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가방 끈이 긴게 뭐!!

신문을 보다가 진보신당-민노당 기사가 났길래 쓱 훝어 보는데, 천영세 대표가 한 말이 눈에 쏙 들어오더군. 진보신당을 겨냥해 '가방 끈이 길고 골방에서 책만 읽는 사람'이라는 표현을 쓴 것인데..

 

난 대학원 석사 공부를 마쳤다. 고로 가방끈이 긴 사람이라는 표현에 들어갈 것이다. 그런데 골방에서 책만 읽었다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 왜냐? 일단 천 대표의 말은 논리적 모순이 있다.

 

가방 끈이 길다는 명제와

골방에서 책만 읽는 사람이라는 명제는 등가가 아니다. 엄연히 다른 가치를 담고 있는 말이다.

 

그런데, 천대표는 이 둘을 교묘히 섞어서 가방 끈이 길면 -> 골방에서 책만 읽은 사람 이라는 등식을 만들어 냈다. 아하하. 그런데, 주지할 사실. 사실 천대표도 고려대 사회학과 대학원 출신이라는 것.

 

결국, 제 얼굴을 침뱉기 정도라 볼 수 있겠다. 거참, 참모들의 머리쓰는 수준이 고까워 죽겠다.

 

개인적으로 지난 연말에서 올해 초까지 민노당 게시판에서 소위 '개싸움'을 하면서, 제발 '공부 좀 하라'고 말한 적 있다. 자기의 주관적 세계가 진리인 줄 알고 있는 사람들, 자신이 하는 운동만이 제대로된 헌신으로 아는 사람들, 자신들이 '민중'이라 지칭하는 사람들만 민중으로 아는 사람들에게, 제대로 학습 좀 하라고 다그쳤다.

 

좌파의 역사는 이론의 갱신으로 이루어졌다. 그람시의 표현에 따르자면, 개개의 국면은 그것을 이해하는 국면적 이해방식을 요청한다. 이런 방식에 '개량'이란 주홍글씨를 새기고 아주 쉽게 반통일 세력으로 몰아붙이는 그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갱신이 없는 이론이었다고 생각한다.

 

민노당의 분열을 미제국주의의 공작에 의해 진행된 것으로 철썩같이 믿고 성명으로 발표하는 요상스런 집단이나, 그런 논리 구조를 그대로 가져와 논쟁의 질을 떨어뜨리는 무뇌아들 보다는 가방 끈이 긴게 무어 대수인가.

 

골방에서 조차 좀처럼 책을 읽지 않는 자들이 정당운동을 하겠다고 설치는 것은,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마루타 실험을 하겠다는 오만의 발로다. 최소한의 사고실험을 거치지 않은 공약을 들고 나올 셈인가?

 

천 대표의 말을 곱씹으면서 들었던 생각은 이렇다. 역시 '코리아연방공화국'이라는 희대의 말장난은 그냥 나온게 아니라고 말이다.

 

제발 공부 좀 하시길 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