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타이밍도 끝내주지요. 작년 이맘 때 추석 선물로 곽노현 교육감을 구속 하더니.  물론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기일을 잡았을 리 만무하겠지만 말입니다.
 
묻는 말마다 “역사의 평가에 맡기자”며 발뺌하다 결국은 문재인 약진에 안철수 등장으로 코너에 몰린 박근혜를 살리려는 건지. 
 
‘해고무효소송’은 8년씩이나 미루고 미뤘던 대법원이 느닷없이 곽 교육감에 대한 상고심 선고 공판을 오는 27일에 왜 연다고 했을까요.
 
그것도 ‘사후매수죄’라는, 전세계적으로도 전무후무한 법 조항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여부를 가리지도 않았는데 말입니다. 
 
이미 1심과 2심 재판부도 사전에, 공모도 없었다는 걸 밝혔음에도 벌금형에 이어 징역형까지 선고한 걸 보면. 또 정황재판, 여론재판 판박이가 되는 건 아닌지 걱정입니다. 
 
진보교육감들이 하는 일마다 트집 잡기도 모자라. 이젠 대놓고 털어 안 나오면 말고식 검찰수사에 못된 놈 손 봐준다식 교과부 감찰까지 나서는 걸 보면 말입니다.
 
아니 이번 기회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여론 조사란 게 당최 믿을 수 없기로 유명하니 얘기하긴 뭐하지만.
 
최근에 중도적 성향을 띠고 있던 이들이 대거 안철수 쪽으로 이동을 했다고 하고. 주구장창 묻지 마 한나라당 찍기로 유명한 곳들도 요동을 치고 있다고 하는데.
 
솔직히 이런 소리가 갑자기 들리는 것도 마냥 좋지만은 않습니다. 
 
안철수를 믿는 것도 아닌데다, 역시나 묻지 마 야권연대로 정권교체 운운하는 것도 같잖아서이기도 하지만.
 
추풍낙엽처럼 떨어지는 중도층을 잡아두고, 여전한 지지기반인 보수층은 더욱 결속시키려 무슨 일을 벌어질 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지요.
 
그러니 민심 잡기에 혈안이 된 보수세력이 또 추석 선물로 곽노현을 잡으려는 건 아닌지 걱정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게다가 사건이 터진 때부터 덮어놓고 발 빼려 했던 이들은 제쳐놓더라도. 그나마 지지하고 힘을 실어줬던 이들까지 다들 어디에 정신을 팔고 있는 건지.
 
저쪽은 애당초 잡아야겠단 마음으로 덤볐으니 칼을 빼들었고. 이런 이유, 저런 핑계로 한 명, 한 명 포위망을 좁혀오는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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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25 08:31 2012/09/25 08:31
사용자 삽입 이미지보수(保守)와 진보(進步)를 가르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단어가 가진 뜻만 가지고 본다면 지키려는 쪽과 나아가려는 쪽으로 나눌 수 있겠는데요. 현실에선 그렇게 단순하게 구분할 수 없다는 걸 잘 아실 겁니다.
 
가령 정의(正義)라는 문제만 놓고 봐도 그렇습니다. 보수는 정의에 대해 진보적이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실은 진보보다도 더 보수적인 모습을 보일 때가 있습니다. 예컨대 가난을 개인 탓 또는 게으름으로 돌리며 국가의 적극적인 역할을 부정하는 것이 그렇지요. 마찬가지로 진보 역시 정의에 대해 보수보다도 더 보수적인 생각을 가지기도 합니다. 곽노현 교육감이 박명기 교수에게 건넨 돈을 놓고 진보라 얘기되는 사람들이 보인 잣대가 그렇습니다.
 
하지만 법(法)을 놓고 보면 이런 구분은 매우 유효하다고 보여집니다. 수백 년간 소크라테스가 했다고 얘기되는 “악법도 법이다”는 보수가 단골로 내세우는 말이구요. 잘못된 법, 나아가 시민을 억압하고 권리를 제한하는 정부는 언제든 폐기하고 재조직할 수 있다는 ‘시민불복종’은 진보만이 가진 특권일 테니까요.   
 
그렇다면. 하워드 진이 쓴 자전적 에세이,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에서 ‘밀워키 14인’*의 변호사가 진에게 던진 질문에 우리 사회에서 진보와 보수라고 자칭하는, 대표되는 이들은 어떤 설명들을 할까요. 물론 진이 처한 상황이 보수 쪽에서 보자면 썩 내키지 않은 상황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앞에서 봤지 않았습니까. 진보와 보수, 애매하잖아요. 
 
“진 박사님, 배심원들에게 법과 정의의 차이가 무엇인지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 ‘밀워키 14인’은 미국이 벌인 베트남 전쟁에 대한 상징적 항의로 징병위원회에 잠입해 수천 장의 서류를 빼내서 태워버린 신부와 수녀, 평신도들을 일컫습니다. 이들은 체포되어 절도및 방화죄로 기소됐으며 하워드 진은 ‘전문가 증인’으로 법정에 출두했지요. 변호사는 진이 ‘가격이 있음’을 보이기 위해 여러 질문들을 던졌으며, 이어서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고자 이런 질문을 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곧바로 검사는 이의를 제기했으며 판사 역시 이를 인정했습니다. 결국 진 박사는 “왜 제가 본질을 말해선 안 되는 거죠? 왜 배심원들이 본질을 들을 수 없는 겁니까?”라고 큰소리로 물을 수밖에 없었습니다만, 끝내 판사는 법정모독죄로 감옥에 넣겠다는 말로 답변을 막았습니다.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 pp.208-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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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20 14:42 2012/09/20 14:42

첫째 날, 만만하게 봤다 큰 코 다치다, 해 넘어 겨우 당도한 곳 위태(2012년 7월 27일)

 
사용자 삽입 이미지준비는 많이 했다. 배낭도 새로 사고 등산화도 사고. 한 짝이 있었지만 스틱도 하나 더 주문하고, 혹시나 몰라 손전등까지 함께 주문했으니. 둘레길 전제 지도는 물론이고, 구간별 지도도 일일이 프린트하고. 것도 모자라 바우길을 걸으면서 유용하게 쓴 GPS를 가져가기 위해 둘레길 트랙까지 구했으니. 휴가철과 겹치는 것 같아 두 번, 세 번 확인하며 일주일치  예약까지 한 민박은 출발 열흘 전에 마쳤고. 이만하면 다 준비됐다, 싶었다. 그리고.....
 
 
 
 
 
 
 
 
 
 
 
 
 
 
 
 
 
어제 기차에서만도 꼬박 8시간이 넘게 걸려서 온 하동읍에서. 내일부터 고생 많이 할 터이니 오늘부터 힘 빼지 마라며, 터미널에서부터 손수 차로 민박집까지 데리고 와주신 주인아저씨. 반찬이 너무 많이 남아 죄송한 마음까지 들게 진수성찬을 차려주신 주인 아주머니. 언제와도 푸근함으로 맞아주는 지리산만큼이나 푸근한 인심에 탁, 그만 마음을 놓았던 건 아니었나, 싶었다. 하지만.....
 
사용자 삽입 이미지이제 조금만 더 지나면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아 보이던 삼화실 게스트하우스를 지나자마자 시작된 가파른 오르막길. 며칠을 고민고민하다 반대로 걷는 게 햇볕을 덜 받겠다 싶었는데, 이거 웬걸. 아스팔트길이 끝나고 산길로 접어들었는데도 계속 얼굴로 비치는 해. 겨우 8시가 조금 넘었는데도 바람 한 점 없는 푹푹 찌는 날씨. 땀 냄새를 맡고 달려드는 모기떼들까지. 겨우겨우 첫 고개, 느닷없이 나는 오줌냄새에 오줌을 지릴 만치 높아 오줌고개라 부르고 싶은 존티고개를 넘어가는데. 이거 만만치가 않겠다, 걱정이 이만저만이다.
 
 
 
 
 
 
 
 
 
 
 
 
 
 
 
 
고개를 넘어 만난 첫 마을, 상존티마을 정자에서 잠시 땀을 훔치고. 관점마을을 지나서는 작은 고개를 또 넘기도 했지만, 이제 해도 등 뒤로 넘어가고 길도 평탄한 하니 걷기가 한결 수월하다. 또 멀리서 봐도 범상치 않다, 싶은 화월마을 당산 벚나무 아래에선 달게 쪽잠도 자고. 때 맞춰 밥도 먹었지만.
 
두 번이나 바꿔가며 가져간 돗자리가 햇빛을 고스란히 반사시키는 바람에. 하동호 아래 축구장 나무그늘에서 두 시간 넘게 쉬는 동안 통구이가 되다, 이거 안 되겠다 싶어 길을 나섰는데. 제일 더운 때 하동댐을 기어오르는 셈이니. 둘레길 휴게소에 도착하니 더위 먹는다는 게 어떤 건지 실감이 난다. 게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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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시간 넘게 그늘에서 쉬다 길을 나섰지만. 다시 만난 고개 초입에서 거의 무더위에 실신하다시피. 가니 되돌아가니 실랑이를 하다 겨우 출발. 지나는 길마다 하늘이 보이지 않을 대나무 숲과 계곡물이 번갈아 나오며 몸을 호사롭게 하지만. 연신 흐르는 땀 때문에 머리와 목에 물을 퍼부어도 역부족. 더구나 엎친 데 덮친 격. 궁항마을을 지나면서 지기 시작한 해가 오율마을에 이르니 어둑어둑, GPS는 전원이 나가고. 겨우겨우 손전등 불빛에 의지해 내리막길을 내려오는데. 몸은 천근만근, 민박집은 통 보이질 않는다. 분명 아까 전화했을 때 40분이면 된다고 했는데. 입에서 단내가 풀풀 난다. 
 

겨우 포장길에 내려서니 저만치서 자동차 불빛이 보이는데, 그만 맥이 탁 풀리고 발이 후들후들하다. 다행히 든든한 정돌이가 앞장을 서고, 도착한 민박집에서 찬 물에 씻고 밥을 먹으니 쪼매 살 것 같다. 허나 아저씨 얘기론 오늘 밤 달이 지고나면 별빛이 쏟아질 거라는데. 만만하게 봤다 큰 코 다치고. 겨우 해 넘어 당도한 곳, 위태에서 혼절하듯 잠에 빠지고 만다. 내일 예약했던 마을 체험관이 빵꾸가 나 일정을 바꿔야 하는데도..... 아무래도 많이 준비한 거는 죄다 자잘한 것들이고, 정작 준비해야 할 것은 하지 못한 듯. 튼튼한 몸, 일주일 내리 산을 타야 한다는 각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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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10 13:59 2012/09/10 13:59

사용자 삽입 이미지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그랬다지요. 다른 당 후보도 아니고, 자기 당 후보들이 재차 물었으니 짜증도 났겠지만. 가뜩이나 과거를 망각한 채 되레 힘을 키우고 있는 일본에게 우리 정치권이 과연 따가운 일침을 던질 자격이 있는지 걱정인 판에. “과거에 모두 사시네요.”

 

하워드 진은 조지 오웰의 말을 빌러 이렇게 얘기합니다.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자들이 곧 역사를 기술할 수 있는 위치에 선다는 것이다. 그리고 만일 그들이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우리의 미래까지도 결정할 수 있다. 콜럼버스에 관련된 역사를 논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잔혹한 20세기 미국의 현재 모습을 바로 이해하기 위한, 그리고 미국이 어떤 미래를 만들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은 바로 콜럼버스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박정희’에 대한 물음은 단순히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는가 하는 ‘사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민주화가 완성됐다는 지금, 우리 사회의 모습을 똑바로 이해하기 위해서, 그리고 21세기 한국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 어떤 답을 찾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인 것이지요.  

 

그러니 아무리 같은 당 후보였지만 5.16에 대해 던진 질문에 저런 식으로 답해선 안 될 것이었습니다. 물론 김문수나 임태희 같은 사람들과 현재 한국사회를, 미래를 두고 논쟁을 벌인 건 아니었겠지만. 오히려 지난번에 “역사관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서로 존중하고, ‘이것은 결국 국민 판단 몫이고 역사의 몫이다’라고 하고 우리가 맡은 사명에 대해 충실히 노력할 때 오히려 통합이 이뤄진다.”라고 했던 말보다 더 후퇴를 했으니. 오히려 하워드 진이 명확히 지적하듯(?) 역사란 철학과 사상에 따라 크게 좌우되는, 절대 객관적일 수 없다는 걸 지적하며 치고 나갔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역사 공부를 시작하는 그 순간, 넘쳐나는 정보 중에서 특정 부분에 해당하는 정보를 얼마만큼 넣고 뺄 것인가를 선택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 그렇게 오래 고민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선택은 자신의 관점에 따라 이루어지며, 모든 역사가와 역사 연구는 어떤 관점이 있습니다. 단순한 ‘사실’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p.105

 

“역사 연구는 곧 무엇이 중요한지를 선택하고 결정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무엇이 중요한가는 실제로 현재 우리의 관심이 무엇이냐에 따라 결정됩니다.” p.112

 

“역사는 수많은 사실들에서 선택하는 것이며,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에 따라 선택을 하게 됩니다. 역사는 객관적일 수 없습니다.” p.281

 

아버지 박정희 후광으로 여당 대선후보에까지 오른 박근혜에게 5.16은 대선이 끝나는 날까지 따라다닐 겁니다. 그것도 박근혜 후보 자신이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든 얼렁뚱땅 넘어가든 말이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문제가 박 후보에게나 다른 대선 후보들에게 모두 좋은 공격 수단으로, 아킬레스건 정도로 생각돼서는 안 됩니다.     

 

앞서 하워드 진으로부터 배웠듯이 이 문제는 역사를 통해 우리가 무엇을 배울 것이며 어떤 미래를 만들어 갈 것인지 분명하게 답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또 콜럼버스와 박정희가 여전히 영웅으로 떠받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이기도 하니까요.

 

“콜롬버스를 20세기 기준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이런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나는 기본적인 도덕률은 20세기이든 15세기이든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p.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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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04 13:31 2012/09/04 1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