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from 우울 2006/04/24 14:16

제주도에 왔다.

이놈의 역마살.

돌아와서는 죽도록 지치면서도 맨날 돌아다니는 이유를 도저히 알수가 없으니

역마살 탓을 할 수 밖에 없다.

 

남들에게 대부분 있는데 나에게만 없는 것 - 과거와 미래.

나는 과거로부터 무언가를 배우지도 못하고

미래를 위해 뭔가를 희생하지도 못한다.

 

당장 내가 살아가고 있는 현재에 끝도 없이 던져지고 있다.

 

 

 

항상 질투해왔다.

부모님이 스스로 살아갈 능력이 있는 사람들.

혹은 더나아가 자식에게 무언가를 해 줄 수 있기까지 한 사람들.

그 질투가 너무 심해서

그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힘들때조차 많았다.

 

그들이 그냥 자신의 삶을 평이하게 늘어놓을 때,

혼자서 마구 상처받았다.

 

상처를 받고 안받고는 상대적인 것이라

나보다 더 못한 삶을 가지고도

그런 것쯤에 상처따위 받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도 많아

늘 부끄러웠지만

솔직히 부럽고 질투난다.

 

부모가 유학도 보내주고

생활비 걱정 안해도 되는 사람들

 

서른이 넘어

이제 깨달았는데, 나는 도저히 유학같은걸 갈 수 있는 경제적 여건이 안되는 것이다.

유학은 커녕, 대학원조차 갈 여건이 아닌 것이다.

주제넘게 '아트'같은 걸 생각해선 안되는 것이다.

 

돈을 좀 모아서 여유가 되면 학교로 돌아가겠다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서 인생을 유예해왔는데

그게 다 바보같은 생각이었다.

 

돈이나 벌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미친듯이 조낸 달려도 10년에 1억이나 모을까 하지만

그게 내 한계인 것을 이제 받아들일 나이가 된 것이다.

 

그깟거 벌려고 조낸 달릴거냐 묻는다면 '네'라고 대답하지요.

그거라도 있어야 나중에 부모님같이 안 살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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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4/24 14:16 2006/04/24 1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