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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어려운 일이다.

워낙 욕먹는데 익숙하다보니 별로 걱정이 되진 않지만,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 논리들과 감정들은 수용이 안된다.

이런 비교는 그렇지만, '너도 해봤어'라는 식은 피하자. 낭비적일 뿐더러, 건질게 하나도 없는 싸움이니 말이다.

나는 이번 심상정 단일화를 두고 기본적으로 찬성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뭐 이에 대한 정치적 판단에는 다른 입장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이야기를 하다보면 이게 구조에 대한 이야긴지, 사람에 대한 이야긴지 헤깔리기 시작한다.

나는 기본적으로 심상정이라는 인물에 신뢰를 바탕으로 이야기한다. (이런 말 하면 또 인물중심론이라고 욕하겠지만, 세상에 어떤 사람도 무늬가 없는 사람이 있는가? 에휴)

자본주의의 문제, 미제국 중심의 군사주의, 분단 현실, 불안해지는 노동조건(법무부는 오지랖도 넓다, 파업권에 지나치게 훈수를 두고 있다), 성장위주의 경제정책.

이런 현상들은 눈에 보이지만, 각각이 발생하고 나타나는 양태가 다르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이건 우선 순위의 문제가 아니라 영향의 범위와 개입의 효과에 대한 것이다.

예를 들어 이런 것이다. 내 아이가 선천적 장애가 있다.(실제 내 둘째 아이의 똥꼬도 이상하다) 이 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몇 가지가 있겠지만, 대표적으론 두가지라고 생각한다.

1. 그와 같은 이상이 있어도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을 만들던가

2. 그와 같은 이상을 완전히 고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던가

하나의 현상을 둘러싼 해법은 '동일하게 그 해법을 향한다'하더라도 다른 방식이 있다. 문제는 이런 방식들이 서로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것아니면 저것이라는 식이 아니다. (세상에 이렇게 결정되는 문제는 그렇게 많지 않다.)

앞서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들도 마찬가지다.

각각의 다른 해법들이 존재할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각각의 방법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지를 따져 봐야 한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데 말이다. 정치는 다른 면도 있더라는 거다. 우린 개발하면 건설업자 먹여살리는 거다라며 거품을 물지만, 실제로 낙후된 지역주민들은 그거 안하면 죽는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말하는 비정규직. 나와 나이차이가 10살 가까이 나는 군대동기들, 대부분 비정규직이어도 민주노총 싫어한다. 그렇다고 비정규직 노조원이냐고? 아니, 노동운동 자체를 싫어한다. 그중 한놈은 삼성 천안 공장에 다닌다. 백혈병 운운.. 걱정되어서 전화했다.

자기는 백혈병 걸린다는 것 거짓말이라고 말한다. 이 놈이 잘못된건가? 이건 이쪽 저쪽의 잘잘못 문제가 아니지 않을까?

이런 상황은 '선거'라는 공간에서 더욱 그렇다. 내가 심상정 단일화를 지지하고, 또 지지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심상적이 필요하다는 이유가 제일 크다. 그리고 절대 안전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아무리 변해도 권영길보다는 나을거라는 생각에 진보신당을 지지하는 것이고, 아무리 무능해도 서민을 위한 정책 한 두개정도는 내놓지 않겠냐는 거다.

모르겠다. 나도 학생땐, 그리고 조그만 단체나 조직에 있을 땐 좋았다. 내겐 분명한 비전과 확고한 원칙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물론 그게 아예 없었기 때문에 이모양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인정..) 그리고 무엇보다 주변에 동지들만 있고, 연대해야될 대상들만 있을 땐 그게 전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데 아무런 관심이 없는 사람이 절대 다수다.

소수인 내가 다수인 그들을 '없는 존재' 취급하더라도, 사실 '없는 것'은 내 자신 아닌가.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심상정 효과'가 가능하다면, 나중에 더욱 원칙적이고 분명한 입장을 가진 이가 심상정을 딛고 더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그 다수들에게 접근해나가는 것이 타당한 것이 아닐까? 이런 생각들은 한다.

내 주변에도, 이번 단일화때문에 '진보신당'이 싫어졌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심정적으론 나도 그렇다. 그런데, 억지를 부리고 있다. 아니다라고.

내가 틀렸으면 좋겠다. 심상정의 단일화가 보수 꼴통 정당의 2중대가 되어버리고 마는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 차라리 개인적으론, 그게 편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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