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에 맞먹는 몇달

잡기장

블로그는 안쓰지만 바쁜 와중에도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자주 한다. 

블로그가 뜸하게 된 것이 그것때문만은 아니고 좀 더 오래전부터 서서히 시작된 것 같은데

아마 블로그는 좀 길게 쓸 수도 있고, 진지하게 쓰던 버릇이 되서 스스로 부담스러웠던 것 같다. 

 

요 근래 몇 달은, 내 지난 몇년에 맞먹을 만한 열의와 정도로 활동을 한 것 같다. 

토정비결 등을 보면 올해 내게 큰 변화가 있을 거라는 얘기를 들은 적은 거의 없는데 말야.

계속 다니고, 만나고, 행위하고, 흘러가다보니 하루 하루 정리할 여유 - 시간과 마음, 여건 셋이 모두 갖춰진 상태를 갖기 어렵다. 오늘도 사실 시간과 여건은 됐는데 마음이 뭔가 안정이 안되서 지금껏 글을 못 쓰고 있다. 

 

활동이 신나고, 보람되고, 뭔가 길을 찾은, 오래 할 무언가를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다는 느낌에 "피로감"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데, 가끔 살짝 느껴지는 건강의 노란 신호와, 비어가는 지갑과 은행 잔고의 압박이 계속된다. 어케 어케 버텨가는 것 같으면서도, 주변 사람들이 갑자기 건강이 안 좋아진다는 말을 들을때마다 철렁한다. 지금 한창 불사르고 있는데 바로 다음 주에 모든 걸 적어도 몇달 후나 내년으로 미루고 아무 직장이나 들어가 돈을 벌어야 할 상황이 올지 모르니까. 아니 사실 지금 내가 이미 그러고 있어야 한다고 말할 사람도 있겠지. 내 상황을 아는 사람이라면. 

 

역시 블로그는 글이 심각해져 ㅋ 요 근래 밖에서 난 완전 깨방정 그 자체였는데 말이지.

이렇게 늘어지다 또 새기 마련이므로, 확 뛰어넘어 말하면, 올해 안에 단체 하나 만들 준비 중이다. 작년 11월부터 해온 NGO IT품앗이 활동을 여럿이 함께 하고, 예전부터 생각해오던 "NGO와 IT기술자의 낮은 단계부터의 지속적인 교류와 협력을 매개"하는 활동을 하려는 것. 잘 되면 나중에 사회적 기업 형태가 될 수도 있겠지. 그러려니 할게 참 많은 것 같다. 쉽게 생각하고 가벼운 스텝으로 추진할 수도 있지만 뭔가 새로운 조직을 만든다는 것이, 그것도 사실상 다른 세계에서 살아온 듯한 두 영역의 사람들을 연결하는 조직을 만든다는 것이 꽤 마음의 부담이 된다. 지금껏 나랑 맞지 않는다고 해서 피했던 것을 계속 피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 올 것 같고. 

 

어쨌든, 그 동안 생각해 왔던 내 활동의 바탕에 깔려 있는 것들에 대해 "지금" 정리해야할 필요를 우선 느낀다. 다시 막 달리기 위해. IT품앗이 활동도 이쯤에서 한번 쭉 돌아보고 정리해서 점검할 필요성이 느껴지고. 그리고 단체 설립에 필요한 온갖 행정적 지식도 습득해야겠고. 지금처럼 여러 사람과의 관계도 계속 다지고 확장해나가야하고. 최근에 NGO에서 IT관련한 움직임들도 함 정리하고. 이러면서도 빈집 생활도 다시 뛰어들려는데 쉽지 않을 것 같다. 나는 마음을 살짝 살짝 나눠서 뭘 못하고 한 가지에 모든 마음을 기울이는 타입이라 말이다. 빈집의 생활이라는 것은 요 몇달 해온 것, 그리고 앞으로 할 것과 많은 면에서 차이가 있다. 좋고 나쁨이 아니라 그냥 "차이".

 

이 글은 내게 다시금 블로그에 글을 몇개 쓰도록 하려는 워밍업. 

좀 전에 아무 사전 정보 없이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보고 눈물 꼭지가 열려서, 하던 일은 접어 놓고 드라마 한편 보다 자려함. 내일은 교육공동체 "나다"에 IT품앗이 나가고, 저녁엔 빈집에 들어간다. 내일 본격 재입주하게 될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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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15 19:52 2010/05/15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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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겔부처 2010/05/17 12:56 URL EDIT REPLY
앗 본격 지각생이다 어제 왜 이 글을 못 봤지?? 화이삼...<
지각생 | 2010/05/18 22:37 URL EDIT
쌩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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