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 이 글은 징징대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보고 싶지 않은 분은 다음 포스팅때 다시 와주세요. :)
요즘 들어 꿀먹은 벙어리가 되는 일이 잦다.
차라리 정말 꿀을 먹었으면 불만 없이 조용히 있겠는데
원하지 않은 상황, 뭔가 체질적으로 거부하고 싶은 상황에서, 뭔가 얘기하지 않으면 나중에 내 삶이 피곤해질 것 같은 일이 계속 생기고 있다. 그리고 그때마다 내가 얼마나 이런 것에 서툰지, 스스로 훈련이 안되어 있는지 깨닫게 된다.
말을 하긴 해야되고, 대강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는 아는데, 그 무엇을 어떻게 잘 설명해야 전달이 될지, 설득이 될지 모르겠다. 그래도 되는대로 말하다 보면 역시 좌절이다. 어제는 "이번엔 꼭 얘기해야지" 했다가 얘기할 기회를 못 잡아서 그냥 끝나고 나왔다. 나 왜이러니 정말.
학교가 싫다. 난 올 봄부터 일하게 된 이 연구실에 가득찬, 몇 사람의 권위가 싫다. 세미나라고 들어가면 누군가 열심히 준비한 자료를 듣고 자유롭게 토론하는게 아니라, 한 두 교수님들의 코멘트를 듣고 다음 자리때 반영해 오고 하는 그런 방식이 싫다. 사실 많이 알고 표현도 잘들 하시니 분위기를 주도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긴 하지만, 그런 것이 계속 반복되는걸 보는 건 재미 없다.
내 일이 내 뜻과 무관하게 몇 사람의 결정에 의해 방향이 달라지는게 싫다. 내가 회의가 싫어 잘 안들어가는 탓이 큰지라 할말이 없긴 하지만 분명히 전환하기로 했는데 나중에 다시 그 일이 살아나서, 뭔가 성과를 가시적으로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 된다. 그런데 그 성과라는게 "가시적"으로 보여질 수 있는게 있고, 좀 드러내기 거시기한게 있다. 내가 한 기술적인 작업들을 좀 더 사람들에게 잘 와닿게, 개념적으로 표현을 바꿔 얘기해야 하는데 이게 저 위에서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글쓰는 기술자는 많지만 글 잘 쓰는 기술자는 많지 않고, 한국에는 더 드물다보니, 그래 그런 핑계로 나도 못배워먹었다. 지각생은 나름대로 어느 정도 그런 걸 가끔 잘한다고 생각하긴 하는데, 그게 늘 되는 것도 아니고, 쉽게 되는 것도 아니며, 일정 잡아놓고 쫀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문서화가 연구 과정에 계속 기여하는 방식으로 되어야지 성과를 다그치는 사람들의 기분을 좋게 해주기 위해 되선 곤란하다. 기술적인 메모를 그대로 들이밀면 "실례"가 될테고 다들 지루해할테니 꼭 알 필요 있는 거 뽑고, 어려운 거 빼고 그러면 내용이 많이 줄고, 왠지 스스로 한게 별로 없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_- 그게 싫어 뺀 내용을 살리려면 뭔가 그 표현을 잘 가다듬어야 하는데, 이를테면 비유를 섞는다던가 하는 식으로. 그거 하다 보면 시간 참 잘 간다. 시간이 가서 결국 되면 다행이지. 결국 오늘 하려던 몇가지 실험은 내일로 미룬다. 그런데 내일 가면 갑자기 회의가 잡히고, 그런 회의 몇번하다 보면 내 일이 또 늘어나고 바뀌기도 하니 이제 회의 자체를 슬슬 기피하고 싶은 상황이 된다.
내가 연구 개발에 전념할 수 있게 애초에 문서화를 같이 하기로 한 사람은 기술적인 걸 모른다는 이유로 추상적인 수준의 얘기밖에 안되니.. 사용자 관점에서 매뉴얼을 쓴다던가 번역을 좀 더 해주면 좋겠는데. 오늘 보면 얘기해야겄다. -_-
아 자꾸 징징되게 되니 미치겄네. 이래서야 사람들이 내 블로그 찾아 오겠어? -_- 알바와 단체상근하다 약간 회사같은 분위기로 오니 역시 싫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