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6일수요일 비온뒤맑음

 

 

 

AM 1시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방은 3층 귀퉁이에 라디오방송국으로 꾸며놓은 작은 공간이다. 창밖의 풍경은 도시이면서도 시골스러운데 이것이 빗소리와 함께 잘 어우러진다.

 

AM 5:20분

도저히 잡을 수 없는 강력모기에 잠을 설치고 일어났다. 간단히 세면을 하고 어두컴컴한 길을 나섰다. 다리앞 2층 00용역 사무실에 도착했다. 어제 오후 여기를 찾아왔었는데 창문에 코팅된 글자중 철거라는 말이 섬뜩하게 다가왔었다. 내가 일착이다. 대기용쇼파에 앉아있는데 사무실에서 나온 한남자 신분증 맡기고 창문밑에 보이는 코란도타란다.

 

AM 6:30분

운전하는 50대 아저씨 백밀러로 연신 내얼굴을 보면서 일해봤냐고 묻는다. 안해본것 같은데 라고 중얼거리며 고개를 갸웃한다. 옆자리에 젊은 남자 하나가 함께 타있다. 샌님같은 내얼굴은 이 계통에서는 도움이 안된다. 천안 근교의 한 아파트 현장까지 왔다. 이 아저씨 작업화도 안신은 내 발을 보고 만원을 주면서 그냥 돌아가란다. 이렇게 갈 수는 없다. 근처 식당과 수위실로 가서 신발을 빌리는데 없단다. 결국 이 애씀이 빛을 발하여 아저씨의 작은 작업화에 발을 집어넣고 바지도 빌려입고 아파트 정화조 밑 작업현장으로 내려갔다.

 

AM 8시

하스리라는 오늘의 이 일은 무거운 전기드릴로 몇평의 쇠철근 콘크리트 바닥의 콘크리트를 다시 깨부시는 작업이다. 이른바 철거작업인 셈이다. 20키로그람이 넘어보이는 드릴을 작동하는데 이거 정말 마음같지가 않다. 헤메기 시작이다.

 

AM 9시

이 젊은 친구는 사위이고 아저씨는 장인이란다. 이 친구 30대 초반으로 보이는데 나에게 몇살이냐며 툭 반말을 던진다. 내가 대답을 하니 반말쓰기는 뭐한지 다시 바뀐다. 난 여기 일서열에세 막내다. 모기때문에 잠도 못자고 아침도 못먹어 죽을 맛인데 식당에서 밥먹고 오란다. 빨간장갑을 벗으니 손바닥 몇군데 껍질이 벗겨졌다. 라면먹고 다시 작업시작, 위에서 보던 아저씨 답답한지 이렇게 하라고 소리를 지른다.

 

AM 11:30분

이 기계는 오른손잡이용이다. 당연히 내가 쓸 왼손잡이용이 있을리가 없다. 오른손가락힘이 떨어져 가까스로 전기스위치를 누른다. 사위는 그래도 사람 착해보여 별소리 안하고 알려주려한다. 작업이 끝났다. 기계를 정돈하고 지상으로 운반했다.

 

AM 12시

다시 오산행, 아저씨 일당 4만원을 주고 나를 잘봤는지 측은지심인지 이것저것 내 사정을 물어본다. 명함을 주면서 용역가지말고 자기한데 하스리 기술배우란다. 어떻게 같은 성씨라 얘기가 더 잘 풀려나가고 점심값 하라며 만원을 더 받았다. 오산에 도착했다. 용역사무실에 신분증 찾고 용역비 10프로 내려는데 남자 잔돈없다며 3천원만 받는다. 겨울되기전에 놀면 머하냐고 계속 나오란다. 센터에 도착했다. 센터사람들 내가 일찍와서 일못하고 허탕이 아닌가하다가 오만원받았다고 하니 잘 했단다. 오늘의 노동은 지역활동적응훈련프로그램의 일환이다.

 

PM 1시

겨우 목욕을 하고 라디오방송실 방에서 한잠 청했다. 일어나 자료들을 읽고 남인도에서온 목사부부와 여행얘기를 했다. 약국에가서 에프킬라와 물파스를 샀다.

 

PM 5:30분

매주 수요일은 센터에 장기수 분들이 오셔서 저녁을 드시고 평택대추리로 가신다. 식판에 국을 날라 드리는데 국 그릇을 엄지와 집게 손가락으로 잡기가 그래서 손가락 끝으로 국그릇 몸통을 잡아 나르다가 손가락 힘이 없어 그릇을 놓쳤다. 그게 공교롭게 튀기면서 장기수 한분의 다리로 떨어졌다. 크게 데이지는 않으셨지만 일을 냈다.

 

PM 11:00분

센터분들와 센터일에 관한 여러가지 대화를 나누었다. 한국말 잘하는 네팔분과 네팔현상황에 대해 들었다.

 

AM 1:30분

작은 방송실에 누웠다. 긴하루가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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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07 17:49 2006/09/07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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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nudity
    2006/09/08 20:23 Delete Reply Permalink

    지난번 신촌에서 술 마신 이후 처음 들어와본다. 말 대로 벌써 내려가 적응하려 노력하고 있구나. 암튼 가끔 전화줘라! 시간되면 이쪽으로도 함 놀러오고.^^

  2. aibi
    2006/09/11 21:47 Delete Reply Permalink

    nudity/그래 반갑다. 그 맛있었던 신촌의 중국집 내가 다시 찾을수 있을지 모르겠다.^ 너도 잘 보내고 가을 깊어가면 구선배와 다시한번 만나자.~

  3. 노목
    2006/10/26 01:24 Delete Reply Permalink

    잊지 못할 사건입니다. 장기수 어른 중 대표님 넙적 다리가 화상을 당했으면 - - - 다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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