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영의 도시는 "자신을 완전히 잃어버린" 한 사람이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가 주된 흐름이다. 그 사람은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하고 언어, 생각-반응 패턴들이 완전히 파괴된 상태로 발견되어 새롭게 모든걸 배워간다. 그런데 그 사람은 다른 인간들과 뭔가 다르다. "거짓"으로 인간을 지배하는 외계 종족이 있다고 사람들은 믿고 있고, 그래서 그는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숱한 위험을 겪는다. 마지막에, 엄청난 거짓과 위험한 음모가 숨어 있는걸 알게 된다. 뒤로 갈수록 재밌고 긴장됨. 원츄!

세 편이 주인공이 같다거나 스토리가 바로 이어진다거나 하진 않는다. 각 편 사이에는 수백에서 천년 정도의 시간 차이가 있다. 그래도 다른 헤인 시리즈 소설보다 스토리가 많이 연관성이 있다. 전체 헤인 역사에서 보면 가운데 쯤에 해당하는데 "모든 세계의 연맹"이 만들어진 후 위기를 맞는 시기다. 연맹이 붕괴되고, 어둠의 시기에 있다가 다시 희망을 찾게 되는 과정이 이 세권에 담겨 있다. 그 이후의 나온 소설들은 이 "세권의 헤인소설"의 앞과 뒤로 들어가는데 "빼앗긴 자들"은 그 앞, "어둠의 왼손"등은 그 뒤의 이야기다.

바람의 열두방향을 읽으며 다른 SF와는 분위기가 확 다르다는 걸 알았는데 이 초기 중편들도 그런 분위기를 확확 느끼게 한다. 유배행성은 그래도 굵직한, 중심된 하나의 사건이 있어 좀 더 익숙한 구성이랄까? 그런데 로캐넌의 세계와 환영의 도시는 읽는 내내 그 묘사를 머리속에 그리고 상상하고, 지우고 다시 그리고 하느라 바빴다. 이러느라 힘 다빼서 앞만 보고 달리듯 끝을 향해 계속 읽어 내려 갔는데, 나중에 다시 한번 찬찬히 읽어 봐야겠다. 뭐라고 딱 찝어 말하기 어렵지만 길을 오는 중간 괜찮은 것들이 언뜻 계속 눈을 스쳐간것 같은데 그게 뭔지는 모르겠고 일단 지나쳐온 느낌..? 그 길을 다시 한번 걸어봐야겠다. 그땐 서둘러 갈 목적지를 만들지 않고.
아마 세 권중 하나만 읽으셔야 한다면, "환영의 도시"를. 저처럼 SF 초보라면 "유배행성"을, 느긋하게 세권 모두 읽으시려면 "로캐넌의 세계"부터 보실 걸 추천합니다. 유배행성과 환영의 도시는 로캐넌의 세계보단 더 직접적으로 연관되니 두 권을 보시려면 그것.
* "환영의 도시"와 같은 날 산 "뉴로맨서"는 길기도 길지만 어슐러 르귄의 소설만큼 저를 계속 붙들어두진 못하네요. 이제사 3분지일 읽는 중.
* "어둠의 왼손"이 품절/절판 상태네요. 혹 빌려주실분? ㅡㅜ 빌리기 어렵다는 건 알고 있으나..
* 진보불로거 SF읽기 모임 같은거 하면 안되려나? :)
* 세권의 헤인소설, 꼭 보고 싶은데 돈 없으신 분은 빌려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