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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리히 벡의 유렵연합 조사

  

- 한겨레에서 운영하는 '훅'에 실린 울리히 벡의 '앙겔라 부시, 유렵을 불태우는가'에 대한 글

 

우선, 주요한 논점들과 생각.

 

(1) 이제 막 시작된 급진적인 긴축정책에 힘입어 쉽사리 사회소요로 번질 수 있는 강렬한 분노의 물결이 유럽 도처에서 쌓이고 있다는 사실 말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금융투기 세력들은 계속해서 아무런 통제도 받지 않은 채 “국가 망가뜨리기 놀이”를 즐기고 있을 뿐이다.


사센의 분석에 따르면, 소비자 서비스의 영역이 생산 서비스의 영역으로 이전됨에 따라 모두다 자본의 이해관계를 내재화하게 된다. 결국 금융투기 세력이라고 불리는 그 수많은 군단이란, 결국 우리가 말하는 대중 자체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자본-노동이라는 전통적인 계급갈등은 자본대중과 노동대중 간의 내/외부적 계급갈등으로 전환하는 것이 아닐까? 

 

(2) 오히려 금융위기는 이제 유럽 자체의 존재위기로까지 번지고 있다. 그 이유는 유럽 각국 정부가 – 물론 그 가운데 안젤라 메르켈 총리가 맨 앞에 서 있는데 – ‘위기를 활용하지 않은 채 그냥 흘려보내지 말라’는 유럽 정치의 근본원칙을 간과해 버렸기 때문이다. 이번 위기야말로 정치적 협력관계를 공고히 하고 유럽을 더욱 튼튼하 존재로 만드는 위업을 달성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임에도 말이다.


유럽의 진보는 하나의 유럽을 위한 노력으로 점철된 것으로 보인다. 경제적 유럽을 넘어서 정치적 유럽을 위한 시도가 있어야 한다는 벡의 주장에 대해, 한반도에 사는 나로서는 어떤 판단도 하기가 어렵다는...

 

(3) 글로벌 금융위기가 세상을 긴장시켰을 때, 정작 각국 정부를 칭송하는 목소리는 드높았다. 이들 정부는 아주 놀랍게도 세계경제를 앞장서 구해내겠다는 정치적 의지를 실질적으로 드러냈다. 하지만 파산한 은행을 도와주는 일은 결국 국가의 파산이라는 또 다른 위험을 불러일으키고 말았다. 도처에 그리스가 널려있는 셈이다. 미국을 포함해 거의 모든 선진국가들은, 이제는 너무도 당연한 것처럼 비치면서도 동시에 대체 쓴 약을 삼킬 의지가 남아있기나 한 지에 대해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산더미 같은 부채를 쌓아갔다. 만일 그게 아니라면, 대체 누가 국가파산 앞에서 각 나라들을 구해낼 것인가? 또 다시 육체 노동자가? 사무직 직원이? 아니면 실업자와 연금생활자가? 그것이야말로 사회적 의식은 물론이려니와 현실감각마저 깡그리 상실해버린 ‘시장주도 유럽’이 찾고자 하는 해답이다.


은행도와 주기, 경제위기에 따른 손실을 외부화하기. 세금으로 금융투기자의 손실을 보전하기. 모두다 가해자이고 모두가 피해자인 상황에서, 순수하게 이익을 보는 한 줌의 세력에 눈을 돌릴 여유가 있을까. 어느 책에서 프랑스의 전력공사를 민영화하는 방편으로 국민주 방식을 도입했다고 한다. 결국, 스스로 전기료를 높이면서까지 주가를 높일 수 밖에 없는 이 역설이란...

 

 

(4) 하지만 어느새 느닷없이, 협력할 것인가 아니면 실패할 것인가, 칸트인가 아니면 파국인가라는 생존문제가 등장하고 있다.


칸트의 영구평화에 대한 이상은, 정치적 유럽의 오래된 미래인셈인데... 미제국에 대항하는 군사력으로서 유럽연합의 군사력을 옹호하는 데리다의 격문이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었는데.. 착한 제국을 기대하는 것이 도덕적이고 윤리적 관점에서 타당할까?

 

(5) 그럼에도 문제의 핵심은 메르켈 정부가, 황색신문의 그리스 사냥이, 그리고 사법당국과 지식계층 엘리트들마저 마치 독일을 유럽으로부터 보호하고, 시샘 많은 유럽의 이웃나라들 – 자신들의 재정적자를 독일인의 돈주머니를 털어 해결하려는 – 의 부당한 침탈으로부터 독일의 성공모델을 지켜내야 하는 시간이 찾아온 양 독일의 일국주의적 이해관계를 곡해하고 강조하고 나선다는 데 있다. 


독일의 일국주의. 유럽없는 독일경제가 가능하다고 믿는 것은 아닐테고.. 결국은 정치적 효과를 노린 공세라는 것인데, 그것은 정치적 유럽으로 가는 것은 물론이고 기존의 경제적 유럽에서도 벗어나고자 하는 의도인 셈인지. - 좀더 자료 조사가 필요하겠다.

 

(6) ‘독일 유로화(DE)’를 향한 메르켈 총리의 행보는 보다 큰 맥락과 잇닿아 있다. 경제이건 대외정책이건 혹은 독일군대의 해외주둔 문제이건간에 독일 총리가 대내적으로 하나의 민족국가를 강조하고 나설 경우, 이 말은 곧 프랑스인들이 말하듯이 ‘스스로 퇴보하는 것’을 뜻할 뿐이다. 그것은 더 이상 유럽이라는 ‘유럽인’의 야망으로 구현되는 게 아니라, 그와는 정반대로 유럽에 대한 자신의 의무와 결속감을 갉아먹는 독일을 보여주고 있다.

 

 

 

벡이 앙겔라 '부시'라고 지칭한 것은 부시 전대통령의 정치적 비전이 독일 현 총리를 통해 구현되고 있다는 것을 비꼬기 위한 것인셈인데.넓게 보자면, 신자유주의자로서 메르켈총리를 정치적인 포지셔닝을 하는 셈. 하지만 독일의 경우에는 -우리에게 일본이 그러한 것처럼- 일국주의가 그야말로 방어적인 국수주의로 읽히지 않는 데. 어쩌면 독일의 극우화 전 단계가 아닐까하는 섣부른 예단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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