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하면 행복한 인생.
잡스러운 공상이나 즐기며
일하는 시간에 비해 많은 돈을 받고
작은 규모지만 관계의 그물 속에서 사람으로 인정받고
영화에나 나올법한 크기로 한 사람에게 사랑받고
그만은 못해도 적당히 사랑하고
오늘부로 이제는 빚도 없다.
듣고 싶은 음악 들을 수 있고
보고 싶은 영화 볼 수 있고
읽고 싶은 책은 읽을 수 있고
피우고 싶을 때 담배를 피운다.
하기 싫은 일은 남들보다 훨씬 안하고 사는 것 같다.
굉장히 굉장히 예쁜 고양이도 한마리 데리고 산다.
자꾸 삶을 챙겨보고 남은 것들을 정산하고
행복이라는 것이 실재한다는 것에 감탄하면서
"인생의 목표가 행복일 수만은 없다고 생각한다."
이 엄청난 문구를 써놓고 겁이 난다.
이곳에서 떠나면 나는 어디로 간단 말인가?
알 수 없는 곳, 그래서 두려운 곳, 불안하고 어두운 곳
허공 혹은 심연으로 뚝 떨어지는 거지.
어떤 용감한 이는 그곳으로 질주도 한다지만
나에겐 그런 용기는 없다.
신경질적으로, 발작적으로, 무의식을 가장하여 나를 내동댕이치는 게 고작이었는데
이제는 그것조차 못해.
어쩌면 좋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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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그서 떠나면 청파동으로 돌아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