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 더 열기

잡기장
약간 피곤한 상태가 오히려 일이 더 잘되기도 합니다. 지금의 제가 그렇습니다.
작업의 진척이 좀 있어 맘의 여유가 좀 생깁니다. 그러고 나니 풋~ 제 오바질에 살짝 웃음이 나는군요.

서버실은 사람보단 기계를 위한 환경입니다. 그곳은 서버가 다른 요인으로 멈추지 않도록 먼지와 온도, 습도를 조절하구요, 안정적으로 전원을 공급합니다. 여러 서버가 모여 쉴새없이 돌아가는데 "우웅~" (정확히 표현못하겠는데 ^^) 소리가 납니다. 서늘한 바람, 딱딱한 네모만의 공간, 인공적인 것으로 가득찬 그곳에서, 평소에는 묵묵히 일하는 비서지만 비상시에는 사람을 울고 웃기는 무서운 존재인 서버가 있고, 그걸 달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곳에서는 인간과 기계의 관계가 역전되는 느낌입니다. 사람을 기계가 돕는다기 보다는 사람이 기계를 돌보고 떠받듭니다. 제발, 잘 되다오. 착하지? 응? 야! 으.. 화내서 미안 ㅡㅜ

게으름 혹은 치밀함 없음으로 인해 일정이 뭉그러져 할일이 집중된 한 사람이, 그 압박 속에서 그 공간에 들어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근래에 그를 혼란에 빠뜨린 일이 있었습니다. 이래저래 환경과 상황에 짓눌린, 평소에도 때때로 소심해지는 연약인이 새벽까지 일합니다. 몸의 에너지가 떨어지자 맘도 불안해지고, 애타게 누군가를 찾게 됩니다. 하지만 그 시간에 외부의 사람들과 직접적으로 연락하는건 사실상 불가능이죠 ㅋ 그래서 그는 불로그에 마구마구 남들이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을 늘어놓습니다. 글을 썼다기 보다는 이야기를 하는 심정으로. 읽어줄 사람들 앞에 말을 하는 기분으로, 이 모니터 뒤편에 사람들의 모니터가 옹기종기 모여 있어 모두와 대화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으로...

ㅋ 하지만 이제는 햇빛을 볼 수 있는 곳에서, 밥도 먹고, 조금이지만 잠도 자고, 해야할 일도 어느정도 진척이 있으니 상태가 회복되고 있습니다. 이럴때 한강에 자전거라도 타러 나가면 좋긴 하겠는데, ㅎㅎ 마음뿐입니다. 잠깐 블질하고는 다시 하던 일로 돌아가 흐름을 놓치지 않아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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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에도 덧글을 달아주신 분이 계시고, 오랫만에 방명록, 채팅창에도 메시지가 있습니다. 곳곳을 돌아다니며 답을 하다보니 오른쪽 아래에 "월별글목록"이 보이더군요. 오랫만에 한번 눌러봤습니다. 예전에 다시 쓴 걸 보니 귀엽군요. 블로그 처음 만든건 2004년이지만 실제로 좀 쓰기 시작한 건 2005년 가을이던가.. 자전거를 산 때 즈음이었던것 같습니다. 근데 보니 비밀 이야기가 목록에 있습니다. 깜짝 놀랐다가 생각해보니 지금은 내가 로그인을 해서 다 보이는 거고, 비공개로 한 거라 다른 사람은 못 보게 되어 있습니다.

비공개로 했던 글들을 다시 찬찬히 훑어봅니다. ㅋ 재밌군요. 왜 사진을 찍으면 처음에는 이상하게 나온것 같아서 처박아 놨다가, 나중에 보면 나름대로 귀엽고, 특색있고, 사랑스럽고 그러지 않습니까? 글도 처음에는 "나 뭐야 대체 -_-" 하며 부끄러워 숨겨 놨던 글도, 나중에 보면 씨익~하고 웃음이 나오곤 합니다.

그래서 전에 한번 새로 시작한다는 의미로 전부 비공개로 하고 새로 쓰기 시작하다가, 얼마 후 골라 골라 조금씩 풀었는데, 오늘 조금 더 풀었습니다. 내 맘이 더 열린 걸까요 아니면 제 자신을 좀 더 사랑스럽게 바라볼 수 있게 된 걸까요. 아님 그냥 시간이 지나 내가 한 얘기가 아닌 것 같아서 그럴까요 ㅎㅎ

요즘 하는, 이런 식의 블로깅 너무 재밌습니다. :) 누군가 재밌게 읽어준다는 생각으로 얘기하듯이 글을 쓰니 더 그렇습니다. 첨에는 사실 블로거진 올라가고 싶은 생각으로 글을 쓰기도 했는데 *^^* 이제는 뭐 별 개의치 않게 됐습니다. 덕분에 나를 표현하는 것에 조금씩 더 익숙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블로거 리더님들 고맙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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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08 17:14 2006/10/08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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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te0r 2006/10/08 21:15 URL EDIT REPLY
안그래도 어제밤에 호스팅에 문제가 생긴 것 같더니.. 아침에 다시 해보니 되더군요. 고생하셨습니다. ㅎㅎ
지각생 2006/10/09 02:02 URL EDIT REPLY
mete0r // 네 고생했습니다 :) 문제가 깔끔히 해결 안된게 있어 껄쩍지근지근합니다. 런던 가 있는 열흘동안만 얌전히 있어야 할텐데..
kong 2006/10/10 10:05 URL EDIT REPLY
놋북원정대, 기술활동가페스티발, 그리고 요 글까지 읽고나니 지각생님과 친해진 듯한 기분이네요 ^___^ 조금씩 더 열릴 때마다 그 틈으로 살짝 들여다보는 즐거움을 기대해봅니다. 근데 서버실이라는 곳에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랑, 그곳에서 기계를 떠받들고 일에 치이며 글을 쓰는 '연약인'이 조금 불쌍하다는 느낌이 남네요.
지각생 2006/10/10 18:05 URL EDIT REPLY
kong// 글 읽고 트랙백 걸고 싶었는데 그때 못했더니 계속 시간이 지나가네요.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저도 콩님과 친해진 기분 ㅋㅋ 서버실을 촬영할 수 없는게 안타까워요. 처음에 갈때는 SF 영화에서 나오는 장면들이 연상되서 디게 신기하고 그런데, 몇번 가다보면 그런거 싹 사라지고 답답하고 그럽니다. :)
연약인은 관심받으면 모든 근심이 사라지죠.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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