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읽기 모임 해볼까요?

SF
최근 계속 바삐 일만 하다가, 오늘 낮에 생체여권 반대 기자회견을 마치고 잠시 한숨 돌리는 마음으로 서점에 갔습니다. 요즘 미친듯이 빠져들어 봤던 나나 17권을 샀고, 한권씩 꾸준히 모으고 있는 "20세기소년"도 샀습니다. 그리고 바로 걸음을 SF코너로.

추리/미스테리 소설과 섞여 있거나 전혀 엉뚱한 데 흩어져 있는 경우가 많은 SF인데(심지어 무협지까지 -_-), 그래도 요즘은 조금씩 독자적인 위치를 인정받는 걸까요? 섣부른 생각이겠지만 어쨌든 SF가 서가에 따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점점 양도 늘고 있는 것 같아 괜히 기분이 좋았습니다.

보니까 어슐러 K. 르귄의 "빼앗긴 자들"이 두권이나 꼽혀 있습니다. 전엔 아예 꼽혀 있지 않아서 따로 말한 후 며칠 기다려서 샀던 건데, 그새 혹시 찾는 사람이 늘어난건지 모르겠네요. (그러고 보니 제 꺼 빌려간 분이 대체 뉘실까.. 왜 안돌려 주실까.. 바람의 열두 방향도 그렇고.. "빈집" SF컬렉션에 있는 것도 사람들이 꽤 많이 빌려가긴 했는데 왜 잘 안돌아오는 느낌일까 -_-;) 다른 작가들의 단편을 보다 보니 필립 K. 딕의 소설이 참 잼나다는 걸 느꼈기에 그의 소설을 집중적으로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요즘 팍팍하게 살아서 무거운 주제보다는 (필립 딕의 소설이 가볍다는 말은 아니고 얘기가 잼나게 풀어진다는 말) 즐겁게 볼 수 있는 걸 원했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넥스트".

알려졌다시피 살아생전에 고생 직싸리 하고 인정 못 받다가 죽고 나서, 시간이 반 세기 지나고 나서야 그 진가를 인정받고 있는 작가가 필립 딕이죠. 그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1982년 "블레이드 런너" 이후로 계속 꾸준히 나오고 있는데, 토탈 리콜, 마이너리티 리포트, 페이첵, 임포스터 등 이름만 들으면 대부분 알 만한 영화들이 다 그런 겁니다. 근데 대부분 영화가 원작의 의미와 맛을 제대로 못 살려냈다는 비판이 많죠. 마이너리티 리포트도 그렇고 (그놈의 미국판 가족주의 ㄷㄷㄷ)

그래서 이런 책이 나왔었나 봅니다. 아니면 그중 최근에 나온 영화 홍보를 겸하는 건가 싶기도 한데(사실 냄새가 물씬물씬 풍깁니다) 영화화된 필립 딕의 원작 단편 6개를 모았습니다. 오늘 사서 2세기 소년을 읽은 후 바로 읽기 시작했는데, 아 역시 필립 딕의 소설은 기차게 재밌습니다. 여전히 이런저런 일이 많아 꾸준히 보기 어려운 상황이었는데도 순식간에 수십페이지 쑥쑥 진도가 나가네요.


일을 모두 마치고 "빈집"에 돌아와 장기투숙객들과 잼나게 놀다가 이 책 얘기를 했습니다. 그러자 아규 등이 "SF 영화제를 하면 어떠냐"는 제안을 했습니다. 원작을 같이 읽고, 영화를 함께 보는 겁니다. 그거 참 기찬 생각이군요! 전에 워크샵한다고 빔 프로젝터 빌렸다가 끝나고 나서 식코(Sicko)를 같이 봤었는데 그때 분위기가 꽤 괜찮기도 했고, 어제 밤에는 노트북으로 넷이 영화를 함께 봤는데 영화 자체는 짜증났지만 같이 머리를 맞대고 맥주와 땅콩을 곁들여 보니 이게 아주 괜찮은 겁니다. 영화가 끝나고 나선 그것에 대해 한참 얘기를 나누기도 했네요. 그래 같이 영화를 보자. 좋습니다. (이미지 : 2007년 영화 "넥스트"의 한장면)

자 서론 무쟈게 길었습니다. 지각생은 진보불로그를 통해 SF를 알게 됐고,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된 것은 역시 마스터 네오스크럼과 달군을 비롯한 진보불로거들 덕분이지요. 네오스크럼이 먼 외유?를 마치고 돌아온다고 할때, 그가 세관에 맡겨 놓고 와야 했다는 엄청난 양의 SF를 얘기했을때, 그리고 어떤 행사에서 만났을때 "SF읽기 모임"을 해보자고 했을때, 전 정말 많은 기대를 했답니다. 버트, 그로부터 꽤 시간이 흘렀는데 네오스크럼은 잠수타고, 달군은 늘 바쁘고 다른 진보SF불로거들은 잘 모르겠고 뭐 이런 저런 이유들로 SF읽기 모임에 대한 소식은 들려올 줄 모릅니다.

그래서 제가 제안 한번 해볼라캅니다. 우리 진보불로거들, 그리고 다른 동네에 있어도 SF, 특히 Social SF 등을 좋아하는 분들 모여서 같이 SF를 읽고, 얘기를 나누고, 지금 현재 상황에서 상상을 더 뻗어나가 보는 시간을 가져 봄이 어떠신지요. 장소는 "빈집"이라는 좋은 곳이 있으니 모일 분들 손만 들면 바로 일정 조정해서 같이 읽기 모임을 잡아봅시다. SF도 읽고, 쓰고 싶은 사람은 쓰기도 하고 그거 돌려 읽고, 영화화된것도 같이 보고 이러면서 재밌게 놀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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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23 02:58 2008/04/23 0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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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생 2008/04/23 13:22 URL EDIT REPLY
나도 블로거의 미덕이라는 자추자코를
re 2008/04/24 05:28 URL EDIT REPLY
오호~ 성사되면 블로그에 이야기 적어 주시와요!
잘 지내시죠?
여행하면서 자전거 여행하는 사람들 만날때마다 지각생 생각이 나요.ㅎㅎ
2008/04/24 23:43 URL EDIT REPLY
한동안 SF에 빠져 살았는데 요즘은 그나마 상상력도 고갈된 듯.
그래도 원추!
2008/04/25 01:32 URL EDIT REPLY
아자~ 나의 추천으로 바로 진업!!
새벽길 2008/04/25 01:51 URL EDIT REPLY
기대됩니다. 혹시 먼저 모임을 꾸려지고 어느 정도 굴러가는 것 같다 싶으면 무임승차할 요량은 있습니다만...
평발 2008/04/25 11:33 URL EDIT REPLY
좋습니다. 저두요! 소집공고가 내려지면 가겠습니다^^
대홍 2008/04/25 12:35 URL EDIT REPLY
저도 sf소설 읽기에 관심이 있어요.
혹시 다들 모르는 사람일 것 같은데
그래도 괜찮다면 저도 참여하고 싶네요.
지각생 2008/04/25 17:48 URL EDIT REPLY
re// 올만요~ 즐거운 여행하고 있죠? 성사 안되면 블로그 닫는다는 심정으로.. 해볼까나? ㅋ

존// 존이 지배한다 ㄷㄷㄷ

새벽길// 어느 정도 사람들이 나서면 전 주창자로서 역할 다 했다고 이후 무임승차할 참이었는데..

평발// 알겠심다 ㅋ 근데 원하는 요일, 시간대가 있으신가요

대홍// 물론 괜찮죠. 같이 하시죠 두근두근. 역시 원하는 요일, 시간대 있으면 말씀해주삼
지각생 2008/04/25 18:31 URL EDIT REPLY
저는 화,목,금 저녁만 아니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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