념이 있단다. 내가 귀차니스트의 뜻을 갈쳐줬더니 M이 깊은 공감을 표시하면서 이그나시오가 딱 귀차니스트라고.... 얼마나 귀차니즘이 심한지 점심을 정말 믿을 수없을 만큼 많이 먹구 저녁은 그냥 대충 굶어버리는 스타일이란다ㅎㅎㅎ

근데 영화를 보러가서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는데...

이런 저런 영화 이야기를 하다가, 내가 링 소설도 읽고 영화도 123편을 다 봤다고 했더니 이 양반들이 완전 놀란다. 거의 집착 수준이라며....그러고보니 좀..... 왜 그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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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이야기 3

Day3/4


시외버스 타고 멕시코 시티 부자들의 주말 휴양지 중 하나라는 바예 데 브라보(Valle de Bravo)에 갔음. 버스 터미널 또 엄청 크대... 

가는 길에 지하철 환승 거리가 또 엄청났는데, M은 이게 혹시 라틴 아메리카 최장거리 환승역이 아닐까 의심 ㅎㅎㅎ 하지만 내 확신컨데, 종로 3가의 5호선 환승거리보다는 분명히 짧은 듯...

이 곳은 호수를 끼고 있는 계곡으로, 무진장 아름다움....

마을 언덕에 위치한 수도원에 찾아갔었는데, 정말 조용하고 좋더라.....




우리가 묵었던 Myriam 집의 사랑채.... 

이 집 주인 아줌마의 남편 (돌아가심)이 생전에 바이얼린 연주자이자 지휘자였단다. 보니까 엄청 부잣집이야.. M도 이 정도로 부자인 줄은 몰랐다고 하더군.

근데 분위기가... “나는 일반 멕시코 사람과는 달라” 이런 묘한.... 

멕시코 속담 중에 태초에 창조주가 이토록 아름다운 자연을 만들고 나니 주변에서 너무 과한거 아니냐고 했는데, 하느님 왈,

여기에 멕시코인들도 만들었으니 괜찮다는 ㅜ.ㅜ

한국을 풍미하던 엽전론과  아주 유사하지 않은가....

 

 

저녁 나절에 이집 꼬마들하고 노는데 조카들 생각이 나더라.

열 살짜리 꼬마가 서양 오목을 두자고 해서 시작했는데 규칙이 좀 달라서 첫 판은 패배. 하지만 페이스 회복하고 나서 연전연승...ㅎㅎㅎ (한 번 시작하면 호승심에 불타올라 완전 집중하는 성격 그대로 나타남...)

한참 하다보니 꼬마가 너무 실망하는 눈치가 역력하길래 좀 져주려고 했는데...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니더라구... ㅜ.ㅜ

저녁 식사 때에는 그 지방 특산이라는 각종 채소와 일곱 살짜리 막내가 마당에서 따온 (ㅡ.ㅡ) 자몽으로 만든 쥬스도 먹고...엄청 좋은 데킬라에 멕시코산 와인에...

밥 먹구 나서는 술기운에 jenga 라는 놀이 (블럭으로 탑  쌓고 한 사람씩 돌아가며 이 탑이 쓰러지지 않게 블럭을 하나씩 제거하는 놀이- 완전 집중과 미세한 손놀림 필요!! )와  또 오목을 두었는데 (온 식구들이 겨루자고 하는 바람에 아주 괴로왔음),

M이 신나서 막내랑 피아노 치고 노래부르고 그러지 않아도 술기운에 정신 없어 죽겠는데 아주 그 인간 때문에.... ㅡ.ㅡ 

 

이날 초저녁에는 천둥번개치고 꽤 많은 비가 왔었다.

그 와중에 마당 반딧불은 반짝이고, 한참동안 처마 밑에 앉아 비내리는 숲을 바라보며 이런 저런 생각도 많이 하고 M과 인생의 심오한(?) 대화도 많이 나누었음.

 

미국에 있는 동안 세 명의 영어 선생을 만났는데 (마치 영어공부를 엄청나게 열심히 한 것 같은 착각이 ㅎㅎㅎ) 그 중 두 명이 퀘이커라니 참 나 원.... 

어쨌든 M은 내가 여태껏 만나본 (한국인이고 미국인이고) 가장 성찰적인 사람들 중 하나...국가와 계급의 철폐, 물질적 욕망의 덧없음, 고독과 사색 즐기기...

혹시 본인을 아나키스트라고 생각하냐니까, 무슨 "~주의자" 이라고 이름을 붙일 수나 있는지 모르겠단다.... 음....

주유하는 삶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데.. 우리말로는 "역마살"에 다소 부정적인 뉘앙스가 있지만, 서양에서는 그걸 "wandering spirit"이라고 표현하더군. 서로 wandering spirit 의 소유자임을 확인 ㅡ.ㅡ 뭐 하여간, 둘 다 (돈도 별루 없으면서) 돈 문제에 초월해서, 여행 내내 진짜 허술한 분위기 연출됨. 아무나 지갑 먼저 꺼내는 사람이 숙박비, 밥 값, 차비, 입장료 같은 거 그냥 알아서 내버리고, 심지어 기념품 사는데 현찰 없다고 나 얼마만 줘 하면서 서로 돈 뺏어가기도 하고 ㅎㅎㅎ 미국인답지 않게 내가 남긴 밥도 엄청 잘 먹더라...  여행 하면서 맘에 맞는 동반자를 만나기가 쉽지 않은데 멕시코 여행은 이렇게 잘 맞는 친구랑 같이 보낼 수 있었던게 정말 다행이야....

 

다음 날 아침도 맛나게 먹고 읍내 장터 구경하고, 한국에서 구경하기도 힘든 망고스틴 (여기서는 람푸차 라고 부르더군) 사먹고.... 시티로 귀환.

돌아오는 버스에서 비디오 틀어주는데 스티븐 시걸 출연작...

내가 “저 사람 봐라. 아무리 힘들게 싸워도 절대 안 다치는 건 물론 얼굴 표정 하나도 안 바뀐다” 했더니만, M도 그에 대해 잘 알고 있더군. “그 뿐인 줄 알아? 꼭 넓은 장소 놔두고 부엌이나 식당 같은 장소에서만 싸워”- ㅎㅎㅎ 글로벌라이제이션은 위대하다....

시티에 돌아와서는 새로운 호스텔 구함. 사실 이전에 묵던 곳도 그냥저냥 지낼만 했는데 (1인실 하룻밤 7불) 구도심 중심가에 있다보니 주변이 어찌나 지저분한지 그냥 새로 구하게 된 것.

우리는 인터넷을 보고 그냥 찾아간 건데, 막상 도착하니까 주인장이 우리를 보고 어찌나 깜짝 놀라는지 우리도 덩달아 당황했음. 

나도 긴가민가 하고 있었는데, 저녁 먹으러 나오면서 M이 조심스럽게 묻는다.

“너 좀 이상한 분위기 못 느꼈냐? 아무래도 저기 게이 전용 호스텔 같애” 

“어... 너도 그렇게 생각했구나...아저씨 넘 재밌더라ㅎㅎㅎ”

“우리가 못 갈 데 간 것도 아닌데 저 아저씨 너무 심하게 놀라는 거 아냐?”

“맞어 맞어....” ㅎㅎㅎ


저녁 먹구 나서, 역시 또 라틴 아메리카 몇 번째라는 전망대에 올라 시내 구경하고 Orozco의 벽화가 있는 까페테리아에서 저녁 먹고 맥주 마시고.... 어쨌든 주말 아주 푹 쉬고, 모처럼 에너지 충전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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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이야기 2

Day 2


역시... 라틴 아메리카에서 가장 큰(!) 도심 "녹지대"라는 Bosque de Chapultepec 방문 (근데 나중에 상 파울루 가니까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큰 도심 "공원" 어쩌구.. 이 인간들이....).

 

스페인 군에 투항하느니 죽음을 택하겠다던 소년 여섯 명을 기리는 동상 (Heros Ninos) 이 입구에 떡 하니....

공원으로 진입하는 길에서 내려다본 도심.. 광고판 정신 없음.

저 멀리 노란 간판은 역시 오브라도르의 캠페인 광고... 공원 근처에서 아침을 먹으려고 했는데... 식당이 걸어서 10분거리이지만 고가도로 및 교차로를 몇 개 지나야 하는 엄청(!) 위험한 길이라고 해서 그냥 버스 타고 이동... 과연 굉장하더군... 도대체 사람을 위한 길인지 차를 위한 길인지...... 심란하기가 그지 없더라....

 




공원에서 펼쳐지던 인디오 부족의 공연..... 아무 안전 장치도 없더라.. ㅜ.ㅜ.

진짜 황당하게... 저 높은 곳에서 거꾸로 매달려 빙빙 돌면서 악기 연주를 하더라는...


 

공원 안에 자리한 바로 그 유명한 국립 인류학 박물관 (Museo Nacional de Antropologia)... 와 정말 굉장하더라.............

제국주의 수탈 대표 박물관 (런던의 대영박물관,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베를린의 페라가몬 - 전시가 훌륭하긴 하지만 다 보고 나면 완전 불쾌하고 어이없는...) 들이 감히 흉내낼 수 없는 그 뭐랄까... 푸근함과 생동감이라고나 할까? 

규모 자체도 굉장했고 (안내 책자에 보면 전시물을 다 보겠다는 생각일랑은 하지도 말라고 아주 친절한 설명이 있다 ㅎㅎ ) 전시 방식도 정말 맘에 들었다.


 

그리고 멕시코 사회 고유의 문화에 대한 전시도 좋았는데 너무 고답적인 게 아니라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이를테면 인디오 부족의 결혼식에 걸려 있는 코카콜라병 같은 거 말이지... 거기다 서구의 카톨릭이 어떻게 멕시코 식으로 변화되었는지 보여주는 것도 재미나고... 그리고 오늘날의 모습과 문화예술을 함께 전시하여 이해를 돕도록 한 것도 좋았음. 옛날 그 한 시절에 우리 문화 잘 났었다 가 아니라 지금은 어찌 되고 있는지 보여주니까....

 

 

무엇보다 맘에 들었던 것은.... 인류 문화의 다양성과 보편성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돕고 있다는 점... 인류학적 계보를 살펴보면, 한민족은 서남 아시아인들보다 오히려 여기 인디오들과 더욱 가깝게 나오더라. 

그래서 대형 목판으로 걸린 농민의 모습이 전혀 낯설지 않더라는...


 

사실, 멕시코를 비롯하여 특히 브라질, 캐나다에서 가장 부러웠던 것 중 하나가 그 사회의 인종적 다양성이었더랬다.

어렸을 때, 우리는 단일민족 어쩌구 하면서 마치 그것이 큰 자랑이라도 되는 양 배웠는데... 여러 인종이 다양하게 모여 서로의 문화를 배우면서 "함께" 살아간다는 게 얼마나 장점인지....  브라질 친구의 설명으로는... 그러한 다양성이 브라질에서 근본주의(fundamentalism) 이 자리잡을 수 없는 좋은 토대가 되었다고....  맞는 이야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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