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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 후보

 

 

도서관에 이제는 더운물이 나온다(앗싸!)

 

뉴스에는

'추위에 동사자 속출'이란다

'속출'

입 속에 자꾸만 걸린다

 

빈 오지랖에 
상관도 없는 일만 하다

벌써 다시 겨울이 오셨단다

 

바빠 죽겠다면서도 나야 뭐

실은 아주 잘 먹고 잘 살고 있다  

 

뭔 후보들은 눈 씻고 봐도 없지만

얼어 죽을 후보들은 가는 데마다 눈에 밟혀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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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청올챙이님의 [혈액형과 성격?] 에 관련된 글.

 

*

혈액형과 성격 같은 것을 연관지어 믿는 일이(또는 적어도 그럴 듯하게, 의미 부여하며 얘기 나누는 일이) 재미있을 수밖에 없잖아!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별자리나 사주를 믿는 일도 그렇고, 신화를 믿기도, 종교를 믿기도, 과학을 믿기도 어떤 면에서는 닮은 점이 있다. 그건 '내가 미처 알지 못하는 어떤 것', 미지의 영역(그것이 내 성격이든 운명이든, 한마디로 설명할 수 없고 어디서 어디까지 왜 그런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복잡한 것들)에 관하여, 잠시라도 명확하게 설명해 보여 주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이성으로 생각해서 파악하거나 설명하기에 너무나 복잡한 마음속과 세상을, 한마디로 명쾌하게 또 두루뭉술한 말로 그럴 듯하게 설명해 주는 저런 장치들은 매력 있을 수밖에 없다......

 

로또 같은 복권을 사느니 그 돈으로 경제 신문을 사서 읽는 일이 훨씬 돈 버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하지만, 그 말을 듣고 정말로 경제 신문을 사서 열심히 읽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사람의 귀차니즘과 도망가고 싶은 마음, 선택적 애정은, 자신이 정말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몇몇 것들을 빼고는 '대략' 생각하고 믿고 버리도록 할 테니까......

 

이런 얘길 쓰려고 들어왔다가, 친구의 블로그를 보고, 저런 믿음의 또 하나의 매력은, 그곳에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깃든 사연, 이야기. 허구지만 진짜보다 더 진짜 같고, 훨씬 재미있는.

 

*

최근에 엄마의 직장 동료 중 한 사람이, 30대 중후반이라는 젊은 나이에, 아파트에서 몸을 던져 죽었다고 한다. 얼마 전에는 20대 초반의 주변 사람에게서, 절친한 친구가 역시 스스로 삶을 끝냈다는 소식을 들었다. 충격을 받은 그 친구는 며칠을 24시간 내내 깨어 있다가, 또 24시간 내내 잠들었다가, 하는 식으로 보냈다고 했다. 절친한 사이까지는 아니었지만 탁구 파트너로도 몇 년을 함께한 엄마 역시 정신이 없고 멍하다고 한다. 내 주변이나 건너에서 기도한 사람이야 몇이나 되고......

 

오늘 휴대폰을 고치러 갔다가 수리기사가 마이크 이상이 '충격 때문인 것 같다'고 하기에, 내가 수긍하는 표정으로 떨어뜨린 적은 있다, 다만 바로 최근은 아니었다고 하니, '그야 당연하죠' 하듯 웃으며 이것이 '사람 교통사고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덕분에 실감 나게 알아들을 수는 있었지만, 그런 비유를 가볍게 쓰는 걸 보고 아마 그 사람은 주변에서 교통사고로 심각하게 다치거나 세상을 떠난 사람은 없나 보다, 하였다.

 

*

영화 <4인의 식탁>(내가 본 몇 편 안 되는 영화, 특히 매우 드문 공포 영화, 중 하나다)에서처럼, 사람은 하나씩 모두 챙기기에는 너무 복잡한 일상에 지쳐 자잘한 믿음들을 주워 섬기기도 하고,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아픈 사연 때문에 아예 커다란, 믿음으로 굳건한, 새로운 세계를 마음속에 짓기도 하는 것 같다. 그것이 이미 존재하는 질서 - 역시 복잡하게 분화된 종교의 수많은 범주 중 하나 - 에 부합하면 그럴듯한 종교로 불릴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미신이나 소수 종파(또는 종교라고까지는 하지 않아도 소수의 세계관)로 남을 것이다.

 

*

내가 혈액형과 성격을 연관짓는 것을 왜 그렇게 싫어하나, 생각해 보는 중이다...... 처음부터 좋아하진 않았지만 점점 더 싫어하게 되어, 이제는 공공연히 '혐오한다'고 말할 정도까지 되었다. 운세나 별자리에 관해서는 그렇게까지 드러내 놓고 '혐오'하지는 않고, 위의 이유 때문인지 여전히 재미를 느끼기도 한다. 아니 혈액형도 굳이 선천적인 '피의 유형'과 연관시켜서가 아니라 다만 하나의 상징으로 쓰이는 데에는 재미에 공감할 때도 있다.

 

아마도 그 이유는, 요즘 내가 더더욱 민감해진, 믿음과 인간관계의 문제 때문은 아닐까 한다. 내 성향을 알 만도 한데 - 라고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하고 있을 테지만 - 도저히 수긍할 수 없는 쪽으로 가고 있는 친구의 면모를 반복적으로 발견하면서 느끼는 (처음의) 당혹스러움이나 분노, 날이 갈수록 어느 정도는 하는 수 없이 받아들이고 익숙해지기, 그리고 처음 만났는데 다른 데선 얘기가 다 잘 통했지만 어떤 농담에 대한 내 반응에 "왜요, 아니 뭐, 여권 운동 하는 분이세요?" "무슨 페미니즘? 페미니스트? 그런 거예요(설마 아니라고 하겠지, 하고 기대하는 듯)?" 하고 물은 두 사람, 그리고 또, 나는 그냥 신앙생활을 진지하게 하는 모습이 나름 좋아 보인다는 뜻으로 "성경 공부 많이 하네" 했더니 나의 기독교로부터의 '중도 일탈'을 안타까워하며 기독교적 세계관 안에 나를 집어넣고 대화를 이어 가는 동갑내기 사촌, 이런 요즘의 작지만 하나로 꿰어지는 경험들이 나를 더더욱 민감하게 만든 것 같다. 최근뿐 아니라 오래 전부터 내가 이래저래 중요하게 받아들이고 대처해 온 화두이기도 한 데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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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형과 성격?

혈액형과 성격의 '연관짓기'에 관하여('재미로'라는 이름으로 돌고 도는) 거부/혐오감을 갖고 있다.

 

1. '재미'는 없어도, 생각나는 정보 정도만 늘어놓아 보자면(물론 이것들은 이미 중요하지 않지만-_-)

- 혈액을 분류하는 방식은 ABO식, RH+/-식 등 스물 여섯 가지 정도가 있다고 한다. (H가 말해 줌)

- 애초에 (과학적 근거와는 무관하게) 작위적으로 만들어져, 역시 인위적으로 도입되었다.

- 한국, 일본 정도의 문화적 현상인데, 원래는 헌혈, 수혈시 필요한 의료 정보일 뿐이다.

- 통계적으로 '근거 없음'이 여러 차례 증명됐다. (학부 때 교양 심리학 논문 쓰느라 찾아 본 논문들)

 

2. 믿는 사람들의 심리를 주제로 쓴 그 논문과 이후의 생각으로 더해지는 결론은, 

사람들은 편하고 믿고 싶은 것을 믿는다는 것. 체계 없는 변화의 스트레스를 감수하며 엄청난 에너지를 낭비하기보다는, 편히 안주하기 위해 적은 양의 에너지만 쓰려고 한다는 것이다.

 

- 심리테스트나 사주, 운세 풀이처럼 두루뭉술한 언어로, 또는 특정 단정적인 말이라도 사람의 다양한 면모에 어딘가에는 들어맞을 이야기로 왠지 그럴 것 같다고 느끼게 하는 '발화의 힘', 그 다음부터는 자신의 믿음에 도움이 되는 예만 수집하는 성향(도움이 안 되는 반례들은 인식도 하지 않아 버리거나 기억에서 쉽게 삭제하거나, 정 안 되면 '소수 예외' 범주로 분류해서라도 '큰 원칙(믿음)'은 유지하려고 한다).

 

- 한국과 일본 문화에 관해, 편견 많은 내 생각이겠지만(그러니까 지금까지의 잠정적 결론인데), 아직까지는 비교적 인종이나 민족적으로 '겉보기(피부 색, 머리 색, 눈 색깔 등 눈에 띄는 외모)'로 크게 눈에 띄지 않는 사람들을, 다른 식으로라도 의미를 부여하여 분류하고 싶은 심리가 있던 것은 아닐까. 또는 다른 측면에서 말하자면, 개인주의보다는 집단주의가 비교적 센 문화에서, 사람들을 단지 몇 개의 집단으로 분류해 그 범주마다에 포함시켜 버리려는 심리가 작용한 것은 아닐까.

 

- 게다가 마침 사람이 쉽고 편하게 기억할 만한 단위가 네 개를 넘지 않는다니(전화번호 등을 네 자리씩 끊는 것도 그 때문이고), 단 네 개가 전부인 ABO식 혈액형은 얼마나 편리한 틀인가. 별자리 같은 건 서양처럼 신화의 뒷받침이 있지 않고서야, 너무 많고 복잡하지 않은가.

 

- 한국의 인구 비율로 보면(일본은 모르겠다), O형과 A형이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데, 이 두 가지 혈액형에는 일단 사람이 누구나 조금씩 가지고 있는 밝고 넓고 내뿜는 면/어둡고 좁고 숨어드는 면, 또는 외향형/내향형을 이분해 적용하고('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와 같은 방식으로), 나머지 적은 비중을 차지하는 B형과 AB형에는 '괴짜', '특이함', '개성' 등의 의미를 붙여 저항의 확률을 줄이고, 심지어 획일적인 사회에서 부정적으로 여겨지는 가치 판단마저 ('이상한 건 다 B/AB형'이라는 식으로) 부여한다. 재미있는 것은 아무리 소수라도 치명적인 편견도 아니고 어차피 네 개로 분류된 것 중의 소수라 충분히 그 안에서도 집단성은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B형들 모여라' 같은 인터넷 커뮤니티는, 그 나름의 '희소성의 가치' 또는 그와 무관치 않은 '특이함'이라는 의미 부여 덕분에, 긍정적으로는 재미있고, 매력있고, 부정적으로는 동병상련(?까지는 아니더라도, 애교 있게 억울함을 나누는 관계 - 앗, '애교'라는 것에 관해서도 생각이 많다)의 의미라도 띠고 있으므로, 이래저래 'O형 모여라'보다야 훨씬 활발할 수 있다).

 

3. 그러고 보면 혈액형으로 사람을 분류하는 '재미'에 내가 불쾌하기까지 한 이유는,

 

- 연상되는 것이 나치의 인종에 따른 성향 구분이나 반대로 유태인의 선민의식, 또 흑인들을 인간 취급 안 하던 시절과 여성의 뇌를 남성보다 열등하다고 하던 시절 등, 뭔가 선천적인 특징과 사람의 내적, 개성적 특징을 연관짓는 것의 부자연스러움과 심한 비약, 관련도 없는 과학적 '사실'의 영역을 사람의 주관적 '믿음, 성향, 판단'에 끌어다 부리는 일에 대한 역겨움

 

- 내가 어떤 범주에(원하든 하지 않든 결국 또 선천적인 이유 때문에 더욱 그렇지만) 분류된다는 것, 그래서 나와 타인의 각각의 개성을 보는 눈을 조금이라도 가려 버리고, 같은 혈액형끼리의 동질성을 강조하는 장치로 쓰인다는 것(재미있을 리가 없다). 

 

 

그냥 끼적이는데 점점 길어져서 1, 2, 3 번호까지 붙이게 됐는데... 결국 내내 '싫다 싫어'만 한 것 같군.

정말 저런 재미는 싫어.

 

여기서야 누군가 또 '너 X형이구나?' 이렇게 하진 않겠지만...... 이런 얘기 들으면(다른 세계에서 참 많다), 흐음...... 예전에 한번 다른 편견에 관한 글을 싸이에 썼다가, 어떤 친구가 퍼간 아래 덧글에, '길다 암튼 너한테 OO라고 안 할게' 한 것을 구경했을 때의 허탈함이 재현되겠지. 엄청난 편견과 그 때문에 말 그대로 '장난이 아닌' 제재를 겪는 경우보다야 훨씬 작겠지만 말이야.

 

믿음이란 건 신앙이고 종교라, 혈액형도 요즘 (재미로 믿는) 작은 종교들 중 하나이고(하긴 다른 종교들도 재미로 믿는 사람들 많은데), '체험의 종교인데...'라고 말한 최근 지인의 한 '진지하고 배타적인' 형태의 기독교도 그렇고(회의를 느끼면 '말씀'으로 돌아간다), 그래 다들 어쩌면 체험의 종교일 수 있지. 체험과 인식의 종교...... 내 종교는 대체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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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옳고, 또는 그른 것이냐.

 

무엇이 좋고, 또는 나쁜 것이냐.

무엇이 낫고, 또는 못한 것이냐.

 

(내가) 명백하게 낫다고 생각하는, 아니 적어도 명백하게 좋아하는 것에 반하여

(내가) 명백하게 못하다고 생각하는, 또는 피하고 싶고 나아가 혐오하고 경멸하기까지 하는 것을

관계에서 발견할 때......

관계의 끈을 빌어 안주하고 싶은 과거와 관성에서 발견할 때......

 

그래 혼란스러운 채 될 수 있으면 두 마리 토끼를 잡아 보려고 한동안 안간힘을 쓰긴 하겠지만

결국 언젠가는 나도 놓아 보내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여야지.

 

그래 벗의 말대로 성숙하므로 헤어지는 것이니까

오히려 당연하고 바람직한 것이겠지......

 

그저 (내가) 아쉬울 뿐이지.

 

나도 정리 안 됐고 죽을 때까지 안 될 부분이 있고

너도 정리 안 됐고 죽을 때까지 안 될 부분이 있겠지만

 

그래도 '이건 정말 아니야'라고 할 것이 크게 보이는 순간엔 아픈 예감도 피할 수 없는 것이지

 

아니면 어느 정도까지 마음을 비운다면...... 그동안 잘못해온 관계 맺는 방식을 발견했다면.

내 마음이 네 마음에 닿은 줄 알던 영역을 많이, 많이, 많이, 거두어 내고, 거두어 내고, 거두어 내야지.

 

......

그래도 여전히 걱정되는 건,

네가 분명히, 아직은, '반해서 빠져 있는, 초기 한동안' 상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야......  

이것 역시 오만이라면, 나도, '그런 내 착각'을 버려야 할 때, 그때가 되면, 버리겠지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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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에 대한 기대는 진작에 없었지만

껌뻑님의 [차별금지법 훼손 반대, 연명에 참여해 주세요!] 에 관련된 글.

 

 

진짜 너무들 하네...

무슨 입법을 저 따위로 하나...

 

아 진짜 조용한 도서관에서 혼자 혈압 오르고 있다.

거긴 대체 뭐하는 사람들인지 모르겠다. 모처럼 인권 좀 챙기는(?) 이름의 법인가 했는데.

 

기독교 등 많은 단체들이 (동성애 차별 금지를 포함하면) "동성애 나라가 된다"며 아우성이란 얘길, 다른 인턴에게서 들었다.

 

논리고 뭐고 없구나.......

 

하긴 나도 아예 모르고 있었고, 무심히 지나친 동안 진짜로 죽어 나가는 사람이 한둘인가......

그저 새삼 슬프다. 한시가 급하고 중요한 일이, 너무, 많은 것 같아, 아무것도 안 하고 있어도, 숨이 차.

 

'개인 성명서'라 할 만한 글을 쓸 수 있다면 좋겠지만,

너무너무 화가 나서...... 가라앉지 않는다.

(너무 동떨어져 살다 보니, 역시 그저 활랑활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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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분을 좀 가라앉히고(그런가?;;) 보낸 지지의 말)

 

현재의 훼손된 법안은 사실상 '선택적 차별 허용 (또는 장려)' 법안이라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돈과 권력의 눈치를 보며 특정 사람들의 인권을 무시, 침해한다면, 그런 국가 기관이나 법은 존재 의미가 없습니다. 사람의, 사람을 위한, 사람에 의한 법치를 위해, 법무부는 지금보다 한참 뉘우치고 깨달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화가 나네요... 좀더 많은 사람이 동참하고 지지를 보내서, 꼭 이겼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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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어쨌든, 이기기(?)는, 더구나 이 정도로 급할 때는 더더욱,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꾸준히 싸워 온 분들이야, 새삼 펄쩍 뛸 일도 아니겠지... 아무튼 나는 한참 어이없어하다가, 시간이 걍 막 지나간다. 정부는 제발 저런 식으로 사람들 열받게(그리고 진짜 힘들게) 하지 좀 말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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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거리

오전에 눈을 떠 갈아 입고 나서

뒤늦게 아파 오는 게 싫고 몸이 지레 지쳐서 누운 것이 그대로 네 시간,

일어나 밥을 한번 차려 먹고 또 세 시간(쯤? 더 많이? 세기도 귀찮다),

밤에 잠깐 깨었다가 일과 관련해 사 온 책 좀 보다가 또 잠들어

아무튼 오늘 오전까지 스물네 시간은 잔 것 같다. 오늘 아침엔 도서관 자리를 일찍 맡으려고 했는데 - 실패.

 

잠들기 전후로 누운 동안 여러 가지 생각.

그 사람 생각과 옆에 누운 상상.

 

달마다 이렇게 앓아(?) 누워서야 무슨 일을 할까, 자괴감도.

나아가긴 않고 미적거리고 있는 일에, 또는 그 안 되는 여러 핑계에, 원망도.

 

손발이 차고 추워.

운동을 하려면 시간이 아깝고 안 하면서 잠만 느니 근육이 없어지고 있다

일을 그만두든지, 잠을 줄여 가면서 억지로 운동을 하든지, 할 수밖에.

둘다 무리한 일이니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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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

지난 일이 되어 간다.

미룬 일이.

놓친 일이.

우유부단하여 망설이던 일이.

 

그리고 찜찜한 일도... 그래서 지난 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이번 12월 1일도, 지난 일과 지난 관계에 마음 씀을 놓지 못하여, 약속을 하고, 물론 나름 느슨하면서도 억압적인 공동체에 대한 일말의 책임은 무시할 수 없는 것이지만, 어쨌든, 더 찜찜한 것은, 그것 때문에 다른 것을 놓치거나 좀더 뒷순위로 미루게 될 때다.

 

이왕 제멋대로인 거, 그냥 매번 제멋대로인 것이 최우선순위이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고, 앞으로도 그러지 못할 것임을 알고 있다.

 

나를 움직이는 동력은, 즉흥성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어쩌면 너무 많은 것에 얽매여 있다......

 

오늘도 지나간다.

 

찜찜해.

 

*

 

어젯밤엔 또 근무하던 학원 꿈을 꿨다. 원장과 말다툼하는. 아... 그때랑 거의 같았다. 물론 그때보다 원장이 훨씬 말이 통하고, 나도 훨씬 조목조목 그 자리에서 차분하게 말하고, 실장도 지지하는 눈빛만 보내며  있어 주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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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벌이가 안 되는 밥벌이

를 즐기(?)면서...

다른 일정이나 생각의 조각이 자꾸만 미뤄지는 것이 점점 참을성의 정도를 벗어나려 하고 있다.

나도 모르게 눈앞의 의무로 주어진 일은 자꾸만 느슨해지고...

스트레스 조절 안 되고...

그나마 요즘 몸이 바빠서 우울이니 근원적 외로움이니 자잘한 고민까지 잊고

밤샘과 밥 거름이 잦아도 한동안 야무진 똥만 잘 누고 있었건만(정신적 스트레스 없는 듯이) 

오늘은 달거리를 시작한 바람에 몸이 가스 찬 풍선같이 되었다 - 도서관에서, 좀 난감했다...

 

H와 하던 대화도 아직 일단락을 못했고...

머릿속에 떠돌던 생각들도 인턴의 밀린 후기 같은 것들도

여러 못 만나는 벗들은 물론이고

걱정되는 벗도...

 

치우침이 너무 오래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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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새우기로 작정하면 왜 더 졸릴까?

할 일이 많아 부담이 되면, 잠을 줄여 가면서 해도 부족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왜  어느새 오히려 잠을 늘려 가면서-_-;;  하고 있는 걸까?

 

내내 궁금해하다가 H와 얘길 나누면서 결론을 냈다. 아마도 몸이 급저항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H의 표현을 빌자면) "나는 쉬어야만 해. 왜 네(뇌) 맘대로 밤을 새운다는 거야?!" 하며.

 

그러니 아무 부담 없이, 안 새울 것처럼 하면서, 즐겁게 놀다 보니 저절로 새울 때는 안 졸린 거다.

물론 지나고 보면 그것도 결국 몸에게 예고 없이 배신을 때린 것이 되지만...

 

좋아하는 일을 즐겁게 하도록 한 다음, 임금 지급이나 (불리한) 재협상에는 소홀한 경우도 마찬가지겠다.

 

몸은 이래저래 피곤할 밖에 없군. 알고 당하나 모르고 속으나.

뇌와 같은 결정권을 갖지 않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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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찔하기

울리는 전화기를 들고 도서관 복도에 나간 길에 화장실에도 갔다 올 만큼 마음은(/만) 바쁘지만

그러다 갑자기 생각이 나면 갤러리에 가서 사진을 본다.

 

*

이름을 불러 주면서 나의 꽃이 되어

'그 사람' '그것' '나'란 말만으로 충분히 통하다가도

언젠가 그것을 다시 냉정히 보고 객관화해야 할 때가 오면 괴로운 것이다

고유한 영역, 나만의 것이라 생각했던 것을 다른 배치에서 마주칠 때 움찔하고

더군다나 치우친 상황에서 원치 않는 배치에 나를 넣어야 할 때

- 나의 고유함과 주관을 어쨌거나 타인에게 평가 받아야 할 때 -  또 움찔한다.

 

관계에서 정체성을 다시 설정하는 일은 긴장을 준다

그 긴장이 가볍고 즐거운 전환일 때도 있겠지만

당장 감당하기에 너무 클 때 스트레스도 되고 슬픔도 되고 절망도 되는 기억은 크다

 

*

지하철에 앉았다가 고장났다고 모두 내리라는 바람에 모두 몰려 나온 날,

다시 어떤 조치가 되었는지 도로 타라는 안내방송이 나오자

내렸던 사람들은 대개 서 있던 그대로, 그러니까 내린 역순으로 들어가 탔다

 

그날 난 두 번 놀랐는데, 하나는 먼저 내려 뒷쪽에 서 있던 사람들 중에서

그 와중에 빈(그러니까 완전히 비어 '새것'이 되어 있는)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인파를 헤치고 먼저 들어가 자리를 맡는 몇몇 사람을 보고, 오 참 그렇지, 앉는 사람이 임자지, 그 생각을 못 했네, 한 것이고,

 

두 번째는, 결국 나는 서 있던 그대로 나중에 타 보니 내가 있던 자리쯤에 섰는데,

몇몇 아까처럼 발빠른 사람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처럼)

자신이 있던 자리로 가서 그대로 앉았다(또는 섰다)는 것이다.

 

나와 있던 순간이 짧아서도 그렇겠지만, 대개는 '아까(또는 원래)' 있던 자리를 존중했다는 것

서 있던 이들은 앉아 있던 이들에게 우선권이 있는 것을 쉽게 당연히 여기고, 앉아 있던 이들 역시 자신의 앉음을 당연히 여기고 있었다는 것... 물론 발빠른 몇은 앉고 싶은 마음이 그 마음을 앞질렀을 테지만.  

 

그 장면에서 기득권이란 바로 저런 것이구나, 그래서 무섭다는구나, 하고 느꼈다.

 

확실히 '먼저 있던 것'과의 싸움은 늘 뭔가 무리한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안 싸우고도 무리해야 하는 세상에 싸우기 위해선 더더욱 무리해야 하는 것.

 

*

있던 것을 유지하려는 본능은 생존을 위해 필수겠지만

외면, 회피로 변화를 거부하면 많은 것을 잃게도 된다.

'늘 있는 사람', '낯익은 것'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 같은 것.

그래서 아주 소중한 것이 변화해 가거나 떠났을 때, 뒷감당할 여유나 준비도.

 

*

나를 이루는 건 팔할이 그리움인 줄 알았는데,

실체가 없는 그리움이야 언젠가부턴 사라진 듯하다.

 

그보다 요즘 (여전히) 관심이 가는 건 '분노'.

떡져서 정체(막힘), 현실 외면, 무능 발휘(?), 관계 단절, 우울 같은 것으로 쉬어 버린 감정의 원료 같은.

 

*

혼자 생각에 잠겨 있다가 시계를 볼 때,

도서관 끝난다는 방송을 듣고 모두 우르르 가방 챙겨 나가는 대열에 낄 때. 이런...... (움찔, 혹 아뿔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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