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8시 반쯤 일어났다. 일찌감치 도서관으로 걸어 내려갔다. 도서관 입구에서 노란색 도토리묵과 만두를 사 먹었다. 그리고 나무그늘이 멋진 식당에서 짜이 한 잔을 마셨다. 모처럼 영어로 된 책 사전을 찾아보다 시간을 보니 11시가 넘었다. 서둘러 교실로 들어갔다. 노래를 부르고 있다. 오늘은 메디테이션이란 단어가 들어온다. 명상이란 뜻이다. 이도 티벳불교의 핵심단어 중 하나다.
2.
강의가 끝났다. 비가 내린다. 부슬비를 맞으며 숙소쪽으로 걸어 올라갔다. 숙소에 도착했다. 101호 방이 나갔나보다. 짐을 옮겼다. 그런데 이 방 200루피란다. 할 수 없다. 방안에 욕실이 있고 창문이 큼직하다. 여기서 이틀을 머물고 절 숙소로 내려가면 된다. 눅눅하지 않는 새방에서 샤워를 하고 나와 한국식당으로 갔다. 알고보니 이 식당의 여주인은 티베탄과 결혼해 여기에 식당을 차렸다. 잘생긴 티베탄 주인이 테크노음악을 듣고 있다. 한국인 여주인이 시끄럽다고 끄라고 한다. 내가 한마디 거들었다. 그거 좋은데 왜 꺼요. 그래 말이에요. 이 티베탄 한국어를 잘 한다. 짜장밥을 시켜 먹었다.
3.
식당 한쪽에 한국책들이 꽂여있다. 티벳전사란 책을 꺼내들었다. 티벳의망명 1세대 얘기다. 아버지와 아버지의 친구들의 이야기를 인터뷰해서 아들이 썻는데 저자를 아버지의 이름으로 낸 것이 인상적이다. 이 식당에선 보증금을 맡기고 책을 2박3일동안 빌려준다. 수준있는 마케팅 전략이다. 책을 반납하러 올때 대부분 뭐라도 먹을 것이다. 성석제의 새 소설집이 보인다. 제목이 어머니가 들려주던 노래다. 보증금 500루피를 내고 빌렸다.
4.
맛있는 빵집에서 안먹어 본 빵하나 사들고 피씨방으로 갔다. 매일이 3개 와있다. 얼마전 맑스 꼬뮤날레 한 발표자의 글을 보고싶어 부탁했었는데 본문이 두번왔고 각주를 따로 담은 글이 와 있다. 보내준 글을 좀 보고 보내준 이에게 답장을 보냈다. 피씨방을 나와 남걀사원쪽으로 내려갔다. 사원 1층에서 젊은 승려들이 합창을 하고 있다. 활기가 느껴진다.
5.
사원2층으로 올라가 한 바퀴돌고 내려오는데 얼마전 한국식당에서 만났던 한 여행자를 만났다. 같이 쫄라강 한 바퀴 돌면서 얘기를 나누었다. 달라이라마 보았던 카페에서 차한잔을 같이했다. 얘기를 하다 인도의 한국식당이 음식가격을 비싸게 받는 것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된장 고추장을 제외하고는 모든 재료가 다 현지에서 가능한데 너무 비싸고 정감도 없다는 쪽이 있고 한국에서의 생활수준을 유지하려면 그정도 받는것은 뭐라할 수 없다는 쪽이 있는거 같다. 이 친구는 비싸다는 쪽이다. 이렇게 대화를 하고 있는데 델리에서 만난 스님이 지나간다. 둘이 학교선후배사이였던가 보다.
6.
다음달 6일인가 7일이 달라이라마의 70세 생일이란다. 그래서 6월 말 부터 여기 남걀사원에서 달라이라마의 티칭이 있단다. 이 티칭을 들으면 인도여행은 여기서 끝이다. 고민을 좀 해봐야겠다. 선후배끼리 얘기가 필요할 거 같다. 인사하고 먼저 숙소쪽으로 올라갔다. 숙소 옆건물에 피씨방이 있어 들어갔다. 한 한국남자가 있다. 내가 묵고 있는 숙소 위 층에 한국인 7명이 있단다. 한 시간 하고 같이 올라갔다. 다들 처음엔 혼자 혹은 둘이 왔는데 뭉치게 되었단다. 이런저런 여행얘기를 나누었다. 같이 움직이니 돈이 많이 절약된단다. 11시 넘어서까지 대화를 하고 인사를 하고 내려왔다. 세면을 하고 성석제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7.
첫번째 단편 제목이 잃어버린 인간이다. 소설가인 나는 먼 친적 아저씨의 죽음에 일종의 부채의식을 가지고 고향마을로 간다. 일본 유학파였던 그 친적 아저씨는 한국 현대사의 어두운 그림자였다. 그 아저씨는 일본 유학생시절 아주 잠깐 좌익이었다. 그 잠깐이 그와 그의 쌍두둥이 자식의 삶을 갈기갈기 찢어놓는다. 소설가인 나는 어릴때 고향에 얻혀 살게된 쌍둥이를 돌을 던지면서 쫒아버린적이 있다. 그 부채의식으로 쌍동이를 다시 볼수 있을까 해서 온것인데 숙부?로 부터 굶어죽었는지 이미 죽고 없다는 얘기를 듣는다.
8.
성석제의 지난 단편집인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를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난다. 내가 느꼈던 그 소설집의 컨셉은 인간형에 대한 탐구였다. 한마을에 모든 굳은 일을 마다하지 않던 황만근, 그가 부재한 상황에서 동네 사람들이 그의 무게를 깨닫게 된다는 이야기, 우리나라의 토종 플레이보이에 대한 이야기, 책벌레에 대한 이야기등이 기억난다. 이른바 마이너 영웅이 지난 소설집에서 인상적이었다면 이번 소설의 첫 단편은 한국 현대사를 구워삶았다. 오늘은 하나만 보고 자자.
050606 (월) 여행 193일차
(잠) 다람살라 욕실있는 트윈 5000원 (200루피)
(식사) 아침 묵 만두 500원 (20루피)
점심 한국식당 짜장밥 2500원 (100루피)
(간식) 빵 300원 (12루피)
포테토칩 500원 (20루피)
(기타) 인터넷 3시간 2125원 (85루피)
.............................................. 총 10,925원 (437루피)
같은 숙소인데 햇볕이 잘 드는 방으로 옮겼다. 하루에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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