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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Dec.2012 :: 기억의 조각과 흔적 + 다양한 근황

나는 사진 찍는 걸, 그리고 무언가를 남기는 걸 좋아했다.

소유욕의 폭주라고 해도 할 수 있는 말은 없지만

 

그 순간 나의 느낌과 감정, 기분, 냄새, 온도, 생각같은 그 무언가들을 간직하고 싶다.

언제나 모든 건 영원하지 않을 거라는 전제를 깔고 살고 있는 것인지 지금의 이 사소함을 기억하고 싶다.

 

흔적을 남기는 것에 대하여 신경쓰지 않았기 때문에 흑역사도 많고, 나를 부끄러워 잠 못들게 하는 일도 많아 종종 후회하곤 한다. 하지만 언젠가는 부끄러움 마저 흐릿해지고 그저 한 때로 남아 웃어넘길 수 있는 시간이 올 거라고 믿는다.

 

그 때가 가깝기에, 5년 안팍의 일들이기에 여전히 부끄럽지만 10년 전의 일 따위 '그저 어렸지 허허' 하고 웃을 뿐이다. 아직 같은 시기를 보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직 그 때의 관계들이 이어지고, 혼란스러워 했지만 결국 올해 까지는 19살인 것 같으니까.

 

 

사실 기타 연습한 거 들어보려고 아이폰 음성메모를 켰다가 2년전 겨울특강 때 나다에서 애들과 함께 녹음했던 종이봉지공주와 지각대장 존을 찾았다. 들으면서 낄낄낄. 역시나 나이스 캐스팅이었어 :) 좋다. 즐겁다.

 

그 밑의 무언가 하나가 더 있다. 아마도 아즈와 녹음했던 거라고 기억을 하고 틀어봤다. 2년 전, 200일이었던가? 코엑스로 김종욱찾기를 보러 갔었다. 티몬에서 산 쿠폰으로 맛있는 것도 먹고, 그 날 어쩌다 코엑스에서 아이폰 3G를 구입하고 돌아오는 길에 전철에서 음성메모 기능을 처음 이용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행복했던 날 그 순간의 조각이기에 참 행복해 보였다. 사진도 글도 그림도 그 날의 상황과 그 때의 많은 걸 불러오지만서도 음성녹음은 참 색다르다.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상태 그 미묘함들과 그이와 나의 관계 같은 많은 것들이 캐치된다. 스키다마링카 딩카딩카 스키다마링카 두 노래를 부르는 아즈와 애기목소리를 내는 아즈. 지금의 너는 무얼 하고 있을까. 잉잉 거리는 나 역시 지금은 여기에 있구나.

 

 

최근에 만났던 이와 바다에 가서 아마릴로로 찍은 사진들, 아이폰 사진첩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주고받은 사진들과 함께 찍은 사진. 어썸노트에 적어두었던 일기. 카페에서 그림그리던 수첩. 그 사람으로 연결될 이런저런 것들. 아직은 흠칫흠칫 따가워 하겠지만 후에 어떻게 기억될까.

 

어떤 행복했던 기억은 후에 보면 부끄럽고 한심하지만

어떤 행복했던 기억은 후에 보면 뭉클할 정도로 행복하다.

 

차이는 뭘까?_?

 

 

*

부천에서의 우여곡절을 겪고 나서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달라진 것인지 정리된 것인지 혼란스러워진 것인지 잘 판단은 안 된다. 참 갈팡질팡 갈피를 못 잡고 있다. 단호하기에는 너무 복잡하고 너무 많은 것들이 연결되어 있어서 눈을 딱 감아버리는 수 밖에 없다.

 

구치소에 들어간 태완이 면회를 이번 주에는 가지 않았다. 운전면허는 아직 합격하지 못 했고, 지민이는 전화가 와 반가운 마음에 잘 지내냐 물으니 아니라고, 물어볼 거 있다며 물건들은 팔렸냐고 묻는다.

 

 

*

영어공부를 하고 싶다. 노래도 잘 부르고 싶다. 기타도 잘 치고 싶다.

춤은 상관 없으니 그냥 추고 싶다.

 

 

*

연애를 안하는 동안 예전같이 늘 친구들이 옆에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혼자 집에서 우울한 것도 딱히 없이 힘든 것도 딱히 없이 지냈다. 그리고 블로그를 했다. 혼자 방안에서 가만가만 차분히 지내면서 좀 안정되었었는데 연애를 하게 되는 순간 모든 게 무너졌다. 연애는 지난한 관계의 문제들을 해결해야 할텐데 나는 그 무엇도 없이 주변의 혼란과 붕괴에 더불어 침몰했다. 그리고 너무 우울했구나. 하는 걸 깨달았고 이제는 힘든 일은 여전히 종종 많고 울기도 많이 울고 힘들기도 많이 힘들지만, 괜찮다. 누군가에게 기대는 순간 무너진다는 걸 처음 알았다. 하지만 기대지 않을 자신이 없어서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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