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무래도 2MB이 대통령을 하고 있는 동안엔 심심치만은 않겠습니다. 만날 짜증나는 얘기만 들리다가도 ‘피식’ 헛웃음만 나오게 하는. 어이없는 짓거리들을 가끔 터뜨리니 말입니다. 최근엔 난데없는 ‘강도론’으로 집안싸움도 하고. 또 며칠 전에는 잠깐 9시 뉴스에도 나왔는데. 글쎄. ‘어감이 좋지 않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노동관련 용어’이기 때문에 ‘비정규직’이란 용어를 퇴출시키겠다고 나선 적이 있었는데. 나, 참. 어찌나 어이가 없던지. 아마 여기저기서 ‘비정규직 문제’를 떠들어대는데. 막상 어찌 해야 하는지 답은 나오지 않고. 골머리는 썩는 마당에. 여기저기 언론사에 보도 자료까지 배포한 걸 보니. 참말로 기가 막힌 해결책을 만들 어 냈다고 자평하는 것 같던데. ‘비정규직’이란 말이 없어지면 ‘비정규직 문제’라는 것도 한 순간에 ‘펑’하고 함께 사라지리라 믿나 봅니다. 
 
2. 
혹 ‘아리울’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는지요. 물을 의미하는 ‘아리(ari)’와 터전을 뜻하는 ‘울(ul)’을 결합한 순 우리말로 물의 도시를 상징한다고 하는데요. 생명의 근원인 물과 인간 문명의 상징인 도시의 만남이라. 어떤가요. 그래요. 정부가 2011년부터 2030년까지 20년간 21조원을 투입, 첨단 산업․관광레저․농업 등이 어우러진 세계적인 명품(名品) 복합도시를 만든다고 하는데. 이 도시가 들어서는 곳이 바로 ‘아리울(Ariul)’이랍니다. 꽤나 근사해 보이지요. 하지만요.  
 
‘전북 군산과 부안을 연결하는 방조제 33.6km를 축조해  4만 100ha의 해수면을 2만 8,300ha의 토지와 1만 1,300ha의 담수호로 만들려는 국책사업(<새만금, 네가 아프니 나도 아프다>, 풀꽃평화연구소 엮음, p16)'으로 더 잘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죄 없는 광주의 시민들을 무차별 학살하고 권력을 장악한 살인마들이 ‘국토확장’과 ‘농지확보’라는 헛구호를 앞세워 민심을 되돌리고자 시작된 일이 끝내 ‘민주화’된 정권들마저 이를 넘지 못하고(‘정치야합과 탐욕이 빚은 새만금 비가(悲歌)’, 박병상) 갯벌과 그 갯벌과 하나로 이어져 있던 공동체를 무너뜨리고 만(‘새만금 갯벌이 살아야 우리가 산다’, 윤박경) 것에 다름 아닌 ‘새만금 간척사업’이 ‘아리울’이란 이름으로 변신을 꾀한 것이라면. 어떤가요. 아직도 근사해 보이는지요. 
 
3. 
‘아리울’은 외국인에게 '새만금'이란 발음이 어렵다는 불편이 나와 새로 만든 이름이라고 하는데요. 뭐, ‘새만금’이 얼마나 발음하기 어려운지는 알고 싶지도 않지만. 갯벌과 그 갯벌 속에 살아 숨 쉬던 생명들을 싹 죽여 가며 만든 다는 것이 고작 ‘물의 도시’라니. 참 우습지도 않네요. 그래서일까요. 단순한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세상에 나온 지 6년도 더 지난 책을 이제와 다 읽고서도 한참이나 내려놓지 못하고 있는 까닭이요. 그리구요. 아무래도 ‘비정규직’ 퇴출이란 발상이 그냥 나온 게 아니라는 생각이 자꾸만 드는 것이. 설마, 그렇게 하면 뭐가 뭔지 모를 거야, 뭐 그런 건 아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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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17 16:29 2010/02/17 16:29

1.

어찌된 일인지 올 겨울엔 참 눈이 자주, 많이 내립니다. 여기가 강원도, 춘천이라 그런가 싶지만. 전부터 살았던 이들도 꽤나 오랜만에 눈 구경 한다고 하는 걸 보니. 좀 오긴 오는 가 봅니다.

 

옛날이야 눈이 많으면 그해 풍년이라며 눈 오는 걸 반겨했지만. 언제부터인지 어쩌다 한 번, 것도 함박눈은 통 구경하기 힘들만큼 눈 보기가 쉽지 않아졌을 뿐만 아니라. 길을 가득 메운 차들이 오도 가도 못하고 서 있는 게 싫어서인지. 요즘은 눈 내리는 걸 그닥 좋아하진 않는 것 같구요.

 

강남 길과 강북 길에 차별이 생기고. 달동네 고갯길은 차 다니는 길이 치워지고 나서야 손이 가고. 먹고 살기 바빠 아빠, 엄마 모두 일 나가야 하는데 눈 안 치운다고 100만원씩 벌금까지 내라고 하니. 며칠 전부터 풀리기 시작한 날씨에 아직까지도 녹지 않았던 뒷산 눈도 조금씩 지워지는 눈이 지저분하게 보이는 만큼 썩 좋지는 않네요. 그리고.

 

어떤 스키장은 오지 않는 눈을 일부러 만들어내다 지역주민들로부터 항의를 받기도 하고. 거의 모든 스키장엔 인공제설기가 갖춰져 있다는 데. 지금이야 눈이 꽤 오긴 하지만. 올 겨울 초만 하더라도 따뜻한 날씨 탓에 인공눈조차 만들기가 쉽지 않다는 소식도 있었고.

 

2.

막강한 재력과 인맥을 활용하면 삼수 도전에 큰 힘이 될 것이라며 도지사에서부터 유치위원회까지 앞장서며 ‘사면’ 운운하더니만. 결국엔 천문학적인 규모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경영권 편법 승계과정에서 각종 불법행위를 자행한 자가 ‘사면’ 받은 게 엊그제였지요. 변호권도 없이 재판을 받다 지 애비를 죽였다는 억지 선고 받고, 차디찬 감방에 내던져진 이도 있는데 말이죠.

 

하여튼 이 ‘사면’ 받은 사람.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에 복귀했다고 여기저기서 난리도 아닙니다. ‘견인차’니 ‘청신호’니 ‘천군만마’니 ‘올인’이니 하며 마치 삼수에 성공한 것처럼 말이죠. 그리고는 이 범법자, 참 잘 풀어줬다, 경영에도 복귀해라, 아우성입니다. 게다가 이 작자, 기고만장했는지. 집안 행사에서 “모든 국민이 정직했으면 좋겠다. 거짓말 없는 세상이 돼야한다.”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이거야 원. 기가 찰 노릇입니다요. 

 

하지만요. 대통령으로부터 ‘단독특별사면’까지 받은 이 범법자가 말이죠. 그 IOC 위원으로 복귀하건 맞긴 한데요. IOC윤리위원회가 지난달에 이미 IOC집행위원회에 ‘견책’과 ‘IOC 산하위원회에 참가할 권리를 5년간 중지할 것’을 권고했다고 하지요 아마. 그리고 IOC집행위원회는 이 권고를 따랐구요. 이유는 모라 더라. 별 관심도 없는 헌장과 강령이긴 하지만. 올림픽 헌장과 IOC 윤리강령에서 정한 윤리 원칙을 저버렸다나 어쨌다나요.

 

3.

몇 년 만인지 모르겠습니다. 밤새 내린 함박눈에 발목까지 빠지고. 사람도 차도 엉금엉금. 서울 가는 기차는 세 시간을 연착하고. 아이들은 연신 눈싸움에, 비닐포대로 썰매를 타고. 사방을 둘러봐도 온통 하얗습니다. 

 

하지만 이런 풍경이 좋게만 보이지는 않는 이유가. 마음 한켠 눈도 오지 않는 나라에서 뭔 동계올림픽이더냐, 기계로 눈 만들어 스키타는 나라에서 뭔 국제행사더냐, 하는 생각 때문이었을까요. 억지말로 온 강을 헤쳐 놓고 있는 2MB이 말로 안 되는 이유를 들어가며 범죄자를 또 풀어주는 데 화가 나서 일까요. 아님 스포츠로 국민을 현혹하고 되도 않는 ‘통합’ 운운하는 게 영 마땅찮아서일까요.

 

가만 보니 돌아가는 꼴이 이래저래 또 이OO만 좋은 일 된 것 같습니다. 앞으로 두 번이나 더 올림픽을 하고서야 열리게 되는 올림픽이 대체 뭔지 말이죠. 그나저나 올 겨울만치나 눈이 내리기나 하면 좋긴 하겠지만. 정부가 내놓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안도 그렇고. 도대체 경각심이라고는 찾아볼래야 볼 수 없는 에너지 과소비의 향연을 보고 있자면. 괜한 걱정일까요. 벤쿠버도 눈이 안 와 전전긍긍한다는 뉴스가 있던데. 18년 후, 강원도라고 뭐 뾰족한 수가 있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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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12 16:40 2010/02/12 16:40
셋째 날, 눈이 부시게 푸른 동강, 그 안에서 길을 잃다(2006년11월 7일)
 
일기예보를 통해 추워질 거란 이야기를 들었어도, 또 어제 내린 비로 추워질 거라 예상했어도, 갑자기 마주친 추위엔 어찌할 도리가 없다. 나름대로 옷을 준비해오기는 했지만 어째 걱정이 앞선다. 해서 나름 햇살이 퍼진 이후에 출발하기로 하고 오랜만에 늦잠에 읍내 구경까지 해본다.
 
읍내를 가로지르는 강변길을 따라 10여분 만에 고갯길과 마주한다. 하지만 조금만 가면 동강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숨이 차지는 않는다. 또 여기저기 동강이 지척임을 알려주는 표지판들이 서 있고 동강의 물줄기임을 보여주는 강이 어제, 그제 우리와 함께 하고 있으니 콧노래까지는 아니어도 발걸음은 가볍기만 하다.
 
   <거운리 입구에서 본 동강, 하늘 빛을 띠고 있다>
한적하기만 한 시골길을 세 시간 가량 걸으니 어라연으로 이어지는, 동강의 끝 지점이라고들 이야기하는 거운리다. 하지만 널리 알려진 이름과는 달리 마을이 참 썰렁하다. 아마도 철지난 탓이리라. 아무튼 여기서부터 강을 따라 걷기로 했으니 어라연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겠는데, 강을 건네줄 분의 바뀐 전화번호를 알 수 없어 시작부터 난관이다. 간단히 요기라도 해야 할 시간이고, 혹 어라연을 건널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볼 수 있을까 해서 슈퍼에 들어서는데, 다들 절운재를 넘어 문산으로 가야한다고 한다. 
 
"거그는 강 건널 수 없는디. 전화번호라꼬? 읎어. 저그 절운재 넘어 문산으로 가소"





 
 
 
 
 
 
 
절운재에 올라와서 보니 높이가 겨우 457m이라는데, 어째 지리산을 넘어온 것 마냥 무척 힘이 부친다. 점심을 건너 뛴 것도 한 몫 했으리라. 그래도 처음 보는 머루나무 구경에, 또 한없이 펼쳐진 배추밭 구경에 지루하지만은 않다.
 
절운재를 넘어 문산나루터에 당도하니 나루터라는 옛 정취를 느낄 수는 없으나 그래도 강 이쪽저쪽에 자리 잡은 자그만 마을이며, 강줄기를 따라 이어지는 하얀 자갈들과 울긋불긋한 산줄기들이 있어 예쁘기만 하다.
 
동강에 와서 어라연을 구경하지는 못했지만 여서부턴 강을 따라 걸을 수 있기에 아쉽지는 않다. 다만 제대로 된 동강 걷기 정보를 찾을 수가 없었기에 부실하기만 한 지도와 먼저 걸었던 이들이 남긴 기록들에 의지해야 한다는 것이 걱정이다.

 
                                                                                 <저 오르막을 오를 때까진 콧노래가 나왔지만 ....
                                                                                                              결국 깜깜해지고 나서야 겨우 내려올 수 있었다>
강 건너 문산마을을 이어주는 문산교 아래서부터는 지번도 표시되어 있지 않은 길을 따라 가야 한다. 벌써 세시가 훌쩍 넘은 시간이기에 서둘러, 차 한 대 지나기 채 어려운, 흙 길과 아스팔트길이 번갈아 이어지는 옛길에 접어든다. 고갯길을 넘어 두 번째 인가와 만날 때까지는 오랜만에 걷는 흙 길에, 하루 종일 있어도 사람 하나 만날 수 있을까, 할 만한 길을 걷는 맛에 별 걱정이 없다. 그리고 길이 끊긴 걸 모르고 무심코 접어든 강변 자갈밭을 한참을 걸을 때만 해도 강 구경에 아무생각이 없다. 그러다. 

 
멀리 절벽이 보이는 게 어째 심상치 않다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절벽 가까이에 다가가니, 길은 자갈밭에 들어설 때부터 없었으니 그렇다 쳐도, 절벽이야 멀리서부터 봐왔으니 그렇다 쳐도, 이런, 어제 내린 비 때문인지 물이 자갈밭을 끊어 놓은 게 아닌가. 이를 어째나. 물은 그리 깊어 보이지는 않지만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선뜻 신발을 벗어 들기는 어렵고, 그렇다고 길이 끊긴 데라고 생각되는 곳까지 되돌아가려니 꽤 많이 온 듯하고, 어찌해야 하나. 

결국 30분 넘게 다시 자갈밭을 되돌아 산 쪽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 가본다. 혹 절벽을 돌아가는 길이 아닐까 해서. 하지만 어째 길이 돌아가기는커녕 산으로만 이어진 것이 걱정스럽다. 해서 문산교부터 여기까지 오는 도중 유일하게 만나게 된, 이곳에서 오랜 옛날부터 살고 계셨던 것처럼 보이는 할아버지께 길을 여쭌다. 

“진탄나루로 간다꼬? 거는 여그 뒤 산을 넘어가야 헌데”
 
어허, 엎친 데 덮진 격이다. 혹 산을 타게 될지 몰라 등산화에 스틱까지 준비하기는 했어도 이렇게 늦은 시간에 산을 올라야 할 줄이야. 할아버지 말씀이라면 저 위 밭 너머로 산을 넘어야 하는데. 해는 벌써 지기 시작했고, 산을 넘는데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알 수가 없으니 섣불리 산에 들어갈 수 없다. 하지만 어쩌랴. 이미 발길은 밭 꼭대기에까지 이르고 있으니. 이젠 산길을 찾는 수밖에. 
 
할아버지의 말과는 달리 산 중턱에 자리 잡은 밭 여기저기를 아무리 찾아봐도 산을 돌아가는 길을 찾을 수가 없다. 게다가 밭에 접어들면서 지기 시작한 해는 이젠 햇살을 찾아볼 수 없고 이미 날은 완연히 어둑어둑하다. 아무래도 지금 길을 찾는다 해도 산을 넘기는 틀린 것 같다. 지금이라도 서둘러 문산나루로 가야 할 듯하다. 
 
멀리 문산교 가로등이 보이는 곳에 다다르니 길은 아직 멀기는 해도 그래도 조금은 안심이다. 하지만 문산마을에 하루 쉬어갈 수 있을 곳이 있을는지 걱정이다. 영월읍내에서부터 이곳까지 오는 동안 몇 곳 민박할 만한 동네를 지나오기는 했어도 다들 여름철 장사 이후로는 문을 걸어 잠그고 있었기 때문이다. 해서 문산교 넘어 마을 입구에 당도하자마자 보이는 민박집 전화번호를 확인하고는 전화를 돌려본다. 헌데 핸드폰 저쪽에서 이제 막 사람 목소리가 들리려 하는 순간, 우리 앞에 차 한 대가 미끄러지며 선다.

 
“타세요. 민박할 곳 찾으시죠? 저희 집도 민박하거든요”

어쩌지. 에라 모르겠다. 일단 차에 오르고 본다. 

차는 우리가 탔던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이내 멈춰 섰는데, 이런. ‘너무 좋은 데 아냐.’ 맨 눈으로만 언제 한 번 저런데서 자봐야지 했던 흰색으로 깔끔하게 마무리된 펜션 하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 아닌가. 은근 숙박비가 걱정이다. 하지만 차까지 얻어 타고 왔으니, 어쩔 수 없다. 될 대로 되라지. 
 
추운 몸을 녹이라며 약간의 알콜을 가미한 따뜻한 녹차에 이어, 배고플 땐 그저 이게 최고라며 커다란 냄비에 한가득 라면을 끓여오는 모습에서, 이 사람 범상치 않다 싶었는데. 웬걸, 아니나 다를까. 낮에 우리가 절운재를 걸어 넘는 걸 봤었고, 또 다리에서 우리를 다시 만난 건 거부할 수 없는 일이었다며. 또 언젠가는 걸어서 여행하는 사람들과 밤새 이야기 하고 싶었다며. 안방까지 내주며. 오늘 하루는 아무 걱정 없이 푹 쉬라 하는데. 어쩜.
 
덕분에 몸은 피곤했지만 꽤 오랜 시간 동안 여행이며, 동강에 대해 많은 얘기들을 나눌 수 있었다. 그리고 사람들에 대한 애정과 그 애정을 풀어 가는 자신만의 방법, 믿음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들을 동강의 별을 보며 함께 했으니. 어찌 편안히 쉬어가지 않았다 할 수 있을까. 창밖으로 동강을 밝게 비추는 별들을 다시 헤아리니 어느새 꿈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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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10 11:06 2010/02/10 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