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25일 화요일 맑음

from 우울 2006/04/25 13:24

이만하면 행복한 인생.

잡스러운 공상이나 즐기며

일하는 시간에 비해 많은 돈을 받고

작은 규모지만 관계의 그물 속에서 사람으로 인정받고

영화에나 나올법한 크기로 한 사람에게 사랑받고

그만은 못해도 적당히 사랑하고

오늘부로 이제는 빚도 없다.

 

듣고 싶은 음악 들을 수 있고

보고 싶은 영화 볼 수 있고

읽고 싶은 책은 읽을 수 있고

피우고 싶을 때 담배를 피운다.

 

하기 싫은 일은 남들보다 훨씬 안하고 사는 것 같다.

 

굉장히 굉장히 예쁜 고양이도 한마리 데리고 산다.

 

자꾸 삶을 챙겨보고 남은 것들을 정산하고

행복이라는 것이 실재한다는 것에 감탄하면서

 

"인생의 목표가 행복일 수만은 없다고 생각한다."

 

이 엄청난 문구를 써놓고 겁이 난다.

 

이곳에서 떠나면 나는 어디로 간단 말인가?

알 수 없는 곳, 그래서 두려운 곳, 불안하고 어두운 곳

허공 혹은 심연으로 뚝 떨어지는 거지.

어떤 용감한 이는 그곳으로 질주도 한다지만

나에겐 그런 용기는 없다.

신경질적으로, 발작적으로, 무의식을 가장하여 나를 내동댕이치는 게 고작이었는데

이제는 그것조차 못해.

 

어쩌면 좋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6/04/25 13:24 2006/04/25 1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