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잡기장
왜 글이 날라간 걸까 간만에 솔직한 심정이 좀 나왔는데... 아무래도 난 메모장에 쓰고 옮기는건 안되고 바로 이렇게 폼에 써야 글이 써진단 말이지..

뭔 얘기를 썼냐면.. 내가 계속 경쟁하고 산다고 했었다. 대등과 호혜는 아직 내 머리속에만 자리잡은, 존중 아니면 무시하는 게 지금의 나라고. 요즘 보는 책이 있어서 그렇다. 한국사회의 차별과 억압. 그게 일상화되는데 기여하는, 존비어를 비롯한 문화적 장치들. 생각해보니 역시 그렇다.

그리고 또 뭔 얘기를 한고하니, 내가 하려고 하는 것들, 설명하고 안내하는 것, 최대한 초보때 심정으로 떨리는 가슴으로 했던 그때 기억을 되살려 자세하고, 친절하고, 자상하고, 어리숙하고, 실수도 하며, 내 얘기도 하며, 아마추어적으로 하려는 것들.. 근데 그게 사실은 내 우위를 확인하는 맛에 하는 것이기도 하다는 거지. 내가 가정한 대상은 아마 나를 보고 신비감, 경외감을 가질지 몰라, 혹은 전적인 신뢰를 갖고 의지할지도 모르지. 이런게 비관적인 것 같지만 사실 그런면이 없다고, 순수한 마음으로 하는거라고만 할 수 없는게, 늘상 주위 사람들을 보고 경쟁하거던, 누군가 나와 같은 영역에 있는 사람이 나보다, 혹은 나만큼 실력이 있는 것 같으면 금방 움츠려들고 방어적으로 되고, 나만의 무언가를 찾으려하고 그러거던. 그래서 그런 걸 찾으면 다시 자신감을 얻고 그것이 마치 지금 가장 중요한 무언가인마냥 생각하고 그거에 몰두하거든. 아... 아까 썼을땐 좀 더 솔직하게, 내 마음에 가깝게 나왔는데.. 좀 아닌거 같다.

다시 그냥써볼까?

난 허접일 수 있다. 깊이 알지 못한다. 내가 아는 만큼만, 아는 부분만 떠들고 다닐뿐이다. 그런데 내게 주어진, 아니 사실은 떠맡은 역할은 날 너무 숨가쁘게 한다. 버겁다. 아마 이바닥, 운동판에 나와 같은 사람이 더 많아진다면, 정보통신활동가, 기술자들이 더 많아진다면, 나느 금방 내 실체가 드러날지 모른다, 그게 불안하다. 발가벗겨진 느낌. 그럴듯하게 말하고 다녔는데 사실은 별게 아니구나 하고 사람들이 나를 보며 생각한다고 상상하면 끔찍하다. 그만큼 내 자아는 허약해 빠졌다. 그럼 결국 난 뭐하고 있는걸까? 이 바닥에 사람 없다고, 정보통신활동가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정보통신 이슈에 관심갖고, 그 세계의 가치관, 철학에 대해 좀 더 탐구할 가치가 있다고, 운동의 미래 혹은 저변 어쩌구 하면서 이게 중요한 거라고 늘상 얘기하고 다녔지만 역시 그렇게 하고 다닌건 결국 내 가치를 더 드러내기 위한 목적이 상당했던 거란 말인가? 지금 여기 내 희소성을 더 부각시키고 내게 관심이 쏠리길 기대하기라도 한 것인가?

사실 내가 지금 당장 원하는 것은, 내일 아침 선전전을 나가지 않는 것이다. 맘에 들지 않는 방식이지만 당장 무언가를 해야하기에, 어떤 식이던간에 뭔가 함께 하겠다고 마음 먹은 상황에서 의무감에 밀려 같이 하겠노라고 했다. 그리고 내일 줄줄이 있는 다른 일정들. 그 중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맘에 드는 것은 별로 없다. 오직 내가 원하는 건, 이제 빨리 자야한다는 생각부터 던져버리고,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부담 없이 편하게 잔 후, 내일 아침에 느긋하게 자리에 일어나서, 아무것도 해야하는 일이 없이, 오늘은 뭘 할까 자유롭게 상상을 해보고, 그러다가 한가지를 선택하게 되면, 다른 어떤 것도 날 방해함 없이, 내가 눈돌림 없이 그것으로 하루 종일 보내고, 하루가 부족하면 몇날 며칠이던 그걸 하다가, 마치고 나면 다시 가벼운 마음으로 잠자리에 드는 것이다. 그리고 꼭 해야할 일도, 하고 싶은 일도 없다면, 천천히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조용한 곳으로 떠나 다시 돌아오고 싶을때까지 편하게 몇날 며칠이고 있다가 다시 돌아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바로 그런 삶을 위해 지금 집중해서 그런 일을 하는 거라고, 모색하는 거라고, 실험하는 거라고 스스로에게 말하고 있다. 사실 생각해보면 내 외로움이라는게 그렇게 견디기 어려운 건 아니잖아 넌 이런게 익숙하잖아, 힘들다 하지만 사실 지나고 나면 별거 아닌것처럼 느껴지는 걸 알잖아. 이러면서.


역시 한번, 빗장풀고 주루룩 나왔던 말을 다시금 주워담는건 불편한 일이다. 글이 날라간게 다시 아쉽구나. 더는 말을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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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28 01:54 2007/03/28 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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