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하루

잡기장
아.. 오늘은 색다른 하루였다.
지각생이 아침 8시에 일어나 빠릿빠릿 움직여 9시에 영어 대화 모임에 참여하고,
그 기세를 몰아 스페인어-한국어-일어 언어교류(language exchange) 에 꼽사리껴서
동시에 세개 나라 언어를 공부했다는 사실. 놀랍지 않은지 :)

화, 목요일 아침 9시에 광화문 미디액트로 가면, Jeff 와 함께 대화로 영어를 배우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주로 미디액트 스탭들과 함께. 강의 형식이 아니라 편하게 서로 얘기를 주고 받는 거라 지각생도 되도 않는 말, 신나게 떠들어댔다. 거의 두세개 기본 단어 (have, go, feel..) 말한 다음에는 한국말로 "이거 뭐라고 말하지?" 묻긴 했지만. ㅋ 한국말이 빨리 늘고 있는 친절한 Jeff 와 얘기하는 건 즐겁다. 혹시 저날들 아침에 나올 수 있는분은 함께 하셔도 좋을 듯.

어제 늦게까지 회의를 하고 술까지 마셨지만, 이제 유럽 자전거 여행이 한달도 안 남은지라, 시급하게 영어와 스페인어 기본을 익혀야 하기 때문에 알람을 듣고는 태산을 짊어진 듯한 무거운 몸을 가누고 아침 일찍 움직였다. 물론 지각생답게 살짝(?) 지각을 해주고.. 끝나고 나니 11시가 다됐다. Jeff 도 어제 밤 늦게까지 술마시고 노느라 아침에 밥을 못먹고 나왔고 해서 둘다 배가 고팠다. 뭘 먹을까.. 싸고 맛있는거. 제프가 스페인어와 일어를 서로 가르쳐주는 language exchange 를 하기로 해서 남산(수유+너머)에 가야한다고 했다. 흠... 그럼 지금 출발해 거기 가면 대략 점심 시간이 되겠군. 거기 밥이 싸고 맛있었지.. 채식이기도 하고. 좋아 거기 가서 같이 먹자. 버스비를 아끼기 위해 Jeff 를 자전거 뒤에 태우고 남산으로 달렸다.

출발할때의 불안에 비해 달릴때 드는 안정감, 처음엔 힘들지만 나중에 붙는 은근한 가속.. Jeff? 몸무게 몇이야? 흠... 몇kg 인지는 모르고, 180파운드야. 흠.. 그게 얼마지? 여튼.. 사람 많은 시청-남대문-서울역 길을 낑낑대며 빠져나가 남산까지 갔다. :)

간 김에 MWTV에 들러 홍진과 미누를 만나고, 기다리고 계시던 분과 language exchange 를 시작했다. Jeff 가 한국말로 language exchange 를 뭐라고 해야할까하고 물었는데 대답을 못했다. 음.. 언어 교환? 이건 아니고, 진짜 뭐지? (나중에 어떤 분이 "언어 교류"라고 말해주셨다 orz) 두 사람은 서로에게 가르쳐주고, 배우는 건데 나는 그저 중간에서 감정노동하며 배우기만 할뿐 ㅋ 오랫만에 히라가나를 써보고, 스페인어 기초를 배웠다. 기억나는데로 적어본다.

 (일본어 입력을 하기 귀찮아..)
 와따시와 가끄세이. 아나따와 센세이. (나는 학생이다. 너는 선생이다)
 ..."쟈나이"를 붙이면 "...가 아니다"가 된다. 와따시와 센세이 쟈나이. (배우기만 하는) 나는 선생이 아니다. ^^
 뭐 이런거 몇개, 인사말 등. 곤니찌와, 곰방와, 오하이오 (격식차릴땐 ~고자이마시따), 사요나라..

 스페인어는
 인사말:  buenos dias. (아침) / buenas tardes (점심) / buenas noches(밤) / buenas. (언제나 가능)
 여성명사(형용사)는 'a'로, 남성명사(형용사)는 'o' 로 끝난다. 불규칙한 경우도 있다. 관사는(the) la / el .
 오늘 날씨가 춥다. el tiempo hace frio. 대략 발음하면 "엘 띠엠뽀 아쎄 프리오" 쯤 되겠다.
 지금 날씨가 어떠냐 Que tiempo hace ahora ?
 * 인칭은
 Yo(나), Tu(너), El(그남), Ella (에이야로 발음됨-그녀), Usted ('당신', '그' 의 존칭어), nosotros (우리), vosotros(너의 복수-영어엔 없는 개념), Ellos / Ellas / Ustedes 이건 El, Ella, Usted 의 복수 되겠다.
여성 명사/형용사는 전부 여성들일때만 쓰고, 남성이 한명이라도 있으면 남성형을 쓴다더라. 그건 이상한거 아니냐 그랬더니 그래서 o와 a를 합쳐 Ell@s 이렇게 쓰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
 * 동사의 활용은
 -ar, -er, -ir 로 끝나는 단어는 정규형인데
 hablar, comer, vivir 등이고, 아래와 같이 변한다(위 인칭에 맞춰서 Yo, Tu, El/Ella/Usted, nosotros/vosotros, Ellos/Ellas/Ustedes)
 hablo, hablas, habla, hablamos, hablan
 como, comes, come, comimos, comen
 vivo, vives, vive, vivinos, viven

 여기까지. 배우기만 한게 좀 그래서 Jeff 에게 거기 있는 만화책으로 한국말 익혀보는게 어떠냐고 제의하고 몇가지 헷갈리는 점(이 말부터 알려줬다 - "헷갈리다") 을 설명해줬다. 거기 볼만한 만화책이 좀 있길래 100원씩 내고(만세님이 내주심 ^^) 보고 있는데 Jeff 가 빌려온 만화책이, "뿌지직 행진곡" ㅋㅋ "뿌지직"이 어떤 경우에 쓰이는 말인지 말해줬다.

공간플러스에서 일요일에 영어, 불어, 일어, 중국어 강의를 한다. 아주 싸게. Jeff는 영어, 니꼴라는 불어를 가르친다. 니꼴라가 근처 학생들에게 홍보하겠다며 박스 뜯은 걸 어디서 가져와 매직으로 쓴다. "이 동네의 / 공동체에서 / 영어를 / 가르쳐요 / 이 양반은(화살표) 불어를 가르쳐요" 또 다른 하나엔 "이 양반은 (반대 화살표) 영어를 가르쳐요". ... 흠.. 과연 이게 효과가 있을까? 말리는 사람이 많다. 한국의 학부모의 마인드로 봤을때.. 신뢰가 안갈것 같아. ㅋ 그래도 쾌활한 니꼴라는 한번 해보고 다시 생각하겠다고 해서 결국 그걸 들고 Jeff와 홍보에 나섰다. 나도 슬슬 갈 시간이라 같이 나가 잠깐 서있었다. 지나치는 버스와 차에 탄 사람들이 뭔 신기한 구경인가 싶어 쳐다보더라. 하지만 가까이와 자세하게 묻고 팜플렛을 가져가는 사람은 없었다. 내가 있을때까진 :)

마침 전화가 왔다. 예전에 자원활동하던 환경단체에서 전화. 감이 오기엔, 아 또 뭔가 잘 안되는게 있구나. 싶었지만 생각해보니 놀러간지 꽤 한참 지나서 가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제프, 니꼴라를 남겨두고(관심 많이 받았길^^) 북쪽으로 향했다.

도착해보니, 그새 사무실 배치도 많이 달라지고, 그만둔 사람, 새로 시작한 사람이 많아 분위기가 달라져 있었다. 그래도 인터넷팀은 바뀐사람이 거의 없다. 역시 가자마자 반가운 인사 뒤에 바로 "이게 잘 안되삼 ^^;" 그런다. 자연스럽게 키보드를 잡고 들여다본다. 리눅스에 연결한 마우스는 광마우스가 아니라 볼 마우스다. 잘 안움직인다. 그러다 팍팍 움직인다. 이런 느낌이 얼마만인가.. 얘도 사랑해 달라고. 간김에 손에 닿는 컴퓨터에 또 모질라 불여우(firefox, 파이어폭스 웹브라우저)를 설치해주었다. 난 불여우 바이러스다. :)

저녁 사주는 걸 먹고, 자전거 여행 얘기를 했더니 사람들의 반응이 대단하다. 그 부러움과 시기 질투라니.. ㅋ 가는 김에 홍보도 좀 해라, 글 한번 써 올려라.. 슬쩍 뭔가 시키려는 압박도 있다 -_- 그러나 내가 당할쏜가. 적당히 쌩까주고 밥만 먹고 떠들다 나왔다. 이제는 IT노조 회의.

IT노조 회의를 2주에 한번 하기로 하다보니 한번 할때 시간이 꽤 걸린다. 틈틈히 쉬는 시간 혹은 슬그머니 빠져나와 하루 종일 못 들어온 불로그에 왔다. 덧글 몇개 남기고, 급하게 번개 공지를 때리고는 다시 회의. 이 사실을 알면 날 욕하겠지 -_- 하지만 하루종일 참았다고. 조금전에야 회의가 끝났다. 유럽 갈때까지 맡은 일 대신 할 사람 구하고, 회의 서기 쭉 하란다. 윽. 질투하기는. 크게 인심써 한번 맡기로 하고 회의록을 써 올리니 1시가 넘었다.

내일은 노동넷 MT. 나와 watertree 송별회를 겸한다. 진보넷도 놀러간다는데 이럴꺼면 조인트로 가자고 할 거 그랬나. 진보넷이 거부할지도 ㅎㅎ 아침 9시에 사무실에 모이기로 했는데 벌써 2시니 나올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거 얼렁 쓰고 집에가면 3시. 오늘도 4시간 정도 자겠군. 내일도 하루종일 블질을 못할 수도 있어, 오늘 모처럼 "무작정, 목적없이 움직인 하루"의 얘기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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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5/04 01:27 2007/05/04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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