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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리바리안 혁명> 민중이 주인되는 베네수엘라
얼마전인 2005년 5월 1일 대한민국 입장에서 보면 지구 반대쪽에 위치한 베네수엘라에서 매우 놀라운 선언이 있었다. 전세계 노동자가 거리로 나선 5월 1일 노동절, 베네수엘라의 수도 카라카스의 노동절 집회에 모인 베네수엘라 국민들을 향해 우고 차베스 대통령은 "베네수엘라는 21세기 사회주의로 나아가야 한다" 라고 선언했다. 전세계가 신자유주의와 제국주의 침략전쟁의 광풍속에 신음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회주의"로 나가자는 국가 지도자의 자신감에 찬 선언이 나온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다. 그러나, 1999년 우고 차베스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래로 베네수엘라 민중들이 만들어온 “볼리바리안 혁명” 과정을 살펴보면 이러한 “사회주의” 선언은 절대로 놀라운 일이 아니라 오히려 당연한 귀결점임을 알 수 있다.
최근에 이남 진보진영에서도 안드라데 마르셀로가 만든 “볼리바리안 혁명 : 베네수엘라 민중의 삶과 투쟁” 다큐멘타리를 통해서 베네수엘라 민중들이 건설하고 있는 새로운 사회의 모습들을 접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받았으며 베네수엘라의 혁명과정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동안 제한된 외신들을 통해서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에 대한 왜곡된 정보만을 접한 사람들이 진실을 깨닫고 연대와 지지의 마음을 보내고 있다. 노동자 민중이 주인이 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고민과 노력을 하고 있는 이남의 진보진영은 21세기에 진행되고 있는 진정한 혁명인 베네수엘라의 “볼리바리안 혁명”에서 많은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다. 필자는 이 지면을 빌어서 베네수엘라의 혁명과정을 설명하고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들을 언급하겠다.
볼리바리안 혁명의 걸어온 길
베네수엘라는 세계 5위의 산유국이다. 어떻게 보면 축복받은 나라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것은 석유를 실제 소유한 사람에게나 해당되는 말일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 계급 사회인 어느 나라나 그렇지만, 국가가 부유하다는 것과 국민들이 잘사는 것과는 항상 별개의 일이다. 1980년대를 지나면서 베네수엘라에서는 미제국주의와 국내 보수세력들이 한통속이 되어서 국가전략산업의 민영화, 퇴직금 제도 및 사회보장제도를 축소하는 등, 신자유주의 정책을 받아들이게 된다. 이에 따라 급격하게 사회양극화가 진행된, 즉 잘사는 소수는 더 잘살게 되고, 못사는 대다수는 더욱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 베네수엘라는 그 모순이 1989년 2월에 한꺼번에 폭발하게 된다.
모순이 한꺼번에 폭발한 이 사건은 "카라카소(Caracazo)“ 라 불린다. 사건의 전말은 다음과 같아서, 페레즈 대통령이 집권하게 되고 무자비하게 신자유주의 정책을 도입한 결과로 교통비는 며칠만에 두배로 오르고 모든 물가가 엄청나게 올라 버렸다. 격분한 시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상점을 약탈하고 폭동을 일으켰는데 페레즈 대통령은 군대를 동원해서 수천명을 학살하면서 이 폭동을 진압한다. 이전까지 베네수엘라는 남미에서 정치가 가장 안정된 국가로 평가되었다. AD와 COPEI 라는 두 당이 번갈아 집권을 하면서 소위 미국식 양당정치가 확립되었고, 1950년대 이후로는 남미에서 흔히 일어나는 쿠데타 같은 것도 없이 안정된 정치상황이 계속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겉으로만 보이는 모습이었을 뿐이었다. 실상은 AD, COPEI 로 대표되는 보수적인 정당들이 1958년에 Punto Fijo 협약을 통해 기만적인 보수대연합을 실시해서 번갈아 가면서 정권을 나눠먹고 수십년간 민중들은 정치에서 소외되는 상황이었다. 이렇게 계속된 모순들은 카라카소 민중봉기를 통해서 한꺼번에 터져버렸고, 기존의 보수 정치세력들은 민중들에게 총탄을 퍼부으면서 그들의 반민중성이 폭력적으로 드러나버렸다.
이전부터 군부내에 MBR-200 (볼리바르 혁명운동 200)이라는 혁명세력을 조직하고 있던 우고 차베스(당시 중령)는 이러한 상황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판단하에 1992년 2월에 페레즈 대통령 정부를 전복하려는 구데타를 시도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쿠데타는 실패하게 되고 차베스를 포함한 주도세력들은 감옥에 갇힌다. 얼마 후 페레즈 대통령은 부패혐의로 탄핵을 당하게 되고 새로 대통령에 당선된 라파엘 칼데라는 1992년 쿠데타를 시도한 사람들을 석방하게 된다.
석방된 차베스는 군부 내의 혁명세력과 진보적인 시민세력을 규합하여 MVR (제5공화국운동) 을 창당하고 1998년 대통령 선거에서 56%에 이르는 역대 최다 득표율로 대통령에 당선된다. AD와 COPEI 두 보수정당이 번갈아 가면서 집권하던 베네수엘라는 차베스가 이끄는 MVR에 의해서 새로운 정치지형이 형성되었다. 차베스는 당선되자마자 공약으로 내걸었던 제헌의회를 소집하기 위한 국민투표를 실시한다. 국민투표를 통해서 제헌의회 소집을 승인받은 후 제헌의회 의원을 뽑는 선거를 통해 131명의 제헌의회 의원을 선출했다. 제헌의회 의원 중 반대파측 의원은 6명밖에 안될 정도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이 제헌의회를 통해서 세계에서 가장 민주적인 헌법이라 불릴만한 ”볼리바리안 헌법“을 만들게 된다. 대통령 소환제를 포함한 수많은 권리를 민중들에게 부여하는 이 헌법을 통해 베네수엘라는 이전의 제4공화국 틀을 벗어던지고 국명도 ”베네수엘라 볼리바르 공화국“으로 바꾼 제5공화국으로 들어서게 된다.
새로운 헌법을 만든 후, 이 헌법에 의거해서 2000년에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선거, 주지사 선거 등 모든 선거를 한꺼번에 새로 치렀으며, 사법부도 새로 구성을 하게 되었다. 차베스 진영에서 모든 선거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우고 차베스는 다시 임기 6년의 대통령으로 선출되었으며 국회의원의 과반을 차베스 측에서 장악하게 되었다. 사실 이것이야말로 제헌의회 전술의 진정한 위력이라 할 수 있다. 1999년에 차베스가 대통령이 됐을 때는 이미 한 해 전인 1998년에 국회의원 선거를 치른 상황이었고, 보수세력이 절대다수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만약 제헌의회를 통해 의회, 행정부 및 사법부 등의 국가기구를 접수하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면, 1998년에 형성된 보수적인 의회가 사사건건 대통령의 발목을 잡았을 것이고 결국 혁명은 제대로 추진될 수 없었을 것이다.
차베스는 70년대의 칠레의 아옌데 사회주의 정권이 보수적 의회에 발목잡혀 개혁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고 결국은 피노체트의 반동 쿠데타에 의해 실패한 점을 잘 알고 있었다. 차베스는 선거에 참여하면서 지속적으로 제헌의회 전술을 강하게 주장해왔고 대선에 당선된 후에 실제 그것을 실행함으로써 선거를 통한 제헌의회 전술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새로운 헌법과 새로운 선거를 통해서 판을 새로 짠 혁명세력은 헌법에 근거한 새로운 개혁법안들을 준비했다. 그러나 이러한 개혁작업들은 진척이 잘 되지 않고 지지부진했다. 그 이유는 MVR 결성 자체에서 찾을 수 있다. MVR은 1999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급히 결성된 정당이었으며, 차베스를 대통령으로 지지하는 누구나 MVR 로 받아들였다. 그러다보니 MVR 내에는 혁명세력도 있지만 기회주의 세력도 적지 않게 들어와 있었다. 이들은 제헌의회 헌법 제정과정이나 개혁적 법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기회주의적인 모습을 드러내었다. 차베스는 결단을 내리고 2001년 11월 10일 비상대권(헌법에서 보장한 대통령의 권한으로 의회의 승인하에 1년동안 대통령이 입법권을 행사할 수 있음)을 사용해서 49개의 개혁법안을 통과시킴으로써 지지부진한 개혁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 법안에는 토지에 관한 법률, 어업에 관한 법률, 탄화수소에 관한 법률(석유산업에 대한 민중통제를 강화하는 법률), 소액금융에 관한 법률, 협동조합에 관한 법률 등 민중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내용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MVR 내의 기회주의 세력들은 차베스 진영을 뛰쳐나가서 반대파에 합류하게 됐다. 또한, 차베스는 PDVSA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의 이사회에서 기존의 타락한 이사들을 한꺼번에 해임시켜버렸다. 이로써 국가의 부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우리로 치면 삼성과 현대를 합친 정도라고 할까) PDVSA 는 진정한 민중들의 소유가 될 기초를 마련한 것이었다. 베네수엘라의 과두지배세력들은 베네수엘라 역사상 처음으로 자신들의 이익을 침해당한 것이었다. 그들은 곧바로 반격의 준비에 들어갔다. 워싱톤의 미제국주의자들과의 공모하에 차베스를 몰아낼 보수반동 쿠데타가 2002년 4월 11일에 일어났다. 그러나, 군부내의 혁명세력과 민중들이 일심단결해서 쿠데타 세력을 대통령궁에서 몰아내고 섬에 갇혀있던 차베스를 구출해왔다. 쿠데타가 일어난지 48시간만에 상황은 역전되었다. 민중들은 총칼앞에서도 굴복하지 않았다. 더 이상 보수반동 세력들이 베네수엘라에서 주인행세하도록 놔두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반혁명세력의 공세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번에는 보수세력과 결탁한 CTV(베네수엘라 노동자 연맹)가 차베스 퇴진을 내걸고 전국적인 총파업을 벌였다. CTV는 이전부터 보수정당인 AD당의 지도하에서 신자유주의적인 정책을 받아들이는데 들러리나 서는 어용노조였다. 특히 PDVSA 의 노조가 주축이 되어서 진행된 이 파업은 2달만에 실패로 돌아갔다. 차베스는 파업에 적극가담한 PDVSA 직원 18000명을 해고시킴으로써 CTV를 무력화시켰다. 노조안팎의 진보적인 인사들은 썩을대로 썩은 CTV의 대안으로 UNT를 결성하게 되었다. 이러한 반혁명 세력의 공세에 대처하는 과정 속에서 ”볼리바리안 서클“을 위시한 일련의 자발적인 민중조직들은 그 폭과 깊이가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이들은 MVR 의 지도를 받지도 않으며, 정부에게 지원금도 받지 않는 진정한 자발적인 민중조직이다. 그들은 지역차원에서 주변 이웃들에게 볼리바리안 헌법에 대해서 교육하고 함께 협동조합을 구성하는 등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의 기초를 닦는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반동보수세력들은 쿠데타와 총파업 외에도 남은 무기가 있었다. 그것은 어떻게 보면 양날의 검이라고 할 수 있는 것으로, 바로 ”볼리바리안 헌법“에서 국민들에게 보장한 대통령 소환투표이다. 차베스 진영에서 만든 민주적인 헌법을 보수반동세력들이 무기로 사용하게 된 것이다. 반대파들은 대통령 소환투표 요건을 맞추기 위해서 서명을 받기 시작했다. 가짜 서명으로 반려되는 우여곡절 끝에 가까스로 요건을 맞춘 반대파는(가까스로 요건을 맞춘 서명 조차도 불법으로 점철된 상황이었음) 2004년 8월 15일의 역사적인 소환투표일을 앞두고 결전의 날을 준비해갔다.
한편, 차베스 진영에서는 2003년 4월에 매우 중요한 일련의 ”미션(Mission)“들을 시작한다고 선언했다. 이 프로그램들은 빈민가에서 병원을 개설해서 무료로 치료를 해주고, 문맹을 퇴치하고, 빈민들에게 무상으로 중등 및 고등 교육 및 대학교육을 제공하는 것이다. 또한 시중보다 훨씬 싼 가격으로 생필품을 제공했다. 각 미션들은 대중들로부터 열렬하게 환영받았으며 볼리바리안 혁명 과정에 새로운 동조자들을 얻었다. 이런 미션들이 가능했던 것은 PDVSA에 대한 통제력을 확실하게 민중진영으로 가지고 오게 되면서, 거기서 나오는 재원들을 민중들의 이익을 위해 쓸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차베스는 소환투표에 대응하기 위해서 민중들이 스스로 조직해 줄것을 요청했다. 이에 호응하여 선거전투단위(UBEs)라는 형태로 조직된 수많은 사람들이 혁명과정을 수호하기 위해서 일터와 삶터를 넘나들며 소환투표에 반대할 것을 선전하고, 사람들을 조직해 들어갔다. 혁명과정에는 동조하지만 그때까지 소극적이었던 많은 사람들이 조직화 하고 정치적 활동을 하는 첫 발을 내딛었다. 수천명의 무명용사들이 각각 모래 한알로써 기여를 했다. 베네수엘라 민중들은 이러한 경험으로부터 단련되었다. 그들은 자부심을 가지게 되었고, 한 사람의 당당인 인간으로 되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2004년 8월 15일의 역사적 소환투표는 200만표의 압도적인 차이로 차베스의 소환이 부결되는 성공을 낳게 되었다. 잇다른 반혁명세력의 공세를 민중의 단결된 힘으로 돌파한 베네수엘라는 앞에서 언급한 다양한 미션들과 대토지 소유자들의 토지를 몰수하는 법안 등 지속적인 개혁조치들을 실시하고 있다. 그리고, 2005년 5월 1일 노동절 집회에서 ”21세가 사회주의“로 나아가자고 선언함으로써, 그동안 미진했던 핵심산업들과 은행들에 대한 국유화 의지를 천명하고 있다.
미제국주의에 맞서는 혁명
베네수엘라의 혁명과정인 “볼리바리안 혁명(Bolivarian Revolution)"은 스페인에 맞서서 남미를 해방시키고 남미의 통합을 시도했던 해방자 ”시몬 볼리바르“의 이름을 딴 것이다. 차베스가 베네수엘라의 혁명을 시몬 볼리바르를 따르는 ”볼리바리안 혁명“으로 이름지은 것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 스페인은 물러갔지만 미제국주의는 지금도 남미를 자기의 뒷마당 쯤으로 여기면서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남미의 민중들을 착취하고 억압하고 있다.
차베스는 이러한 상황에서 남미국가들이 미제국주의에 맞서서 단결해야 진정한 해방을 이룰 수 있다는 판단을 가지고 있다. ”볼리바리안 혁명“ 이라는 이름에는 그와 같은 생각이 담겨 있는 것이다. 차베스는 당선 이후 지속적으로 반미 외교를 펼치고 있다. 취임 후 미국의 반대에도 이라크 후세인 대통령을 방문했고, 부시 정권의 이라크 전쟁에 대해 지속적으로 강력하게 비판했다. 최근에는 이란을 방문해서 이란 핵개발에 대한 지지의사를 표명했으며 IAEA 총회에서 이란에 대한 안보리 결의안 회부에 대해 베네수엘라 대표만이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졌다. 얼마 전 유엔정상회의에서는 강력한 반미연설로 참석자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 베네수엘라 석유판로가 미국에만 너무 집중되어 있는 상황을 바꾸기 위해 인도, 중국등으로 판로를 다변화함으로써 미래의 불안요소를 사전에 방지하고 있다. 쿠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같은 사회주의 국가들과도 관계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 특히 쿠바와 지속적으로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베네수엘라는 쿠바에 석유를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고, 쿠바는 그에 대한 답례로 베네수엘라의 무상의료제도인 미션 바리오 아덴트로에 쿠바의료진을 13000명이나 파견한 상황이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는 최근에 대사관 설립에 합의를 했고, 조만간에 에너지 관련 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역내 자유무역을 통해서 남미시장을 장악하려는 미국의 FTAA에 대항해서 남미의 진보적인 세력들을 모아서 ALBA (미주지역을 위한 볼리바르 대안)를 추진하고 있다. ALBA는 단순히 자유무역하자는 경제공동체를 넘어서 연대의 정신에 기반한 정치적인 공동체를 지향하고 있으며 명백하게 미제국주의에 대항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ALBA 추진의 일환으로 차베스 대통령은 “페트로카리브”, “페트로아메리카” 등의 석유동맹을 결성 및 추진하고 있다. 석유라는 자원을 통해서 역내의 에너지 공동체를 추진하고 있으며 베네수엘라의 석유를 역내 국가들에 저렴하게 제공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미국의 CNN 등이 남미의 소식을 미국의 입맛에 맞게 왜곡하는 것에 대항해서, 아랍의 알 자지라 처럼 남미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방송국인 텔레수르를 만들어서 전세계에 방송하기 시작했다.
미제국주의가 콜롬비아에 미군을 주둔시켜 베네수엘라를 위협하는 상황에서, 자위력을 강화하기 위해 러시아 등에서 무기를 도입하고 200만명의 예비군을 창설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핵에너지 개발을 통해서 에너지 문제와 함께 자위력 확보에 노력하고 있다. 최근 남미국가들에서 잇따라 좌파정권들이 집권하면서 사면초가에 몰린 미제국주의에게 베네수엘라 우고 차베스 대통령의 이러한 시도들은 눈에 가시나 다름없는 것이다. 그러나 단결된 남미의 민중들은 제국주의와 자본주의를 이겨내고 민중이 해방되는 참다운 세상으로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베네수엘라의 ”볼리바리안 혁명“이 위치하고 있다.
21세기 사회주의로 나아가는 베네수엘라
“나는 매일 더욱 확신을 가지게 되며 내 마음 속에는 한점의 의심도 없습니다. 이전부터 수많은 지식인들이 말해왔듯이, 우리는 자본주의를 넘어서야 합니다. 하지만 자본주의 안에서 자본주의를 넘어설 수는 없습니다. 사회주의를 통해서만, 평등과 정의가 살아있는 진정한 사회주의를 통해서만이 자본주의를 넘어설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일은 민주주의를 통해서 가능합니다. 하지만, 미국이 강요하는 방식의 민주주의는 아닙니다.”
-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
2005년 초에 베네수엘라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사회주의 선언을 하면서 일련의 혁명적 조치들이 취해지고 있다. 그 중에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국가 기간산업의 국유화 및 은행에 대한 정부의 통제 강화이다. 얼마전 9월에 차베스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의 광업을 국유화 하겠다고 선언했다. 기존의 외국자본들에게 허가해 준 채굴권을 모두 취소하고 이후에도 다시 채굴권을 부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국영 철강회사를 설립해서 직접 광물들을 개발할 것을 천명했다. 이전에는 제국주의 자본가들이 베네수엘라에 들어와서 석유 뿐만 아니라 광물까지도 자신들의 돈벌이 수단에 사용했고, 베네수엘라 민중들은 전 국민의 80%가 빈민일 정도로 가난에 찌들은 상황이었다. 우고 차베스의 광업 국유화 선언은 더 이상 베네수엘라의 소중한 자원들이 몇몇 자본가들의 배나 불리는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되지 않고, 민중을 대변하는 정부에서 직접 통제를 행사해서 민중들의 이익에 맞게 사용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것이다.
또한 국영 철강회사를 설립하기 위한 재원은 베네수엘라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를 이용하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것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 정부가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를 사용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다. 이러한 것은 은행에 있는 돈들이 초국적금융자본들이나 투기자본들의 돈놀이에 활용되는 것을 방지하고 민중들의 이익에 필요한 곳에 쓰겠다는 의미이다. 경제야 말로 가장 정치적인 부분이다. 국내외 자본가들이 정부의 시장통제가 경제를 망친다고 하는 것은 사실은 자신들이 맘대로(노동자를 맘대로 짜르던, 환경오염을 시키던, 산업재해를 증가시키든 상환없이) 돈벌이를 하는데 방해놓지 말라는 정치적 의미에 다름 아닌 것이다.
얼마전에는 토지개혁법에 입각해서 전체 농지의 80%를 유상 및 무상으로 몰수해서 빈농중심의 협동농장에 나눠주겠다고 선언했다. 1.5%의 인구가 토지의 80%를 소유하고 있는 현실에서는 농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없으며, 대토지를 소유한 지주들이 땅을 생산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놀림으로써 국가 차원에서도 손실이 심했다. 그리고, 식량의 대부분을 수입하는 베네수엘라의 상황에서 식량주권을 위해서도 토지개혁은 절실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 토지개혁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으며, 외국회사들이 소유한 토지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차베스 대통령은 법 집행을 위해서 군대도 동원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현재 베네수엘라는 노동자들이 자신이 일하는 직장을 직접 통제하는 실험이 진행중이다. 유럽 사회민주주의식으로 주식 좀 받고 이사회 몇자리 차지하는 식이 아닌 노동자들의 직접적인 공장통제 방식의 실험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진정한 사회주의 방식이고 진정한 민주주의라고 하겠다. 이에 관한 BBC 방송의 뉴스가 있어서 직접 번역해서 옮겨본다.
차베스, 직장에서의 민주주의를 요청하다.
2005년 8월 18일 화요일
Iain Bruce - BBC
알카사(Alcasa) 3번라인의 주조실은 열기와 소음이 너무 심하다. 이 곳은 Puerto Ordaz 남동부에 있는 두 개의 큰 알루미늄 공장 중 하나이다. Puerto Ordaz 는 베네수엘라에서 기초산업시설이 모여있는 곳이다.
이 곳은 노동자 참여경영(co-management) 이라는 새로운 실험이 벌어지고 있는데, 우고 차베스 대통령은 노동자 참여경영을 “21세기 사회주의”로 나아가는 중요한 단계로 얘기한다.
전기공으로 일하는 Alcides Rivero 씨는 노동자 참여경영(co-management)이 37년의 회사 역사상 최초로 노동자가 통제권을 가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생산과 기술에 대한 문제를 결정하는 것도 우리 노동자들이고, 우리의 관리자를 선출하는 것도 바로 우리 노동자들입니다.”
인사과에서 일하는 Marivit Lopez 씨는 노동자들이 2006년을 대비해서 “참여예산”을 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각 부서의 노동자 평의회에서 기존의 제안을 토론하고 수정해서 회사의 요구에 제대로 들어맞는 예산을 만듭니다.”
현대 사회주의 (Modern Socialism)
노동자 평의회는 알카사(Alcasa)의 노동자 참여경영 실험에서 핵심적 부분이다.
3번 창고에서 진행되는 회의에서, 각각의 팀에서 선출된 사람들이 화이트보드에 각종 통계자료와 도표들을 쓰고 있다.
대표자들은 각 부서의 기술적 문제점들에 대한 가능한 해결방안들에 대해서 토론하고 있다. 예를 들어서, 순수한 알루미늄을 분리해내는 graphite anode의 수명을 늘리기 위한 방법같은 것들이다.
전체 생산과정을 총괄하는 사람에 따르면, 노동자 참여경영의 목적 중 하나는 육체노동과 정신노동의 장벽을 허물고, 생산을 설계하는 사람과 실제로 생산을 하는 사람이 달랐던 상황을 넘어서는 것이다.
알카사(Alcasa)의 대표로 임명된 Carlos Lanz 씨(이전에 좌익 게릴라 지도자였음)는 성과가 이미 보이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민주적으로 계획을 세우니까 다소 뒤쳐진 기술임에도 불구하고 생산량이 11%나 증가했다.”
Lanz 씨는 베네수엘라의 노동자 참여경영은 지분의 일부를 노동자에게 떼어주고 이사회에서 노동자에게 몇자리 내어주는 유럽의 사회민주주의 식과는 다르다는 점을 지적했다.
“베네수엘라의 노동자 참여경영은 노동자들이 공장을 통제하는 것에 관한 것입니다. 그것은 21세기 사회주의로 나아가는 하나의 단계입니다.”
노동자의 개입
이제까지 베네수엘라의 노동자 참여경영 계획은 Alcasa 같은 국영기업과 이미 파산해버린 두개의 작은 민간기업에 국한되서 실시되었다.
올해 초 정부는 제지회사인 Venepal 과 밸브회사인 Valvulas를 접수했다. 이 회사들은 국가가 51%의 지분을 가지고 나머지 49%를 노동자가 (협동조합을 조직해서) 소유한 상태로 재가동해서 노동자 참여경영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 노동절 때 우고 차베스 대통령은 그 자신이 더 나아가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노동자 참여경영을 실시하는 민간기업들에게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을 주겠다고 말했다. 그는 관련 법안이 의회에 제출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가의 개입
대통령의 선언에 기업인 대표들은 혼란스럽고 걱정에 사로잡혔다.
베네수엘라 미국상공회의소의 Tony Herrera 씨는 베네수엘라 정부의 노동자 참여경영 제안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에 대해서 국가가 더욱 통제하겠다는 것을 의미할지도 모른다고 걱정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예전부터 베네수엘라의 문제점은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길이 좋은 의도들로 포장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국가가 경제에 개입하려고 많은 시도를 해왔고, 결과는 보시는 바와 같습니다.”
베네수엘라 경제인 연합 Fedecameras 의 회장인 Albis Munoz 씨는 노동자 참여경영을 베네수엘라 회사들에 법률로 강제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독일의 기독교 민주당이 발전시킨 방식의 노동자 참여경영(사용자, 노동자, 소비자들 간에 자유로운 협상을 통한 전략적 제휴)은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알카사(Alcasa)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은 그것과 달라보인다.
Marivit Lopez 씨는 새로운 생산방식(사회주의를 의미함)으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그녀가 “혁명적 노동자 참여경영”이라 부르는 것을 더욱 밀고 나가야 한다고 열정적으로 말했다.
정부의 지원 하에, 그녀와 알루미늄 회사의 사람들은 지역의 다른 국영 산업체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노동자 참여경영을 조직하는 방법”에 대해서 교육하고 있다.
베네수엘라에서 혁명이 성공한 원인
베네수엘라에서 사회주의 혁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이유는 다양하게 분석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핵심적이고 중요한 요인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몇가지 원인을 언급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군부 내에 확고한 혁명세력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지난 시절의 수많은 변혁적 시도들이 좌절됐던 결정적 원인들 중의 하나가 제국주의와 결탁한 국내 보수 반동 군인들의 쿠데타이다. 당연히 베네수엘라에서도 2002년 4월에 이러한 반동 쿠데타를 시도했지만, 군부 내의 혁명적 세력들이 민중들과 일심단결해서 물리쳤다. 차베스 자신이 군인 시절에 MBR-200 이라 불리는 혁명조직을 건설했고 그 역량이 지금껏 혁명과정을 수행하는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둘째,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1999년 대선 승리후 제헌의회 소집을 통해서 국가기관을 한꺼번에 접수했다는 점이다. 이미 이 글의 앞쪽에 자세히 언급을 했으니 더 얘기하지는 않겠다.
셋째, 민중들이 정치적으로 각성하고 스스로 조직화되었다는 점이다. 차베스는 2000년에 MVR(제5공화국운동)의 우경화에 대해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혁명속의 혁명”을 수행할 것을 민중들에게 요청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MVR에는 내부에 기회주의 세력들도 존재한다. 차베스는 이전의 MBR-200의 정신을 계승하고 민중들이 "볼리바리안 서클“로 스스로 조직할 것을 요청했다. 이 조직은 2003년 현재 220만명의 사람들이 가입되어 있으며 지역 및 직장에서 볼리바리안 헌법을 학습하고 협동조합 결성을 지원하는 등의 활동을 한다. 그리고, 보수반동 쿠데타, 총파업, 소환투표 등 세 번의 위기를 돌파하는데 핵심적 역할을 했으며 그 과정에서 조직의 폭과 깊이가 비약적으로 발전하였다.
넷째, 기회주의와 타협없는 단호한 민중독재(PT독재)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49개 개혁법안 통과시에 보수반동세력 뿐만 아니라 MVR 내부의 기회주의세력들도 반대했지만 차베스는 비상대권(헌법에서 보장한 대통령의 권한으로 의회의 승인하에 1년동안 대통령이 입법권을 행사할 수 있음)을 발동해서 법안을 통과시켰다. 또한 CTV가 2달간 총파업을 진행했을 때 차베스는 불법적 파업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하고 파업에 적극 가담한 PDVSA의 직원 18000명을 해고 시켰다. 이 인원은 PDVSA 전 직원의 절반에 가까운 수이다. 이것을 통해서 보수 야당인 AD당의 지도를 받으며 신자유주의적 정책에 들러리나 섰던 CTV가 결정적으로 타격을 입었고 민주노조인 UNT가 탄생하게 되었다.
우리는 무엇을 배울 것인가
베네수엘라의 혁명에서 우리가 무엇을 배울 것인가라는 주제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소련 및 동유럽 사회주의가 무너지고 세계 혁명역량의 약화로 인해서 자본주의(제국주의)가 신자유주의라는 외피를 쓰고 전세계 민중들을 말려죽이고 있다. 이러한 엄혹한 시기에 베네수엘라에서 성공적으로 진행되는 혁명은 이남 민중들에게도 많은 용기와 희망을 주고 있다. 우리가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이남 진보세력들이 앞으로 토론하고 연구할 중요한 과제이다. 필자도 나름의 고민이 있지만 순전히 개인적인 의견이며 앞으로 많은 사람들과 토론해보고 싶다. 다만 민주노동당이 2007년 대선을 앞두고 한번 고민해볼 내용에만 한정해서 언급하는 것으로 마무리하겠다.
최근에 이남에서는 2007년 대선을 앞두고 개헌논의가 서서히 일어나고 있다. 정치권, 시민단체 및 학계에서 토론회 및 발표회 같은 것이 진행되면서 분위기를 잡아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대통령 4년 중임제니 내각제니 하면서 이리 재고 저리 재는 모습들이 가관이다. 노무현 대통령도 대연정이니 소연정이니 하면서 그러한 판을 짜들어가고 있다. 그러나 그런 논의의 중심에 민중들은 없다. 개헌을 한다고 해도 어차피 기존의 국회의원들이 모여서 자기들끼리 법안 만들고 통과시킬 것이기 때문에 개헌이라는 상황조차 그들 보수 정치권의 손안에 있다. 그들은 2007년 대선을 이러한 기만적인 개헌논의로 판을 짜들어가면서 어떻게든 집권을 하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남한의 진보진영, 특히 민주노동당은 베네수엘라를 좋은 사례로 삼아, 이러한 기만적인 개헌논의를 폭로하고 제헌의회를 소집하는 것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된다. 2007년 대선에서 선거공약으로 제헌의회 소집을 고민해보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말을 남기겨 글을 마무리 한다.
“가난을 끝장내는 유일한 방법은 빈민들에게 권력을 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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