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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의 대중심리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는데 C에게 전화가 왔다. 오늘의 주제는 바로 대중교통. 그는 버스 타면서 열받았던 이야기를 쏟아냈다. 공감이 안 갈래야 안 갈 수가 없다. 나역시 경기도 모처에 살고 있기에 ... 승객 입장에서 서울 버스와 **시 버스의 승차감은 현저히 다를 뿐더러 기사의 태도도 확연히 다르다. 대중교통이라는 게 거의 매일 이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서 일종의 심리적 타협을 볼 수밖에 없다.

 

나는 나름대로 정리를 해 보고 타협을 보았는데 우선 운전사와의 관계에 있어서 ... 이놈의 **시 버스 운전기사들은 레이서 수준이다. 자리를 잡지 못하면 서핑하는 기분이 된다. 정말 열받을 때가 많다. 그러나 이들은 먼 거리를 정말 빠르게 달려준다. 일종의 적대적 공모관계를 이루고 있는 것이라 정리했다. 게다가 임금수준도 낮고 노조도 유명무실 한듯.

 

다음으로 승객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 생산력과 생산관계 간의 모순 비슷한 것이 역전되어 나타난다. 예전에는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옆 자리 사람이 남이라기보다는 같은 목적지 내지는 방향을 향해 가는 동료관계 같은 것이었다. 장거리 버스나 기차라도 타면 삶은 달걀도 나누어 먹고 그랬다. 그러나 지금은 너무나도 개별화되어 있다. 반면에 대중교통, 특히 버스, 그것도 서울에서 멀어질수록 비좁고 불편하다. 이것도 일종의 모순이라면 모순이겠지. 여유 있는 사람들은 자가용 갖고 다니겠지 하면서 (사실 따지고 보면 그렇지도 않지만) 여기서도 자기 위안 삼으며 타협할 수밖에 없다.

 

오늘 아침만 해도 지하철에서 운좋게 자리 잡고 앉았는데, 앉아서 가는 40분 내내 옆자리 앉은 덩치 큰 아저씨가 다리를 쩍 벌린것도 모자라서 몸을 비비 꼬고 난리가 아니었다. 거기다가 매일 지하철 탈 때마다 서울지하철이든 도시철도든 고객님들께 최상의 서비스를 ... 어쩌구 하는 사장 목소리가 흘러나오는데, 거참 시민 여러분도 아니고 고객님들이라고 불러싸니 신경이 곤두선다. 공공시설 이용하는데 졸지에 소비자가 되었다. 사람들의 불만도 소비자의 권리로 번역되지 않을까 싶다.

 

오늘 아침의 문제는 옆에 앉은 아저씨가 흔히 하는 말로 제정신이 아닌 아저씨였다는 것이다. 계속 쌍욕을 중얼거리면서 이새끼 저새끼 찾는다. 조금 무섭지만 책을 펴들고 그 속으로 도망가는 수밖에 ... 광인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일전에 S가 광인들의 언행에 대해 했던 말이 생각났다. 1980-90년대의 광인들은 전형적으로 무엇인가로부터 위협받고 있다는 피해망상 징후를 보였던 데 반해 1990년대 후반 경제위기 이후 등장한 거리의 광인들은 불특정한 대상을 향해 적대감을 표출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신자유주의는 광기도 이토록 변화시킬진대, 광인들에 의해 정상인의 지위를 얻은 보통 사람들이야 오죽하겠는가. 그나저나 C가 사는 동네는 좀 특이한 것 같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보면 웬 술취한 사람들이 그렇게 버스에 많이 타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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