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2년만에

잡기장
제안, 기획을 위해 골몰하다가 잘 정리가 안되서 잠시 머리를 식히려고 블로그들을 이곳 저곳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러다가 요앞에 포스트한 것도 발견하고, 하나 옮겨놓고 보니.. 갑자기 또 근질근질해진다. 그러고 보니 최근에 포스팅한게 다 "목적의식"이 강한거다 보니 다음 포스팅에 대한 부담이 나도 몰래 생겼나 보다. 다음엔 또 어떤 "유익한" 걸 올릴까... 어떤 게 다른 사람에게 "유용할"까...

요 며칠 일어난 심경의 변화들이 있다. 그리고 이제 행동으로 옮겨보려고 길을 찾고 있다. 난 일하는 시간, 사무실에서, 책상에 앉아서는 아이디어가 잘 떠오르지 않는다. 많은 분들이 그렇듯 지하철에서, 멍하니 사람들을 쳐다보다가, 혹은 한강을 건널때 밖을 내다보다가, 그리고 자전거를 타고 한강변을 달리다가, 혹은 술먹고 곯아떨어졌다가 새벽에 목마르고 화장실 가고 싶어 깼을때, 여튼 생각도 안하고 있던 때에 불쑥 불쑥 아이디어들이 떠오른다. 그래서 난 일을 많이 하면 안된다. 많이 돌아다니고, 예측불가능한 짓을 해야 한다. (이상한 결론인가? ㅋ)

불쑥 떠오름은 있으나 그것이 오래 남지는 못해서 바로 거칠게 메모를 해 놓지 않으면 다시 그 생각이 떠오르기 위해서는 1년이 지나야 할지도 모른다. 다시 한 바퀴 돌아 그 상황으로 돌아왔을때. 그래서 항상 메모장을 갖고 다니는데, 일단 메모를 한 뒤 나중에 삼실이나 조용한 데로 가서 바로 그 생각을 발전시키지는 또 않는다. 그래서 다시 1년을 기다리는 일도 허다하다. 하여간 그러다보니 지저분한 메모와 고민으로 가득한 연습장과 메모장은 많이 쌓여 있으나 내가 다시 봐도 고개를 저을 만큼 지독한 악필과 함축, 앞뒤 안맞음 맥락 연결 안됨으로 다시 덮어 놓고 쌓아만 놨다가 이사를 가거나 할때 한꺼번에 버리곤 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버리지 말고 좀 더 갖고 있는게 좋았을 뻔했다. 시간이 더 지나면 그래도 소화력이 조금은 늘어나 그 중에서 몇개 뽑아내는 건 있기 때문이다.



쌓여 있는 메모장 중엔 아직 쓸 공간이 많이 있지만 그런 이유로 (내가 고개를 돌리고, 다시 펴 보고 싶지 않은 이유로) 쳐박아 놓은 것들이 몇개 있다. 그 중 하나를 요즘 다시 갖고 다닌다. 쓰던 메모장이 동났는데 새로 사기는 싫고, 또 그때 새벽에 불쑥 떠오른 것을 메모하려다 보니 닥치는데로 종이들을 찾다가 집어든 것이다. 보니 2004년 초.. 제대한 후 1년간의 "정화"기간을 거쳐, 자유분방 신비주의 폐인 생활을 청산하고 활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이곳 저곳 알아보려 할 때. 그때는 스스로의 메모 패턴을 알고 있기에 일부러 큰 연습장과 조그만 메모장을 같이 가지고 다녔는데, 그래서 그 조그만 메모장에는 지저분한 낙서와 우주에서 온 메시지는 별로 없고 정말 메모다운 메모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연습장을 안 가져왔을때 쓴 것인지 그런게 몇개 있긴 있다. 왜 이런 생각을 했는지 보려고 그때 쓴 연습장을 찾아보니 못 찾겠다. 버린건지...

하여간 몇개 짤막한, 그나마 좀 다른 메모 속에 쓴거라 나름대로 알아들을 수 있게 쓴 것들을 보니.. 참, 그때나 지금이나 고민하는 건 비슷한 것 같다. 물론 2년이 지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고, 스스로 달라지고 해서 글에 드러나지 않는, 아래에 깔려있는 부분들은 많이 다르겠지만, 지금이나 그때나 머리속에 굴리고 있던 말들은 겉으로는 비슷비슷하다. 그때 과연 내가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충분히 알고나 한 거였는지.. 우습기도 하면서, 또 다시 2년 후 지금의 블로그와 내 메모들을 보고 다시 이렇게 피식 웃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개똥 철학... 그나마 가장 덜 쪽팔린거로 하나 옮겨본다. -_-
 선택을 하지 않은 것도 하나의 선택이었다.
 흐름에 나를 그냥 던져 놓고 핑계거리만 찾은것

 길이라는 게 처음부터 있는 것이 아니고
 누가 감으로써 생긴것, 누가 지나간 흔적이 길이다.
 정해진 하나의 루트가 있는게 아니라 모든 것이 다 연결되어 있다.
 일단.. 걸어보면 알 수 있다.

 그런데 난 걷고 있지 않다.
 망설이며, 고민하며, 아니 그런 척하며
 누군가가 잘못된 길로 들어선다고
 멈춰있는 자신에게 이유를 만들어 주었다.

 선택을 하지 않는 것도 선택이다. 나냐 내가 아니냐의 선택
 적극적으로 매순간 '내'가 선택해야 한다.
------
 "할 수 있을때, 할 수 있는 걸 하겠다"는 것은 할 수 없으면 안하겠다는 뜻
 하고 싶은 걸 먼저 하고, 해야될 것을 거기에 맞춰야지.
 (아래 생략...)

지금보면 한말 또 하고 또 하고 ... 아마 스스로 생각하는 걸 정확히 표현해 내지 못해서, 언어 외에는 표현 수단이 없어서 (지금도 나을 건 없다) 계속 그런 걸 반복했던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이 내가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 별 관심이 없을 거라고, 내가 늘 말하고 다니는거에는 흥미가 없는 것 같다고 지레짐작하고, 말문을 닫고 다른 얘기만 하고 살면서 답답한 걸 메모장에 독백으로 풀어낸 것 같다. 그게 아니었으면 좀 잘 정리해서 일기라도 썼겠지. 하여간 그냥 끄적이는 걸 즐기긴 했다. 과방에서, 나무 밑 벤치에서, 수업시간에 딴 짓으로..

웃긴 것은 우연히 발견한 그보다 또 전에 썼던 메모에도 비슷한 글들이 계속 있다는 거. ㅋ 이제 웅얼거림은 끝내고 자신있게 밖으로 표출해 보자. 꿈만 꾸지 말고 기획을 하고, 탐색만 하지 말고 직접 실험해보고, 제안만 하고 다니지 말고 직접 행동해 보자. ㅋ 또 얼마나의 삽질을 하려나... 중요한 건 내가 내 밖으로 나오는 것. 난 지금 내 안에 갇혀지낸다. 그리고 계속 조심스레 밖을 내다보기만 한다.

윽, 벌써 시간이. 또 회의준비해야지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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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24 14:26 2006/08/24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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