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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 가족.

5월 8일 점심.

어버이날로 수많은 가족들이 다양한 형태를 이벤트를 진행하는 날이지만,

내가 속해 있는 가족은 동생 생일과 부모님의 결혼기념일까지 포함해서

움직여야 하는터라 이번에 좀 무리를 했다.

 

즉, 말하자면 '외식'을 한 것이다.

온전한 수입을 가진 구성원이 없는 까닭에

유독 기념일을 좋아하고 챙기는 가족이지만

대개는 시장에서 조달해서 집에서 행사를 치르는 것이 보통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세째동생과 내가 인터넥 검색으로 찾은 일식집(우와~)에

미리 예약을 해놓은 관계로 모처럼 '외식'을 하게 된 것이다.

 

물론 시작부터 만만하지는 않았다.

 

 



식구들의 온갖 구박을 받으며 외출준비를 해야했고

나는 그런 동생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책임을 물어

누나들이 결혼을 안하니.. 운운 하는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어머니, 좋은 날인데 좋은 이야기만 합시다."

 

모처럼 운전대를 잡은 아버지는

'돈도 없을텐데 니들이 필요한데 쓰지 뭐하러 비싼 곳에 예약을 했냐?'

뭐 내심으로는 나도 그러고 싶었다.

 

하지만 지난번 동생생일때 아버지가

'자식들이 이렇게 큰데 제대로 대접도 못 받고..' 운운한 하신 걸

애써 상기시켜드릴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식사 내내 아버지의 과거 잘 나가던 시절의 무용담(?)을 들으며

- 아버지의 무용담은 대개 자신이 얼마나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과 어울렸으며

그래서 어떤 종류의 대접을 받은 적이 있다는 것으로 마감하곤 한다. -

예상하지 않았던 와인까지 한병 추가되는 바람에 출혈이 심하긴 했지만

그렇게 오월의 행사는 마감이 되었다.

 

 자식들이 어느정도 나이를 먹게 되면

가족구성원간의 힘의 균형은 예전과는 달라진다.

부모들은 더이상 절대권력을 휘두르지 못하고

자식들은 각자가 가족에 기여하는 만큼 권력을 가진다.

 

그 기여는 경제력일 수도 있고 구성원에 대한 정서적 배려일 수도 있다.

때때로 사회에서와 같이

경제적 능력이나 지위에 따른 서열이 가족안에서도 나타나게 되는데

다행히 내가 속한 가족은 구성원 중 누구도 그런 것을 갖고 있지 못한 까닭에

정서적 배려의 정도가 가장 중요해진다.

누가 제일 자주 전화를 하는지,

누가 부모님의 옛날 이야기를 열심히 들어주는지,

누가 가끔이라도 가족이 모이는 이벤트를 마련하는지,

이런 것이 중요하게 평가된다.

 

그러나,

항상 마무리는 "조금만 더!" 에 있다.

00이가 좀더 돈을 벌었으면

00이가 좀더 빨리 자리를 잡았으면

00이가 좀더 사회에서 인정받는 지위에 올랐으면

............

 

언제가 되야,

00이가 좀더 사회에 기여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00이가 좀더 자신의 삶보다는 인류를 위해 헌신하였으면

00이가 좀더 인권에 대한 감수성을 키웠으면

00이가 좀더 불의에 대항하고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사회를 위해 노력했으면

00이가 좀더 가족이라는 좁은 울타리를 벗어나 더 큰 공동체를 꿈꿨으면

......................................

이런 마무리가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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